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끝나고서야 말할 수 있다. 고통은 새로운 것이 시작되고서야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기에게 함몰되어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고통은 끝나지 않으며, 고통이 끝나지 않는 한 새로운 것을 도모할 수 없다. 새로운 것을 도모하다가 그것이 시작되었을 때 고통은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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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자체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었지만, 고통을 겪으며 홀로 고군분투한 이야기, 그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와 상대의 이야기를 환대했다. 비로소 언어가 세계를 짓는 언어로 귀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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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곁을 지키는 이에게 곁이 있을 때, 그 곁을 지키는 이는 이 기약 없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관건은 고통의 곁, 그 곁에 곁을 구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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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곁에는 말하고 듣는 힘이 남아 있다. 그렇기에 고통의 곁과 그 곁 사이에서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만들어진다. 곁에 서 있는 사람의 말에 다른 사람의 말이 보태지고, 그 말에 또 곁에 선 이의 응답이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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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를 고통에 찬 사람으로만 재현하는 것은, 그가 피해자로서 말해야만 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존재로만 보이게 한다. 이것은 그에게서 말도, 삶도 모두 박탈하는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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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2019-10-11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확 와서 때리는 문장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