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193호 - 2021.가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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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법무부는 브리핑을 통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선언적 조항을 민법 제98조의2 1항으로 신설한다고 입법예고했다. (...) 동물이 물건의 지위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앞두고어느 보호소에서 복날 즈음하여 평소라면 입양이 거의 되지 않는 대형견 십수마리가 입양을 갔고그 소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김지혜 [생명체는 물건입니까?] 창비주간논평 2021.8.4.

 

기억을 들춰보면 1990년 대 중반에 이미 동물권에 대한 논의 자체는 있었다학회에서 동물에게 권리를 주는 방식에 대해 상당히 세심한 논의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정치적 주체agent가 아닌 대상에게는 인간이 대리자가 되어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 직접 부여할 수 있는지 등.

 

나는 내가 머무는 세상이 아주 작다는 것을 잘 몰라서 그 세상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이 되는 줄 알고적어도 다른 사람들 역시 중요하다고 여겨줄 줄 알고 살았다그로부터 25년이 더 지나서 이제 개를 먹지 말자는 논의를 할 때가 되었다거나’ ‘동물을 식재료로만 볼 것이 아니다 라거나’ ‘동물권 조항이 신설 입법 예고가 될 지는 정말 몰랐다.

 

이런 속도라면 인간의 수명을 살며 생전에 변화와 개선을 목격하기란 참 귀하고 드문 일일 것이다확대되고 바뀐 법과 제도 하나하나가 새삼스럽게 무거워진다얼마나 많은 이들의 삶이 담겨져 있는 변화인가.

 

개고기를 안 먹어봐서 맛도 효과도 모른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식품의 신비한 능력을 믿기보다는 해로운 물질을 하나라도 더 줄여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나로서는 못 먹어 섭섭한 경우는 별로 없다.

 

우리 몸은 개고기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생선콩 등을 구분해서 흡수하지 않는다인간의 몸이 흡수할 수 있는 단백질의 최종 형태는 분해된 아미노산 형태일 뿐이다섭취 전 형태가 무엇이건 똑같다건강을 해치는 건 흡수된 아미노산이 아니라 추가 섭취된 여러 물질들이다.

 

한국은 다채로운 육식 문화와 이에 대한 욕구를 실시간으로 실현시켜주는 배달 문화이를 뒷받침하는 축산업이 발달한 나라라는 점을 상기하건대 한국에서 동물권의 구체적 법제화와 실질적인 규제는 향후에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윤리와 도덕과 법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어릴 적에 이루어지면 좋은 점은 감수성이 함께 형성된다는 점이라고 한다우리가 판단을 할 때 자료를 모두 모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감정과 감수성으로 결정을 내릴 때도 있다나는 도가 지나쳐서 감정적 반응이 육체에도 영향을 미칠 때도 있다형태가 분명한때론 살아있는대량의 육식재료들을 울부짖는 환호와 더불어 이로 찢어 삼키는 먹방은 자주 위통을 유발한다.

 

하지만 동물권을 논의할 때는 동물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확대하는 것만은 아니다정치의 장에 동물을 어떻게 포섭하고 함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함으로써 우리의 생활세계가 궁극적으로 생태적으로 재구성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나는 아주 순전히 계산적인 이유로도 지금과 같은 형태의 축산업을 반대한다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에 84배 정도 탁월한 메탄은 골칫거리다인간이 가축화해 산업자원으로 활용하는 동물축산복합체에서 배출되는 점점 더 늘어나는 메탄은 무시할 수 없는 양이지만한편으로는 인간이 육식만 줄이면 당장 해결 가능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 다루는 논의는 이런 얄팍한 내 계산과는 다르게 포괄적이고 깊이 있고 구체적이고 법적인 구상을 담고 있다많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부정된 적도 없는 개발주의와 인간중심주의에 관한 서양에서의 오래된 관념철학사상도 지적한다주로 동물과 인간의 경계 설정과 관련된 논의이다.

