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장군과 고구마 병정 ㅣ 책 먹는 고래 19
장명숙 지음, 권유정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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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고래책빵의 동화들을 좋아합니다. 그동안 만난 동시들도 참 좋았습니다. 

장명숙 저자는 처음 만나는 분이신데, 고용노동부에서 일하시며 동화도 쓰시고 천연비누도 만드신다 합니다. 엄청난 능력자이시거나 하루가 48시간이신가 부러워집니다.

 

권유정님은 이전 동시집 <햄버거를 닮은 하루>에서 만났습니다. 잔업도 야근도 밤샘도 드물지 않다는 NGO 환경단체에 근무하시며 그림을 그리시는 일도 하시니, 역시 부럽고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농산물 동화’란 장르는 처음인 듯합니다. 목차를 보니 고구마, 김치, 콩, 호박은 잘 알지만, 싸리나무 채반에서 잠시 갸우뚱했습니다. 예전에 조부모님 본가에서 사용하시던 게 대나무인지 싸리나무인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서 뭘까 뒤늦게 궁금합니다. 만드는 걸 본 적도 직접 사본 적도 없네요.


싸리나무를 검색해보니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 낙엽활엽수라고 하는데, 외떡잎식물 벼목 벼과 대나무와는 수종이 완전히 달라서 둘 다 채반 재료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나저나 식물에 관해 너무 무지하다보니 나무가 콩과와 벼과로 구분되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역시 농촌을 사랑하시고 농어촌 문학상을 수상하시는 동화 작가님의 작품을 읽다보니 이런 배움도 가능하군요.

 

코로나 감염도 무서운 일이지만, 배달, 포장, 마스크로 인한 쓰레기가 엄청나게 늘고 있어 저는 솔직히 그 점도 무척이나 무섭습니다. 병은 나았는데 쓰레기로 죽을 수도 있는! 그런 미래도 간혹 떠오릅니다. 이제 이상기후는 이상하지도 않지요. 내일도 4월 한파가 닥친다고 하고 제 친구는 오늘도 정리보관 중인 겨울외투가 아쉬웠다고 하네요.


2018년까지 조사결과이니 분명 (엄청)더 늘어났겠지요.

 

저자가 이 책에서 관심을 두는 것은 식량 위기라는 문제입니다. 기후위기와 동반하거나 결과로 초래될 일이니까요. 한국은 식량자립도가 얼마나 될까요. 식량안보, 식량주권이란 용어들은 들어 보셨나요? 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아우르면서 우리 몸이 건강해지고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우리농산물을 건강하게 키워서 맛있게 잘 먹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WFP가 공개한 ‘2019 식량 위기 현황 지도’(Hunger Map 2019), WFP 한국사무소는 

“전 세계적으로 8억 2100만 명이 식량부족을 겪고 있으며, 

취약계층의 식량 상황이 코로나19로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병정이란 단어가 나와서 군사주의문화가 반갑지 않은 저로서는 우선 실망이었는데, ‘총구를 겨눈다’거나 ‘총알을 날린다’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총은 고구마 줄기이고 총알은 물방울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막 좋지는 않습니다. ‘건우’가 남자아이라서 병정놀이를 씩씩하게 하는 것도 반가운 장면은 아닙니다. 그래도 전하시려는 주제에서 너무 멀리 가지 않고 집중하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고구마를 먹으면 정말 방귀가 많이 나오나요?

전 달달한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감자파라 기억이…….😅

고구마 좋아하시고 많이 드시는 분들의 답변을 기대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김치만세]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대왕피자의 마법에 걸려 엄마가 바위가 되다니요. 얼굴은 엄마이고 머리띠를 하고 있어서 더 무서웠습니다. 윤재는 김치를 맛있게 담아야 하는데 갑자기 할 수 있을까요?



