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 - 오늘의 그리스도인을 위한 사회사적 성경 읽기
박영호 지음 / IVP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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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텍스트라도 수신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 메시지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예수와 사도들이 권면하는 윤리적 메시지들은 자신이 처한 구체적 삶의 정황에서 그 의미가 매우 달라집니다. '이웃 사랑을 실천하라'는 명령은 마땅히 이해하지만, 당장 하루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에게 그 메시지는 무거웠을 것입니다.


이렇듯 텍스트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과 함께 읽혀야 합니다. 사회 경제적 상황과 동떨어질 수가 없기 때문이죠. 당대의 사회 문화적인 배경을 깊이 알수록 텍스트는 더욱 다채롭게 다가옵니다. 무감각하게 읽어왔던 한 문장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저자인 박영호 목사는 초기 교회사 연구인 자신의 논문 『에클레시아』를 통해 학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습니다. 이 책 『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는 그동안의 연구를 대중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하고 설명한 책입니다. 특별히 바울의 편지를 받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삶의 자리'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저자는 오랫동안의 역사연구가 '정치사'에 치중되었음을 아쉬워합니다. 이는 '위로부터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와 권력, 외교 등도 우리네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실제적인 삶에서 동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백성들의 상황은 소수의 권력자들이 경험하는 환경과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치사와 대비되는 개념은 바로 '사회사'입니다. 사회사는 '아래로부터의 역사'입니다. 평민들의 삶이 주축을 이루는 것이죠. 실제 대다수의 비율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치적인 사건과 분리되지는 않지만 훨씬 더 큰 흐름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자는 사회사의 연구 방법론을 토대로 바울의 편지를 받는 공동체가 처한 환경에 집중합니다. 이들이 어떤 계층의 사람이었으며, 이들의 교육 정도는 어떠했는지, 그들의 예배는 어떤 장소에서 이루어졌으며,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었는지와 같은 질문들이죠.


더하여 당대의 사회 문화적 배경에서 공동체의 상황을 폭넓게 조망합니다. 조합과 교회, 철학과 신앙, 회당과 교회 등은 유사성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 둘을 비교하여 보면 교회의 특이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런 차별성을 알게 되면, 교회의 존재 자체만으로 당대 사회에 어떤 파급력을 지녔을지에 대해 유추할 수가 있습니다.


당시 교회의 정황에 대한 깊은 연구는 교회에 전해졌던 메시지들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무감각하게 읽었던 성경의 한 문장이 색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건네집니다. 단순한 윤리적 지침으로 여겼던 메시지들은 보다 전복적이고 변혁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저자는 단순히 교회 공동체의 정황에 대한 분석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당시 교회가 경험했던 여러 문제들은 지금도 비슷하게 존재합니다. 더욱 깊어지고 입체적인 메시지는 또 다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지금을 살아내는 교회들에게도 묻습니다. 정말 교회가 교회다운지 말이죠.


우리는 당대의 교회가 처한 상황 가운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그 문제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추상적인 초대교회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구체적인 삶으로 성경의 메시지를 끌어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메시지를 끌어안고 '지금 이곳'에서 우리의 삶으로 복음을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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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은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일어나고 완결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 삶의 정황 속에서 일어나고 현실 관계 속에서 사회적 의미를 갖는 언어를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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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중재 - 계시, 화해, 성육신에 관한 과학적?삼위일체적 탐구
토마스 F. 토렌스 지음, 김학봉 옮김 / 사자와어린양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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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라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자신의 위치나 가치관에 의해 여러 가지 형태로 드러납니다. 특히 개인적이고 내세적인 구원에 국한된 '믿음'은 우리를 옹졸하게 만듭니다. '나'를 위한 복음은 '너'를 돌아보지 않게 합니다. 그런 복음은 자신의 유익과 만족만을 위한 한낱 도구일 뿐입니다.


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며,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향한 풍성한 지식은 우리의 눈과 가슴을 열어줍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약하지만 '너'를 향해 손을 펴게 만듭니다. '너'의 아픔에 귀 기울여주며, '너'의 고통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신학자 중 한 명인 토마스 F. 토렌스(Thomas Forsyth Torrance)는 그리스도의 사역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합니다. 이론적인 그의 방법론은 신기하게도 신비의 영역을 합리적으로 설명합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계시와 화해를 향한 끝없는 사역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저자는 먼저 분석적 사고 전통에서 나타나는 이원론적 방법론을 문제 삼습니다. 이러한 이원론적 전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하는 것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존재와 행위를 나누는 인식론으로 인해 역사적 사실은 추상화되었습니다.