 

한국에서의 반려동물의 변화에 대한 지적은 반갑고도 유용한 분석이다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한국인의 대표적인 반려동물들은 개와 고양이가 아니라돼지닭이었다그러니 동요들에도 그토록 친근하게 등장했고문학과 그림에도 자주 함께 했다.

 

가축을 좀처럼 볼 수 없게 된 것과는 반대로 돼지와 닭소의 고기는 너무나 흔해졌고 (...) 식을 줄 모르는 먹방’ 문화 속에서 반복되는 허기와 과식은내가 먹는 것이 어떻게 지금 눈앞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할 겨를마저 빼앗아버렸는데생산지와 소비지의 분리야말로 아무런 감정적 동요 없이 고기를 소비하게 되는 중요한 원인일 테다.”

 

저자도 독자인 나도 명쾌한 해법은 없다질문들이 가득할 뿐이다. 부디 의문을 갖는 일 자체가 유의미하길 바란다. 


축산업의 문제를 비판하고 친환경 동물복지를 선택하면 윤리적 도축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자

육식 자체를 죄악시하는 이분법적 채식 담론은 타당한가

인간의 육식의 관습으로 인해 인간의 생활세계 속에 들어올 수 있었던 동물들의 거취는 어떻게 할 것인가

동물이 인간과 동일한 법적 권리를 지녀야 함을 목표로 삼는 것이 동물권 논의라며 가축들을 상품화하지 않고 도축 없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는 스스로의 한계를 고집스럽게 유지하는 변명쟁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종종 하지만 새로운 인식과 실천의 지평을 넓히기란 참 어렵다이 글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현실 실천 가능한 방식은 낭비를 줄이는 것 과식과 음식쓰레기뿐이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모든 생명들을 일단 '식재료'로만 보는 것도 조금 바뀌면 더 좋겠다. 무엇보다 먹방이 인기를 얻는 시대가 하루 빨리 끝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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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의 시간 속으로 -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
윌리엄 글래슬리 지음, 이지민 옮김, 좌용주 감수 / 더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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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란드아이슬란드알라스카 아니고 그린란드 덴마크 자치령 가보셨나요저는 17년 전에 가보았답니다그것도 뜻밖의 직장 제의를 받아서덴마크에 머물던 때였는데 30년 전에 그 학교에서 가르친 분이 마침 계셔서 함께 그린란드로 출발!

 

그리고 마주한 풍경근무 제안을 했던 학교는 눈이 조금(?) 많이 오면 2층까지 차올라서 수업 마치고 귀가하려면 2층의 높은 창문이나 3층 창문을 열고 썰매에 탄 채로 내려와야 한답니다아 참 그전에 화장실 가다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했습니다추워서요... 30년 전 자신이 왔을 때는 영하 45도였다고 지금은 따뜻하다고 뻥치는 상사이자 스승을 때릴 뻔…….


도망쳐서(?) 잊고 살다 이 책을 만나 감개무량합니다수십억 년 전 지구의 모습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지질학자의 글이 불빛처럼 어른어른 거립니다오래 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던 풍경을 그리운 고향 떠올리듯 설명할 수 없는 기분으로 읽습니다.


과학전공자로서 현장연구field trip는 꽤 다녀보았는데조사서를 이렇게도 쓸 수 있는 거였군요제게 없던 저만의 언어를 저자는 가지고 있는 차이겠지요묘사가 지나치게 훌륭한 탓에 몹시 설렙니다지질학이 이런 연구를 하는 분야구나…… 잃어버린 내 것도 아닌데 못 해본 시간이 아깝고 아쉽습니다.


저자는 이 모든 아름다운 사색을 야생의 땅이 살찌운 상상력이라 합니다일반적인 경험을 뛰어넘는 경험으로 우리가 영혼이라 여기는 것의 태곳적 심장이 세차게 뛰는 곳, ‘일종의 집’, ‘교훈을 담은 풍경’, ‘감정적인 진실’.


