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안
김이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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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스럴러 소설이고 저자는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행정실장으로 일하고 있다창작의 세계에 현실이 얼마나 반영되었을지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긴다안 그런 줄 알았는데 엿보는 것에 대한 흥미가 아예 없지는 않은 건가 잠시 얼굴이 뜨거워졌다짐작과 음모론 대신 작품 속 디테일에 있어서는 특별히 더 촘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현실 정치가 어렵고 답답하고 힘든 것은 무슨 일이건 술술 풀리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무척 애써 만든 법안과 정책은 최종 단계까지 가면 발의한 사람도 알아볼 수 없는 누더기가 되는 일도 흔하다나와 뜻이 다른 사람을 모두 죽여 버리지 않고 협의하는 제도가 현대의 민주주의이다그러니 누더기라도 최대한 뜻을 살려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절차로서의 민주주의를 택한 공화정 국가에서 삼권분립은 형식적이나마 구분되어 있어야 하고모든 분야가 가장 중요하지만입법 분야국회국회의원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민주주의의 모든 핵심 가치를 담은 직업이다.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권리를 위임하고 제정되는 순간 이전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사회를 만들 수도 있는 입법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가족친지동창고향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일이 국회의원의 업무가 아니다법이 없는 일은 할 수 없고 법에 어긋나는 일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대전제이다.

 

그러니 이 작품에서 해외 시찰을 간 국회의원이 피습으로 사망하는 것은 국가 전체에 대한 국민에 대한 테러에 다름 아니다또 다른 의원은 귀국 후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자연사나 자살이 아니라면 죽음으로 도모할 이익이 있는 배후가 있는 것이고이를 밝히는 격렬한 과정이 작품의 본류이다.

 

특이하고 재밌는 것은 비서관보좌관이 아니라 국제협력관으로 수행했던 인물이 추적을 담당한다는 점이다당연히(?) 국정원청와대... 이런 대표적인 정부 기관이 등장하고 그 안에 여러 욕망으로 도사린 인물들이 드러난다.

 

권력에 맞서는 위협은 몹시 거세고 권력이 개입된 음모는 추하다어떻게 사람에게서 이렇게 끝 모를 욕심들이 들끓는지자가 복제하듯 강인한 생명력을 갖춘 거짓말은 왜 이토록 강력한 동인인지살인은 뭐 이렇게 쉬운지.

 

꼭 이루고 싶은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자는 목표가 있어서 갖가지 스트레스를 견디고 하얀 거짓말로 의례를 챙기며 일하는 국회의원들도 많을 것이다열정에 비례하는 고단함에 염려가 되기도 하는 열심히 일하는 이들도 많다그런데 이 작품 속 동력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거짓말을 위해 수백개의 거짓을 더하기를 망설이지 않는 모습이다입맛이 쓰디쓰다.

 

정치권만 이렇고 다른 사회 분야의 사람들은 모두 무고하고 피해자라는 건 아니지만권력이 집중되는 곳에 가장 강렬한 욕망이 번식하는 것은 사실이다몰입도도 크고 충격도 강한 현대전쟁의 풍경이다이런 세상을 사는 일은 고역이다현실의 대선은 매일 품격을 더해가길미래에 대한 희망과 대비를 갖춰가길.

 

저들은 선거를 전쟁으로 생각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데우린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어전쟁에 룰이 어디 있어이기면 장땡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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