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건강 매뉴얼 - 내 몸의 힘을 지키는 여성 건강 바이블
제니퍼 건터 지음, 조은아 옮김, 윤정원 기획 / 글항아리사이언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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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도 건강교육도 의학교육도 이 책으로 하면 좋겠다. 원제에는 bible이란 단어가 있고 번역서에는 매뉴얼이란 단어가 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한 권 집에 두면 아주 오래 배우고 참고할만한 순수(?) 의학 정보들이 가득하고, 불안할 때 사기 당하지 않고 침착하게 찾을 수 있는 의학적 조언들도 가득하다.

 

카더라, 미신, 거짓, 상업광고용 과장 등등 삶에 널린 여성의학과 관련된 여러 똥들을 잘 피해 살 수 있는 35년 경력의 의사가 전하는 조언들이다. 설명은 쉽고, 그림은 풍부하다. 사진이 없는 점도 마음에 든다. 특히 꼭 알아두기 팁은 꼭 읽어서 가능한 기억해 두길 바란다.

 

- 담배처럼 백해무익한 질 세정제

- 내다 버려야할 - 구매사용하지 말아야할 - 질 세정제와 탈취제품들

- 질 건강과 방광염 예방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는 타당한 근거가 없다.

- 기타 등등 나열과 소개가 불가능.


 

일독 후 드는 생각에 적어도 일단 세 가지 정도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불필요한 걱정에 덜 시달리게 되는 것, 쓸데없고 근거 없는 참견을 그만 두게 할 수 있는 것, 가짜 정보에 휘둘리지 않는 것. 거듭 언급하지만 35년 경력의 의사가 알려주는 일상적인 관리, 의학적 조언, 치료법도 있다.

 

읽다보면 여성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킬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 지킬 힘은 아는 것에서 나온다는 믿음도. 필요한 상식 정도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관심을 가졌어야 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부분도 보인다.

 

자료는 방대하나 아주 쉽고 직접적인 단어들만 사용해서 혼란은 최대한 예방하였다. 든든하고 신뢰할 만한 책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안도이다. 기획과 출판에 감사한다. 어쩌면 출판과 관련된 모든 분들도 궁금하거나 문제가 생겨 불안할 때 인터넷 정보는 찾는 일에 그동안 많이 지치셨는지도 모르겠다.

 

몸에 대한 지식을 총망라한 책이고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500페이지 거의 모든 분량이다. 멈칫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나, 편견과 기존의학의 잘못된 지식을 예민하고 영리하게 비웃는 저자의 글을 재밌게 따라 읽으며 되니 무척 권하고 싶다.

 

“출산 시에 면도, 관장, 살균제를 이용한 외음 및 질 세정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지는 관습.”

“건강을 위한 음식은 없고, 최선은 25그램의 섬유질을 섭취하는 정도.”

“속옷은 체내에 있는 질의 pH를 바꿀 수 없다. 꽉 끼는 옷이 외음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들은, 이러한 옷들이 세균 군집 형성이나 pH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특수한 여성 세정제가 필요할까? 필요 없다.”

“콘돔은 질 내 유익균 보호에 매우 효과적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해균의 먹이가 되어 더 많은 감염증을 유발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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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 - 개정판 ㅣ 문학동네포에지 13
염명순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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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이야기하기 힘들고 보는 것도 어렵다. 아주 오래 틈만 나면 책 속으로 도망가던 처지라 그래서 넌 뭐하려했나 되물으니 민망하기도 하다. 기막히고 두렵고 억울한 시절, 내가 느끼는 것보다 더 깊숙하고 생생한 아픔을 느끼며 시를 쓰는 이들은 여전하시다. 이런 날들에도 여전히 떨리고 감사하게 곱고 슬픈 선물을 받아 든다.

 

내가 무슨 힘... 이 되어 줄 수 있었을까 싶은 편지글도 함께이다. 3월을 내내 허한 정신으로 살면서, 잊지 않을 것도, 살필 것도... 많은데... 최대한 모른 척 해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여러 번 읽었다. 접어서 책 사이에 끼워 뒀다 다시 꺼내 읽기도 했다. 다들 힘들다는데... 나도 누군가에게 손으로 꾹꾹 눌러 편지 한 장 쓸 힘을 내어 볼까.


