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나 혼자 산다 - 외로워도 슬퍼도 발랄 유쾌 비혼 라이프
엘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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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사용되는 지는 잘 모르나 작년인가 갑자기 폭발하듯 한국인들이 기이한 성애 고백을 일삼는 대화를 들었다. 면성애주의자, 고기성애주의자, 김치성애주의자... 거의 모든 사물에 성적 욕망을 느낄 만큼 강렬한 애정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헤테로 - 이성애주의자들의 세계가 난잡하고 문란하더라도 이건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맥락을 보니 뭘 엄청 좋아한다는 뜻이었다.

 

방송계에선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지 이상한 노릇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말 것을 괜히 친구들에게 물었다 가 에로티시즘에 대한 경직성을 질타 받고 삐쳤다. 그래 뭐든 성애를 느낄 수도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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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이 <연애하지 않을 권리>라 하여 읽은 책인데 했으나, 알고 보니 그 책은 <연애하지 않을 자유> 이었다. 노화가 심각하다. 권리와 자유를 헷갈리는 위태로운 상태이다.


전작의 부제가 ‘우리는 누군가의 애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성애도 연애도 결혼도 지나치게 사회화되고 강제된 세월이 길다.

 

인구가 국력이고 전사가 필요하고 노동력이 필수인 시절의 요구사항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인구가 75억 명을 넘어 환경 부담이 커진 것에도 공로가 있지 싶다.

 

이번 책은 ‘혈혈단신’이 아니라 ‘훨훨단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 한다. 의지할 곳 없이 외로운 홀몸이 아니라 여유롭고 자유롭다!

 

“누군가 운이 좋아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는 데 성공했더라도 그것이 곧 모든 여성이 ‘하지 않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이건 평가가 어떻든 간에 현재 1인 가구 비율은 30%를 넘었다. 당연히 생활방식, 가치관도 변하는 중이고, 비혼도 독신과 동거의 형태가 있고, 기혼도 무자녀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판데믹과 기후위기가 겹친 이 시기에 사회적으로 거대한 패닉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나는 인류가 짐작보다 훨씬 더 문명화된, 참 훌륭한 사람들인가 보다고 자주 생각한다.

 

“지금 당장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둘이 된다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까? (...) 만약 영화 <케빈에 대하여>처럼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는 엄마가 된다면? 또 ‘정상’이란 범주에 나를 끼워 맞추기 위해 홀로 발버둥 쳐야 하겠지. 생각이 너무 많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남들이 생각하는 대로 맞춰 사는 수밖에 없는 데도?”

 

설마 아직도 ‘연애나 결혼을 못하는 건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시는 이들이 많을까. 뭐 그렇게 생각하신다 해도 영향력은 확실히 줄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거대한 사회담론과 역사적 추이를 다루며, 세대나 집단을 적대시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비혼주의자는 이렇게 생존한다, 는 분투기에 더 어울리는 글이다.

 

그리고 일상적인 내용들과 계기가 될 때마다 고인 생각들을 유려한 필체로 자신이 사는 한국사회와 엮어 술술 적어 놓으셨다.

 

“이미 글러 먹었어요.”

 

글쓰기 수업에서 인연을 맺게 된 R이 덤덤한 투로 얘기했다. 그가 결혼을 완벽히 체념하게 된 건 몇 넌 전 캐나다로 유학 생활을 다녀온 뒤부터였다.

 

‘집안일은 돕는 것이다’라는 개념을 자신 사람과 ‘부부가 공평히 분담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 또 퇴근하고 10분 아이 얼굴 보는 것도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당연히 부부가 서로 한 해씩 번갈아 육아 휴직 계를 받아 아이를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

 

글 중반에 뜬금없이 얘기해보자면 저자가 마주한 삶에서 뽑아낸 이야기들은 ‘나 하나 키우기도 충분한 삶’, ‘외로워도 슬퍼도 홀로 멋지게 사는 법’, ‘지속 가능한 비혼 라이프를 위하여’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외롭고 슬프기도 하다고 이야기해서 좋다. 그리고 가끔 어떤 내용들은 타인의 눈치도 볼 일 없고 책임질 일도 없고 가능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잘 꾸려 나가보자 하는 실험 보고서 같기도 하다.