현대 과학은 사물의 내적 관계를 중심으로 통합적인 방식을 발전시켰습니다. 이제 존재와 관계는 개별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상호 관계하에 이해됩니다.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보다 더 깊게 신학적 탐구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통전적 지식에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적절하게 계시하셔야만 했습니다. 그분은 자신을 알리시기 위한 열망으로 온 인류 가운데 한 민족을 택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신적 계시가 인간에게 적절하게 전달되고 수용될 수 있는 방법임과 동시에 인간은 자신들의 언어로 하나님의 계시에 응답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자기 계시 도구인 이스라엘은 하나님과의 지속적인 관계 가운데 끊임없이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이를 하나님의 거룩함과 자비와 진리가 인간과 상충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계시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사고와 이해에 반하였고,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the Word of God)은 이미 예비되었음과 동시에 이러한 강렬한 필요에 의해 이 땅에 내려오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계시와 인간의 이해는 비로소 완전하게 일치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의 완전한 응답이 중재자 예수를 통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을 완전하게 계시하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예수 안에서 인간에게 친밀하게 다가오셨고 자신에게로 이끄셨습니다. 하나님과 본질적으로 갈등하며 고통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친밀한 화해로 초대됩니다. 진정한 연합과 친교를 누리게 됩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계시와 화해는 이렇듯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중재됩니다. 예수는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하나님의 존재와 동일하신 분입니다. 그러한 이해가 있어야만 지상에서의 사역이 참된 사역이 됩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말씀이며, 그분께서 선포하신 죄의 용서는 참된 용서가 되는 것입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이해는 속죄의 사역을 통해 보다 분명해집니다. 저자는 속죄의 삼위일체적 근거를 제시하며 삼위일체 하나님을 설명합니다. 죄인인 우리는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해 성령 안에서 성부에게 나아갑니다. 우리는 값없이 주신 속죄와 화해의 근거 위에 믿음의 응답으로 하나님께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중재를 삼위일체적인 관점에서 풀어낸 이 책을 통해 교회는 보다 더 깊고 넓은 신학적 자원을 가지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하여 삼위일체 하나님의 연합 가운데로 초대된 우리는 '나'만이 아닌 '너'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곧 '우리'를 통해 세상과 화해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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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교부들은 인간이 하나님의 생명과 사랑에 참여하는 경험을 ‘신화‘(theopoiesis/theosis)라고 불렀는데, 이는 소위 ‘신성화‘(divinisation)를 의미하지 않는다. 신화는 하나님이 우리의 인간 본성을 신성으로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또한 성령을 통해 우리에게 자신을 내어 주시고 우리를 그분의 신성한 생명과 사랑의 친교 안으로 받아들이시는, 하나님의 전적으로 경이로운 행위이다. - P120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는 단순히 외적 근거에 머무르지 않고, 성부, 성자, 성령으로서 존재하시는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관계 안으로 포용되기 때문이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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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사 수업 - 유대 문헌으로 보는 신구약 중간사의 세계
박양규 지음 / 샘솟는기쁨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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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텍스트(text)라도 그 정황(context) 안에서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텍스트는 진공 상태에서 생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문맥과 배경이라는 큰 그림 안에 텍스트를 위치시켜야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오래된 문헌일수록 당시의 정황은 더욱 중요합니다.


성경은 2천여 년 전에 기록된 문서입니다. 여러 명의 저자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떠한 필요와 목적에 의해 기록한 책입니다. 하나의 거대한 서사이기도 하지만, 66권의 각기 다른 관점의 책 모음집이기도 하지요. 그런 점에서 성경은 그 배경 이해가 매우 중요한 책입니다.


'제2성전기'는 이스라엘의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포로기를 지나면서 이스라엘 공동체는 와해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끝까지 자신들의 신앙을 유지하며, 하나의 공동체로 기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제2성전기'의 이해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약성경의 전반적인 배경을 '제2성전기' 역사와 당시의 문헌을 통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구약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용어들이 신약에서 사용될 때, 우리는 구약과 신약 사이의 어떠한 사건들을 통해 새로운 용어와 문화가 형성되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유대 문헌과 성경을 접목한 신구약 중간사 전문강사로 활동 중인 『중간사 수업』의 저자 박양규. 그는 이 책에서 이미 통용되는 '제2성전기'라는 용어 대신에 '신구약 중간사'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이는 구약에서 신약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모색하기에 더욱 적절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신구약 중간사에서 중요한 세 가지 질문을 던지며 이 책을 시작합니다. 첫째는 '하나님은 여전히 존재하시는가?'입니다. 둘째는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의 백성인가?'입니다. 셋째는 '우리에게 필요한 회복은 무엇인가?'입니다. 즉,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가 지금 현재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일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큰 위기에 처했습니다. 강대국들은 이스라엘을 정치적 · 군사적으로 압박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왕과 백성들은 하나님을 찾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그들과 함께 하시며 그들을 인도했던 하나님을 의존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들은 포로로 끌려가며, 갖은 수치를 당합니다. 성전도 파괴됩니다. 그들의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성전 말이지요. 이스라엘 백성들은 더 이상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상징인 성전이 파괴되었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포로생활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그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선지자를 통해, 혹은 타국의 지도자를 통해 역사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 새로워져야 했습니다. 이제 그들은 '성전'이 아닌 새로운 중심이 필요했습니다. 그들은 '율법'이라는 새로운 틀을 통해 결속력을 다집니다.


저자는 각 장을 통해 이스라엘의 역사를 꼼꼼하게 살필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서 우리에게 필요한 말씀을 묵상해 봅니다. 예를 들어, 70인 역의 번역을 통해 '성스러움'과 '상스러움'을 묵상합니다. 고상하지 않은 코이네 그리스어로의 번역을 통해 많은 사람을 위한 성스러운 목적을 감당할 수 있었지요.


특히 신약의 배경이 되는 유다 마카비 혁명과 당대의 정치 상황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더하여 당시 생겨난 유대 공동체의 분파인 에세네파, 사두개파, 바리새파는 복음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합니다. 이들의 특징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복음서를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폭넓게 유대 역사를 훑어봅니다. 이를 통해 구약과 신약은 훨씬 더 풍성하게 경험됩니다. 그저 하나의 텍스트로 건조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 가운데 깊게 들어가 보는 것입니다. 또한 그것이 지금 현재 우리의 삶과도 공명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들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우리만의 또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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