장소는 모든 생명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가집니다부모의 품 속동네 이렇게 점점 확대되는 장소는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이릅니다그런데 제 방을 어지럽히는 일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험천만한자살이 목표인 사이코패스처럼 사는 인간의 자기파멸 성향은 무엇이고 왜 그럴까요.


환경학/철학생태학/철학(ecology/ecophilosophy) 중에 심층생태학deep ecology로 번역된 철학을 들어 보셨나요아르네 네스Arne Naess가 주창하고 소개한 철학입니다노르웨이 숲 속 작은 오두막에 사셨습니다. 2009년 돌아가시기 전 두 번을 뵙고 동기들과 오두막 안에 끼여 앉아 차를 마시며 재미난 얘기를 들었습니다댐 설계 반대운동을 혼자 하셨지요.

생각이 얕고 인내심이 없어 결과를 봐야만 하는 시시한 학생이었던 저는당시에도 정책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주로 관심이 많아서, deep의 의미나 가치아르네 네스가 전하고자 하는 내재적/본질적 가치intrinsic value를 깊이 생각할 수도 응원하지도 못했습니다이 책은 관찰과 기록만으로도 그 모든 깊이를 경험하게 해줍니다.


판데믹에 기후위기에유행에 뒤질세라 이런저런 우울증을 뒤집어쓰고 사는 기분입니다그렇게나 중요하다고 난리치던 (자본주의경제가 먹고 사는 문제라면환경은 죽고 사는 문제라는 걸 이제 눈만 떠도 다 보일 텐데그래도 끄떡도 않는 인류가 무섭습니다.


아니지요탄소 제로넷 제로를 언급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어 젖혔지요저는 고래를 춤추게 하겠다는 태도로 응원을 열심히 하는 유형임에도 이 헛바퀴 돌아가는 소리들에는 뜨끈한 화가 치밉니다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이 모든 계획입안발표들을 블라블라블라라고 정리해치웠지요.


이제부터 우리가 하는 일들은 선의를 담은 신중한 최선책일 지라도 단 한 번 남은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친구가 오래 전부터 세상의 모든 중요한 이야기는 권력이라곤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로만 전해져서어느 구석에서 새어나오는 혼잣말처럼 들린다고 한탄했는데 이렇게 오래 유효한 관찰일 줄 미처 몰랐습니다.


이 책은 그렇지 않으면 좋겠습니다눈길을 끌고 읽히고 저자가 묵묵하게 고요하게 진지하게 보고 판단하고 기록한 이야기들이 그 뜻 그대로 많은 이들에게 잘 들렸으면 합니다소개한 인용문들은 백만분의 일도 못됩니다한 권을 다 필사해도 모자랄 듯 귀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

 

 

“35년 후면 지구의 인구는 70억 명에서 100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그 결과 야생은 늘 그렇듯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줄 것이며그 과정에서 우리가 우리의 진짜 기원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가져갈 것이다야생이 제공하는 것과 직접 접촉하지 못할 경우우리는 인간을 감싸고 있는 세상을 잃게 된다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사실이 명확할 때조차 이를 거의 알아채지 못한다.”

 

나는 거대한 우주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장소로서 태곳적 자연의 가치를 인식하고그것을 통해 우리가 자연 보존에 힘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자연을야생을 잃을 경우 개인적으로든 인간이라는 개체로서든 우리의 뿌리를 찾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사소한 사건에 불과하다거의 140억 년 전 불가해하게 시작된 이후 아직까지도 솟구치고 있는 엔트로피라는 흐르는 강물에 찍힌 작은 반점에 불과하다우리는 별들이 품고 있을 이야기를 추측하며 이 이야기에 매혹되지만 그 윤곽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우리는 드넓은 대지를 돌아다니며 암석이 품고 있는 역사를 찾는다소중한 무언가를 보여줄 통찰력 한 줌이 그 안에 놓여 있기를 희망하며.”