 

“요즘처럼 글쓰기가 재밌고(잘 쓰건 말건), 그림 그리는 게 재밌고, 운동하는 게 즐거웠던 적이 없었다. 진짜다. (...) 솔직히 혼자 보내기에도 하루가 정말 짧다.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영화, 듣고 싶은 노래, 그리고 싶은 그림은 많은데 하루가 저무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

 

좋은 점도 확실하지만 그 삶 또한 가볍고 홀가분하고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사람 사는 거 비슷한 모양들이 많다. 뭐 이런 당연한 말만 계속하는 걸까... 나는...

 

타인을 책임질 일이 없다는 건 내 몸 건사는 나 혼자 해야 하고 어느 구덩이에 빠져도 일단 나를 도울 자는 나 하나뿐이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쓰고 읽기를 통해 저자 역시 마음을 생각을 삶을 연대하는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거의 늘 그렇지만 오늘도 읽는 것을 통해 응원하고 연대한다.

 

“현재의 나는 사회적, 경제적, 개인적 이유들로 인해 비혼을 굳게 다짐했지만,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마따나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다양한 변수 (ex. 호르몬의 농간, 환경의 변화 등)에 이 다짐이 흔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외로워서, 혼자 나이 드는 것이 두려워서, 경제적인 문제로, 주변 사람들이 다 결혼할 때 나만 안 하면 이상해 보이니까’ 등의 이유로만 덜컥 기혼을 선망하게 되는 회피형 기혼 선망자가 될까 두려웠던 것이다. (...) 따라서 제정신 멀쩡(?)할 때ml 내가 최대한 이성적인 사고로 적어내려간 문장, 이른바 비상 작동 중지(Emergency Stop) 버튼이 필요했고, 이 책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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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는 척하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는 영문법 이야기
이장원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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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는 척’하는 것이 있다니 왜 나만 모르는 건지 놀랐다. 나는 그 내용이 금해서, 우리 집 중학생은 올 해 유독 싫어진 학교 영어 수업으로 인해 교과서 이외에는 다 읽을 태세이다.

 

영문법을 잘 모르지만 학교 수업 당시에는 문제를 못 느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나 미국 유학을 준비하지 않아서 다들 경험하신다는 토익과 토플 시험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은 이유가 기억이 안 나지만 GRE 수업을 잠시 들은 적은 있다 - 궁금하다. 왜 그랬지?

 

단기든 장기든 일정과 목표가 확실하지 않으면 도무지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그런 성향을 가졌다. 안타깝지만 그런 나를 닮은 십 대도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우리끼리 영어 수업을 할 수도 없고 8월에 시행하는 토익을 함께 볼까 얘기해 보았다.

 

시험이란 참 편리하고 단순한 목표라 부담도 적고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니 명쾌하기도 하다. 좋은 나라 대한민국은 중학생도 학생증과 응시료만 내면 된다.

 

이 책은 영문법을 통독하고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용도로 함께 읽었다. 흔히 알려졌지만 옳지 않은 영문법에 대해서도 11개 주제로 알려 준다. 우리나라 영어 수업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엉터리 영어를 가르치는 경우도 짐작보다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부한 지라 너무 오래라 그런지 내게는 새로운 내용들이 꽤 많았다.

 

- 부정사란 무엇인가. 품사가 정해지지 않은 말인가.

- 영어에는 미래 시제가 없다.

- 타동사가 무엇인가. 목적어가 필요한 동사인가.

- 보어란 무엇인가. 부사가 보어가 될 수 있는가.

- 가산명사란 무엇인가. 세는 것이란 무엇인가.

- 한정사가 한정하는 어구는 한정적인가 비한정적인가.

- 관계대명사란 무엇인가.

