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10주년 기념 에디션) - 경지에 오른 사람들, 그들이 사는 법
한근태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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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우승을 경험한 선수 누구라도 우승하지 못한 팀의 에이스보다 낫다는 스카우터의 글을 읽었다. 경험을 해봐야 어떻게 하면 우승하는 지를 정확히 안다. 한 분야에서 고수가 된 분들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고 배울 점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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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질문법 - 최고들은 무엇을 묻는가
한근태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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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와 방향성과 바라던 결과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은 시작하는 질문에 있다. 질문이 겉돌거나 통찰력이 없거나 핵심에 다가가지 못하면, 대답은 듣지 않아도 뻔한 일. 그렇게 중요한 질문을 생각해내는 방법과 훈련을 배우게 될 유익한 가이드북일 거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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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맛
그레이스 M. 조 지음, 주해연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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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조의 에세이지만 주인공은 ‘군자’씨 다. 해방이 되고 일본군이 사라진 한반도는 곧 전쟁으로 불바다와 폐허가 되고, 반으로 잘리고, 남쪽엔 미군이 상주하게 되었다. 집성촌에서 일해서 아이 둘을 먹여 살린 여성이다.

 

군자(1941~2008): 한국인. 여성. 생존자. 디아스포라. 유령.


 


식민지에 태어나 전쟁에서 살아남고 독재를 겪고 온갖 다사다난을 겪은 조부모님들 얘기를 통해서만 참상을 전해들은 나는 폐부를 찌르는 몸의 감각도, 이산의 슬픔도, 상실의 아픔도 없이 운 좋게 살아왔다.

 

지구가 가열되는 것이 가장 두렵지만, 2022년 봄, 과거의 유물 같던 먼 곳의 전쟁 소식에 뇌진탕인 듯 멍하고 어지러웠다. 무지성과 폭력의 최정점에 자리한 윽박지르는 힘의 논리인 전쟁은 과거기록 속으로 사라진 게 아니었다.

 

대단한 이유도 대의 같은 것도 없다. 모든 전쟁은 최악이고 추악할 뿐이다. 이 책에 담긴 것은 전쟁의 참상이 아니라, 생명을 건 생존기이자 신성한 힘이 있다면 이럴까 싶게 가족을 꽉 붙들고 유지해온 분투기이다.

 

용감하고 대단했던 ‘군자’씨는 조현병에 걸리고 만다. 저자는 병을 계기로 어머니의 삶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한국 사회는 체면이라는 겉치레가 대단히 중요했는지, 여기저기서 이중적인 잣대를 휘둘렀다. 제일 크게 떠들고 선동한 이들이 가장 많은 이익을 챙겼을 것을 생각하니 역겹기 그지없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 뇌에 문신을 새기듯 확인한 것은, 전시에 여성(과 아이들)을 얼마나 함부로 이용하고 버리는가이다. 전쟁 영웅처럼 애국심을 가스라이팅해서 참전하게 하고, 물리적, 심리적 성적(性的) 고통을 가한다. 후방에서는 젊은 여성들을 끌어들여 성매매 ‘사업’을 벌인다. 일본과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기획, 추진, 장려되었다.

 

놀랍게도 전쟁과 성매매 양상은 범국가적이고 공통적이고 유사하다. ‘군자’의 경험과 삶은 범세계적이다. 뚝뚝 떨어지고 주르륵 흐르는 눈물에 체력이 한 움큼씩 쓸려간다. 독자와 저자와의 거리가 가깝고 복잡하고 뜨거운 에세이를, 체력도 기력도 부족해서 한동안 안 읽었구나 싶다.


 

부모의 양육 노동이 있어서 내가 성장한 것은 맞지만, 내 어머니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분은 아니셨다. 그래서 죄책감 없이 가볍고 그 점이 감사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군자’씨가 어떤 심정으로 나이와 무관하게 있는 힘껏 책임을 다하며 살아왔는지를 영 모르는 건 아니다(라고 믿는다).

