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상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 아픈 마음을 다독이는 동화테라피
하정희 지음 / 밥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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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돌봄을 전담하는 이가 늘 여성이라는 것에는 문제 제기도 고민도 저항과 거부도 거세다. 이렇게 복잡한 문제가 된 이유는 하고 싶은 사람들을 하라고 지원하고 독려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의무나 역할로 부가하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눈치도 촉도 없고 의사소통의 가장 편하고 분명한 방식은 언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는 장기간의 훈련이 필요한 감수성과 공감 능력, 배려와 돌봄의 역할은 전담할 엄두가 안 난다. 살림, 육아, 요리는 생득적 능력이 아니라 다른 학습의 결과와 똑같이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일이다. 직업과 역할에 성별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타인의 처지에 잘 공감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이들은 여성의 비율이 더 높을 것이다. 그리고 고래로 경제적인 책임만이 아니라 가족의 심신을 돌보며 실질적 가장의 역할을 한 여성들의 능력은 유구한 세월 이어져왔다.

 

그러니 이 작품 속에서 14가지의 고민을 들어주고 비법을 활용해서 치유를 돕는 역할을 ‘행복한 할머니’가 맡은 것이 어색함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아픔과 사연은 특이하지 않은 일상적인 것들이고 저자는 각 사연을 동화로 만들었다.

 

동화라는 형식은 사연의 담지자로부터의 안전거리도 확보하고 독자들의 심리적 부담도 덜어낸다. 아플 때는 현실이 서늘하고 세상의 색이 바래보이기도 하는데 동화적 상상력이 고민의 본질을 흐리기 보다는 사연에 색채와 온기를 더하는 듯하다.

 

죽을 것 같아서 비로소 상담이나 치료를 받으러 나서는 게 현실이지만, 이 책은 참고 참다 견딜 수 없어지는 시간의 끝 말고 그냥 ‘힘들면’ 상담을 신청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현실 상담센터 센터장이자 상담심리 전문가로서 오랜 경험과 관심이 반영된 자연스럽게 말 거는 방식의 글이다. 공감할 사연들을 찾아 순서에 관계없이 읽으셔도 좋겠다.

 

- 부모화 Parentification : 부모와 자녀의 역할이 뒤바뀌는 경우. 성인이 된 자녀의 여러 가지 심리적 어려움

 

- 완벽주의 : 자신의 내적 기준에 따라 더 잘하고 최선을 다하려는 동기가 발동되는 적응적인 결과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타인의 비난이 두려워 애쓰는 완벽주의로, 우울증, 불안, 꾸물거림, 대인관계 문제 등의 부적응 적인 결과가 있다.

 

- 고민해서 일이 해결되는 경우보다 일을 시작하면 고민이 오히려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 사회적 민감성Reward Dependence : 사회적 신호와 타인의 감정에 대한 민감성을 알아차리는 것.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대체로 감수성이 높고 정서적 개방을 잘하며, 사람들과 친밀감을 잘 형성하는 특성이 있다.

 

- 신경성 폭식증의 가능성이 높은 급식 및 섭식장애Feeding and Eating Disorders

 

- 좋은 관계란 그저, ‘적당히, 충분히 좋은’ 관계면 족한 것.

 

- 폭식은 자기 자신을 처벌하는 오랜 습관.

 

- 슬픔과 상처 받은 감정은 ‘느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고 수용해주어야 하는 소중한 감정. “화가 날만 했구나, 그럴만했다.”

 

- 외상trauma : 평소에는 잘 경험하지 않는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에 위협을 주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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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법안
김이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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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스럴러 소설이고 저자는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행정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창작의 세계에 현실이 얼마나 반영되었을지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긴다. 안 그런 줄 알았는데 엿보는 것에 대한 흥미가 아예 없지는 않은 건가 잠시 얼굴이 뜨거워졌다. 짐작과 음모론 대신 작품 속 디테일에 있어서는 특별히 더 촘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현실 정치가 어렵고 답답하고 힘든 것은 무슨 일이건 술술 풀리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무척 애써 만든 법안과 정책은 최종 단계까지 가면 발의한 사람도 알아볼 수 없는 누더기가 되는 일도 흔하다. 나와 뜻이 다른 사람을 모두 죽여 버리지 않고 협의하는 제도가 현대의 민주주의이다. 그러니 누더기라도 최대한 뜻을 살려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절차로서의 민주주의를 택한 공화정 국가에서 삼권분립은 형식적이나마 구분되어 있어야 하고, 모든 분야가 가장 중요하지만, 입법 분야, 국회, 국회의원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민주주의의 모든 핵심 가치를 담은 직업이다.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권리를 위임하고 제정되는 순간 이전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사회를 만들 수도 있는 입법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가족, 친지, 동창, 고향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일이 국회의원의 업무가 아니다. 법이 없는 일은 할 수 없고 법에 어긋나는 일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대전제이다.