이 다감하고 어여쁜 곳에 무엇을 넣어둬야 하나... 작가님의 손글씨는 이천이십일년 봄.에 여기 닿았구나... 그 봄도 기억이 어스름하고, 지금도 봄이라는데 나는 영 알 수가 없다. ‘봄날엔 모두 하늘로 오른다’(봄날엔)는데, 그 ‘모두’에 나는 아직인가. 마법인가 기적인가 싶어 무척 고대하는 연두빛도 궁금하지 않은 어두운 봄이다.

 

봄이 왔다는데 내 정신은 눈사태로 무너진 빈 들 같다. ‘그대 무너지는 소리 듣는다/(...) 그대가 지켜온 것은 무엇인가/숨죽여 지켜온 기나긴 버팅김의 자세를 풀고/’(눈사태) 풀고... 현실 어디서 ‘저 눈부신 흰빛’ ‘새 살, 푸르른 소리’를 찾아 들을까. 머문 자리마다 눈물 떨구는 소리.

 

오래 모욕당했고, 때론 사려 깊게 모욕당했고, 때론 조심스럽게 모욕당했고, 늘 누군가는 소리 높여 죽어라 죽어라 저주를 퍼부었고, 그래서 우리는 정말로 죽기도 했다. 이용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모욕하며 이용하는 법을 생각해낸 자들은 ‘목숨이라 하자/(...) 우리 큰애기 가슴에 비수 품고 떠나던 고향길/ (...) 이을 악물고 (...)/ 우러르던 하늘, 하늘이라 하자(한국 근대 여성사)’ 이런 시간을 역사라고도 부르지 않았다. 웃으며 남은 목숨들을 끊자 했다.

 

몇 해 전 누군가 체르노빌은 이제 관광지가 되었다고 했는데, 그 가벼워진 무게감을 짓밟듯 이제 그 지역은 폭격과 죽음으로 다시 헤집어지고 있다. 체르노빌에서 울음을 떠뜨리며 떠난 이들은 지금 다시 ‘어디로 갈 것인가 봄이 와도(체르노빌)’ 다 버리고 다시 떠나야 했을 것이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우리는 정말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체르노빌)’

 

어떻게 잠들고 왜 일어났는지 모를 일이다. 깨었다 생각하면 여기저기 시간을 확인했다. 세상에 믿을 시간이라곤 없는 것처럼. 가만히 어둠 속에 깨어 있으면, 잘못된 거 나 하나뿐인 것 같다. 그럴 때 잘못 걸린 전화라고 오면 좀 나았을까. ‘잘못 걸린 전화를 받고 잠을 깨다 누가 멀리서 지젤 하고 부른다 지젤 그녀는 누구였을까 (...) 누가 어디서 나 대신 내 삶을 살고 내가 여기서 남의 삶을 연기하고 있다는 (...) (어떤 하루)’

 

해뜨고 해지는 걸 왜 그리 좋아들 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관심이 없어진 지 오래인 과학의 저주인지도 모를 일이다. 해는 가만있고... 새벽빛도 석양도 그저 파장의 차이라고 다 알아도... 가끔은 마음이 싸르르 떨려온다 ‘살아갈 날들보다/살아온 날들이/막막해질 때면(저물녁)’ ‘내 안이 비었으니/내게 와 머무는 저녁/ (...) 적요한 세상의 가슴을 적시며/나도 강처럼 흘러/어디엔가 닿아 있으리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저물녘)’

 

어제 오늘 비바람 부는 날에 바람나서 미친 듯 바람 맞으러 걸어 다니면서 문득 운동화가 많이 지쳤구나, 하는 걸 내 몸처럼 알아 차렸다. 그럴 테다. 구두야 잠시 발에 걸치는 것이지만, 운동화는... 참 묵묵히 나를 데려 다녔다 싶다. ‘아직 더 닳아질 마음이 남아 있구나/갈 만큼 갔다고 생각했는데/ (...) 내가 밟은 길들이 등 뒤에서 나를 감아온다.(내 낡은 구두에게 바치는 시)’

 

선물이란 참 좋은 것이구나, 이 정신으로도 시를 다 읽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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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수동적 방역에서 적극적 방역으로 - 우리는 마스크를 쓰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김봉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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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왔다. 밖에서 잠시 지인과 접선(?)할 일이 있어서 좀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다가 문득... 이 거리에 나 말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 그 순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마스크를 내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스크 내리는 일이 어찌나 주저되고 어색하던지... 그런 감정에 휩싸이는 자신을 느끼며 형언할 길 없는 심정이 되었다.

