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기傳 - 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
김미옥 지음 / 이유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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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남이지만 거대한 우주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알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이후로 더 자주 시간을 보내면서 깊은 내공과 겸손함에 더욱 존경하게 됩니다. 힘겨운 시간들을 뚫고 이겨내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켜켜이 쌓아 온 사람들입니다.


어떤 사람은 오랜 시간 지켜보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우매함과 교만이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평소에도 욕망에 이끌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고난의 순간에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반대로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도 그 사람의 참 모습을 알 수가 있습니다.


왜 이러한 차이를 보일까요? 선천적인 성향과 외부적인 환경의 영향이 있겠지만,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자신을 전부 내어주지 않는 굳건함과 강인함, 상대를 대할 때 보이는 진중함과 겸손, 그 가운데서 드러나는 배려와 공감. 이런 사람들은 아주 넉넉하고 단단하며, 깊이가 있습니다.


'활자 중독자'라 자신을 부르는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의 저자 김미옥이 바로 그러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만들어나간 이야기들을 찾아냅니다.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어떠한 삶의 여정이 있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 우리 또한 존재함을 알게 됩니다.


이 책 『미오기傳』에서 저자가 푹 끓여 내는 건강한 활자 곰국에 온몸이 뜨끈해집니다. 혀끝을 자극하는 조미료보다는 신선한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려내고, 자신의 손맛을 더한 극강의 건강식을 독자들에게 선보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한 깊은 맛에 사로잡힙니다.


우리는 한 인간으로서의 미오기를 만납니다. 뭔가 조금 더 친근하고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죠. 그녀의 가족, 학창 시절, 직장 생활, 일상 등을 들여다보며, 입체적으로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많이 하는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특별히 저자에게 책은 인생의 각별한 조연입니다.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책은 소중한 안식처가 됩니다. 부박한 사람들 틈에서도 책은 우리에게 '너'의 귀함을 말해줍니다. 더하여 이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사랑과 정의가 여전히 숨 쉬는 세상을 말입니다.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문장은 저자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고 활자를 아끼는지를 드러냅니다. 오랫동안 읽고 썼던 삶의 향기가 이 책에 배어 있습니다. 슬프고도 유쾌한 이야기에 스며있는 책의 이야기는 저자와 책이 결코 떨어질 수 없음을 잘 보여줍니다.


음악과 영화 등도 저자와 떼어놀 수 없습니다. 예술은 그녀를 살아 있게 했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뒤죽박죽 세상에서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그리하여 내 삶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저자는 그렇게 자신의 과거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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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 - 인간의 모든 삶에 미치는 하나님의 주권 Abraham Kuyper Series 1
아브라함 카이퍼 지음, 박태현 옮김 / 다함(도서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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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세상의 주인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거룩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속 마음은 탐욕과 이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옳은 말은 하지만 그 말에 영혼이 담기지 않는 이유입니다.


비단 한 사람의 주권만이 아닙니다. 세상 곳곳에서 불의한 권력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합니다. 잘못된 힘의 사용은 그것 자체로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음에도 그러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힘의 균형이 심각하게 기울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네덜란드의 목회자이자 신학자이며, 정치가였던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그는 1880년 자유대학교의 개교 연설에서 이 학교의 설립 이념과 목적에 대해 말합니다. 그 연설이 바로 이 책인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 주권』입니다.


