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옷장 -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고민
박진영.신하나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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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패션 시장의 규모는 약 3,690조원

- 매년 800억벌 가량의 옷이 매매

- 전세계 노동인구의 1/6이 관련된 대규모 산업

- 2000년대 유행하고 자리 잡은 패스트 패션 산업의 다양한 페혜

- 저렴한 옷을 만들기 위해 인건비는 낮추고 노동환경은 열악해지고 강도는 높아졌다.

- 폴리에스터는 면 섬유에 비해 2, 3배 이상의 탄소 배출

- 청바지 한 벌 생산에 한 사람이 10년 마실 물이 소비

- 원단 표백과 염색 시 화학물질은 수질오염의 주요 원인

- 팔리지 못한 수많은 상품은 그대로 폐기

-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 폐수 발생의 20%, 미세플라스틱의 35%가 합성섬유의 세탁으로 발생한다.

- 동물성 제품 소재를 얻기 위한 동물 학대와 환경 파괴

 

이 책의 내용만 정리해서 나열해도 끝이 없다. 나는 사실 이런 복기와 요약이 지겹기도 지치기도 하고, 하다 보면 또 기운이 나기도 한다. 완벽한 삶은 사는 사람도 없고 살 수도 없기 때문에, 고민하고 기록한 이들이 제안한 무엇이라도 하나 하는 사람이 늘면 그건 확실한 희망이니까.

 

그래서 하나라도 덜어내는 방식으로 만들고 소비하는 것은 늘 개인적인 실천으로 필요하다. 아무거나 하나, 가장 하기 쉬운 것을 한 번이라도 해보시라. 윤리와 도덕적 실천은 짐작보다 훨씬 뿌듯한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대단한 일은 못하지만 속옷과 양말을 제외한 옷을 구매하지 않은지가 꽤 되었다. 작은 구멍이 난 티셔츠쯤은 아무렇지 않게 입는다. 건조 기후에 사는 사람처럼 겉옷은 베란다에서 환기시키는 것으로 세탁을 한 것으로 친다.

 

육식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내가 쌓아가는 다른 탄소마일리지를 상쇄하며 사는 중이다. 현실에 대해 무척 양가적 감정을 느낀다. 20년도 더 전에 치열하게 논쟁했던 이론의 일부분이 이제야 실천 이론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그 속도감에 처절하게 절망하기도 한다.

 

말끔한 눈으로 보면 세상은 절망으로 직진하는 중이다. 뭐 그리 안타까울 게 있냐고 물으면 대답도 궁하다. 그래도 마구 사서 유행이 지났다거나 입기 싫어졌다거나 하는 이유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의 의류 쓰레기 더미를 쏟아 붓는 일은 정말로 하고 싶지 않다.



 

대단하게 훌륭한 어른은 못 되었지만 파렴치한 행위의 결과들은 가능한 줄이며 살고 싶다. 오래전 베지터블 레더라고 해서 변명삼아 사버린 부츠가 더워진 계절 속에서 홀로 방치 중이다. 소재만이 아니라 가공과정도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눈감은 대가... 아프게 추궁당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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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 호수 - 2023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 ㅣ Dear 그림책
조원희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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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기 쉬운 제목이다. 언어는 사유이고 현실이 어렵다면 서사를 바꿔 살자고 외치고 싶은 지라 사계절출판사의 책이 아니라면 반감을 느꼈을 것이다.

 

내용을 보고나면 오히려 선입견에 대해 일종의 역설과 같은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건 아닌가 싶다. 통상적인 이미지는 못 버티고 금세 녹아 사라지고 만다.

 

그림책에 사용된 색들은 대체로 자연의(지구의) 색earthy colour이라고 느껴진다. 흰 배경에 붉은 색, 검은 색, 녹색(들)로 표현되었다.

 

여백이 많고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페이지들도 있다. 움직임이 고요하고 우아하고 아름답고 명상적이다.

 

의도는 아니었지만 명상 하듯 호흡을 고르고 천천히 가만히 넘겨보았다. 그림책 속 아저씨와 아줌마의 음성이 없듯 내 주변에도 인간과 관련된 소음이 가라앉았다.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게 요란하던 마음이 잠시 완벽하게 조용해졌다.

 


하지만 책 속의 사건들은 급박하게도 전개된다. 아줌마의 모든 것이 부럽다. 수영을 잘 하는 것도 숲의 동물들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도 근육은 아저씨가 있다는데, 양 팔로 둘을 한꺼번에 구하는 장면은 무척 멋지고 더 부러웠다.

 

아줌마와 아저씨의 과거(?)가 궁금한 분들은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숲 편을 보시면 된다. 아줌마도 아저씨도 개미도 새도 수달도 황새도 물고기도... 모두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 두 권만으로도 흠뻑 느낄 수 있다.