 

내 글은 내 말보다 직설적이고 과격하다. 나는 대면한 상대에게 뾰족한 말을 내뱉지 않으려고 늘 힘껏 조심한다. 어떤 삶을 사셨고, 어떤 심정으로 지금 나와 만난 것인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모르고도 분투가 이어지는 삶의 고단함을 서로 짐작하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주장을 힘차게 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지만, 상대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기 전에, 그 외의 모든 다른 것을 이유로 모욕하고 비난하고 공격하는 일은 무조건 잘못이다. 비겁한 일이다. 더구나 상대가 나보다 약해 보여서, 만만해서, 내게 잘 해주는 다정한 이라서,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장 놀랍고 감동적인 것은 ‘군자’씨가 살아남았다는 것, 좀 더 당차게 살 생각은 못하고 다 산 듯 구는 내 태도를 조금은 반성할 정도였다. 생명은 참 빛나는 것이다. 감동적이다. 용기란 기적과도 같다. 그러니 나 자신만 마고 주위를 둘러보기를 더 간절히 바란다. 가장 취약한 존재였지만 살아남은 영웅들, 그 세월이 너무 고단해서 병들고 아픈 이들을.



 

“그 단어가 더 이상 수치스러운 말이 아니었으면 해요. 그 여자, 나한테는 영웅이니까. (...) 나는 엄마가 조금도 부끄럽지 않아요.”

 

에세이라서 분량에 겁먹지 않아도 좋을 책이다. 다만 나는 펑펑 울며 정신을 놓았다가 엉엉 울며 정신을 추슬렀으니, 마음의 준비 혹은 체력 대비를 하시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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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7-31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드디어 이 책을 다 읽고, 마음은 벅찬데 어떻게 기록을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알라딘을 뒤지다가 poiesis님의 감동적인 리뷰를 읽고 갑니다. 저는 사실, 호기심, 다음 장에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호기심이 커서 울 틈도 없었나봐요. 펑펑 우시며 읽으셨으니 더 오래 남으실 듯 합니다.

poiesis 2023-08-02 14:11   좋아요 1 | URL
7월에 전해주신 소식을 이제 읽었습니다. 제가 나이가 많아서 눈물이 많습니다. 근래에 더 그러하니 아마 책을 이렇게 불순하게 소비하며 일상을 견디는 버릇이 들었나 봅니다. 벅찬 마음으로 올려 주실 글 고대하겠습니다. 모쪼록 폭염에 무탈 강건하시기를 바랍니다. ^^
 
바다, 소녀 혹은 키스 ㅣ 사계절 1318 문고 109
최상희 지음 / 사계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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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체액은 바닷물과 비슷하다. 지구 생명체의 고향은 바다다. 이런 것들을 전혀 모를 나이에도 바다를 좋아했다. 사진 찍다 파도가 들이쳐서 4살 꼬맹이가 엄마 손 잡은 채로 바닷물에 잠겼는데, 바닷물이 빠지고 나니 여전히 웃으며 서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기억은 못하지만, 바닷물에 둥둥 떠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늘 좋았다.

 

바다, 소녀, 소년, 키스 다 설렌다. 그리고 펼쳐본 책에는 다사다난하고 예측할 수 없었던 대비할 수 없었던 일들로 고통 받는 이들이 가득하다. 속았다. 기사라면 내용이 별로 없을 비극들을 생각해보고 돌아보고 살펴보라고 생생하게 재현하듯 창작하였다. 슬프고 아프다. 현실 다반사일 듯해 삶이 서글프다.

 

비극으로 인해 상처 받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라서, 깊은 상처를 받은 어른이 양육과 보호를 못하게 될까 마음을 더 졸이며 읽었다. 없었던 일이 될 수 없는 상처를 덮어두지 말고 표현을 해야 낫기 시작하는데 그 계기가 간절했다.

 

상대적으로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한국 아이들이 현실에 없는 귀신과 괴물을 상상하며 무서워하는 반면, 인도네시아의 아이들은 구체적인 재해 상황을 가장 무서운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대비도 기억이 났다.

 

“매일 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천재지변과 전쟁과 핵폭발, 외계인의 침공이 아니라 깊은 한숨 소리와 소리 죽인 슬픔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만큼이나 견디기 힘든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조금씩 무너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겁쟁이인 나는 천재지변, 전쟁, 핵폭발, 기후위기도 무섭고, 가족 모두가 귀가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까봐 매일이 무섭다. 고령의 부모님이 매일 조금씩 약해지며 사라져 가시는 듯해서 두렵다.