 

그러니 이 작품에서 해외 시찰을 간 국회의원이 피습으로 사망하는 것은 국가 전체에 대한 국민에 대한 테러에 다름 아니다. 또 다른 의원은 귀국 후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자연사나 자살이 아니라면 죽음으로 도모할 이익이 있는 배후가 있는 것이고, 이를 밝히는 격렬한 과정이 작품의 본류이다.

 

특이하고 재밌는 것은 비서관, 보좌관이 아니라 국제협력관으로 수행했던 인물이 추적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국정원, 청와대... 이런 대표적인 정부 기관이 등장하고 그 안에 여러 욕망으로 도사린 인물들이 드러난다.

 

권력에 맞서는 위협은 몹시 거세고 권력이 개입된 음모는 추하다. 어떻게 사람에게서 이렇게 끝 모를 욕심들이 들끓는지, 자가 복제하듯 강인한 생명력을 갖춘 거짓말은 왜 이토록 강력한 동인인지, 살인은 뭐 이렇게 쉬운지.

 

꼭 이루고 싶은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자는 목표가 있어서 갖가지 스트레스를 견디고 하얀 거짓말로 의례를 챙기며 일하는 국회의원들도 많을 것이다. 열정에 비례하는 고단함에 염려가 되기도 하는 열심히 일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이 작품 속 동력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거짓말을 위해 수백개의 거짓을 더하기를 망설이지 않는 모습이다. 입맛이 쓰디쓰다.

 

정치권만 이렇고 다른 사회 분야의 사람들은 모두 무고하고 피해자라는 건 아니지만, 권력이 집중되는 곳에 가장 강렬한 욕망이 번식하는 것은 사실이다. 몰입도도 크고 충격도 강한 현대전쟁의 풍경이다. 이런 세상을 사는 일은 고역이다. 현실의 대선은 매일 품격을 더해가길, 미래에 대한 희망과 대비를 갖춰가길.

 

“저들은 선거를 전쟁으로 생각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데, 우린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어. 전쟁에 룰이 어디 있어, 이기면 장땡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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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루크 아담 호커 지음, 김지연 옮김 / 반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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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 중 90% 정도는 그 작품이 날카롭게 긁어서 그려진 것이기 때문이다. 뜬금없지만 나는 펜의 뾰족한 물성과 느낌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손글씨를 잘 쓰지도 자주 쓰지도 않으면서...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자꾸 만년필 욕심을 낸다.

 

여러 해 전 깊은 반성과 더불어 만년필들을 친구들에게 고루 선물하고 이런 욕심과 헤어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눈에 띄는 테이블 위 만년필 네 자루... 그 중 3개는 사용해 본 적도 없다. 이 병리적 애착을 어떻게 끊을까.

 

그러니 펜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을 창작하는 저자의 작품은 펼치자마자 홀렸다. 심장이... 가는 펜 끝이 깊이 닿아 만든 이 느낌은 어떤 이야기라도 평범에서 불러내어 신비롭고 지극히 섬세하게 만든다.

 

다행히(?) 나처럼 느끼는 사람들임 많아서 즐거운 평범의 세계에 속한 기분이 좋다. 수많은 팬들의 성화로(?) 펜화 작품들만이 아닌 단행본이 출간되니 기쁘다. 눈 밝은 편집자님 덕분인지 한국팬들도 많은지 한국에서도 출간되어 더 기쁘고 놀랐다.

 

감상에 선입견과 편애가 너무 심해서 한 권의 ‘책’이라기보다는 53개의 펜화 작품들로만 보인다. 얼른 이 단계를 지나 이 책은 도록이 아니라 이야기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고 잘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구나 맨 몸으로 소나기 정도는 맞아 보고 사는 게 삶이라지만, 내가 볼 수 있는 온 세상을 뒤덮는 검은 그림자와 함께 오는 폭풍우를 만나면,

 

- 나는 어떤 태도와 반응을 보일까.

- 누구를 무엇을 가장 애타게 지키고 싶을까.

- 누구와 단절된 것이 가장 아플까.

- 폭풍우 이후로 세상이 완전히 바뀐다면 어떻게 힘을 내어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 이미 폭풍우 속에 갇혔는데 현실 말로 내 방 안에서만 안심하며 외면하는 건 아닐까?

- 내게 정확히 상상하고 가능한 미래를 꿈 꿀 능력은 아직 있는 걸까?

- 누구와 함께 해야 가장 힘이 날까?