[콩 나라 이야기]에는 바구미가 등장합니다. 기억나세요? 가만 쌀벌레라는 건 기억나는데 어릴 적 햇볕 좋을 때 쌀 말리던 기억은 나는데 좀 더 커서는 정확히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더 낯설겠지요. 검색해보니 딱정벌레목이라고 합니다. 딱정벌레가 어쩌다 인간에게 해충 취급을...... 어쩌면 쌀, 보리, 밀, 옥수수, 콩 등을 인간보다 더 오래 전부터 주식으로 삼았을 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제가 무척 산만하게 읽는 듯하지만, 저자께서 전하시는 바는 잘 이해했습니다. 잡곡도 좋아하고 김치도 좋아하니, 이제 고구마와 호박만 거부하지 말고 한번 용감하게 섭식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 농산물 중에 먹어 버릇하지 않는 종류가 아주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사실 과일들도 당도가 너무 높아서 별로 즐기질 않거든요. 어떤 과일은 맛보는 것만으로 급성 당뇨가 올 듯 한 기분이 듭니다.


자, 다시 산만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정리! 포기하고 싶을 만큼 버겁고 힘들지 않다면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가끔 점검도 해보고 면역력을 위한 편식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건강식을 먹는 습관을 키워보고, 쉽지 않은 건강한 방식으로 농산물을 키워내는 분들에게 힘이 되는 소비를 한번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작년에도 코로나로 판로가 막힌 농산물을 수많은 분들이 주문해주셔서 오히려 구매하기가 일이 힘들었던 일이 있었지요. 그런 기억을 떠올리니 제가 하는 말이 다 괜한 말 같습니다. 이미 잘 해오고 있었는데!

 

그럼, 다들 맛있고 기운 나는 식사 잘 챙겨 드시고 즐겁고 기쁘게 쓰레기를 줄여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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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일간, 아이들과 함께한 세계여행 다이어리
조성욱.박지혜 지음, 조예은 외 그림 / 지식과감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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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였던가...... 뭔가를 읽다가 2020년에 태어난 이들은 평생 해외여행을 못해볼 수도 있다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처럼 들리지 않아 기분이 암담했습니다.

 

작년에도 여행기들을 보면 막 읽고 싶은 기분이 들었는데 올 해도 그렇긴 하지만 조금 더 마음이 무겁습니다. 마침 코로나 판데믹 직전에 오랜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의 이야기는 지금으로선 제일 부러운 내용입니다.


유럽 여행 경로

 

이 책은 특히나 아이들과 다 함께 321일간이나 세계 곳곳을 여행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기간이 긴 만큼 준비하는 과정도 내용도 철저하고 세심합니다. 아이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시니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해 보셨겠지요.



이동만으로도 지칠 터인데, 일기 형식으로 매일 매일 경험한 것들을 빼곡하게 적으신 점이 무척 놀랍고 멋져 보입니다. 여행이 행복하셔서 인지 글도 편안하고 덕분에 읽는 저도 기분이 편안했습니다.

 

“세계 여행을 떠나자!”라고 결정한 게 2016년 여름쯤이었다.

 

“그냥 내년 초에 떠나자!”(신의 한 수. 처음 계획대로 진행했다면 떠나지 못했을 것.)

 

“우리는 육아휴직을 냈다. 그 당시에는 법적으로 한 자녀에 대하여 한 명의 부모만 육아휴직을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아빠는 예은이로, 엄마는 예린이로 각자 다로 육아휴직을 냈다.”

 

“여행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지만 가슴 한편에는 우리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

 

지금으로선 열심히 상상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지만, 합리적은 경비로 온 가족이 함께 긴 여행을 즐겁게 하기 위한 아주 좋은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물론 여행지가 다르면 추가적인 정보들이 더 필요하겠지요.

 

“경로를 결정지으면서 가장 먼저 고려했던 사항은 날씨와 안전이었다.”

 

“여행을 마쳤으니 하는 말이지만 계획은 놀라웠다. 아빠가 계획을 잘 세우기도 했지만 더 놀라운 것은 여행 중에 엄마는 그 계획을 거의 참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디로 갈지 헤매거나 권태기에 빠지게 된다면 계획서가 탈출구가 될 것.”



저는 사실 장거리 비행 여행이 지구환경에 부담이 된다는 생각에 이미 너무 많이 다닌 여행은 자제하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비행은 하지 않겠다고 여러 해 전에 결심을 한 바가 있습니다. 그래도 꼭 한 번은 다시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기한 없이 헤어져 다시 못 만날 줄을 몰라 못 다한 마음과 말들이 있습니다.

