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처블 러브 스토리
김수연 지음 / 엘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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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다는 영원히 신비로울 일이 일어나면, 상대를 더 가깝게 느끼고 깊이 이해하고 싶어진다. 제목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런 바람이 상대와 몸과 영혼이 뒤바뀌는 설정으로 나오는 작품들을 만나곤 했다.

 

제목은 물론이고, 비가시적 존재인 귀신, 친밀한 공간인 소도시, 우연을 운명으로 해석하는 일, 모험적이라 더 낭만적일 수 있는 블라인드 데이트, 추워서 인간 사이가 더 가깝고 따뜻해지는 겨울, 모두 사랑을 위한 설정이었다.

 

인구수만큼 다른 사랑의 방식이 있겠지만, 여기에 담긴 여섯 가지 사랑이야기가 내게는 충분히 새롭고 흥미로워서 읽기에 즐거웠다. 애틋하고 조금은 슬프고 안타까운 것도 여전한 사랑의 풍경이라서 반갑기도 했다.

 

수십 년째 스물세 살의 얼굴로 자신의 곁을 맴돌아온 팬을 대면한다면 (...) 고마워할까요, 무서워할까요?”

 

귀신은 한결 같은 모습으로 사랑하는 이의 곁에 머물 수 있지만, 살아있는 인간들이 성장하면서 멀어지게 되는 수많은 경우는 어떻게 위로하고 격려해야할까. 예의 바르게 상처가 깊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나한테 확신을 좀 주지 그랬어. 일보다 나를 쪼끔은 더 좋아했다는 거.”

 

근래에 잘 읽지 못한 섬세한 감정 언어들도 새삼스럽게 좋았다. 완벽하지 않으면, 충분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 같이 아프고 힘든 시절, 서로에게 진통제가 되어준 관계도 고마운 것 아닐까.

 

인간이 느끼는 슬픔은 존재의 유한성에서 오는 것 같다. 모든 것이 곧 끝난다는 사실, 늦출 수도 막을 수도 없다는 진실. 잘못이나 실수를 해도 안 해도 어떤 관계들은 정해진 수명을 다한다.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을 남긴 채.

 

SF의 방식으로 펼친 사랑의 풍경은 더욱 슬프다. 같은 종이라고 가장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부재하는 공백을 어쩔 수 없는 두 존재가 사랑을 한다는 건, 너무나 허허로워서 여름밤이 싸늘해지는 기분.



 

오로라란 단어를 들으면 양성자와 자기장이 생각하는 과학전공자이지만, 겨울에는 포근한 눈이 내리기를, 고요하기를,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이와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행복한 기억을 늘려가기를 바란다.

 

책 소개 카드에 적힌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음악의 모호함'이 궁금해서,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달빛, Piano Play>을 플레이해두고 읽었습니다. 오직 사랑, 이나 사랑, 만이... 라는 말을 모두 믿고 싶게 만든 건 건 연주였을까요, 책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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