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 ㅣ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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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도 알아보는 시리즈입니다. 2020년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로 처음 만났습니다.

 

한국전래동화 트라우마가 컸던 유년 시절을 보낸 지라, 민담이나 설화나 동화의 소재나 테마를 차용해서 변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문학이 신기했습니다.

 

전래동화에는 내가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는 사물들이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일상용품으로 나오곤 하니, 아이들에겐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어렵기도 합니다.

 

특히나 민속촌 말고는 남은 것이 없고, 신제품으로 갈아치우는데 열심인 한국사회에는 더 낯설 뿐이지요.

 

어쨌든 그런 점에서 반갑고 늘 기대되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만날 수 있어 좀 더 반가웠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동화들도 제가 다시 찾아 읽을 일은 없었을 작품들이라서 좀 더 좋습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캐릭터들의 낯선 면면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물론 미스터리는 차분히 풀어나가야 하지만. ‘범인 찾기’ 추리는 매번 흥미롭습니다. 살인범이니 꼭 찾아야겠지요.

 

빨간모자, 피노키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아기 돼지 삼 형제 등등을 이런 흐름으로 엮다니, 진지하게 읽다가 웃기도 했습니다.

 

아오야기 아이토 작가는 기존 레시피에 없는 재료들로 반죽하고 제빵하는 능력자입니다. 그 재료에 시체가 가득하다는 것이 호러이긴 합니다만.

 

동화들을 읽지 않아서 내용을 모르는 이들은 어떻게 읽을지 문득 궁금합니다. 빨간 모자처럼 선명한 욕망들... 스포일링이 하고 싶어질 지도 모르니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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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처블 러브 스토리
김수연 지음 / 엘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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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다는 영원히 신비로울 일이 일어나면, 상대를 더 가깝게 느끼고 깊이 이해하고 싶어진다. 제목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런 바람이 상대와 몸과 영혼이 뒤바뀌는 설정으로 나오는 작품들을 만나곤 했다.

 

제목은 물론이고, 비가시적 존재인 귀신, 친밀한 공간인 소도시, 우연을 운명으로 해석하는 일, 모험적이라 더 낭만적일 수 있는 블라인드 데이트, 추워서 인간 사이가 더 가깝고 따뜻해지는 겨울, 모두 사랑을 위한 설정이었다.

 

인구수만큼 다른 사랑의 방식이 있겠지만, 여기에 담긴 여섯 가지 사랑이야기가 내게는 충분히 새롭고 흥미로워서 읽기에 즐거웠다. 애틋하고 조금은 슬프고 안타까운 것도 여전한 사랑의 풍경이라서 반갑기도 했다.

 

“수십 년째 스물세 살의 얼굴로 자신의 곁을 맴돌아온 팬을 대면한다면 (...) 고마워할까요, 무서워할까요?”

 

귀신은 한결 같은 모습으로 사랑하는 이의 곁에 머물 수 있지만, 살아있는 인간들이 성장하면서 멀어지게 되는 수많은 경우는 어떻게 위로하고 격려해야할까. 예의 바르게 상처가 깊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나한테 확신을 좀 주지 그랬어. 일보다 나를 쪼끔은 더 좋아했다는 거.”

 

근래에 잘 읽지 못한 섬세한 감정 언어들도 새삼스럽게 좋았다. 완벽하지 않으면, 충분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 같이 아프고 힘든 시절, 서로에게 진통제가 되어준 관계도 고마운 것 아닐까.

 

인간이 느끼는 슬픔은 존재의 유한성에서 오는 것 같다. 모든 것이 곧 끝난다는 사실, 늦출 수도 막을 수도 없다는 진실. 잘못이나 실수를 해도 안 해도 어떤 관계들은 정해진 수명을 다한다.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을 남긴 채.

 

SF의 방식으로 펼친 사랑의 풍경은 더욱 슬프다. 같은 종이라고 가장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부재하는 공백을 어쩔 수 없는 두 존재가 사랑을 한다는 건, 너무나 허허로워서 여름밤이 싸늘해지는 기분.



 

오로라란 단어를 들으면 양성자와 자기장이 생각하는 과학전공자이지만, 겨울에는 포근한 눈이 내리기를, 고요하기를,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이와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행복한 기억을 늘려가기를 바란다.