 

다들 안전하고 마음 편한 해외여행이 가능하게 되면 어디를 제일 먼저 가보고 싶으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리운 사람, 추억, 장소가 있는 곳, 혹은 오래 그리던 곳들이겠지요.

 

이 책의 여행가들은 유럽 곳곳은 물론이고, 미국과 뉴질랜드까지 정말 다양한 국가들을 방문했습니다. 그리운 곳들과 더불어 제가 가본 적 없는 장소들도 있으니 아주 충실한 간접 여행을 즐기게 세상을 활짝 펼쳐주는 느낌입니다.

 

500쪽이 넘는 분량 역시 반갑고 만족스런 부분입니다. 현실의 321일 만큼은 아니지만 사진들과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독서로서 충만한 기분이 듭니다. 무척 사랑스럽고 즐거운 가족들의 추억이 가득합니다. 사진들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도 합니다.



지금은 아는 이들과도 잔뜩 모일 수 없는 스산한 시절이지만, 역시 여행의 가장 신비롭고 감동적인 일부는 모르고 살던 참 좋은 이들을 만나 친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많이 만나고 많이 보고 많이 웃고 많이 생각하고, 그리고 이 가족처럼 매일 적고!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친하게 지냈던 미국 여자아이가 또 놀러 왔다. 함께 아침을 먹고 공놀이를 했다. 이쯤에서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 아이의 부모님은 도대체 어디에?’”

 

만약 평생 여행이 제한된 상태로 살아야 하는 시절이 길어진다면, 그 시절을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과 감성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것과 아예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까요. 가상/증강 현실이 서툰 진짜 현실 경험보다 더 생생하고 유익한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요?

 

끝없이 별별 곳들로 생각이 손을 뻗습니다. 여행이 그리워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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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10 - 강화도조약 Ominous ㅣ 본격 한중일 세계사 10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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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굽시니스트’라고 알려진 김선웅님을 아시는 분이 많으신가요? <시사인> 잡지에 역사만화 연재하시던 분입니다. 재밌지만 분량이 감질나던 느낌이라 단행본 소식이 반가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도 접근성이 좋은 만화 형식이지만, ‘역사’ 공부에 관한 관점에 공감을 할 수 있어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책들입니다.

 

저는 사실 ‘국사’라는 말이 이상하거든요. 알려지지 않은 무인도국가도 아니고 더구나 한반도에서 외세의 부침이 끊임없었던 환경에서 똑! 떼어 ‘국사’라니 무슨 의미가 있으며 내용 역시 부족하거나 부실할 거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역사교육을 전공하신 분이라, 무지에서 오는 제 대범함과는 달리 - 모든 역사는 세계사다 - 동양사로 좀 더 치밀하게 구상해서 들려주시는데, 여전히 즐겁게 따라 읽을 수 있는 기본적인 관점이 좋습니다.



근대 시작의 거점인 프랑스에서 일본, 대만, 조선으로 좁혀 들어오는 구성이 마음에 듭니다.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국민국가 시대에 의식화를 위한 교육의 필요는 잘 알고 있지만, ‘국사’보다는 ‘한국사’라고 명명하시는 것 또한 저로서는 좀 더 신뢰가 갑니다.

 

“국사 공부만으로도 빡센 거, 뭘 굳이 중국사 일본사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나 싶지만, 한국사라는 나무를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멀리서 동양사라는 숲을 봐야 하는 부분이 있는 법입니다.”



처음에는 5권으로 기획하셨다는데, 첫 권을 읽으면서 - 죄송하지만 - 그 말은 믿을 수 없었습니다. 5권으로 마무리할 설명과 열정이 아니란 느낌이 너무 확실했거든요. 결국 20권으로!

 

발굴하거나 추론한 모든 정보들이 중요한 역사학 분야라 꼼짝없이 모든 자료들을 숙지할 수밖에 없는 기본적으로 분량이 엄청납니다. 그것들을 잘 엮고 짜서 일관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일은 잘 몰라도 엄청 고될 것입니다. 사자성어를 자주 사용하시는데 저자야말로 박학다식의 표본!입니다.