카이퍼는 이 세상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영광과 주권을 구현해야 한다는 영역 주권 개념을 강조합니다.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영역은 모든 만물입니다. 모든 피조물의 유일한 주권자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십니다. 그리고 그 권세를 예수 그리스도에게 주셨습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의 주권은 우리의 삶 모든 영역에 미쳐야 합니다. 하나님의 다스림이 우리 삶의 전 영역에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자유대학교의 출범은 매우 뜻깊습니다. 만물을 다스리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주권이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당시의 정치사회적 환경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신학적으로도 분열을 거듭하며, 각자의 소견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기독교 인문주의, 윤리신학, 자유주의 신학, 분파주의 등 자신들의 신학이 성경적이기에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상황에서 카이퍼는 세상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요청합니다. 그리스도의 주권을 고백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제 삶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입으로 하는 그 고백이 공허한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삶 가운데 거룩과 경건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더하여 카이퍼의 연설은 개인적인 삶의 강조에 멈추지 않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적 책무 또한 주장합니다. 사회생활 전반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요구합니다. 삶의 전 영역(국가와 사회, 예술과 학문 등)에서 그리스도인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합니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너'에게 선을 긋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와 '세상'을 재빨리 분리하곤 합니다. 그러한 이분법적인 사고는 꽤 편리합니다. 비교적 통제되는 환경 안에서 우리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삶이 지속되면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잃어버리고, 자기의 것만을 추구하며, 타인을 돌아보지 않게 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모든 만물에 적용됩니다. 어떤 영역도 하나님의 주권에 소외됨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일상은 소중한 거룩의 영역이 됩니다. 주어진 순간을 고귀하게 사용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분투가 됩니다. 우리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은 주님의 형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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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으신 메시아의 절대적 주권은 동시에 지상의 죄 있는 사람의 모든 절대적 주권을 직접적으로 부정하고 도전합니다! 그리고 이 주권은 삶을 각자 자신의 주권을 갖는 고유한 영역으로 나눔으로써 그렇게 합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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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로 산다는 것
크리스틴 폴 지음, 권영주.박지은 옮김 / 죠이선교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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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어렵게 공동체를 세웠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공동체는 와해됩니다. 실수와 오해라고는 하지만, 실상 많은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 참고 기다렸던 것이었지요. 마음 깊숙하게 뿌리박힌 탐욕은 이미 주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것이 드러날 뿐이었습니다.


좋은 공동체, 생명력 있는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와 더불어 인간의 성실한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둘 중에 하나를 잃어버리면, 참된 공동체는 요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깊은 소속감을 원하면서도 책임지는 것은 싫어합니다. 타인을 위한 포기보다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손 대접』의 저자이자 기독교 윤리학자인 크리스틴 폴(Christine D. Pohl)은 공동체가 온전해지기 위한 요소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공동체에 필수적입니다. 그럼에도 그 가운데 일상에서 감당하고 꾸준하게 노력해야 하는 실제적인 실천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그것이 감사와 약속, 진실함과 손 대접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거창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공동체에 있어서 매우 강력한 힘을 더하여 줍니다. 일상적인 실천들은 공동체를 더욱 단단하게 하고, 위기의 순간에도 버틸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공동체를 튼튼하게 하는 실천적 요소들은 많이 있습니다. 분별과 용서, 축제와 안식 등이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저자는 순서상으로 처음 오는 중요한 실천들이 감사와 약속, 진실함과 손 대접이라고 말합니다. 즉 이러한 요소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근본적인 실천 과제라는 것입니다.


각각의 실천들은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공동체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로 시작하지만 약속과 진실함으로 유지되며 손 대접으로 표현됩니다. 이 네 가지 요소는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매우 긴밀하게 얽혀 있어 마치 하나의 유기체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 요소들은 명제가 아닙니다. 실천사항인 것이죠. 공동체를 공동체답게 하는 삶의 표현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네 가지의 실천 사항의 어려움과 현대 문화와의 충돌을 고루 살핍니다. 결코 이 실천 사항이 가볍거나 쉽지 않음을 섬세하게 밝혀냅니다.


또한 이러한 요소들을 약화하고 강화하는 것에 대해 말합니다. 실제 공동체를 오랫동안 경험한 저자에게 들을 수 있는 구체적 조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신학자와 철학자들의 의견을 고루 들으면서도, 자신의 삶이 반영된 균형 잡힌 가르침입니다.


공동체는 외부적으로 매우 강력한 공격에 직면합니다. 현대 문화는 공동체의 가치를 폄하합니다. 내부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악함과 약함으로 인해 우리는 자주 자신의 유익을 위한 선택을 하며, 타인을 무시하고 배제합니다.


감사와 약속 이행, 진실함을 통합하는 실천이 바로 손 대접입니다. 이와 반대되는 문화 가운데서도 인간의 깊은 갈망을 채워줄 수 있는 행동은 손 대접입니다.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 다른 이들의 통찰과 필요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열린 마음입니다.


우리의 부르심이 온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부르심에 정직하게 순종하고자 한다면 신실한 공동체는 필수적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반응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진실한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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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동체와 생명력 있는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성실한 노력이 만날 때 빚어진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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