 

책 소개 카드에 적힌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음악의 모호함'이 궁금해서,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달빛, Piano Play>을 플레이해두고 읽었습니다. 오직 사랑, 이나 사랑, 만이... 라는 말을 모두 믿고 싶게 만든 건 건 연주였을까요, 책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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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에게
최현우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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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윤희 작가의 <열세 살의 여름>은 우리 집 열세 살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이 작가님 책은 또 읽고 싶어요”란 감상이 충분해서 기뻤다.

 

드디어 그림책 작가로 신간이 출간되었다. 나는 어릴 적 상실에 읽기 전부터 아프고, 고등학생이 된 당시 열세 살 독자는 함께 사는 개동생이 떠날까 슬퍼지는 내용으로.



 

어릴 적 사진앨범 크기의 그림책은 넘길 때마다 다른 색감의 냄새가 난다. 그림책이 아닌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른 오감이 작동한다. 후각은 심장으로 폐로도 빠르게 번져서 점점 더 기분이 울렁거린다.

 

“너의 두 발, 이렇게 뛸 때마가 즐거운 냄새로 충만해지는 날들을”

 

함께 살게 된 인간 이외의 동식물 가족 이름을 직접 지어본 독자들은 “코코, 코코”라고 가만히 불러볼 때마다 마음이 출렁거릴 지도. 내가 이름 지은 개오빠는 그 이름과 함께 묻혔고, 나는 이별도 망각도 할 수 없었다.

 

“늘 궁금해. 너는 나를 뭐라고 부르는지.”

 

영원히 상실한 온기와 감촉을 잊을 수도 되찾을 수도 대체할 수도 없다. 사람의 수명으로도 오래 전 일이라, 이제 그만 울어야지 여러 번 생각했다. 그 덕분인지 울음은 그만 두었다. 눈물은 어쩔 도리가 없다.

 

“심장을 포개어 주려고 달려오는 작고 기쁜 영혼이었지.”



 

산책이 일상이 된 지금 네가 곁에 있다면.

나는 매일 웃으며 살 텐데.

 

일찍 만나서 행복했고

일찍 헤어져서 남은 시간 모두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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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여행 IN 독서치료 - 글자가 건네는 위로와 힘
이재연.오수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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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주 잘 알아주는 사람이, 현명한 조언을, 내가 간절할 때마다 줄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그런 일은 드물거나 불가능하다. 또한 내게 일어난 일, 내가 느끼는 것, 내 생각을 타인에게 설명/전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충분한 시간을 내어 대면으로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도 적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겠지만, 나는 결국 선택과 판단을 하고 책임을 지는 당사자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타인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내 능력을 벗어난 분야와 행정 도움, 혹은 격려이다. 문제는 그러려면 차분하고 냉철하게 생각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 시간이 뜻밖에 독서의 시간일 경우도 많다.

 

고요하게 호흡을 고르고 작가/저자가 논리적으로 고른 문장들을 읽다보면, 내 사고 역시 그런 패턴으로 흘러간다. 어둡고 흐린 부분이 선명해진다. 종종 기대하지 않았던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거나,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게도 된다. 책은 진통제이자 치료제이다.

 

치료에 집중하는 책이라 반갑고, 뇌신경 얘기를 해주어 더 좋다. 뇌를 진정시켜야 불안이 가라앉는다. 뇌에 자극을 가하는 방법은 몸을 움직이며 책을 읽는 것이다. 내게 익숙하기도 하고, 재확인하기에도 좋은 내용이라 기쁘다.

 

“하루라는 시간은 제법 가파릅니다. 생각보다 가파른 그 하루를 잘 살아 내려면 시간의 계단을 하나씩 오르면서 묻고 대답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매일 생각과 마음속에 겨울과 봄이 교대 의식을 치를 수 있도록 책을 손에 쥐는 하루가 되어야 합니다.”

 

나는 독서 치료보다 독서 의존증, 활자 중독, 도피 강박이 있는 수준이지만, 책을 읽지 않았다면 더 심각한 문제를 겪었을지 모른다. TV를 거의 켜지 않는 매일의 일상에서 달리 현실에서 잠시 도망가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다른 공간은 없다.


 

책 속 세계는 갑갑한 현실보다 거대하고, 작가들의 지혜와 현명함은 얄팍한 내 지식보다 방대하다.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내가 현실에서 열 번을 환생해도 다 못 만날 다양성을 가진다.


 

책을 통해 타인도 나도 이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도, 복잡한 세상을 보는 시선도 키운다. 나를 키운 것도 책이지만, 나를 유지시켜 주는 것도 책이다. 주변에 책 읽는 이들이 많아서, 일 년에 한 권도 안 읽는다는 통계를 믿기가 어렵지만, 많은 분들이 좋은 책들을 많이 읽으시기를 늘 응원한다.