 

형식만 만화이고 내용은 검색이 필요한 충실하고 가득한 책입니다. 그러니 읽으실 방법을 미리 정하시는 것도 독서에 도움이 됩니다.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일단 일독한다, 혹은 처음부터 찾아가며 다 이해하며 천천히 읽는다. 저는 중간 어딘가의 자세로…….

 

유머 코드도 시사적이고 현재성이 있고 - SNS에 열심인 독자들에겐 익숙한 방식 - 분노 유발 역사적 사건들에도 차분하게 욕해주시며 찰 지게 풍자해 주시는 능력이 빛납니다. 덕분에 한번이 아니라 적어도 두 번 이상 속 시원하게 욕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 일, 완벽한 이가 누가 있으랴, 그냥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바로 잡고 새 인생 살면 서로 좋을 텐데, 세계사에 여러 민폐를 끼친 것도 잘못인데, 이후의 행태가 더 밉상인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특정 국가만 지적하는 건 아닙니다만.

 

저는 의외로(?) 역사서 읽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통시적인 관점에서만 비로소 잘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는 점을 깨닫고 난 이후에는 더 재미있습니다.

 

역사를 알면, 어쩌면 낭비에 다름 아닐 고민들도 걸러낼 수 있습니다. 뜬금없이 튀어나온 이론이나 의견 같아 보이는 것들도 왜 이 시기에 이런 논의가 필요했는지를 전후 맥락을 알면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논의의 핵심이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능한 게으르게 살고 싶은 근원적인 욕망이 강한 사람으로서 쓸데없는 것들을 말끔하게 해주는 모든 계기가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남들이 이미 열심히 다한 이야기를 혼자 막 열렬하게 설파하는 민망한 상황도 피할 수 있기도 합니다.

 

19세기, 무척이나 복잡한 정치사이지요. 또한 강화도 조약 체결까지의 과정과 이후의 변화들은 마음 편히 읽기에는 불편하고 속상하고 아프고 여전히 아주 민감한 부분들도 많은 시기입니다



 개인들끼리의 역사라 하더라도 기억하는 내용이 다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당연하게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혹은 유리한 내용으로 편집하는 것이 지난 일이지요. 간혹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실증적 근거들을 찾아 볼 수 있는 국가 간 역사는 오히려 다행인 점이 많기도 합니다. 여전히 해석의 문제는 쉽지 않습니다만.

 

어차피 ‘진실’이란 누구 한 사람이 발표하듯 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오래 전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살다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정보’들은 말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종합적인 전체 그림으로서의 진실은 ‘드러나는’ 속성인 것 같습니다. To be revealed.

 

다 찾아 읽어 보지 않아 현실에 얼마나 많은 동아시아 역사서들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팩트가 많이 인용되었다는 점과 유쾌하고 통쾌한 촌철살인의 필력으로 쓰인 이 책은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만한 역사서라고 생각합니다.

 

학습용 만화도 아니고 개그가 주도적이라 웃고 넘기는 책도 아니고, 교양서와 수험서의 어디쯤에 위치한, 본격 역사서라고 느껴집니다. 의도적인 왜곡 의지나 사적 믿음이나 창의적 철학을 설파하는 내용도 없어서 - 혹은 저는 발견을 못해서 - 그것 역시 좋습니다.

 

그렇다고 딱딱하고 진지한 것만은 아니라 게임, 만화, 드라마와 연계한 비유들도 친절하게 등장하는데, 저로서는 익숙한 작품들이 아니라 오히려 신기했습니다.

 

! Ominous. 분명 형용사인데 무려 제목처럼 단독으로 표기되어 저자의 의도를 알고 싶어 애를 썼습니다. 어원사전까지 찾아보았지요. 쓸데없는 짓이었습니다. 진정하고 생각해 보면 형용사 단독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유는 없습니다.

 

강화도 조약이 얼마나 Ominous한 것이었는지 그 불길한 느낌은 확실하니까요. 서글프고 분한 역사이지만 제목 덕분에 혼란스럽고 흥미로웠고 결국엔 '불길한' 그 시절이 아팠습니다.



