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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보는 세상에 내가 있었다
신규상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1월
평점 :
스포츠 중에 이건 너무 낯설어서 이번 생엔 할 일이 없겠다 싶은 것에 서핑이 있었다. 음... 이렇게 시작하니 아는 것, 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인 것 같아 뭔가 잘못되었다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 서핑에 버금가게 내게 낯선 것이 비보잉 분야이다. 한국이 우승을 여러 번 하고 유명하단 얘기는 들었지만 공연을 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20년이 넘게 비보잉 춤만을 추며 노력한 ‘갬블러크루’라는 비보잉 그룹 출신의 세계 최고 수준의 비보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476일 동안 40개국을 방문하는 여행을 했다. 춤을 추지 않는 배낭여행을 하겠단 결심은 많은 나라에서 비보이들을 만나면서 무너졌다.
무척 멋진 장면들일 것 같아 그의 얼굴에 집중한 다큐멘터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다. 이전에는 세계최고가 되기 위한 춤이었다면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함께 즐기며 나누는 춤으로 변모해가는 모습, 변해가는 저자의 또 다른 여정이 화면에 보일 것 같아서 아쉽고 궁금하다.
슬쩍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작년에는 특히나 ‘춤’이 이슈가 되고 대유행이 되었다고 한다. 해외 아무데도 안 나가고 한국에만 있었는데 나는 몰랐다. 댄싱 9도, 헤이 마마도,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도.
아직 읽지 않은 잔잔한 치유와 힐링의 여행에세이라고 짐작할까? 스포같지만 갖가지 ‘생전 처음’ 겪을 듯한 일들이 등장하고, 그런 경험을 담아 낸 저자의 문장 역시 고전 발레가 아니라 비보잉 춤처럼 속도감 있고 강렬하고 재밌다(유튜브 공연들 좀 찾아 봄).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서인지 삶을 대하는 태도도 전면적이다. 온 몸으로 달려가서 부딪히는 느낌. 바라나시 화장터 다음이 안나푸르나 에어트랙이라니! 책의 QR코드로 유튜브 영상에서 저자를 만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IGHjFAUzPY
“등산도, 인생도 중요한 건 딱 한 발자국이구나.”
“평소에 정말 듣고 싶지 않았던 이 말이 오늘은 이상하게 기분 좋게 들렸다. 실패했다는 건, 시도를 했다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남들이 두려워하던 딱 한 발을 내딛는 일인 것 같았다.”
“변화의 출발은 본인의 마음가짐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도전해 보세요. 다만 원하는 걸 얻지 못했다고 해서 속상해하지 마세요. 나를 변화하게 할 계기는 꼭 세계 일주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경험한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낯선 사람들이 친절하고 다정하다는 것이다. 늘 언제나 기꺼이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나 있었다. 시선과 말과 손길부터 간식과 물건까지 선물도 수없이 받았다. 도대체 대립하고 반목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 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은 따스하고 좋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저자가 사람들을 만나는 풍경도 그렇다. 자연보다 아름답고 햇살처럼 따스하다. 진심으로 서로를 대하고 감동은 글자에 담겨 독자에게도 닿는다. 춤을 나누는 모습에서 세상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가르침도 배운다. 왜... 전쟁을 하는 것일까.
오래 움츠리고 있고 오래 머물러 있는 일상, 에너지를 펑펑 쓰며 휴가여행을 다니고 싶진 않지만...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뭐든 함께 하는 일들은 반드시 다시 가능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