- 가정법이란 도대체 정확히 무엇인가. 아무도 모른다?

- 분사구문에서 생략된 접속사는 연방대법원도 못 찾는다.

- ago의 진짜 정체는? 부사인가?

- 전치사 of와 from이 물리적/화학적 변화에 쓰인다는 말은 문법도 과학도 아니다.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주제가 하나도 없다. 영문법 전공도 학자도 아니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계속 읽는다.

 

첫째, 잘못된 수많은 번역어들로 인해 더욱 혼란스러워진 개념들이 많다는 것에는 완전 공감한다. 특히 일본을 거쳐 재번역된 용어들은 원래의 형태를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분야는 다르지만 피카소, 큐비즘, 입체파... 의도적인 게 아닌가 싶은 이상한 번역이다.

 

둘째, 한국식 영어 교육에 사용된 부정확한 설명들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저자는 일단 개념 설명이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감사하게도 자신이 믿는 정확한 개념도 제시해준다. 교육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텔링 실력이 대단해서 읽기는 쉽다.

 

예를 들면,

 

“infinitive는 (...) 어원적으로 보면 ‘정해져 있지 않은 말’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품사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주어의 인칭과 수에 따른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 바로 동사원형입니다. (...) 부정사를 가장 간단하게 정의한다면 ‘부정사=동사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의 ‘to’는 preposition, 즉 전치사로 분류됩니다. (...) to는 뒤에 동사원형, 즉 부정사가 오는 매우 특이한 전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to는 particle의 하나로 볼 수 있고, infinitive marker라고도 불립니다.”

 

“bare infinitive는 ‘앞에 아무 것도 없는 부정사’, 즉 ‘앞에 to가 없는 부정사’를 말합니다. 그래서 (...) ‘앞에 to가 있는 부정사’는 ‘to-infinitive’라고 하고 ‘앞에 아무 것도 없는 부정사’라는 뜻에서 ‘bare infinitive’라고 하는 것입니다.”

 

- Merriam-Webster Dictionary의 내용 중 to에 대한 8번 정의를 근거로 저자가 정리한 것

 

라틴어와의 비교를 통해 영문법이 어떻게 개념을 정하고 교육 가능한 수준에서 어느 정도까지 전달되는지를 설명하는 저자의 열의와 성실성에는 감탄이 나온다. 하지만 영문법에 정말 진지한 관심을 가진 독자가 아니라면 선택해서 집중하고 읽어나가야 할 듯하다.

 

물론 개념과 용어의 의미와 유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아주 좋은 가이드라인 서적이다. 어원학에 관심이 많고 어원학etymology 사전 찾기를 즐기는 나에겐 충분히 흥미롭다. 단, 학습 서적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11가지 대표 주제에 관해서는 아주 분명하게 고치고 정리해주는 장점을 유지한다.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니 참고하셔도 좋을 듯하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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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 달 살기 - 이젠 떠날 수 있을까? ㅣ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신영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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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주 휴가를 한 번에 다 쓰고 연휴 채워도 한 달 온전히 휴가 떠나 살기란 판데믹 이전에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꿈인가 싶기도 한 시절, 12월 마지막 달은 매년 이래저래 심란하고 우울해지는 지병이 있어서 훌쩍 출국해서 유럽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거의 매일 책 속으로 여행 가는 중이다.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나름 요령도 생긴다. 이 책은 제주에서 한 달 살고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도시들에서의 한 달 살기와 비교도 해볼 수 있도록 구성된 가성비가 엄청나게 좋은 여행 에세이다. 한 눈에 비용도 준비물도 풍습도 짐작해 볼 수 있다.



“꿈은 고통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용기를 갖고 싶어요.

인생의 선물을 안겨줄 어딘가로 떠나려고 합니다!”

 

제주는 늘 좋지만 오늘은 특히 비자림 숲이 그립다. 저녁에도 밤에도 무덥고 해뜨기전 새벽이나 되어야 조금 식는 날이라 산책도 고욕이라 더 그런가 보다. 잔 나무 가지들과 잎들이 사각사각거리는 서늘하고 촉촉한 숲 트레킹이 정말 고프다.스누피 전집과 비디오들을 보고 자란 독자로 제주 스누피 가든도 궁금해서 안달이 난다.