서계 문제와 운요호 사건을 가지고 조선을 압박하던 구로다는-

 

“서계 문제 사과 & 운요호 사건 사과와 책임자 처벌!!”

“친교를 회복하자는 회담에서 그런 시빗거리가 무슨 소용이오이까?!'

“역시 친교를 회복해야죠~ 친교 회복만 된다면야 서계니, 운요호니, 다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죠~”

“이를 위해 저희 측에서 근대식 수호조규 모델을 준비해왔답니다.”

“아니; 지난 250년 전통의 친교를 그대로 회복하면 될 일인데, 어찌 조약 어쩌고 하는 낯선 이야기를.”

“이 외에 다른 친교의 방법은 없습니다.”



................................................................

ominous (adj.)


"conveying an omen, significant," 1580s, from Latin ominosus "full of foreboding," from omen (genitive ominis) "foreboding" (see omen (n.)). Especially (and now exclusively) "of ill omen, giving indication of coming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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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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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추리, 스릴러, 올 해는 로맨스물까지 골고루 마구 읽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들을 마구 읽어도 좋은 책들이란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니지만……. 어렵네요. 어쨌든 굳이 부연하자면 에디터와 마케터들이 정확히 대중 독자를 대상으로 출판한 대중문학작품이란 말씀을 마지막으로....... 이 중언부언을 마무리합니다.

 

숨만 차는 괜히 시작한 변명은 어렵지 않은 멋진 재미난 SF소설을 잘 읽었단 그런 말을 굳이 하려고……. 크흑, 이젠 좀 울고 싶네요. 뭔가 혼자 멍청한 소리를 계속하는 듯.

 

십 년도 더 전에 이미 읽으신 분들도 많으시겠지요. 저는 소문만 듣고 다행히(?)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의적절한 묘사와 표현으로 수정되고 문장들도 다듬어졌다고 하니까요. 이후의 작품들을 먼저 읽고 좋아하게 된 작가의 첫 소설집을 읽는 기분이 또 색다릅니다. 특히 영국에서 출간되어 영어판도 함께 읽을 수 있어 아주아주 색다릅니다. 축하와 응원을 함께 힘껏 해봅니다!



인구 50만을 수용할 수 있는 674층의 초대형 빌딩이자, 도시이자 주권국가인 ‘빈스토크Beanstalk’가 배경입니다. 재크와 콩나무, 란 이상한 번역 제목*의 영국 민담이 떠오르시지요? 거기서 차용했습니다.

 

* 재크와 콩나무: 원제는 Jack and The Beanstalk. 재크와 콩줄기 혹은 콩대, 가 맞지 않을까요.

 

“대화하는 용도로.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데 써요. 돈이나 소송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죠. 그게 매일 수만 통씩 빈스토크를 돌아다녀요. 그러니까 빈스토크는 바벨탑이 될 수 없겠죠. 언어가 갈라지지 않았으니까요.”

 

대담하게 동방박사, 아미타불, 이슬람 율법, 바벨탑이야기 등의 설정들이 비틀리고 변용되어 풍자로도 유머로도 등장합니다. 네,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권력장이란게 원해 그랬다. 중략. 그저 성의를 표하고 얼굴을 한 번 더 알렸을 뿐이지만 언젠가는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뜻밖의 좋은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 섬세하고도 오묘한 함수, 그 함수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정확한 계산보다 눈치와 타이밍이 더 중요했다.”

 

말랑하고 환상적이고 기발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고, 전쟁, 테러, 권력 투쟁, 부패, 관료제, 위계구조, 이민자와 난민, 대중정치의 공포 심리학, 도시의 자본화와 개인화 등, 현실 못지않은 중첩적인 문제들을 다룹니다. SF장르의 특성 상 더욱 또렷하게 강조되는 면도 있습니다.

