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월터 브루그만의 복음 전도 - 세 개의 이야기로 된 세상에서 살기
월터 브루그만 지음, 이철민 옮김 / 터치북스 / 2024년 6월
평점 :
탐욕 가득한, 이기심으로 충만한 세상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노력합니다. '너'보다 조금 더 나은 '나'를 꿈꾸며 비교와 갈등에 익숙해집니다. 한 사람의 이름보다 매겨진 순위와 등급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집니다.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꿈보다 일확천금을 소망합니다.
'너'가 없는 채로, '나'만이 빼곡한 세상입니다. 이러한 세상은 당신의 아픔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신음하며 울부짖는 바로 옆의 사람을 보지 않는 시대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고통 가운데, 어떤 지점에서 가슴을 치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복음'은 좋은 소식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실제 삶에도 영향력을 미쳐야 참 좋은 소식이 됩니다. 우리의 내적 변화뿐 아니라 외적인 변화도 동시에 가능해야 합니다. 관계와 삶, 사회구조적 문제에 있어서도 변혁을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복음이 우리에게 절실한 복음입니다.
성경의 텍스트와 실제 삶의 통합을 꿈꾸는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이 책 『월터 브루그만의 복음전도』를 통해 협소하게 규정되어 왔던 복음전도에 대한 이해를 보다 큰 그림으로 그려줍니다. 더하여 하나님의 나라와 성경의 거대한 이야기에 위치시키고자 합니다.
저자는 그동안 제시되었던 복음전도가 통전적이지 않음을 안타까워합니다. 이는 '복음 전도'와 '사회적 행동'이라는 오래된 이분법에 여전히 갇혀 있는 모습, 복음전도에 대한 진보와 보수의 그릇된 이해, 교회 성장에만 국한돼서 도구화된 복음전도에 대한 반성을 포함합니다.
브루그만이 말하는 복음전도는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그 본문을 실천하여 우리의 삶으로 살아내며, 복음을 즐기고, 주목하고, 참여하고, 재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경 본문은 우리의 목소리와는 다른 고유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본문을 실천한다는 것은 본문의 목소리가 우리의 삶 전반에 발언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성경의 중심적인 내러티브인 조상들에게 주어진 약속, 종살이로부터의 이야기 그리고 땅의 선물은 우리의 삶에 복음적으로 재해석되고 변주됩니다. 그리하여 이 거대한 서사에 '나'와 '너'를 초대하여, 왜곡된 세상의 관점과 방식으로부터 진정한 해방과 자유를 누리게 되는 것이 '좋은 소식'입니다.
저자는 성경의 내러티브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이러한 패턴을 분석하여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복음은 강력한 세력과의 전투로 이 싸움은 보이지 않는 영적 전투입니다. 하나님의 승리를 목격한 증인들은 그 결과에 대해 널리 선포하게 되며, 그러한 승리는 우리의 총체적인 변화로 이어집니다.
교회는 세상 속에서 변화된 삶을 살 능력을 부여받습니다. 세상의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지요. 적대적인 세상 한가운데서 교회는 완전하게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전복시킵니다. 교회는 힘의 방식, 명예나 부의 방식이 아니라, 약한 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환대하는 삶으로 초대받습니다.
우리의 선포는 사회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합니다. 간결하지만 강력하지요. 전복적이며 극적입니다. 사회 경제적이며 정치적 언어를 내포하지만, 궁극적으로 신학적입니다. 복음은 죽음의 힘과 싸우며, 하나님의 거대한 상상력 안으로 우리의 몸을 내맡기는 행위입니다.
복음 전도는 이전의 삶과는 다른 삶을 약속합니다. 세상의 죽음과 단절하여 복음 안에 있는 새로운 삶으로 향합니다. 그 삶은 온전하고도 통전적인 회복과 샬롬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복음이 전해질 때 '나'는 '너'를 품고, '우리'를 원하며, 여전히 힘겨워하는 '너'를 향해 '나'를 내려놓고 나아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