 

밤늦게 전한 지인의 일과에는 아무도 없는 밤거리에 나가 마스크 내리고 10분 간 걸었다는, 숨 좀 쉴 것 같았다는, 살 것 같았다는 눈물겨운 이야기가 있었다. 마스크 없는 일상은 추억이 되었다. 집에 누가 잠시만 방문해도 화들짝 마스크부터 찾는다.

 

그래도 나야 이것저것 다 경험해보았으니 괜찮다. 어린이들은 어떻게 세상을 사람을 인지하고 살고 있을까? 범죄자에 준하는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도 탄소 배출 좀 하고 살았지. 쓰레기 좀 만들고 살았지. 경고를 무섭게 받아들이지 않았지. 누가 대신 해결해주리라 믿기도 했지...

 

이 책의 표지에는 ‘우리는 마스크를 쓰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란 힘찬 문장이 있다. 그런 목적으로 태어나지 않았으니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얼마나 오래일지 이제 모르겠다. 벗으라고 맘 편히 벗어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20년 동안 국립병원과 보건소에서 검사실과 감염병관리팀에서 근무했다. 무분별하게 자연을 해치는 소독보다 원인을 차단하는 친환경 방역법을 제시해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그 방역법이 두루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적어도 현실에서는 소독약을 콸콸 쏟아 붓듯 사용 중이다. 며칠 전에는 승강기 안에서 구토할 뻔.

 

“우리가 지금까지 진행해 온 감염병 대응에도 ‘오답 노트’가 필요하다. (...)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살펴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대비하기 수월하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인류는 무균 상태에서 산 적이 없다. 바이러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판데믹을 초래한 인류가 면역이 없는 새 바이러스에 인류가 치르는 희생을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균이 다 병원균과 유해균이란 전제로 생활공간을 성분도 모르는 소독약으로 씻어내는 일은 무지하고 위험한 일이다.

 

감염병을 소재로 하지만 우리는 이미 판데믹을 초래한 원인이 기후위기이고 그 원인은 인류의 무분별하고 탐욕스러운 생산소비체제에 있다는 것을 안다. 저자가 의료 분야만이 아닌 일회용으로 인한 쓰레기 문제,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언급해 줘서 마음이 편해진다. 감염병도 인간을 죽이지만, 환경문제는 ‘인류 멸종’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지나고 보면 잘 보이는 것들이 당시에는 잘 안보이기도 하고 보여도 못 본 척하기도 한다. 동물들이 집단 감염에 걸리고 인간이 그들을 대량 살육할 때 인류에게도 닥칠 일을 예측했고 충분한 필요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어느 지역의 인간들은 육류를 운반하던 냉동 창고에 시신으로 쌓여갔다.

 

가둬두고 죽이다가 생존 환경으로 인해 감염되자 사후 가스가 차는 것을 미리 예방하느라 배를 찔러 산 채로 매장한 동물들이 땅으로 지하수로 스며들었다. 그 땅위에서 인간만 무사할 거라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어쨌든 우리는 이미 백신도 접종하고 개인 부담으로 마스크를 사서 사용하고 산다. 확진 속도와 수가 완만한 감소를 보인다는 발표를 오늘 들었다. 부디 그러하기를. 어제도 오늘도 바람난 것처럼 바람 맞으러 걸어 다녔다.

 

잘 훈련된 존재로 살았음에도 한계다 싶은 순간이 없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막았을지 모르나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신선한 공기도 여러 미생물과의 접촉을 통한 면역력 생성도 필요하다. 오늘도 책이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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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컨피던스 -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밝힌 성공의 비밀
이안 로버트슨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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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과 자신감은 서로 다르지만 깊이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자신감은 자존감을 높여주지만, 자존감이 반드시 자신감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자신감confidence가 아니라 뉴new 컨피던스*이니 같고도 다르거나 새로운 개념 정의부터 차근차근 구성되지 않을까 읽기 전에 생각했다. 읽는 중이지만 정의, 형성 방식, 활용 방식, 작용 방식... 세분화되었으면서도 부드럽게 잘 이어진다.


* 원제> How Confidence Works: The new science of self-belief


“개인을 중시하는 자아나 집단을 중시하는 자아는 기억에도 편향을 가져온다.”


“‘우리’를 중시하는 집단 구성원은 ‘나’를 중시하는 개인보다 자아를 높여야 할 필요를 덜 느끼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도 더 현실적이다.”