 

세상에서 유일한 영혼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보여 주는 놀라운 야생성에 넋을 잃은 채그 능선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그러한 생각에 사로잡혀 그곳에 서 있자니 막연하게 불편한 감정이 찾아왔다. (...) 그 감정은 슬픔이 아니었다그것은 인간의 언어에는 없지만야생에서는 넘쳐흐르는 그 무언가를 향한 조용한 갈망이었다나에게는 기회가 없고 심오한 대상과 연결될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

 

난생처음으로 내가 그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불가능한지 내 한계를 깨달은 기분이었다전체의 다른 부분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은 없었다전체는 처음부터 우주의 모든 것이었다그리고 그곳에 북극 계곡의 조용한 그곳에 그 통합의 발현체가 있었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과거와 미래의 유일한 차이점은 중재하고 간섭하는 마음일 뿐이다차이를 생각하고 묘사하고 세세히 열거하는 마음우리는 개체를 파악하고 그들이 시간에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그들은 끊임없이 맹렬히 변한다. (...) 인류는 이해하기 힘든 무언가가 수행한 한 가지 실험에 불과했으며 그 실험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위대한 외로움 속에서도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했다.”

 

모든 대륙에서 야생은 착취당하고 있으며 야생에 의존하던 사람들야생의 품 안에서 살던 사람들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내놓도록 강요받고 있다현대 세상은 넘치는 오만으로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삶에 산업적인 탐욕의 결과를 책임지우고 있다야생의 파괴와 그 안에서 조화롭게 살던 사람들의 파괴를 합리화하는 도덕적 파탄은 경악스러울 정도다. (...) 우리 모두가 느껴야 하는 도덕적 분개는 비대한 경제조직에 비하면 미약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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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양미술사 2 -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양미술사 2
마리옹 오귀스탱 지음, 브뤼노 에이츠 그림, 정재곤 옮김 / 궁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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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의 일부입니다https://blog.naver.com/kiyukk/222543056396

 

어제에 이은 서양미술사 2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이다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에 도착할아버지의 미술사 수업은 도시국가시절에서 시작한다.

 

프랑스 작가라 피렌체베네치아란 명칭을 쓰는게 반갑다플로렌스와 베니스는 낯설고 어색해서 모르는 따른 장소처럼 느껴진다동서고금 전분야 통틀어 천재라고 불리는 인물들 중 한 명인 레오나르도 다빈지Leonardo da Vinci가 소위 자소서 열심히 쓰며 구직활동 하던 내용이 고증적이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예술특히 다빈치가 원하던 조각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작업할 환경재료생활지원작품 의뢰 등 늘 고객과 후원이 필수적인 분야이다의뢰가 없으면 활동도 할 수 없다그러니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다 꺼내 홍보하는 수밖에설령 그것이 군사 엔지니어라고 해도.

 

워낙 전쟁이 빈번하던 시기이고 하고예전 다른 글에서 언급했듯이 엔지니어는 테크니션과 다르다흔히 번역되는 기술자보다는 발명개발설계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다또 다른 천재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역시 원하던 조각만 할 수는 없어 하찮게(?) 여기던 회화도 했다투덜거리며 얼른 - 4년 만에 해치운 작품이 천지창조.

 

지금도 볼 때마다 재밌는 사실주의 미스터리 액자식 구성 이건 모두 제가 임의로 붙인 겁니다 작품 <시녀들>의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미스테리 장르에 대한 나의 애정은 공고하다.

 

빛을 다루는 천재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의 <야경>으로 알려진 원래는 밝았던 그림빛의 화가의 작품이 어두워진변질된 후에도 걸작으로서 명성을 더해간이 역시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밌는 일종의 미스터리이다.

 

고야Francisco de Goya의 동판화 작품에 홀려서 전시 소식을 들으면 열심히 찾아다니곤 했다열정도 애정도 기억의 한 장면으로만 떠오르니 남겨 기억할 수 있는 건 한 장의 사진이나 한 편의 기억이 다구나싶기도 하다.