 

배낭여행하다 인도네시아 사람과 결혼한 동창생이 있다. 친구라기엔 대면대면했지만 결혼하고 인도네시아에 살기 시작하면서 외로웠는지 연락을 자주 주었다. 당시에는 거짓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물가 차이가 나서 거긴 천국이겠구나, 싶은 생각도 했다. 왕궁 같은 곳에 살면서 거의 모든 일을 담당하는 분들이 따로 계시는데 생활비가 초저렴...

 

간만에 예전에 놀란 생각이 나서 치앙마이, 발리, 호이안, 끄라비 등 동남아시아 편을 재밌게 보았다. 여전히 물가는 천국이구나. 더운 곳을 선호하지 않아 홍콩도 가기 싫어하며 살았던 지라 아름다운 곳들을 많이 모르고 살았다. 생각해보면 음식도 엄청 맛있을 듯하고 풍경도 사람들도 아름다울 텐데.

 

특이하게도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은 서양에서 장기 여행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 그런지 관광지 특성을 많이 가진 듯하다. 물가도 저렴하지 않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화려하고 다정하고 감정적인 스페인 사람들도 스페인도 좋지만 소박하고 친절하고 차분한 포르투갈도 무척 좋다. 포르투에서 맛 볼 수 있는 포르투 와인과 음식들은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다. 많이들 가시는 리스본 역시 멋진 곳이다. 아시아나 직항 노선이 생겼다고 하는데 언제나 가능할는지...

 

말만 들어도 복잡하게 서러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와 베로나도 소개되어있다. 우울증 자가치료를 위해 거의 매일 이탈리아 관광청을 들락거리는 환자로서 반갑고 더 서러워지는 내용이다. 언제 어디를 가든 나는 늘 이탈리아에서 지내는 시간이 좋았다.


산길을 운전하다 개업 중인지도 헷갈리는 작은 식당에 불쑥 들어가 평생 먹을 생각도 하지 않은 콩스프를 먹었을 때도, “콩이 뭐가 이렇게 맛있어!”라고 소리를 지를 만큼 충격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태양은 뭐든 맛있게 익히고, 누구든 아름답게 빛나게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한국에서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잘 모르는 사람 집에 초대 받아 가서 저녁 먹기, 이런 경험도 해봤다. 6시 저녁은 야만스러운 짓이라며 8시부터 시작한 식사가 먹은 거 다 소화되고 허리가 아파올 11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나만 겨우 귀가했으니 식탁을 치운 건 그로부터도 한참 후가 아닐까 무서웠다.

 

은퇴한 마피아와 같은 할아버지의 울분에 찬 2002년 월드컵 푸념도 10년도 더 지나 다시 듣고, 강제개명도 당하고 - 모든 가족이 이름 따위 기억해주지 않고 벨라라고 부른다, 사랑의 나라에서 얼른 사랑에 안 빠지고 인생 낭비한다고 한심한 취급도 받고. 납치하려나 싶을 정도로 와인을 권유당하고.

 

그 와중에 내가 먹을 채식 파스타와 아란치노도 따로 만들어 주셨다. 맛은 설명해서 무엇하리. 콩스프조차 맛있었는데! 내내 부산스럽고 몹시... 다정한 시간이었다. 판데믹은 외롭고 서러운 악재다.

 

우리 집 십 대들과 베로나 가서 원형 극장에 앉아 오페라를 볼 날이 올까. 어두워지면 고대 로마 도시 국가로 돌아가는 황홀하게 떨리는 경험인데.



“나스르 왕조의 왕들은 비록 영토는 빼앗겼지만 이슬람 문화가 유럽보다 아름답고 뛰어나다는 것을 마음껏 과시하기 위해 커다란 궁전을 지었다. (...) ‘알함브라’는 ‘붉은 색’이라는 뜻이다.”

