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지음 / 난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의도 눈치도 겁도 없는 대선후보는 감히 3월 8일 오늘도 여가부폐지를 앞세운 ‘되먹지 못한’ 갈라치기를 화면에 띄웁니다. 늙어 가니 화가 나도 피가 끓어오르지 못하네요. 오랜 세월 도대체 여성들이 이보다 못했을 세월을 어떻게 살았을까 마음만 쓰립니다.

 

한국사회에서 무겁고 아픈 호칭들은 잊고 살면 안 되는데 담고 살기가 어렵습니다. 끝없이 무시당하고 모멸당한 이들이 기회가 있을 때라도 자신이 가진 수단을 반드시 사용해 주면 좋겠습니다.

 

전자책으로 일부를 읽고 다행히 이미 출간된 책이라 주문을 넣고, 다음으로 뭘 할지 몰라서... 덕분에 조용하게 가만히 있어 보았습니다. 아주 오래 저어온 냄비 속 재료들이 끓어오르듯 할 말이 많기도 하고, 다른 말은 다 필요 없고 이 책 좀 많이 읽어 달라는 말만 백 번쯤 하고 싶습니다.

 

세월호의 아이들은 십 대였고 천안함의 군인들은 서너 살 더 많은 20대 초반의 아이들이었습니다. 글을 보고 아이들 얼굴을 대면한 듯 마음이 격앙됩니다. 아픕니다.

 

이 책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보건학자가 기록한 책입니다. 당사자들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이편저편의 고함들이 거세고, 다음으로는 도무지 관련 분야가 불분명한 전문가들에게 점령된 비극들입니다.

 

세월호... 단어만 눈에 띄어도 몇 년 간 자동반사처럼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천안함에 대해서는 접근 가능한 신뢰할 만한 정보가 정말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존자들에게 어른들이 어떤 무심한 폭력을 가했는지 잘 몰랐습니다. 생존자들에게 잠수함 청소를 시키고 짐을 찾아오라고 하다니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비극,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이들이 고립되어 삽니다. 여전히 고통스럽습니다. 아픈 것을 숨기고 혼자 견디며 살아왔습니다. 그 이야기들입니다. 읽다가 자신도 모르게 뱉은 욕이 육성으로 들려 엄청 놀랄 수도 있지만, 책을 읽어 주시기를.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아픈 사람들, 힘든 사람들을 몰아세우고, 비난하고, 고통과 괴로움을 가중시키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획책하며 제가 챙길 이익을 계산하는 이들에게... 사망자와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너희들이 뭘 안다는 것인지 꼭 물어봐 주시기를.

 

도무지 반성이 없다면 그들은 두고, 우리는 힘을 내어 확실한 미래로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미래의 피해자들이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시기를. 찔리는 것 많은 제 마음을 살펴보고 반성하고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여성과 아이들,, 세월호, 천암함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비극을 정면으로 맞으신 모든 피해자분들, 죽어라죽어라해서 삶을 놓은 분들, 직업이자 공무였지만 해야 하는 일을 넘어서 애쓰시다 돌아가신 분들, 힘을 내어 생계를 마련하고자 했으나 작업 현장에서 아무 보호 장치도 없이 일하다 돌아가신 모든 분들...

 

그리고 그들의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견뎌야 했던 생존자들, 가족들, 친지들, 지인들, 친구들... 모두를 아울러 생각에 담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피해자들이 없기를, 적기를, 줄어들기를, 피해는 1차로 끝나기를, 피해자들은 꼭 원하는 일상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인간은 한 번의 트라우마로 평생 고통 받을 수 있는 취약한 존재이고 그러한 비극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 이 책의 표지는 재생 펄프 용지를 사용한 친환경 종이에, 코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물에 젖거나 뭐가 묻거나 찢어질 수 있습니다. 무척 취약하지요. 인간이 살아가는 일도, 인간도 실은 언제나 아플 수 있고, 울게 되고, 그럼에도 이야기를 담아 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표지 작품은 앤드류 와이어스의 <Wind from the Sea, 바다로부터 불어온 바람>입니다. 3월이고 4월이 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거꾸로 보는 세상에 내가 있었다
신규상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포츠 중에 이건 너무 낯설어서 이번 생엔 할 일이 없겠다 싶은 것에 서핑이 있었다. 음... 이렇게 시작하니 아는 것, 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인 것 같아 뭔가 잘못되었다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 서핑에 버금가게 내게 낯선 것이 비보잉 분야이다. 한국이 우승을 여러 번 하고 유명하단 얘기는 들었지만 공연을 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20년이 넘게 비보잉 춤만을 추며 노력한 ‘갬블러크루’라는 비보잉 그룹 출신의 세계 최고 수준의 비보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476일 동안 40개국을 방문하는 여행을 했다. 춤을 추지 않는 배낭여행을 하겠단 결심은 많은 나라에서 비보이들을 만나면서 무너졌다.

