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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 호수 - 2023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 ㅣ Dear 그림책
조원희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평점 :
오해하기 쉬운 제목이다. 언어는 사유이고 현실이 어렵다면 서사를 바꿔 살자고 외치고 싶은 지라 사계절출판사의 책이 아니라면 반감을 느꼈을 것이다.
내용을 보고나면 오히려 선입견에 대해 일종의 역설과 같은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건 아닌가 싶다. 통상적인 이미지는 못 버티고 금세 녹아 사라지고 만다.
그림책에 사용된 색들은 대체로 자연의(지구의) 색earthy colour이라고 느껴진다. 흰 배경에 붉은 색, 검은 색, 녹색(들)로 표현되었다.
여백이 많고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페이지들도 있다. 움직임이 고요하고 우아하고 아름답고 명상적이다.
의도는 아니었지만 명상 하듯 호흡을 고르고 천천히 가만히 넘겨보았다. 그림책 속 아저씨와 아줌마의 음성이 없듯 내 주변에도 인간과 관련된 소음이 가라앉았다.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게 요란하던 마음이 잠시 완벽하게 조용해졌다.
하지만 책 속의 사건들은 급박하게도 전개된다. 아줌마의 모든 것이 부럽다. 수영을 잘 하는 것도 숲의 동물들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도 근육은 아저씨가 있다는데, 양 팔로 둘을 한꺼번에 구하는 장면은 무척 멋지고 더 부러웠다.
아줌마와 아저씨의 과거(?)가 궁금한 분들은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숲 편을 보시면 된다. 아줌마도 아저씨도 개미도 새도 수달도 황새도 물고기도... 모두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 두 권만으로도 흠뻑 느낄 수 있다.
숲 편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는데 호수 편에서는 웃음이 났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세계이고 관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