 

책 속의 여행은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걸으며 끝이 난다.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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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나는 지혜를 사랑했지만 쾌락도 좋아했다 - 삶을 가볍게 하는 3,000년의 지혜
박성만 지음 / 밥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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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verything passess 란 구절은 도스토옙스키, 밥 딜런,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변형되고 추가되어 인용되기를 거듭했다. 그래서 옛날부터 현상의 유한성을 목격한 누구라도 사용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성경을 통독하고 싶었지만 아직도 이루지 못한 탓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구절이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솔로몬 왕이 한 말이라는 것을 몰랐다.

 

This, too, shall pass away

 

이 시절을 얼른 지나버렸으면 싶지만, 아쉽게도 터널을 지나면 환한 빛에 쌓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려 우울하다. 지금 만드는 모든 것이 다음 순간의 미래일 뿐!

 

저자의 엄청나게 대범한 제안에 일단 놀라며 책에서 전해줄 지혜의 형태와 내용이 궁금했다. 워낙 뭐가 뭔지 모를 세상이라 뭐라도 가르쳐주는 이들이 고마운 시절이다.

 

“자신이 솔로몬이 되어야 한다. 나는 이 글에서 독자가 솔로몬이 되는 길을 안내하려한다.”

 

구약성경 읽기에 도전해본 분들은 다 공감하셨을 출생의 비밀과 복잡함... 대부분 부자관계를 읽다 읽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나는 이 시대에 이 복잡한 가계도를 누구라도 기록해 두었다는 점이 더 놀랍다.

 

어쨌든 왕이 된 솔로몬은 당연하게도 아버지도 유명한 다윗 왕이었다. 서자이지만 조선사극보단 덜 비극적으로 왕위에 올라 왕국의 부를 늘리고 자신의 지혜로 유명해진다. 부자 모두가 능력자였으며 역사적 의미가 커서인지 3,0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 이름이 무척 영예로운 별칭 ‘지혜의 왕’과 더불어 회자되고 있다.

 

이런 솔로몬의 생애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하는 내용이 아니라 ‘심리 생애사’적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주어진 정보들을 바탕으로 심리학적인 이론을 더해 분석하고 저자가 느낀 통찰을 덧붙인 내용들이다.

 

3,000년 전 가족의 개념과 양육의 중요성은 왕가라지만 잘 정돈되었을 듯하지 않다. 더구나 복잡다단하고 권력조차 개입된 상황이라면 현대의 아이들에게 주어진 보호와 애정과 애착 형성이 충분했을 리가 만무하다.

 

저자는 상황은 달라도 생물로서의 인간 솔로몬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한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요인들은 여전히 필요했을 것이며 따라서 결핍이 발생했을 것이고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성경에 대한 지식이 얕으니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전도서>의 주제가 ‘헛되다’라는 이야기의 전체 내용을 몰라 저자가 제공한 이야기만 읽고 짐작해본다.

 

즉 솔로몬을 출생한 어머니는 전 남편을 죽음으로 내몬 죄책감과 태어나 7일 만에 죽은 자식에 대한 슬픔을 간직하고 있어 아기 솔로몬과의 심리적 거리가 멀었고, 그것이 솔로몬에게도 슬픔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권력다툼에서 생존하기 위해 다윗 왕과의 친밀함을 지켜내야 했고 온갖 고군분투를 마다하지 않는 강인함도 있었지만, 깊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면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어머니를 곁에 본 솔로몬은 영민하게도 헛됨의 지혜를 나름대로 정립했다고 한다.

 

“내 안에는 슬픈 눈동자와 총명한 마음이라는 서로 다른 것들이 자리 잡았다. 이 둘은 (...) 생의 중요한 전환점에서는 어느 하나가 반란을 일으켜 내 인생을 만들어 갔다.”

 

“나의 지혜는 현실의 실상을 외면하지 않았다.”