- 무엇을 함께 해야 다시 힘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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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3호 : 도망치는 숲 - 2021.겨울호
재단법인 여해와함께 편집부 지음 / 여해와함께(잡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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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방송프로그램을 챙겨 보는 편이 아니라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여러 해 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에서 놀라운 한국어 사용과 더 놀라운 깊은 사유의 내용을 들려주던 모습이 기억난다.

 

2020년에 환경 관련 책을 출간해서 읽어 보았는데, 무척 담담하고 현실적인 출발선과 제안들이 편안하고 반가웠다. 급작스러운 계기로 달궈진 것이 아니라 오랜 일상인 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면면을 살펴보면 중도 우파쯤으로 이해될 정치적 활동을 하는 정당이 ‘좌파’라고 불리는 현실이니, 아주 상식적인 제안이 급진적으로 들리는 것도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이 인터뷰는 책으로 들은 그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것처럼 비슷한 결의 느낌이다. 꾸준히 포기하지도 절망하지도 않는 이들의 이야기는 늘 반갑고 감사하다.





“내 꿈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다.”

 

“저는 일을 할 때 어떤 기준선이 있는 게 더 행복한 것 같아요. (...) 기후와 환경 문제 이슈를 떠나서도, 그냥 하나의 개인으로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어느 정도 의미 있으면 좋겠는데, 그걸 지키려면 돈 말고도 어떤 평가기준이 필요해요.”

 

“띠지를 생략하고 속지부터 표지까지 책 전체를 FSC인증(책임 있게 관리되는 산림 자원에 대한 인증제도) 받은 종이와 콩기름으로만 인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원칙을 계약 시 반영하실지 알려주세요.”

 

“부담은 별로 못 느껴요. 기준선은 저를 위해서 만든 거니까요. 억지로 지킨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거든요. 다른 사람이 그 기준선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시작한 거예요.”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할 필요가 있어요. 목표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나마 목표가 있기에 거기에 접근해나갈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임팩트(환경에 끼치는 영향)가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인 집에 살고 싶어요.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집에서 살고 싶은 건데, 아직은 완전히 꿈인 것 같아요. 언젠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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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 인도 우화집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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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영향력을 미치고 많은 이들이 닮았으면 하고 바라는 일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인도의 인구수로만 생각하면 채식인구가 많은 것이 반가운 일이나 그 숫자가 무색하리만큼 축산 산업의 폐해를 엄청나다.

 

배출되는 메탄, 탄소량은 늘어가고, 사료 재배를 위한 토양과 숲의 파괴도 막을 길이 없고, 기아로 사망하는 인구는 버려지는 식재료를 만나볼 수 없다. 생물다양성은 이미 망했다 싶은 수치이다. 인간과 축산동물을 제외한 야생동물은 3% 내외이다.

 

이런 숫자들을 차치하고도 식재료가 되기 위해 태어나고 학대당하고 갇혀 살다 죽임을 당하는 동물들을 그냥 둬도 되는 걸까. 가격만 저렴하면 기쁘게 잔뜩 먹고 살아도 되는 걸까.

 

아무리 바라도 먹방은 줄지 않는다. 구독자수가 일정 정도만 되면 퇴직하고 전업으로 한다는데, 그만큼 자본이 모여드는 곳이라면 돈벌이로서의 먹방은 더욱 진화할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귀가 사라질 듯 추운 날 반갑게 우화 속에 잠시 머문다.




네미 쿠마르는 수많은 동물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닭과 염소를 비롯한 동물들이 길가의 커다란 우리에 갇혀 몸부림치고 있었다. (...)

 

코끼리 조련사는 결혼식에 참석한 대규모 하객들의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그 동물들을 잡아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 모든 동물이 정말로 나의 결혼식 대문에 죽임을 당한다는 말인가?” (...)

 

자신의 행복한 결혼식을 위해 신성한 생명들이 이유를 모른 채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역겨움을 느꼈다.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누구도 그 사실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모두가 즐겁게 웃고 떠들었다. (...)

 

‘생명을 죽이는 일에 이토록 무관심하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전쟁을 일으키고, 병자와 노인들을 내다 버리고, 온갖 잔인한 행위들을 하는 것이 아닐까? 모든 존재 안에 신성한 자아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해 우리 자신도 파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다른 생명체에게 슬픔이나 불행을 안겨 줘도 되는 권리가 우리에게 있기는 한 걸까?’ (...)

 

네미 쿠마르는 오랜 명상과 금욕 생활 끝에 자이나교의 22대 티르탕가르(자이나교에서 영적 깨달음에 도달한 성자)가 되었으며, 그의 비폭력과 불살생 가르침으로 인해 인도 대륙에 채식주의가 퍼지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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