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에 대한 복종 - 갈라디아서에 나타난 바울의 윤리학
존 M. G. 바클레이 지음, 이성하 옮김 / 감은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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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에 대한 복종: 갈라디아서에 나타난 바울의 윤리학』(Obeying the Truth: Study of Paul's Ethics in Galatians) 은 1986년 1월에 케임브리지(Cambridge) 대학에 제출된 존 M. G. 바클레이(John M. G. Barclay, 1958~)의 박사학위 논문이다. 1988년에 원본의 여러 부분을 개정하여 책으로 출간된다.  


즉시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최근 학문 경향이 매우 중요시되는 성서학에서 기존의 박사학위 논문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또한 '바클레이의 사상은 이전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수정되고 보완되었을 텐데, 독자는 어떤 부분에서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이다. 이러한 질문은 바클레이의 사상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더불어 바울에 관련된 신약학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야만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출판사의 독자에 대한 배려는 이러한 상황을 간파하는 듯하다. 서문 이전에 배치된 김선용 박사의 해제는 친절하고도 강력하다. 젊은 바클레이의 이 논문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 『바울과 선물』(Paul and the Gift)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 젊은 바클레이와 현재의 바클레이와의 견해 차이, 바울 연구의 흐름에서 이 논문의 영향력 등. 적은 양이지만 버릴 것 없는 알찬 내용으로 가득하다(김선용의 『갈라디아서』를 함께 읽으면 더욱 많은 도움이 된다).


학자에게 일차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은 다양한 일차 텍스트에 대한 독해 능력이다. 이는 자료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이해를 뜻한다. 이를 토대로 어떤 지점에서 자신의 의견이 동일한지, 혹은 다른지를 주장해야 한다. 많은 학자들이 기존의 사고 틀에 자신을 가두고 텍스트를 오용한다. 혹은 제대로 된 이해 없이 텍스트를 활용하는 실수를 범한다. 하지만 저자는 일차 자료들의 핵심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관련된 공헌과 반론을 객관적으로 기술한다.


바클레이는 다양한 일차 자료를 폭넓게 활용한다. 루터(Martin Luther, 1483~ 1546)로부터 바우르(F. C. Baur, 1792-1860), 베츠(Hans Dieter Betz, 1931~), 헤이스(Richard Bevan Hays, 1948~), 에벨링(Gerhard Ebeling, 1912~2001), 샌더스(Ed Parish Sanders, 1937~), 디벨리우스(Martin Franz Dibelius, 1883~1947), 불트만(Rudolf Karl Bultmann, 1884~1976) 등이다.  


1장은 갈라디아서 해석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갈라디아서 5:13-6:10의 위치와 역할에 관한 것이다. 5:13-6:10의 나머지 본문과 이 본문은 어떤 관계인가? 이 본문은 큰 흐름에서 하나인가? 아니면 각기 다른 본문인가? 저자는 5:13-6:10의 교훈 자료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일목요연하게 재배치한다. 


훌륭한 연구는 좋은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한 명확한 방향성으로 시작할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의견을 두루 살핀 뒤, 핵심적 질문과 그에 따른 방향을 설정한다. 


율법을 지키려고 할 만큼 도덕적으로 진지한 사람들에게 갈라디아서 5:13-6:10에 있는 그러한 교훈들이 왜 필요한 것인가? 이 질문은 이 구절들로 인해 던지게 되는 질문이며,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다양한 답변들 중에서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한 심각한 문제이다. 이 질문에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율법과 관련해 갈라디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울의 도덕적인 교훈이 실제로 무엇에 대한 것이었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확증해야 한다(62-63).


이미 제기한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갈라디아 교회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작업이 2장의 주된 내용이다. 갈라디아 교회는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 위기가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저자는 그 본문 자체를 활용하는 '거울 읽기' 기법과 역사적으로 유사한 사건과 자료들을 활용하는 방법들을 모두 사용한다. 그리하여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기 원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갈라디아 교회의 위기는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과 행동방식이었음을 밝힌다. 결국 윤리의 문제가 갈라디아 교회 위기의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갈라디아 교회에 기존의 바울이 제시한 복음과 반대되는 혹은 복음에 심각하게 그릇된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적자들의 가르침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3장은 그런 대적자들의 주장에 대하여 바울이 어떻게 반응하며 대응하는지를 밝힌다. 대적자들은 유대적 정체성과 개종자의 신분, 아브라함의 할례 언약과 율법 준수를 강조했다. 하지만 바울은 그것을 하나씩 반박한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영의 선물에 근거한 정체성을 가진다. 또한 율법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형태의 의무로 그리고 사랑으로 믿음이 일하는, 영 안에서의 지속적 헌신을 주장한다.  


하지만 대적자들에 대한 바울의 설득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다른 문제다. 저자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지금까지의 연구가 5:13-6:10의 윤리적 교훈으로 가는 예비적 길이었음을 주장한다. 즉 서신의 본론은 마지막 부분의 윤리적 교훈들을 향한 필수적 단계라고 강조한다. 


4장과 5장은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갈라디아서 5:13-6:10의 모든 내용들에 대한 연구다. 특히 저자는 바울의 말속에 있는 변증적이고 논쟁적인 목적에 주목한다. 영은 윤리적 방향을 제시하며, 육체를 이겨내고, 모든 율법의 요구를 성취하는 행위를 실천하게 도와준다. 바울의 윤리적 권면은 매우 실제적이다. 즉 바울이 말하는 윤리적 주제는 갈라디아 교회의 일치와 조화를 위한 실제적 주제다. 이를 통해 바울은 자신의 서신 전체를 통해 강조하는 육체냐 영이냐의 선택을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제시한다.


6장에서 저자는 육체와 영의 관계에 대해 분명히 밝히기를 원한다. 저자는 바울의 인간학과 유대/헬레니즘 사상을 비교하며 바울 자신의 진술에 대한 신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이러한 영과 육에 대한 연구는 바울이 목표로 했던 새로운 윤리학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바울의 윤리학은 새로운 시대의 능력으로 변화되고 주님을 섬기는 일에 참여한 신자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한편, 믿음 안에서 진리에 대한 복종을 끊임없이 갱신함으로써 옛 시대의 함정과 유혹의 한가운데서 그 섬김을 수행해야 한다고 요청한다(358).


마지막 7장에서 저자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한다. 특히 Q&A 형식처럼 구성된 이 장의 초반부는 큰 도움이 된다. 핵심적인 질문에 대한 간명한 요약은 전체 논지를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게 한다. 혹여나 전체 흐름을 놓친 독자들도 이 챕터를 통해 문제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에 저자는 바울의 윤리학과 신학으로 논의를 확장한다(물론 핵심적 논의는 갈라디아서다). 


우리는 바클레이로부터 갈라디아서의 배경과 상황에 대한 객관적 연구와 갈라디아 교회를 향한 바울의 진심 어린 권면을 듣게 된다. 갈라디아서의 전체 흐름과 연결을 통해 하나의 큰 그림을 갖게 된다. 학자로서의 객관성과 치열함, 진지함 등을 배우게 되는 것은 우리가 덤으로 얻게 되는 선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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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grath 2021-02-06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찌모찌님, 위의 서평을 저의 블로그에 공유해도 될까요?

모찌모찌 2021-02-06 19:35   좋아요 0 | URL
넵~^^ 출처 밝혀주시면 됩니다~~ 네이버블로그 https://m.blog.naver.com/mojung01/222207876067 에도 동일한 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