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읽는 존재. 문자든 문장이든 문단이든 읽어야 하고, 궁극적으로 책을 읽으며 어떻게든 영향을 받는다. - P167

책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 독자의 적극적이고 희생적인 참여가 있어야 선택될 수 있는 입지에 있지만, 그럼에도 독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당당한지, 얼마나 자신의 능력치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 P167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농부의 글쓰기, 노동자의 글쓰기처럼 엄마의 글쓰기는 펜이 아닌 몸으로 쓰는 글, 일하는 글의 치열함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 모든 시간은 어쩌면 계절이 계절을, 노래가 노래를, 글자가 글자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를 나로서 사랑하던 날들이었다. - P168

허겁지겁 시간에 밀려 잠자리에 들 때마다 내일 아침 몸의 저항 없이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잠들기 전 책 읽는 시간은 두루 유익했다. 하루 동안의 잘못을 서로 용서하고 평안히 잠들기를 축복할 기회. 판타지와 지금의 현실. 졸리는 눈꺼풀이 이끌고 갈 꿈의 세계가 서로 얽혀 포근한 이불 속에 감겨들었다. - P187

그러다 보면 결국 자녀는 자신의 길을 가게 된다는 명제에 의지하게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것이 영원하고 안전한 길, 어쩌면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다만 그 길에서 역시 갈팡질팡하고 흔들릴 아이들에게 응원과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이길 바랄 뿐이다. 나의 실패를 기억하길 바랄 뿐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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