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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수동적 방역에서 적극적 방역으로 - 우리는 마스크를 쓰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김봉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3월
평점 :
비바람이 왔다. 밖에서 잠시 지인과 접선(?)할 일이 있어서 좀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다가 문득... 이 거리에 나 말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 그 순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마스크를 내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스크 내리는 일이 어찌나 주저되고 어색하던지... 그런 감정에 휩싸이는 자신을 느끼며 형언할 길 없는 심정이 되었다.
밤늦게 전한 지인의 일과에는 아무도 없는 밤거리에 나가 마스크 내리고 10분 간 걸었다는, 숨 좀 쉴 것 같았다는, 살 것 같았다는 눈물겨운 이야기가 있었다. 마스크 없는 일상은 추억이 되었다. 집에 누가 잠시만 방문해도 화들짝 마스크부터 찾는다.
그래도 나야 이것저것 다 경험해보았으니 괜찮다. 어린이들은 어떻게 세상을 사람을 인지하고 살고 있을까? 범죄자에 준하는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도 탄소 배출 좀 하고 살았지. 쓰레기 좀 만들고 살았지. 경고를 무섭게 받아들이지 않았지. 누가 대신 해결해주리라 믿기도 했지...
이 책의 표지에는 ‘우리는 마스크를 쓰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란 힘찬 문장이 있다. 그런 목적으로 태어나지 않았으니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얼마나 오래일지 이제 모르겠다. 벗으라고 맘 편히 벗어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20년 동안 국립병원과 보건소에서 검사실과 감염병관리팀에서 근무했다. 무분별하게 자연을 해치는 소독보다 원인을 차단하는 친환경 방역법을 제시해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그 방역법이 두루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적어도 현실에서는 소독약을 콸콸 쏟아 붓듯 사용 중이다. 며칠 전에는 승강기 안에서 구토할 뻔.
“우리가 지금까지 진행해 온 감염병 대응에도 ‘오답 노트’가 필요하다. (...)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살펴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대비하기 수월하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인류는 무균 상태에서 산 적이 없다. 바이러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판데믹을 초래한 인류가 면역이 없는 새 바이러스에 인류가 치르는 희생을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균이 다 병원균과 유해균이란 전제로 생활공간을 성분도 모르는 소독약으로 씻어내는 일은 무지하고 위험한 일이다.
감염병을 소재로 하지만 우리는 이미 판데믹을 초래한 원인이 기후위기이고 그 원인은 인류의 무분별하고 탐욕스러운 생산소비체제에 있다는 것을 안다. 저자가 의료 분야만이 아닌 일회용으로 인한 쓰레기 문제,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언급해 줘서 마음이 편해진다. 감염병도 인간을 죽이지만, 환경문제는 ‘인류 멸종’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지나고 보면 잘 보이는 것들이 당시에는 잘 안보이기도 하고 보여도 못 본 척하기도 한다. 동물들이 집단 감염에 걸리고 인간이 그들을 대량 살육할 때 인류에게도 닥칠 일을 예측했고 충분한 필요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어느 지역의 인간들은 육류를 운반하던 냉동 창고에 시신으로 쌓여갔다.
가둬두고 죽이다가 생존 환경으로 인해 감염되자 사후 가스가 차는 것을 미리 예방하느라 배를 찔러 산 채로 매장한 동물들이 땅으로 지하수로 스며들었다. 그 땅위에서 인간만 무사할 거라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어쨌든 우리는 이미 백신도 접종하고 개인 부담으로 마스크를 사서 사용하고 산다. 확진 속도와 수가 완만한 감소를 보인다는 발표를 오늘 들었다. 부디 그러하기를. 어제도 오늘도 바람난 것처럼 바람 맞으러 걸어 다녔다.
잘 훈련된 존재로 살았음에도 한계다 싶은 순간이 없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막았을지 모르나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신선한 공기도 여러 미생물과의 접촉을 통한 면역력 생성도 필요하다. 오늘도 책이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