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계 창비시선 474
김유림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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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 마음에 드는 선물처럼 표지가 아주 마음에 든다. 기분이 좋으니 몸도 편안해진다.

정말 싫고 힘든 어제 주말 외출에서 상대가 권한 음식을 먹고 속이 지금까지 불편해서 더 그런가보다.

향긋하고 아삭하고 부드럽고 시원하고 달고 쓰고 맵고 흙맛도 햇볕 맛도 나는 채소와 과일만 먹으며 내내 살고 싶다.

예전엔 장자도 거짓말쟁이, 허풍쟁이, 엉터리 같았다.

살다보니 장자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고 내가 느끼는 존재, 삶, 세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주에서 최고로 중요한 것처럼 느꼈던 나라는 의식과 존재는 찰나도 못 되는 우연의 결합체였다.

최초의 생성물이 형태만 바꾸며 어느 공간에서 부유하는 일이 우리 모두의 실체이다.

내가 나비가 아닐 이유도 없었고, 삶이 꿈이 아닐 이유도 없어졌다.

아무리 정신을 차려 봐도 타인도 현실도 자신조차 속속들이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어 낯설기는 여전하다. 이해하려는 노력은 고되고 만성 피로만을 키운다.

기대한 상상들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시절에는 좀 더 세상을 가깝게 느끼기도 하지만 79억 명의 상상이 다투며 서로 현실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변화는 숨 가쁘기만 하다. 지속할 의미도 힘도 방법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십 년간 산 세상의 모습이 바로 보기도 어려울 만큼 괴이해서 곁눈질로 볼 때마다 어지럼증과 구토를 느끼는 건 특별한 낯설음이다.

김유림 시인의 <별세계>는 그래서 별로 별세계가 아닌 세계로 편안하게 구경했다.

관여하고 싶지 않은 별세계가 되었으니 저는 이만 총총... 이라고 말하지 못한 답답함이 반복과 변주의 시어를 거치며 심각할 것 없는 놀이처럼 해소되었다.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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