 

“이번에 그 사업이 다시 문제가 된 것은 수직 운송 업체들과 정치권 사이의 유착 관계 때문이었다. 유착에 관한 결정적인 단서들이 드러나자, 원래 비판을 하게 되어 있는 사람들이 먼저 비판을 시작했다. 그러자 시 정부에서는 비판하는 사람들을 불러다가 먼지를 털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게 아니라 다른 규칙들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다.” (도서릴레이에서 발췌한 문장이 포함된 단락)

 

“일반인 중에는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정보를 통제했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에서 심각한 수준의 허위 정보를 흘린 적도 없었다.”

 

“그중에는, 이번에야말로 빈스토크가 망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포함되어 있었다. 심판을 막을 의인 열 명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질문에 답해야 할 사람들이 질문을 던지는 위치에 몸을 숨기려 하기 때문이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로 한 날. 그렇게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

 

SF작품들이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들로 인해 현실을 부정하거나 포기하고 미래마저 절망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닌가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 사실 SF는 인류에게 가능한 가장 거대한 공동체, 지구공동체를 늘 염두에 두는 작품입니다. 염두에 두는 이유는 우리끼리 찢어져서 죽고 죽이는 거 그만하고 다 같이 잘 살아보자, 는 제안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낯선 환경을 배경으로 우리가 잘 아는, 못할 것도 없는 가치들로 희망의 제언을 들려줍니다. 협동, 연대, 용기, 사랑, 희생, 품위, 존엄, 믿음. 다 읽고 나니 처음 등장했던 이미지와는 무척 다른 타워가 눈앞에 있습니다.

 

씁쓸한 현실이야 금방 어디로 사라지지 않겠지만 갈라치기가 일상인 사회 환경에서 아무도 배척하지 않고 선한 사람들이 함께 올바르게 살아보자, 하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분위기가 저자가 쓴 문장들에 배어 있습니다.

 

“60년을 살면서 지켜봐왔지만, 바벨탑이 아니었거든. 우리끼리 서로 짜거나 한 건 아니었어. 물론 한두 사람은 나처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은 했어. 중략. 예정대로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 손으로 여기를 없앨 수가 있어야지 말이지. 여기 이 동네 말이야. 이 나라 전체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 동네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가상이지만 현실의 나에게 언제나 힘을 주는 어릴 적부터 늘 반가운 SF작품, <타워>는 기대 이상 풍성한 풍자적 상상력들이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어쩐지 즐겁지도 기분이 좋아지지도 안도감이 들지도 않는 무척 이상한 주말 밤과 새벽에 읽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

 

! 작가가 따로 첨부한 개념어 사전을 읽어 보면, 작품에 담은 작가의 개념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어렵지 않고 역시나 풍자적으로 재미있습니다.

 

먼지: 현대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존재의 흔적. 초고층 문명의 사회계약은 누구든 털면 먼지가 나기 때문에 서로 탈지 않는 게 합리적이라는 암묵적 합의 위에 이루어졌음. 그러나 이 사회계약이 법률상 책임까지 면제해 주지는 못함. 예) 그러자 시 정부에서는 비판하는 사람들을 불러다가 먼지를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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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의 시대 - 가족 간 거래와 세금
유찬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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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관한 법제처 자료들을 읽고 있자니……. 🥺😨😱 그냥 일독한 것으로 만족하렵니다. 혹 필요하신 분 있으실까 링크는 남깁니다.

 

https://www.law.go.kr/법령/상속세및증여세법


재벌2세라면 흔히 보이듯 ‘사전승계’를 택해 세금을 한 푼도 안 낼 수도 있겠으나 재벌이 아니라 그럴 수는 없군요. 은퇴/노후/사후준비 계획들 중 하나로 증여 상속에 관해 결국엔 세무사에게 맡기더라도 말이나 알아듣자 싶어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부지런히 의논을 한 것도 아니고 부모님 결정에 이견을 제시할 것도 아니니 어차피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그저 노화에 큰 수술에 여러 생각이 많으신 부모님께서 걱정이 늘어만 가시니, 태평스럽게 살다 뭐가 그리 복잡한 문제인지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자산이 남을지 빚이 남을지 모를 삶이지만, 어쨌든 얼마가 되었든 정리를 해둬야 하는 입장은 동일하기도 하고, 유서 등등의 문서 작성만 말고 필요한 다른 일들도 더 자세히 챙겨 봐야하는 건 맞습니다.