 

무척 멋진 장면들일 것 같아 그의 얼굴에 집중한 다큐멘터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다. 이전에는 세계최고가 되기 위한 춤이었다면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함께 즐기며 나누는 춤으로 변모해가는 모습, 변해가는 저자의 또 다른 여정이 화면에 보일 것 같아서 아쉽고 궁금하다.

 

슬쩍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작년에는 특히나 ‘춤’이 이슈가 되고 대유행이 되었다고 한다. 해외 아무데도 안 나가고 한국에만 있었는데 나는 몰랐다. 댄싱 9도, 헤이 마마도,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도.

 

아직 읽지 않은 잔잔한 치유와 힐링의 여행에세이라고 짐작할까? 스포같지만 갖가지 ‘생전 처음’ 겪을 듯한 일들이 등장하고, 그런 경험을 담아 낸 저자의 문장 역시 고전 발레가 아니라 비보잉 춤처럼 속도감 있고 강렬하고 재밌다(유튜브 공연들 좀 찾아 봄).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서인지 삶을 대하는 태도도 전면적이다. 온 몸으로 달려가서 부딪히는 느낌. 바라나시 화장터 다음이 안나푸르나 에어트랙이라니! 책의 QR코드로 유튜브 영상에서 저자를 만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IGHjFAUzPY

 

“등산도, 인생도 중요한 건 딱 한 발자국이구나.”

 

“평소에 정말 듣고 싶지 않았던 이 말이 오늘은 이상하게 기분 좋게 들렸다. 실패했다는 건, 시도를 했다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남들이 두려워하던 딱 한 발을 내딛는 일인 것 같았다.”

 

“변화의 출발은 본인의 마음가짐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도전해 보세요. 다만 원하는 걸 얻지 못했다고 해서 속상해하지 마세요. 나를 변화하게 할 계기는 꼭 세계 일주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경험한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낯선 사람들이 친절하고 다정하다는 것이다. 늘 언제나 기꺼이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나 있었다. 시선과 말과 손길부터 간식과 물건까지 선물도 수없이 받았다. 도대체 대립하고 반목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 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은 따스하고 좋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저자가 사람들을 만나는 풍경도 그렇다. 자연보다 아름답고 햇살처럼 따스하다. 진심으로 서로를 대하고 감동은 글자에 담겨 독자에게도 닿는다. 춤을 나누는 모습에서 세상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가르침도 배운다. 왜... 전쟁을 하는 것일까.

 

오래 움츠리고 있고 오래 머물러 있는 일상, 에너지를 펑펑 쓰며 휴가여행을 다니고 싶진 않지만...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뭐든 함께 하는 일들은 반드시 다시 가능해지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위풍당당 여우 꼬리 2 - 알쏭달쏭 우정 테스트 ㅣ 위풍당당 여우 꼬리 2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깜짝 선물처럼 받은 책이다. 중간에 열쇠고리도 받고 뭔가 더 받은 것 같은데 궁금하던 2편이 무척 좋아하는 오렌지색 표지로 출간되어 만나니 순간 세상사 시름이 다 잊혀졌다. 꼬맹이가 권리 주장을 하기 전에 얼른 먼저 읽어 본다.

 

1권에서 자신이 구미호라는 것을 알고 고민이 시작되었던 단미 - 무척 함의적인 이름 - 열한 살이고 우정의 여러 면면을 배운다. 나는 늘 어려웠다. 친구와 우정이. 내게 단짝이 있었나... 짝과는 어떻게 다른 거지...

 

유치원부터 지금까지 연락이 되는 친구가 두 명 있다. 그런데 어느 시기가 지나자 멀어진 친척처럼 느껴졌다. 아직도 친구냐고 물으면... 모르겠다. 소식이 들려오면 반갑지만 궁금하거나 걱정이 되거나 그립지 않은 관계도 친구일까.