신경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이안 로버트슨이 언급하는 항우울제로서의 자신감의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뇌의 보상 체계에서 내뿜은 활동파, 화학 메신저인 신경 전달 물질 도파민, 행동하게 만드는 동력, 통제 가능하다는 감각은 다종다양한 외압에 대한 심리적 완충 장치이다. ‘실패’ 혹은 ‘패배’로 한껏 우울하니 실패를 포용하는 법, 방해하는 사람유형도 흥미롭다.


더불어 학습법, 역효과, 자신감이 무려 경제와 정치에 작용하는 법, 연마법과 효용 등에 대해서도 담담한 서술자의 태도로 자세하게 다룬다. 일독이 어렵지 않겠다.


! 무척 재미있었던 문제


질문> 관련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두 개 고르시오. (내가 고른 방식에 대한 해석에 놀랐다.)


기차/버스/기찻길

판다/바나나/원숭이

샴푸/컨디셔너/머리카락

의자/쿠션/테이블

지갑/핸드백/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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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팅클! 2 - 단짝 틴틴이와 팅클이의 정다운 하루 ㅣ 틴틴팅클! 2
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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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에 좋아하는 속담이 ‘고양이 달걀 굴리듯’*이라고 해서 덕분에 찾아 배웠다. 저자의 SNS도 몰래(?) 구경했다. 책을 보니 역시 화면보다 책파! 인 나는 다시 설렌다. 목소리가 들릴 듯 친근하고 멋진 표정들이다.

 

* 무슨 일을 재치 있게 잘하거나 또는 공 같은 것을 재간 있게 놀림을 이르는 말.

 

정다운 하루라는 부제처럼 군것질하는 즐거운 시간, 고추장 떡볶이 별로여서 아주 드물게 사먹는 나도 표정 덕분에 마음이 끌린다. 뒷표지를 보니 떡꼬치와 핫도그도 보인다. 90~00년대 초등학생들 정서라고 하는데 40대까지는 공감 가능하다고 우겨본다.

 

좋아하는, 친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학교든 학교 밖이든 즐겁지 않을 리가 없다. 나이 값도 못하고 부러운 마음이 커진다. 고양이 캐릭터들이라 그런지 뭘 해도 사랑스러움이 최소 세 배는 되는 듯.

 

일상은 아기자기하고 섬세하게 보일수록 공감이 더 진하다. 우유 당번은 학생들이 하는 구나, 맞벌이 부모의 집에선 동생을 돌보는 일은 힘들지 않았으면, 코로나 판데믹이라 친구 집에서 파자마 파티는 힘들겠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일상이 ‘삶’을 채우는 거의 모든 것이다. 아주 소중한 것이다. 그 일상을 유보한 채, 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되는 시절을 우리 모두 살고 있다. 힘을 모아 더 멋진 미래를 만들면 좋을 것을 전쟁, 기후위기, 아마추어정치는 삶을 더 위협하고 있다.

 

힘든 삶을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한 작품임에 분명하지만 마냥 말랑한 상상으로 채워진 판타지가 아니다. 무척 놀랍고 슬픈 에피소드를 만나기도 했다. 누구 한 사람의 거대한 잘못과 비극이라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는 일, 서로 이해하고 노력하는 상황으로 채워주셔서 감동받았다.

 

현실 가정의 참담한 범죄 발생 상황을 생각해보면, 슬프지만 작품 속 에피소드는 무척 이상적이고 안전한 대화의 과정이라는 것이 한편 다행이고 한편 서글프다. 힘든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다른 생명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와 책임을 개인도 사회도 좀 더 고심할 수 있기를.

 

귀엽고 어린 캐릭터라고 무결점인 것도 아니다. 하면 안 되는 일들도 한다. 특히 친구들 놀리기, 흉보기... 후회하기 전에 그만 할 수 있길. 문제는 어른들끼리 하는 흉보기를 아이들이 듣고 배우는 것인데, 현실에선 간혹 그 내용이 너무 저질스럽고 천박해서 흠칫 놀라운 경우도 많다.

 

저자는 정말 세심하고 현실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을 창작하는 분이다. 덕분에 나도 무척 재밌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십 대들은 한층 더 눈을 빛내며 즐긴다. 이 분위기면 순서는 바뀌었지만 1권을 구매해서 읽어볼 듯. 덕분에 오래 웃었더니 대선 후 찌질한 기분에서 꽤 벗어난 듯하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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