 

인간이 그토록 열심히 기록하고 창작하는 것은 시간을 잠시잠깐 느껴볼 생명체로서 소멸을 두려워하고 사는 일이 허무해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허무는 잊고 소멸은 막아 보려고나의 일부를 담지한 후손을 사랑하고 아끼는 일도 자신의 완전한 소멸이 늦춰졌다는 안도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존재를 열심히 어필하려다 만든 부작용이 현대 문명에서 우리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과오인지도 모른단 생각을 한다마치 통속!을 내세우는 드라마처럼 기억되지 못하는 것보단 악명과 오점이라도 남기겠다는 듯이.

 

설치미술가로 유일하게 깊은 애정을 느낀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거대한 거미는 한국의 재벌가 소유의 미술관에 머물고 있다유한계급의 놀이 중 건전하고 어쨌든 공유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해야하나즉각적으로 예술가와 작품에서 더 이상 쌩쌩한 느낌을 전해 받지 못해 유감이라 해야 하나이 책에서 만날 줄 몰라 반갑고 잠시 서러웠다.

 

뜨거운 추상과 차가운 추상으로 배운 작품들친구와 재미삼아 몬드리안의 <빨강노랑파랑검정이 있는 구성>을 따라 해보았다못 할 이유가 없어 보였으니까그런데 같은 도안에 같은 채색을 했는데 원작과 전혀 다른 느낌왜 일까분해서(?) 컬러프린트를 해보았다전혀 다른 느낌원작의 힘을 신비롭게 절감한 경험이었다.

 

재밌고 멋진 프랑스 작가의 그래픽노블이다덕분에 즐겁고 행복하게 추억 놀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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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양미술사 1 - 선사시대부터 르네상스까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양미술사 1
마리옹 오귀스탱 지음, 브뤼노 에이츠 그림, 정재곤 옮김 / 궁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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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인 미술사 개괄서라니자주 하는 말이지만 요즘 아이들이 부럽다구성과 내용이 일반 개론서와 같고 그림이 추가된 방식도 아니다. 드물게 주 중에 완독 후 책장에 올려져 있는 책을 발견(?)하고 혼자 읽어 본다.


파리에 찾아온 할아버지에게 아이들이 고시를 직접 소개하면서 눈에 보이는 예술 작품들을 매개로 할아버지께 미술사 이야기를 듣는 재미난 방식이다나도 이런 수업 따라 다니고 싶다.

 

글자를 다 배우기전에도 아이들은 낙서와 같은 그림 그리기를 먼저 시작한다인류 역시 마찬가지였다문자 이전에 그리고 조각했던 인류의 예술품들로부터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무엇일까


미술이나 예술이란 말이 작품들보다 훨씬 더 나중에 생겼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언어에 담은 미술과 예술에 대한 우리의 개념과 인식은 무엇인가 싶다. 하물며 미의 기준이란 것도 시대별로 다 달랐지 않은가.

 

부족한 이해와 생각을 차치하고 그래픽으로 만나는 내용들과 사진들은 여전히 여러 다른 의미로 아름답고 귀하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규모가 작아 재밌는 작은 전시회와 같은 선사시대도 좋고고대중세그리고 한꺼번에 꽃들이 개화하듯 폭발하는 예술들의 축제와 같은 르네상스 시대도 멋지다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지식 정보들이 적지 않아 그래픽노블이지만 글밥이 적지 않다.



 

인간이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낸 시기 300만 년 전

최초로 도구를 만들어 썼던 약 200만 년 전

최초의 예술형태 남아프리카 동굴 황토막대 7만 5000년 전쯤

그림이나 조각상은 4만 년 정도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정교한 물체 보석뼈로 만든 피리(움악 연주)

호모 사피엔스 작은 인물상 만듦(휴대예술)

- 3만 5000년엣 4만 년 사이 독일 남부 홀레 펠스의 비너스상(길이 6cm)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술/예술 관련 서적을 읽지만 늘 아는 바가 적고 기억력이 나쁜 것인가 모르는 것들은 넘치게 많다아이들과 함께 읽고 배우고 싶은 책인데 어른으로서 여유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집중해서 배우고 싶었다.