 

단편 하나를 새롭게 만날 때마다 놀랍도록 빠르게 바로 이미지가 떠오르는 세계와 인물이 멋지다. 모두 어딘가 살고 있는 현실 인물들처럼 구체적이다. 각자의 사연에 지는 이도 없다. 청소년들의 생명력이 눈부시다. 그들의 사랑은 또 어찌나 간절한 지. 한 번의 비극으로 생명은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듯!



 

내 기억이 아님에도, 여러 장소들이 그리워졌다. 아득할 만큼 아름다운 문장들이 파도처럼 공중으로 비산한다. 부디 더 많은 분들이 경험과 느낌과 생각을 기록하시기를. 그래야 소중한 것들을 잊지 않고 잃지 않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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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오디세이아 - 광인의 복화술과 텍스트의 오르가슴
안치용 지음 / 르몽드코리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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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에서 출간했기 때문일까, 약간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맛있는 만찬을 즐기듯 읽은 책이다. 시공간에 아랑곳 하지 않고, 맛있는 식재료들을 모두 구해서 풍미를 가장 잘 살리는 질문 방식으로 조리한 코스요리 같다.

 

일독 후 남은 감정/감상과 더불어 제목을 보니 부제가 잘 이해된다. 저자가 선택한 16개 주제와 내용에, 내가 문자를 통해 배우고 토론한 많은 시간이 함께 흘러간다. 당시에는 부족하거나 과열되었던 사유가 제 분량과 적정 온도를 찾아 한 차례 정리되는 기분도 아주 좋았다.

 

이 책을 계기로 가장 관심이 가는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나는 요즘 영아 유기/살해자로 체포되는 여성들/친모 기사를 볼 때마다 화가 치솟는다.


 

맡겨도 유기해도 수사를 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미혼모에 대한 인식은 물론, 지원도 없고, 와중에 상담도 안 받으면 불법이라 유죄다. 베이비박스에 두고 가면, 의지가 없어서 책임을 방기했다고 처벌받는다.


 

양육은 고사하고, 양육비 책임도 안 지는 정자 제공자들은 모든 처벌에서 자유롭다. 찾지 않으니까. 이럴 거면, 2차 성징 끝난 모든 남성의 유전자를 등록해 놓고 아이가 유기되거나 맡겨지면 법적 책임도 묻고 처벌도 하면 될 일이다.


 

결국 국가가 모르게 아이를 죽인다. 살해범으로 체포되는 건 맡길 수도 버릴 수도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던 여성이다.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의 관점을 따르면, 유성 생식을 하는 포유류가 더 많은 편익이 늘어나는 방식을 따르느라 “종종 사랑으로 포장되는 유성생식 메커니즘”에 따르는 대가(代價)이다.

 

‘모성 신화’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 - 어머니(막심 고리키) - 에서도 전형성이 강조된다. 과학이 모성이란 “생물학적 본능이고, 동시에 본능을 극복한 인간의 고귀한 본성이자, (...) 가부장제에 의해 강요된 신화”임에도. 현대사회는 더 저질스럽고 무지성적인 이유로 오용한다. 약자니까, 비용이 덜 드니까.

 

“나이든 여성이 번식 경쟁에서 물러나 젊은 여성의 번식을 후견”하여 사회적 편익을 늘리고, 강간은 오랜 시간 ‘사회적 행위’였다. ”피해자의 임신과 출산을 통해 강간범이 신생아 아버지 지위를 획득하게 되고 종종 면책되곤“ 했다. 즉, ”가부장제 사회의 통제 기제가 작동하며 강간은 강제로 화간이 된다.”

 

질문과 결론이 비슷해도 달라도 의미 있게 읽고 배울 수 있다. 가장 좋은 점은 내가 혼자 모을 수 없던 텍스트들을 콜라보하고 큐레이션하듯 모아 준 것이다. 대개 나 혼자 읽은 문학의 문해와 감상은 현저히 얄팍하다.

 

천천히 꼭꼭 씹어서 잘 소화하고 싶지만, 재료가 좋고 맛이 있어서 조금은 빠르게 잘 넘어가는 글이다. 게다가 처음 만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입담이 좋고 재밌는 동료의 이야기를 함께 즐긴 것 같은 분위기다.



 

문장이 대화처럼 흐르는, 포만감이 가득한 경험이었다. 전시회를 여러 번 다녔음에도, 별도로 수록된 고호 작품들 중에 표지에 사용된 낯선 작품이 있어 반갑고 놀랐다. 누구에게 이 책을 추천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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