 

인간이 태어나 1차 집단에서 사회화되고 좀 더 사회집단에서 교육을 받고 이후의 모든 사회생활도 저자식으로 정리하자면 ‘세상에 적응하는 것, 자아가 세상에 알맞게 세팅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아는 본래 있었던 깊은 무의식과 멀어져야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 한편 사람은 본래의 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야 태어난 목적에 맞게 살 수 있다.”

 

꿈의 의미가 오랜 세월, 다방면으로 지나치게 강조되고 과대해석되어온 면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자신이 꾼 꿈을 통해 뭔가 해석하고 경계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나는 그 점은 여전히 유용하리라 믿는다.

 

과학적인 발견 역시 오랜 세월 애타게 고민하던 문제를 뇌가 온갖 정보를 받아 들여 축적해 두었다 자면서 비로소 정리할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당연한 논리적 귀결처럼 해답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신화도 종교도 심리학도 오랜 세월 인간이 자아와 사회 사이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며 해답을 구하려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지금도 기본 역학은 변한 것이 없다. 은유적이긴 하지만 부모를 죽이고 신을 만나면 신조차 죽이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수밖에.

 

“아동이 성장하면 아버지의 계율에서 벗어나 자신의 계율을 만들 듯이, 종교적으로 성장하면 신을 위한 계율을 스스로 만든다.”

 

“마침내 나 솔로몬이 되다.”

 

솔로몬이 얼마나 지혜로웠는지 여러 일화를 통해 재밌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했던 짐작은 아주 멀리 벗어났다. 대신 3,000년 전의 인물을 무척 현대적으로 해석한 내용이라 읽기 수월했고, 그래서 인간의 고민의 본질은 이런 원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재확인했다.

 

여전히 참 어려운 ‘나답게’ 사는 일.

 

! 2부에서는 <전도서> 12장에서 발췌한 13가지 주제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실려 있습니다. 살펴보시다 깨닫고 즐기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각자의 것들을 만나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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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이니? ㅣ 마음 빵빵 그림책 10
김은정 지음, 유담 그림 / 밥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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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제목을 보고 뭔가 웃프면서도 한국 사회에 날카롭게 전할 중요한 통찰이 있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있었다. 의례 하는 호구조사 질문이기도 하지만, 일견 평범해 보이는 질문들은 바꾸고 고쳐야할 편견과 차별을 담고 있기도 할 것이다.

 

특히나 연령에 따른 차별과 강제되는 역할이 아직 강한 한국사회에서 나이란, 어린이로 살아가는 일이란. 일단 질문 자체가 넘 지겹다. 살면서 나이가 몇 살이란 대답을 언제까지 하고 살아야 하나.

 

초등시절 학교나 학년 물어보는 어른들도 지겨웠다. 문득 돌아온 기억에 짜증내는 나와는 별개로 언제나 누군가보다 나이가 어릴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배울 메시지가 담겨 있을 거라 기대하며 읽는다.

 

다섯 살인데 이미 “몇 살이니?”란 질문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아이가 그 질문 자체에 대해 고찰하는 중이다. 혹시나는 없었다. 아침마다 만나는 사람들, 이웃들, 모르는 사람들, 외계인까지 보면 일단 몇 살이냐...



기어이 아이는 다섯 살이라 5층에 사는지, 다섯 살이면 아이스크림 다섯 개 먹을 수 있는지, 혹시 아프면 다섯 살이라 주사 다섯 대 맞는지, 치과에서 이를 다섯 개 뽑는지... 궁금하고 두렵고 고민스럽다.

 

“누군가와 비교하기 위해 혹은 정해놓은 기준에 맞게 이 아이가 자랐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글쓴이 김은정.

 

‘정상’도 ‘표준’도 ‘기준’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두 모두 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아닌가 한다. 규격에 맞춰 생산해낸 물건들을 비교하고 하자를 골라낼 때 필요한 말.

 

하나 뿐인 우리 모두를 온전히 존재 자체로 서로 사랑스럽게 봐주며 삽시다. 할 수 있으니 잘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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