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을 읽을 때 우리가 능동적으로 다가서고 능동적으로 문장을 읽고 이해하고 파악하려 할지라도, 우리가 성경을 읽거나 들을 때 성경 말씀은 오히려 우리를 말씀 앞에 발가벗겨, 그야말로 방어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그로 인해 심지어 상처를 입을 가능성(vulnerability)이 있는 지점에까지 우리를 세우기 때문입니다. - P113

우리가 능동적으로 성경을 읽는다고 하지만 오히려 하나님의 숨결로 쓰신 성경이 능동적으로 우리를 읽어 내고 말씀 앞에 우리를 세우기 때문입니다. - P113

우리는 이 때 완전한 수동의 자리에 서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경이 우리를 읽을 때의 읽기 방식은 ‘수동적 읽기’이고 ‘상처 입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읽기’입니다. - P113

읽기의 목적은 결국 자기를 비워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이를 통하여 자기를 보존함에 있습니다. - P110

읽을 때는, 더구나 성경을 읽을 때는, 몸과 마음이 나뉘지 않고 하나가 되어 개입합니다. - P98

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단지 눈으로만 읽을 수 없고, 단지 마음으로만 읽을 수 없습니다. - P98

몸과 마음이 읽는 대상과 읽는 내용에 개입하여 읽는 내용이 보여 주는 현실(실재, 문제, 주제, 물음)을 상상력을 통하여 내 머릿속에 그리는 행위가 일어날 때 비로소 우리는 ‘읽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P98

성경을 통하여 하나님께 귀 기울이고,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께 말하고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리고, 입술로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증거하고, 일상의 삶에서 말씀을 따라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이 신학자입니다. - P137

고난은 우리가 하나님 말씀을 알고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며 하나님 말씀이 얼마나 옳고, 얼마나 참되며, 얼마나 달콤하고, 얼마나 사랑스러우며,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를 우리에게 체험할 수 있게 해 주는 시금석이 된다고 루터는 말합니다. - P141

성경 읽기의 목적은 내가 하나님 말씀을 정복하고 거머쥐고 좌지우지하는 데 있지 않고, 하나님 말씀이 오히려 나를 읽어내고 나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 말씀 자체가 성령 안에서 나에게 역사하도록 말씀 앞에 나 자신을 내어 주는 데 있습니다. - P161

기호는 언제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물이나 사태를 가리킵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사물이지만 언제나 다른 무엇을 표시하거나 드러내거나 보여 주는 사물이 기호입니다. - P185

문자로 이루어진 텍스트는 언제나 텍스트 바깥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텍스트 자체가 곧 현실은 아닙니다. - P185

텍스트는 언제나 바깥의 현실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텍스트 바깥의 현실이 무엇인지 찾고 묻고 발견하지 않는다면 문자에 매이거나 문자의 집합인 텍스트 자체에만 매이기 십상입니다. - P185

기호로 사용되는 문자가 그렇듯이 문자들의 집합인 성경도 문자 바깥의 현실, 문자보다는 훨씬 더 큰 현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 P186

역사에 관한 글을 읽을 때는 역사 현실을 보아야 하고, 편지를 읽을 때는 편지를 쓴 사람과 수신자가 다 같이 관여하는 현실을 염두에 두고 상상해야 하며, 시를 읽을 때는 시를 쓴 사람의 정황과 그가 노래하는 현실에 함께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 P186

성경을 읽을 때는 항상 성경이 가리키는 현실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 P186

성경의 텍스트는 텍스트 바깥을 가리키지만 동시에 앞선 텍스트들과의 연관 속에서 읽고 이해해야 된다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텍스트는 다른 텍스트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 P188

읽지 않으면 세상을 내다보는 창을 얻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나의 테두리, 우리들의 좁은 삶의 울타리를 벗어나 더 넓은 세상, 다른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책이라는 창을 통해 바깥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 P239

사람이 종교심을 바탕으로 하나님을 찾아가는 ‘종교’(Religion)와 사람에게 찾아오시는 하나님께 귀 기울이고 그분께 삶을 맡기는 ‘신앙’(Glaube)을 구별하는 바르트는 여기서도 성경에 대해, 우리를 찾아오시고 말씀하시고 언약을 맺으시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P241

고통과 슬픔과 한탄, 원망과 두려움의 감정에 머물 뿐, 그 자체는 아직 물음이 아닙니다. 고통의 경험이 물음으로, 문제로 등장하는 경로는 책이라고 레비나스는 보고 있습니다. - P243

책은 고통의 경험에 생각할거리를 제공합니다. 읽지 않는다면 고통의 경험은 말 없이 침묵으로 단지 몸 속에 체험으로 각인될 뿐, 사유의 단계로 옮아갈 수 없습니다. - P243

책은 타자가 남긴 흔적이며, 이 흔적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윤리적 삶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 P244

이렇게 보면 책에는 이중적 의미가 있습니다. 책은, 한편으로는 향유하는 존재로서 세계 안에서 인간의 존재 방식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타자와 만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 P244

우리는 성경을 읽되, 제대로 읽어야 하겠습니다. 성경을 제대로 읽는다면 "예수 믿고 구원받아 천국 간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 P252

왜냐하면 말씀을 주신 하나님은 만유를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며 성령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만유를 회복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 P252

삼위 한 분 하나님이 백성들을 불러 모은 까닭은 창조세계가 다시 회복되기 전까지 그들이 택하신 족속으로, 왕 같은 제사장으로, 하나님의 거룩한 나라로, 하나님의 소유 된 백성으로 이 땅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일상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살아 내게 하시려는 것입니다(벧전 2:9). - P252

성경은 우리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 우리 민족뿐 아니라 타민족, 우리 영혼뿐 아니라 신체, 우리의 종교 생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예술, 학문, 교육, 환경, 문화, 사회 등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기 때문에 성경의 관심을 우리 한 개인과 우리 한 가정의 테두리에 가두어 둘 수 없습니다. - P252

말씀을 읽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우리 자신의 삶과 문화와 모든 것들을 말씀의 빛에 노출시켜 말씀이 이 모든 것을 읽게 하고, 이 모든 것들을 말씀의 빛에 비추어 읽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생각하고, 살아야 할 과제가 주어져 있습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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