 

숲 편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는데 호수 편에서는 웃음이 났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세계이고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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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몰랐지? 기발하고 엉뚱한 공룡 도감 - 술술 읽다 보면 오늘부터 공룡 박사!
가니 멤마 그림, 심수정 옮김, 히라야마 렌 외 감수 / 카시오페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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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공룡은 멸종된 흥미로운 생물이라고만 느꼈다. 지금은 유사점들이 눈에 띄어 두려워지는 중이다. 두 종 모두 시대의 지배종이고 몸집(혹은 총량으로서의 인구수)를 키웠다. 소행성 충돌이든 화산 폭발이든 이후의 기후 격변으로 멸종된 것도, 인류가 처한 형편과 완전히 달라 보이지 않는다.

 

만화나 영화 캐릭터, 장난감이자 학습교재 이외에 생물종으로서의 관심이 뒤늦게 생겼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뼈를 실컷 본 것 말고는 익숙하지만 아는 바가 많지도 않다. 좋아하는 공룡이 있고 이름도 다 외우는 어린이들이 많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의 64종이 하나같이 신기했다. 더 신기하고 내게 흥미로운 내용들 위주로 일독 후 기록을 남긴다. 뜻밖에 공룡 같지만 공룡이 아닌 생물들 구분부터 시작했다. 유형에 ‘룡’이 들어가기도 하니 한참 더 헷갈릴 듯.

 


백악기 후기에 종류도 다양해지고 가장 진화한 상태로 멸종이라... 우연이겠지만 내가 공룡도 아닌데 번성의 절정이 그렇게 짧았다는 것이 허무했다. 시조새라고 알려진 공룡 이름도 배우고, 바로 다음 장에서 더 오래된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새로운 정보도 얻는다. 더 이상 ‘시조’가 아니게 된 시조새...



 이 책의 공룡들 중 가장 무서웠던 데이노케이루스! 키가 5m이고 앞다리가 사람보다 길고 큰 ‘낫’이라니! 치명적으로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말 그래도 거대 낫을 휘둘러 먹이 사냥을 했을 터... 마치 도구를 몸에 달고 태어난 존재 같달까.


 

1m가 안 되는 뇌가 컸던 공룡 트루돈도 초면이다. 공룡 사피엔스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존재 같다. 아쉽게도 진화의 시간을 갖기 전에 멸종했지만. 덩치도 작은데 살아 남았으면 좋았을 것을. 인간보다 평화로운 종족이었을 수도.


 

그리고 다른 의미로 무서운 공룡... 입이 크고 이빨이 무려 500개... 너무 무서워서 상상하기 싫었는데 저자가 실제로 보면 대형 잔디깎기 같은 모습이었을 거라고 해서 덕분에 웃었다. 그래도 정말 무섭다.


 

5m 가까운 몸집의 공룡 몸 안에 2m 넘는 뼈 대롱이 들어 있어 그리로 공기를 빨아들였다니... 진화의 다양성에 놀라고 재밌다. 분명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식으로 진화했을 텐데, 이 공룡은 그러니까 음악가인 셈이다. 공기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방식을 유전학습하는! 오보에처럼 낮게 울리는 소리였을 거라니... 무척 매력적이다.


 

공룡 이름 붙이는 방법도 알아 두면 이름 외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고, 공룡의 수명이 생각보다 길어서 또 놀랐다. 생각해보면 거북이도 장수동물이다.


 

나처럼 초보지식이 부족하고 기억력도 좋지 않은 독자들에게 무척 도움이 되는 공룡도감이다. 재밌고 흥미롭고 즐겁게 읽고 배웠다. 학습 자료로 활용가능한 책들이 점점 더 친절해지는 것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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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힘은 둥지 속에 있었다
이희야 지음 / 밥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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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계의 시집을 보고 난 후 펼친 에세이에 별천지가 있다. 이런 우연은 즐겁다. 책을 뒤적거리며 조용히 보내는 주말이 좋다. 이희야 저자가 자신의 삶을 연대기도 아니고 사건 중심도 아닌 잔잔한 이야기들로 펼쳐서 참 편안하게 읽었다.

 

눈에 띈 아름다운 것들의 사진들도 반가웠다. 의도한 것인지 많은 것들이 봄의 풍경들이라 며칠 전 산책에서 내가 만난 고양이, 민들레 홀씨, 클로버, 개구리, 숲의 모습이 떠올랐다. 산책과 독서로 채워지는 일상이 갖고 싶다. 누가 줄 것도 아니니 원하면 내가 마련해야겠지.