증여 상속에 관한 방법을 조금 읽었을 뿐인데 세금 종류에 더 빨리 익숙해 지내요. 지난 해 친구가 장편소설분량 문서를 반나절 들여다보나 펑펑 울고 싶었다고 하던데 혼자서 무얼 해보려던 결심을 한 것을 존경하게 됩니다. 결국은 세무사를 지정하는 단계로 나아갔지만, 지금 심정으론 이것저것 물어 보고 싶은 막막한 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어렵네요.


뭔가 좀 이상한 것이 우리 가족의 상황은 전혀 안 복잡한대 뭐라도 증여 상속하려면 모든 처리 과정이 무지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탈세를 하시는 분들이 그리 자주 보도되는 현실이 비현실적입니다.

 

사후설계까지 포함해서 대비를 해야하니 노후설계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SF에서처럼 남은 수명을 표시해 주는 일이 나로선 그렇게 나쁜 일일 것 같지가 않은데……. 도무지 언제!일지 짐작을 할 수 없으니 뭐든 미리미리 준비해둬야 한다는 불안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20대부터 유언장을…….🤢

 

또한 기대 수명이 늘어난 것은 기쁜 일이지만 젊은 세대들이 경제적으로 ‘잘 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바람에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생겼다고 봅니다. 이대로라면 부모 별세 후 상속하는 방식으로는 가장 필요할 때 가장 적절할 도움이라 효과가 없을 듯합니다.

 

각자의 사정이 다 다르겠지만 저로선 제 1원칙은 가장 필요할 때 가능한 도움을 주는 것이 여러 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글자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가 사전 증여 부분을 일독했습니다. 얕은 이해로는 일찍 증여될수록 이점들이 있어 보입니다. 자산 가치가 증가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증여 시기가 앞설수록 세금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나 시가가 낮을 테고, 성인 자녀는 매 10년마다 증여액에서 5,000만 원씩 공제, 며느리, 사위는 10년간 1,000만원씩 공제된다고 하네요.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계획하는 상황이라면 자녀 명의로 투자 이익이 바로 전달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후 분란 없이 이별하기 위해서 혹시나 골치 아플 유산 소송이 적어질 듯한 순기능도 가능할 듯합니다.

 

그렇다고 사후상소에 비해 사전증여 절차가 꼭 간단한 것만은 아닙니다. 관련 내용은 다 읽은 것 같은데 아직 세금 적용 기준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대상들도 있네요. 제 독해력 탓이겠지요. 자격증을 따려는 의도가 아니니 그냥 일단 계속 읽어봅니다. 목표는 여전히 세무사 말을 대략 알아듣기 입니다.

 

섣불리 불법, 탈법을 찾지 않고도 공제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절세방법들이 상당히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고, 공제 금액도 적지 않습니다. 상속을 고민할 때의 목적이 오로지 세금을 내지 않은 게 아니라, 누구에게도 부담이나 피해가 가지 않게 합리적으로 대비하는 것에 방점이 찍히면 좋겠습니다.

 

제가 줄곧 증여 상속 얘기만 해서 자손에게 자산을 물려주는 일만 상속문제라고 생각하실지 모르나, 재산처분에는 부양가족에 대한 재산 분배만이 아니라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 유산 집행 방식, 집행할 사람 지정 등의 문제들도 포함됩니다.

 

부모님께서 가능한 자손 모두에게 쪼개서 증여하고 싶어 하셔서 뭔가 엄청 복잡해지려나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결국은 제 문제이기도 하고 실은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겠단 생각이 듭니다. 문득 유학 중에 별세하셔서 임종도 못 지킨 조부께서 아기 때부터 제가 좋아하던 흔들의자를 보관하셨다 특별히 따로 편지에 적어 남겨 주셨던 유언장이 떠오릅니다.

 

< 자, 그럼 중간 점검 >

 

- 한시적 유언장 작성 완료.

- 한시적 이별인사편지 작성 완료

- 장기기증서약 작성 완료.

- 사후연명치료의향서 작성 완료

-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을지 한시적 결정 완료

- 일단 계속 살아본다, 결심 완료

- 재산이전계획준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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