 

냉정하게 따져보면 아직 근황을 아는 것은 부모님들이 친하시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모님들의 우정이 우리들의 우정보다 오래되고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단미의 경험들도 여러 가지 맛처럼 펼쳐져서 마음 한 가운데가 간질간질하다. 달고 쓰고 맵고 뱉고 싶게 아프고...

 

“그러고 보면 우린 공통점이 거의 없는 것 같지 않아?”

“그야 처음부터 그랬지. 알고 있던 사실이잖아.”

 

어릴 적부터의 절친과는 서로의 관심이 달라지면서 관계의 거리가 멀어지고 어느 순간 어색해지기까지 한다. 아이돌 데뷔를 준비하는 윤나와의 셋의 우정은 흔들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불안하다. 성장기라 당연하고 건강한 현상처럼 보이지만 그건 그 시절을 다 지난 독자의 여유일 뿐.

 

“우정 테스트 결과 손단미와 두루미의 우정 적합도는 11.2퍼센트 친하다고 보기 어려운 관계입니다.”




우정이라는 것도 한순간 집중된 에너지라면 반드시 흩어지게 되는 것이 우주의 원리이다. 다 아는데도 단미 엄마가 어른이 되면 우주의 크기만 했던 우정이 천천히 줄어든다고 하니 무척 쓸쓸한 기분이다. 어른이 되어 생긴 우정들은 더 천천히 줄어들기를...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면 옛 친구가 잊히기도 할 텐데 루미를 늘 그리워하는 단미의 마음이 귀하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가 그리워서 화가 나고 세상이 무너질 듯 울어 본 적이 없어서 부럽기도 하다.

 

상상 속에서 내 친구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거나 누가 부당하게 대하면 천천히 상황 판단하기 전에 먼저 화가 날 것 같다. 그렇게 잘 모르고도 편드는 마음이 생길 거란 느낌이 신기하다. 다 알 수는 없지만 사정이 있으리란 믿음.

 

단미의 꼬리는 이번에 어떤 역할을 할까요...

단미와 루미의 우정은 어떻게 될까요...

친구를 사귀는 방식에는 정답이 있을까요...

우정이란 무엇인가요...

당신은 우정주의자인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에게 맞는 삶을 가꿉니다
소형 지음 / 뜨인돌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상 위나 집을 잔뜩 어지럽힌 상태로 살아도 나름 질서가 있으며 사유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나로선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패닉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며 사는 불안증이 있고 생각이 무척 혼란스럽고 생각도 행동도 삶도 일관적이지 않지만 사는 공간만은 정리가 되어 있고 일상은 규칙적으로 반복된다.

 

주중에는 수도승처럼 저항도 변명도 없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환기시키고 음악 플레이 하고 모카포트 커피 채워 불 위에 올리고 화장실에 다녀와서 창문 닫고 잔을 고르면 정확히 커피가 완성된다. 어쩌면 걸음수도 오차가 그리 없을 것이다.

 

사진의 포커스아웃과는 느낌이 아주 다른 그림 작가인 저자의 책을 펼쳐 본다. 미니멀리즘과 정리정돈이라는 주제에 맞게 그림과 글조차 솔직하고 재미있고 간명하다. 꾸밈이 없는 그림 자체가 심플한 일상, 정리된 삶, 전시가 아닌 생활당사자 ‘나’에게 맞는 삶으로 느껴진다. 기쁘다.

 

부모님 집에 오래 살았으니 내겐 방만 있었다. 유학을 가서는 기숙사방에 살았으니 역시 방이다. 한국에서 취업을 한 뒤에는 오피스텔에 살았는데 어느 해 가만 세어보니 3개월에 5일 정도 머물렀다. 그러니 여행캐리어들이 중요한 가구처럼 놓여 있고 약간의 짐이 있고 세탁을 할 수 있고 씻고 자는... 숙소와 별 다를 게 없는 공간이었다.

 

나는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을 만나 떠들썩하게 노는 걸 즐기지도 않으면서 집 안에 있는 것도 맞지 않는 유형이었다. 잠을 안 자고 살 방법이 있었다면 반드시 선택했을 것처럼 시간이 아까웠고, 그래서 일찍 일어났다.