 

한편으로는 내 일상의 풍경과 여러 접점이 있는 듯도 한 글 속에는, 전혀 모르는 시절처럼 만나는 삶의 면면들도 많다. 깜짝 놀라서 저자의 연배는 어떻게 되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숫자로 보자면 작은 나라, 적은 인구인데 각자의 삶의 풍경은 같은 것이 없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들과의 만남, 사랑, 이별이 교감이 강한 이야기로 담겨 있어, 그런 것들이 간절한 나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릴 적 만난 소나무에게 뒤늦게 전하는 인사는 아련하고 그리웠다. 생각만 해도 그리운 나무들이 내게도 있다.

 

어릴 적 본가는 집성촌에 위치한 오래 된 기와집이었음에도 나는 우물에 대한 기억은 없다.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가장 오래된 그 집에서의 물에 대한 기억은 펌프니까. 그래서 까치발을 세워 우물 속 달을 구경했다는 얘기에 부러웠다. 어떤 반가움일까.

 

동네에서 함께 사용하는 공동 우물을 일 년에 한 번씩 치우고 청소하는 이야기도 신기했다. 저자는 ‘우물 속에는 말 못할 사연들이 많이 내려앉아 있었다’라고 신비감을 더한다. 문장만 보고도 나는 무척 두근거렸다. 도르레, 두레박, 물앵두나무...

 

어릴 적에 어른들께 이야기를 조르는 아이였다면 참 좋았을 뻔했다. 사라진 서사들이 궁금하여 그립기만 하다. ‘소리 나는 것과 칼은 시어머니가 사 주어야 한다’는 속설도 처음 들었다. 신혼 시절의 도마를 아직 사용하신다니 무척 단단한 나무였나 보다 그것도 부럽다.

 

떠나신 분들이 챙기고 먹인 이야기를 읽을 때면 채우지 못할 허기가 진다. 맛있는 것들, 먹고 싶은 것들이 거의 없어진 지가 여러 해인데, 어릴 적 받아먹던 것들을 생각하면 침이 고인다. 챙겨 주시던 분들이 떠나시고 나니 아무도 다시 챙겨주지 않는 것들은 더 그렇다.

 

통통통 소리와 함께 퍼지던 음식향, 주방으로 길게 들어오던 오후의 빛, 창문으로 들어오던 솔솔 가벼운 바람, 책을 들고 소파에서 느긋하던 나... 기억은 거듭할수록 미화되고 조작된다고 하지만 간혹 나는 왜 그런 시공간을 만들지 못하는지, 왜 그때처럼 모두 다 채워지는 행복감은 없는 것인지 스스로의 무능력을 애통해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 일상을 일구고 가족을 돌보전 저자가 시인들과 시의 세계에 빠져 글을 쓰기 시작한 마무리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참 행복한 삶의 풍경들이다. 내내 그러시길 응원한다.

 

“시가 있어 나는 더없이 행복한 인생의 주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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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계 ㅣ 창비시선 474
김유림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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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 마음에 드는 선물처럼 표지가 아주 마음에 든다. 기분이 좋으니 몸도 편안해진다.

정말 싫고 힘든 어제 주말 외출에서 상대가 권한 음식을 먹고 속이 지금까지 불편해서 더 그런가보다.

향긋하고 아삭하고 부드럽고 시원하고 달고 쓰고 맵고 흙맛도 햇볕 맛도 나는 채소와 과일만 먹으며 내내 살고 싶다.

예전엔 장자도 거짓말쟁이, 허풍쟁이, 엉터리 같았다.

살다보니 장자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고 내가 느끼는 존재, 삶, 세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주에서 최고로 중요한 것처럼 느꼈던 나라는 의식과 존재는 찰나도 못 되는 우연의 결합체였다.

최초의 생성물이 형태만 바꾸며 어느 공간에서 부유하는 일이 우리 모두의 실체이다.

내가 나비가 아닐 이유도 없었고, 삶이 꿈이 아닐 이유도 없어졌다.

아무리 정신을 차려 봐도 타인도 현실도 자신조차 속속들이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어 낯설기는 여전하다. 이해하려는 노력은 고되고 만성 피로만을 키운다.

기대한 상상들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시절에는 좀 더 세상을 가깝게 느끼기도 하지만 79억 명의 상상이 다투며 서로 현실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변화는 숨 가쁘기만 하다. 지속할 의미도 힘도 방법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십 년간 산 세상의 모습이 바로 보기도 어려울 만큼 괴이해서 곁눈질로 볼 때마다 어지럼증과 구토를 느끼는 건 특별한 낯설음이다.

김유림 시인의 <별세계>는 그래서 별로 별세계가 아닌 세계로 편안하게 구경했다.

관여하고 싶지 않은 별세계가 되었으니 저는 이만 총총... 이라고 말하지 못한 답답함이 반복과 변주의 시어를 거치며 심각할 것 없는 놀이처럼 해소되었다.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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