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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일간, 아이들과 함께한 세계여행 다이어리
조성욱.박지혜 지음, 조예은 외 그림 / 지식과감성# / 2021년 3월
평점 :
어제였던가...... 뭔가를 읽다가 2020년에 태어난 이들은 평생 해외여행을 못해볼 수도 있다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처럼 들리지 않아 기분이 암담했습니다.
작년에도 여행기들을 보면 막 읽고 싶은 기분이 들었는데 올 해도 그렇긴 하지만 조금 더 마음이 무겁습니다. 마침 코로나 판데믹 직전에 오랜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의 이야기는 지금으로선 제일 부러운 내용입니다.
유럽 여행 경로
이 책은 특히나 아이들과 다 함께 321일간이나 세계 곳곳을 여행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기간이 긴 만큼 준비하는 과정도 내용도 철저하고 세심합니다. 아이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시니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해 보셨겠지요.
이동만으로도 지칠 터인데, 일기 형식으로 매일 매일 경험한 것들을 빼곡하게 적으신 점이 무척 놀랍고 멋져 보입니다. 여행이 행복하셔서 인지 글도 편안하고 덕분에 읽는 저도 기분이 편안했습니다.
“세계 여행을 떠나자!”라고 결정한 게 2016년 여름쯤이었다.
“그냥 내년 초에 떠나자!”(신의 한 수. 처음 계획대로 진행했다면 떠나지 못했을 것.)
“우리는 육아휴직을 냈다. 그 당시에는 법적으로 한 자녀에 대하여 한 명의 부모만 육아휴직을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아빠는 예은이로, 엄마는 예린이로 각자 다로 육아휴직을 냈다.”
“여행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지만 가슴 한편에는 우리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
지금으로선 열심히 상상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지만, 합리적은 경비로 온 가족이 함께 긴 여행을 즐겁게 하기 위한 아주 좋은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물론 여행지가 다르면 추가적인 정보들이 더 필요하겠지요.
“경로를 결정지으면서 가장 먼저 고려했던 사항은 날씨와 안전이었다.”
“여행을 마쳤으니 하는 말이지만 계획은 놀라웠다. 아빠가 계획을 잘 세우기도 했지만 더 놀라운 것은 여행 중에 엄마는 그 계획을 거의 참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디로 갈지 헤매거나 권태기에 빠지게 된다면 계획서가 탈출구가 될 것.”
저는 사실 장거리 비행 여행이 지구환경에 부담이 된다는 생각에 이미 너무 많이 다닌 여행은 자제하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비행은 하지 않겠다고 여러 해 전에 결심을 한 바가 있습니다. 그래도 꼭 한 번은 다시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기한 없이 헤어져 다시 못 만날 줄을 몰라 못 다한 마음과 말들이 있습니다.
다들 안전하고 마음 편한 해외여행이 가능하게 되면 어디를 제일 먼저 가보고 싶으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리운 사람, 추억, 장소가 있는 곳, 혹은 오래 그리던 곳들이겠지요.
이 책의 여행가들은 유럽 곳곳은 물론이고, 미국과 뉴질랜드까지 정말 다양한 국가들을 방문했습니다. 그리운 곳들과 더불어 제가 가본 적 없는 장소들도 있으니 아주 충실한 간접 여행을 즐기게 세상을 활짝 펼쳐주는 느낌입니다.
500쪽이 넘는 분량 역시 반갑고 만족스런 부분입니다. 현실의 321일 만큼은 아니지만 사진들과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독서로서 충만한 기분이 듭니다. 무척 사랑스럽고 즐거운 가족들의 추억이 가득합니다. 사진들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도 합니다.
지금은 아는 이들과도 잔뜩 모일 수 없는 스산한 시절이지만, 역시 여행의 가장 신비롭고 감동적인 일부는 모르고 살던 참 좋은 이들을 만나 친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많이 만나고 많이 보고 많이 웃고 많이 생각하고, 그리고 이 가족처럼 매일 적고!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친하게 지냈던 미국 여자아이가 또 놀러 왔다. 함께 아침을 먹고 공놀이를 했다. 이쯤에서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 아이의 부모님은 도대체 어디에?’”
만약 평생 여행이 제한된 상태로 살아야 하는 시절이 길어진다면, 그 시절을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과 감성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것과 아예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까요. 가상/증강 현실이 서툰 진짜 현실 경험보다 더 생생하고 유익한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요?
끝없이 별별 곳들로 생각이 손을 뻗습니다. 여행이 그리워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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