 

용어 설명을 보니 막상 설명하지 못할 용어들이 왜 이리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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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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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쪽이라는 얇지 않은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공감하는 부분들은 재밌게 읽었습니다. 수학이야기를 하면 미움을 받는 수순이지만 그래도 해봅니다.

 

수학은 과학인가요? 저는 수학이 언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수학자들만의 언어이니 범주가 다른 것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수학은 가장 보편적인 언어입니다. 다른 언어들은 언어 사용자들에 한정되지만 수학은 문명 전체의 언어니까요.

 

35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두 발로 일어서서 세상을 본 영장류의 후손들이 어떻게 우주선을 만들어서 태양계 밖까지 나가 보았을까요.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현상만으로도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대문명의 모든 것은 수학 공식으로부터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 1854년 이전 유럽 수학자들: 데카르트, 라그랑주, 뉴턴, 베이즈, 라플라스,코시, 푸리에, 갈루아, 푸앵카레 등등

- 1935년 까지 독일 수학자들: 가우스, 리만 등

- 1935년 이후 미국 이주 수학자들: 괴델, 아인슈타인, 드베이어, 폰 노이만, 페르미, 폰 카르만, 헤르만 바일 등

 

인간은 잠시 우주에 머무르다 떠나고 육체는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공식은 그 어떤 흔들림에도 아랑곳없이 뿌리를 단단히 내려 불명의 존재로 우주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그러니 수학은 이름에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숫자 계산만이 아닙니다. 그건 연산, 산수라고 하지요. 그리고 물리학을 비롯한 많은 과학의 언어이자 툴 - 도구 - 가 되어줍니다.

 

공식보다 만물의 아름다움을 더 잘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공식은 이성과 아름다움의 교차이며, 지극히 간결한 몇 개의 기호들로 자연 만들의 숨은 법칙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공식들 중 23개를 소개하고 관련 이야기도 함께 들려줍니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이들이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건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어쨌든 수학으로만 표현되고 설명되는 - 그래서 인간으로서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 양자역학이 기술에 사용됩니다.

 

참 신기한 일이지요. 중력의 근원을 아무도 모르지만 원리를 알아내서 필요할 때 물체의 운동을 계산하고, 아무도 이해 못하는 이론으로 제품을 만들고. 관련 내용이 꽤 재미있습니다. 기준이 제 전공 텍스트라서 그에 비해 재미있다는 말은 별 의미가 없을까요?

 

예전엔 참 못마땅(?)했던 양자역학 공식 발견과 이론의 증명도 시험과 관계없는 입장이 되니 마음 편히 즐기며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거센 공격 - 비난에 가까운 -을 받고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공식을 점검하던 닐스 보어Niels Henrik David Bohr에 대해서도 이제는 애틋한 기분이 듭니다.

 

제 친구는 첫 장부터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1장이 끝나도 이해를 못하겠다, 라고 했지만, 분명 아는 공식들도 꽤 만날 수 있습니다. 수학 역사서처럼 즐겁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비트코인 투자하신 분들은 이 기회에 페르마의 정리와의 연관성을 알게 되면 재밌지 않으실까요?

 


그리고 도박을 하시려는 분들은 어째서 그만두셔야 하는지도 아주 정확하게 분명하게 잘 설명되어있습니다. 유익하고 유용한 내용입니다. 읽다 보니 수학공식들 중 아주 실용적인 공식들을 담은 책이네요.

 

제가 가장 경애하는 - 이해한다고는 안했습니다. - 공식을 소개합니다.


 

오일러 공식은 마치 한 줄의 아주 완벽하고 간결한 시와 같다.

수학자들은 그의 공식을 신이 창조한 공식,

우리는 그것을 보고만 있을 뿐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평할 정도다. (...)

수학의 왕자 가우스조차 오일러를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은

평생 일류 수학자가 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아주 오래 전 졸업논문에서 가장 중요했던 공식을 소개하며 마칩니다. 혹시 아직 읽고 계신다면 깊이 감사드립니다.

 


"과연 생명체는 엔트로피 증가를 견딜 수 있을까? (...)

<생명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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