 

새벽에 운동을 가서 일출을 보고 샤워도 하고 식사도 해결하고 출근하고 퇴근 후에도 갈 수 있는 곳들을 방문하는 일을 즐겼다. 그러니 집이란 본격적인 생활공간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물류창고처럼 이용한 기분도 든다.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판데믹 시절이 ‘집’에 가장 오랜 머문 시절이다. 판데믹 여파가 출판업계에 미쳐서 책이 출간되지 않았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TV는 거의 안 보기 때문에 - 의식적인 노력이 아니라 정말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 뭘 할 수 있었을까? 부업? 새로운 취미?

 

물건을 잔뜩 구매하는 일을 즐긴 적은 없지만 집에 머물다보니 점점 더 공간이 아쉬웠다. 마음에 꼭 드는 물건만을 산다고 했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준 물건들만을 보관한다고 했지만 물건들 투성이였다. 어찌된 셈인지 속옷과 양말을 제외하고는 매년 새로 구입하지도 않는 옷조차 많아 보였다.

 

매주 책과 물건들을 분리배출하고 기증하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물건들이 남아 있는 기현상을 목격했다. 기준을 바꿔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은 기억할 수 있을 때까지, 기억나지 않는 물건은 앞으로도 쓸 일이 없는 물건!

 

마음이 달달 떨리는 순간도 있었지만 덕분에 ‘정리’다운 정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시간 동안에도 구매하거나 선물을 받아 늘어나는 물건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물건을 만지작거릴 때마다 나에게 맞는 삶이 무엇일지 집중적으로 고민이 된다. 퇴사하고 귀촌하는 것이 나을까 하는 과격한 생각도 몇 번 해보았다.

 

나는 적당히 ‘기능’을 하며 사는 일에는 훈련이 되어 있지만 삶을 ‘가꾸는’일은 무엇인지 모르는 엉터리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의식주 관리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에 완전하게 공감하면서도 할 줄 아는 건 ‘관리’가 아니라 ‘소비’라는 생각을 한다. 지불능력을 관리능력으로 생각하며 살았던 것이다.

 

“소비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인간의 정체성은 생산을 통해 형성된다.” 신영복

 

전문가에 대한 환상이 있고 더 잘하는 사람의 서비스를 사는 일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러니 실질적인 생존능력이 참 없을 것이다. ‘삶’을 가꾸는 것이 ‘살림’이라면 무섭도록 무능할 터.

 

재밌고 메시지가 확실한 책을 읽고 정리정돈과 미니멀리즘은 따라할 수 있는데 삶은 어찌해야할지 여전한 오리무중이다. 일단... 계속 정리 정돈된... 무심한 버릇처럼 이어지는 일상을 유지해보련다.

 

“아주 작은 습관들이 무너지면 일상이 벗어나고 싶은 혼돈이 된다.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은 작은 습관들이 일상을 우아하게 유지시켜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세상을 바꾼 동물 - 동물은 기록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세계사 ㅣ 세계사 가로지르기 5
임정은 지음 / 다른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물들의 진화의 역사만을 보아도, 인간은 참 뒤늦게 출현해서 겨우 생물 공동체에 합류한 종이다. 인간이 걸어온 진화의 방향이 어떤 이유들로 견인되었는지를 모두 나열하는 것은 어렵지만, 인간만이 ‘고등한’ 구성을 갖춘 생물종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육체가 허약하고 자체적인 생존능력이 적어서인지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방식의 생존기술들을 찾아내었고 그 과정의 모든 시행착오는 감정적 분화로 생존본능으로 축적되었다. 물론 인간 내부에서도 제각각의 감정 변이와 환경 대응 방식이 다양하다.

 

그 자연스럽고 당연한 여정에서 마치 거대한 복수극을 벌이듯, 혹은 자살만이 목표인 듯 질주하는, 다른 생명체들에게 아무런 거리낌없이 잔인한 생각과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인간의 모습이 이해하기 어렵고 부끄럽고 두렵다.

 

인간은 무조건 오랜 생존을 구가하며 우주와 운명을 같이해야한다고 주장할 이유는 없지만, 인간이 어떻게 지금 여기에서 이런 모습으로 사는 지가 궁금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해를 돕는 책은 반갑다.

 

이 책은 세계사 중에서도 동물들의 세계사이며 인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지구의 지배종이 되기까지 인간이 학대하고 착취한 동물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반려동물과 가축을 제외하면 3% 남은 야생동물을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끼며 읽었다.

