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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장군과 고구마 병정 ㅣ 책 먹는 고래 19
장명숙 지음, 권유정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3월
평점 :
가족들이 고래책빵의 동화들을 좋아합니다. 그동안 만난 동시들도 참 좋았습니다.
장명숙 저자는 처음 만나는 분이신데, 고용노동부에서 일하시며 동화도 쓰시고 천연비누도 만드신다 합니다. 엄청난 능력자이시거나 하루가 48시간이신가 부러워집니다.
권유정님은 이전 동시집 <햄버거를 닮은 하루>에서 만났습니다. 잔업도 야근도 밤샘도 드물지 않다는 NGO 환경단체에 근무하시며 그림을 그리시는 일도 하시니, 역시 부럽고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농산물 동화’란 장르는 처음인 듯합니다. 목차를 보니 고구마, 김치, 콩, 호박은 잘 알지만, 싸리나무 채반에서 잠시 갸우뚱했습니다. 예전에 조부모님 본가에서 사용하시던 게 대나무인지 싸리나무인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서 뭘까 뒤늦게 궁금합니다. 만드는 걸 본 적도 직접 사본 적도 없네요.
싸리나무를 검색해보니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 낙엽활엽수라고 하는데, 외떡잎식물 벼목 벼과 대나무와는 수종이 완전히 달라서 둘 다 채반 재료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나저나 식물에 관해 너무 무지하다보니 나무가 콩과와 벼과로 구분되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역시 농촌을 사랑하시고 농어촌 문학상을 수상하시는 동화 작가님의 작품을 읽다보니 이런 배움도 가능하군요.
코로나 감염도 무서운 일이지만, 배달, 포장, 마스크로 인한 쓰레기가 엄청나게 늘고 있어 저는 솔직히 그 점도 무척이나 무섭습니다. 병은 나았는데 쓰레기로 죽을 수도 있는! 그런 미래도 간혹 떠오릅니다. 이제 이상기후는 이상하지도 않지요. 내일도 4월 한파가 닥친다고 하고 제 친구는 오늘도 정리보관 중인 겨울외투가 아쉬웠다고 하네요.
2018년까지 조사결과이니 분명 (엄청)더 늘어났겠지요.
저자가 이 책에서 관심을 두는 것은 식량 위기라는 문제입니다. 기후위기와 동반하거나 결과로 초래될 일이니까요. 한국은 식량자립도가 얼마나 될까요. 식량안보, 식량주권이란 용어들은 들어 보셨나요? 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아우르면서 우리 몸이 건강해지고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우리농산물을 건강하게 키워서 맛있게 잘 먹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WFP가 공개한 ‘2019 식량 위기 현황 지도’(Hunger Map 2019), WFP 한국사무소는
“전 세계적으로 8억 2100만 명이 식량부족을 겪고 있으며,
취약계층의 식량 상황이 코로나19로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병정이란 단어가 나와서 군사주의문화가 반갑지 않은 저로서는 우선 실망이었는데, ‘총구를 겨눈다’거나 ‘총알을 날린다’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총은 고구마 줄기이고 총알은 물방울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막 좋지는 않습니다. ‘건우’가 남자아이라서 병정놀이를 씩씩하게 하는 것도 반가운 장면은 아닙니다. 그래도 전하시려는 주제에서 너무 멀리 가지 않고 집중하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고구마를 먹으면 정말 방귀가 많이 나오나요?
전 달달한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감자파라 기억이…….😅
고구마 좋아하시고 많이 드시는 분들의 답변을 기대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김치만세]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대왕피자의 마법에 걸려 엄마가 바위가 되다니요. 얼굴은 엄마이고 머리띠를 하고 있어서 더 무서웠습니다. 윤재는 김치를 맛있게 담아야 하는데 갑자기 할 수 있을까요?
[콩 나라 이야기]에는 바구미가 등장합니다. 기억나세요? 가만 쌀벌레라는 건 기억나는데 어릴 적 햇볕 좋을 때 쌀 말리던 기억은 나는데 좀 더 커서는 정확히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더 낯설겠지요. 검색해보니 딱정벌레목이라고 합니다. 딱정벌레가 어쩌다 인간에게 해충 취급을...... 어쩌면 쌀, 보리, 밀, 옥수수, 콩 등을 인간보다 더 오래 전부터 주식으로 삼았을 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제가 무척 산만하게 읽는 듯하지만, 저자께서 전하시는 바는 잘 이해했습니다. 잡곡도 좋아하고 김치도 좋아하니, 이제 고구마와 호박만 거부하지 말고 한번 용감하게 섭식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 농산물 중에 먹어 버릇하지 않는 종류가 아주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사실 과일들도 당도가 너무 높아서 별로 즐기질 않거든요. 어떤 과일은 맛보는 것만으로 급성 당뇨가 올 듯 한 기분이 듭니다.
자, 다시 산만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정리! 포기하고 싶을 만큼 버겁고 힘들지 않다면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가끔 점검도 해보고 면역력을 위한 편식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건강식을 먹는 습관을 키워보고, 쉽지 않은 건강한 방식으로 농산물을 키워내는 분들에게 힘이 되는 소비를 한번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작년에도 코로나로 판로가 막힌 농산물을 수많은 분들이 주문해주셔서 오히려 구매하기가 일이 힘들었던 일이 있었지요. 그런 기억을 떠올리니 제가 하는 말이 다 괜한 말 같습니다. 이미 잘 해오고 있었는데!
그럼, 다들 맛있고 기운 나는 식사 잘 챙겨 드시고 즐겁고 기쁘게 쓰레기를 줄여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