 

“완전히 치료가 되기 위해서는 (...) 내가 느끼는 감정을 분명한 언어로 표현하는 시간을 늘려야 하는 것이지요. 반대로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도 책처럼 읽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 그리고 그것을 명확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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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3.8 ㅣ 2023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누아 브레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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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 식재료 공급하듯 생산해내는 기사를 안 보고 산 지 꽤 되었다. 종종 귀에 박히듯 열렬히 전하는 친구들의 ‘오늘 하루 종합 소식’에 화를 내며 상세 내용을 찾아볼 때는 있지만 검색 시간이 아까운 한국의 언론 현실에 더 화가 날 때가 더 많다.

 

그렇다고 자연과 더불어 도 닦는 사람처럼 살 수도 없으니 몰라서 방해가 되거나 엉뚱한 소리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슈 중심으로 살펴본다. 국내 창구는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뉴스타파>이고, 국제 관계는 대개 <르 몽드Le monde>가 전하는 소식들이다.

 

오래 전 카탈루냐Catalonia 출신 젊은 철학 교수이자 친구가 생각나는 표지는, 더 오래 읽었던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Homage to Catalonia>를 소환하고, 스페인 내전을 다룬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의 장면들을 지나, 마침내 스페인 축구팀과 그 도시로 안내한다.




 

평범한 우리가 프라모델을 사서 놀 때, 세계의 부호들은 축구팀을 사서 즐긴다는 말처럼, 한두 푼도 아닌 축구팀은 재정과 지원에 따라 분위기도 정신도 달라진다. 자신들만의 역사와 추구가 있었겠지만, 자본주의가 망치고 더럽히지 못할 대상은 전 지구상에 별로 없다.

 

미국기업들이 세계로 확장될수록 유럽의 사민주의는 힘을 잃었다. 정책 정치가 흐릿해지자 실망한 유권자들은 효능을 느끼지 못해 정치 참여를 포기한다. 그 틈을 노려 악성 종양처럼 극우가 번져간다. 극우는 우파가 아니다. 철학과 정책 따위 없다. 거짓말과 조작을 일삼는다. 그들과 한 패는 부역하는 언론이다.



 

남의 나라 사정인지 한국사회의 요약인지 구분이 불가능하고 불필요하다. 통계에 표시되는 ‘모르겠다, 관심 없다, 정하지 않았다’는 30% 내외가 실망한 유권자들이다. 문제는, 정치가 삶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정치 없는 사회적 삶이란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정치에 관심 없다는 지나치게 순진무지한 말을,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말을 하는, 아니 하도록 가스라이팅 당한 많은 독자들과 함께 차근차근 읽고 싶은 구성이다. 자본주의와 국제 현실(정세)에 대해 깊이와 예리함과 잘 전달하는 필력 모두를 갖춘 귀한 기록물이다.

 

‘현실주의적 사고’는 살벌한 국제 관계와 외교에서 정치와 생존 모두에 중요하다. 문제는 이 사고가 가능하려면 필요한 지식과 지능과 안목과 경험이다. 하나가 아닌 그 모든 것이 부재한 권력자와 정권의 말로는 점쟁이가 아니더라도 불 보듯 뻔하다.

 

권력 싸움을 영원할 것이고, 경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강대국은 약자를 보호할 이유도 의지도 없고 없었다. 생존과 이익 앞에서 자유나 민주주의나 독재의 구분은 무력하다. 혈맹도 친분도 무용하다. 읽고 배울수록 한국사회가 암담하고 속이 답답해진다.

 

길어지는 졸고의 마무리로, 충격과 아픔으로 비로소 마주한 교육노동 현실에 대한 생각을 남긴다.


 

외롭고 슬픈 상실 뒤에, 교사들의 움직임이 있고, 여러 제안들이 만들어지고, 진실규명과 비판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이 반갑다. 익숙한 표현이지만 한 번도 추구하지 못한 ‘교육대계’의 큰 뜻으로 전반적이고 종합적인 변화를 꼭 이루어내시기를 응원한다.

 

욕하고 비난하자는 갈라치기에 휩쓸리지 마시고, 모두의 인권이 지켜지는 노동환경과 삶의 터전을 만드는 노력들이 완주하기를 응원한다. 어른, 아이, 교사, 학생, 교직원, 양육자 누구의 아픔도 드러나고 완화되길 응원한다. 아픈 사람들이 서로를 더 상처 내는 현실을 바꿔내시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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