천국보다 낯선 오늘의 젊은 작가 4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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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교내 연극 동아리에서 만난 정, 김, 최, 염, A가 있다.

2월의 마지막 날, 갑작스런 A의 죽음을 전해들은 친구들은 A의 장례식장이 있는 K시로 향한다.

K시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 염을 제외한 정, 김, 최는 함께 김의 차를 타고 K시로 출발한다.

 

이야기는 정, 김, 최 각자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그들 각각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사상이나 생각, A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들이 흘러 나온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A의 사고가 있던 날 친구 5명이 함께 A가 만든 영화를 보고, 함께 술을 마셨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2주 전 A가 증권사 직원이었으나 현재는 보험회사 직원인 김에게 연락해서 사망시 보험금 지급에 대하여 문의했다는 것, 지난 연말 A가 정에게 전화해서 "너, 자살 같은 거 하고 싶지 않니?"라고 물어봤다는 것, 최가 자신이 근무하던 대학에서 A를 봤으나 A가 최를 몰라보고 그냥 지나친 적이 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된다.

 

이들이 K시로 가는 여정도 쉽지는 않았다. 밤의 고속도로를 달리던 이들은 사고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그 곳에서 죽음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현장을 벗어나 국도로 방향을 변경해서 K시로 향하던 길에는 경찰이 그들을 검문한다.

경찰들은 승용차 한 대가 터널 벽을 들이박고 전복된 사고에 대하여 말한다. 해당 여성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다른 동승자는 없었는데, 이상한 일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전에 사고가 발생할 거라는 신고를 한 남자가 있었다는 것...

 

경찰이 말한 사고와 정, 김, 최가 말한 A의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신 날의 상세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내 머릿 속에는 의문들과 확신들이 피어 오르며 뒤섞이기 시작했다.

또,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대한 이들의 말도 다 달라서 무슨 의미일까,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이들이 봤다는 A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각자가 다 다르다. 처음에는 A의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독자들도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러다가 A의 영화가, 뭔가 이들의 여정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A의 영화 제목은, 이 책과 같은 "천국보다 낯선"이다. 영화의 내용도 세 주인공이 자살한 친구의 조문을 가기 위해 밤에 길을 떠나는 내용으로 책의 내용과 흡사하다.

어, 뭐지라는 생각을 할 찰나, 책의 마지막에 인물들은 모두 새벽하늘을 쳐다보고, 그들을 비추던 카메라가 점점 하늘로 솟아오르고 그들은 점점 작아지고 마침내 새벽 별빛이 쏟아지고 수평선에 붉은빛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천국보다 낯선, 그런 시간으로 끝을 알린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하룻밤의 이야기라서인지, 아무래도 '죽음'이나 '삶'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나레이션이 많았는데, 문장들은 가슴에 남았다.

그러나, 사실 책의 내용이나 의미를 잘은 모르겠다. 이들이 바라보던 시선들은 왜 다른 부분들이 있었는지, 이들에게 A의 존재가 어느 정도로 마음을 붙잡고 있는 건지, 그래서 결국은 액자식 구성의 영화라는 건지...

 

어렵다. 다시 한번 읽어본다면, 좀 더 큰 공감을 가질 수 있을까?

다만, 이 문장은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인생은 그토록 실없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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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79)

무의미한, 완성되지 않은, 일상적인, 썰렁하기까지 한, 그런 농담.

인생은 그토록 실없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고 말하는 듯한 그런 이야기. 실없는 문장들로 가득 채울 때에야 거기 인생이 있다는 투의. 텅 빈 이야기.

 

(p. 183)

우리가 본 그녀의 영화 역시, 짧고 실없고 아름다운 농담은 아니었을까.

클리블랜드처럼 춥고 외로운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농담. 밤의 국도처럼 단조롭고 어두운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농담. - 천국보다 낯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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