 

그렇다고 인간의 죄과만 밝히는 무거운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흥미롭고 새롭고 혹은 잊었던 여러 사실들을 배우는 것은 즐거웠다. 매번 나는 인간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센 동물이 어떻게 가축화될 수 있었나 신기하기만 하다.

 

“농사일에 소를 쓰는 것을 우경牛耕이라 하는데 (...) 한반도에는 신라를 중심으로 500년경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도축되는 닭은 1년에 600억 마리라고 하고,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닭의 숫자는 인구 77억의 3배에 달하는 230억 마리였다. 태어나자마자 갈려서 죽는 숫자는 제외한 것이다. 대부분은 갇혀서 두세 달밖에 못 살고 인간의 식재료가 된다.

 

지금은 위상이 이렇지만 예전엔 달랐다. 신화 속에서 대지를 만드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아프리카 대륙은 하얀 암탉이 신성한 창조신의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졌다. 중앙아메리커 아이티에서 검은 수탉은 관능과 성욕의 상징이다. 인간이 품종 개량한 닭들 말고 야생 닭들이 보고 싶다.

 

한참 떠들썩하던 포스트코로나 담론도 대부분 조용해졌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호되게 역병을 겪은 뒤에 연구도 활발하게 하고 체계도 개선하고 대학도 많이 설립하고 흑사병 이후에는 봉건제마저 무너졌다. 소위 새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쥐와 벼룩, 미생물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이 새삼스럽다.

 

오늘은 호랑이해라는데 호랑이를 본 기억은 아주 희미하다. 그나마 영상이나 어릴 적 창경원 호랑이가 전부이다. 호피도 본 적 없고 올 해는 덕분에 친구에게 호랑이 부적을 선물로 받았다. 무척 아름다운 동물이라고 느낀다. 위엄과 명성에 비해 인간에게 당하는 고초가 너무 커서 슬프고 참혹하다.

 

“공적이며 공익적인 동물원을 동물학적 정원zoological garden, 줄여서 쥬zoo라고 부르며 차별화했다. 도시 생태계에서 함께 살 수 없는 야생의 동물을 인공적인 공간에 대려다 놓고 이들을 키우고 관찰함으로써 동물학, 생물학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얻고자 표방한 것이다.”

 

살던 대로만 살지 말고 21세기에는 여러 생각과 고민을 새롭게 해보면 좋겠다. 구경꾼의 입장이 아니라 갇힌 동물의 입장에서 힘든 점들에 주목해보자. 인간은 공감 능력이 뛰어난 생물이다. 이 시대에 동물원이 있어야 하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내가 다시 육식을 적극적으로 할 일은 없겠지만 문득 나도 도살과정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뭘 모른다는 생각은 한다. 우리가 사는 ‘고기’는 처음부터 부위별로 상품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다. 한 생명체를 수익성이 가장 높은 방식으로 낳고 키워 죽여 분해한 것이다. 생산, 도축, 유통, 소비 과정의 철저한 분리가 비교육적이고 옳지 않다는 생각은 과격한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달걀과 유제품은 정말 맛있다고 느끼니... 먹는 양이 줄어도 좋으니 지금보단 마음 편히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적어도 성장호르몬 투입으로 급격하게 살찐, 거의 모든 닭들이 관절염에 걸린, 심장병을 앓고 있는 방식이 아니길... 산 채로 끓는 물에 던져지고 집어 던져서 뼈가 부러지고 눈알이 빠지는 도축 행위가 아니길...

 

“동물실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맹신이고 세뇌된 개념 (...) 동물실험을 통해 인간의 질병을 퇴치하는 치료법을 개발했다는 것 자체도 거짓말 (...) 동물실험을 통해 얻은 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인간에게 해롭다.”

 

“환자를 관찰하거나 임상 연구하는 것, 또는 인간의 조직을 배양하는 것이 훨씬 인간에게 유익하고, 유용한 연구이다. 시체를 부검하고 연구하는 것이, 살아 있는 동물을 실험용으로 사육하고 살해하고 실험 후에 안락사 시키는 것보다 훨씬 과학적이며 윤리적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내용들을 촘촘하게 다루니 소개할 내용이 아주 많다. 마지막으로 인간이라 인간 중심적 사고를 하더라도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거나 적극적으로 차별할 이유가 뭐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더구나 살아있는 존재들을 마음 내키는 대로 사고 버리는 일이 인간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인지 생각해보자. 인간끼리의 차별금지법도 동물매매금지법도 하루 빨리 제정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