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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평점 :
448쪽이라는 얇지 않은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공감하는 부분들은 재밌게 읽었습니다. 수학이야기를 하면 미움을 받는 수순이지만 그래도 해봅니다.
수학은 과학인가요? 저는 수학이 언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수학자들만의 언어이니 범주가 다른 것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수학은 가장 보편적인 언어입니다. 다른 언어들은 언어 사용자들에 한정되지만 수학은 문명 전체의 언어니까요.
35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두 발로 일어서서 세상을 본 영장류의 후손들이 어떻게 우주선을 만들어서 태양계 밖까지 나가 보았을까요.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현상만으로도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대문명의 모든 것은 수학 공식으로부터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 1854년 이전 유럽 수학자들: 데카르트, 라그랑주, 뉴턴, 베이즈, 라플라스,코시, 푸리에, 갈루아, 푸앵카레 등등
- 1935년 까지 독일 수학자들: 가우스, 리만 등
- 1935년 이후 미국 이주 수학자들: 괴델, 아인슈타인, 드베이어, 폰 노이만, 페르미, 폰 카르만, 헤르만 바일 등
“인간은 잠시 우주에 머무르다 떠나고 육체는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공식은 그 어떤 흔들림에도 아랑곳없이 뿌리를 단단히 내려 불명의 존재로 우주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그러니 수학은 이름에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숫자 계산만이 아닙니다. 그건 연산, 산수라고 하지요. 그리고 물리학을 비롯한 많은 과학의 언어이자 툴 - 도구 - 가 되어줍니다.
“공식보다 만물의 아름다움을 더 잘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공식은 이성과 아름다움의 교차이며, 지극히 간결한 몇 개의 기호들로 자연 만들의 숨은 법칙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공식들 중 23개를 소개하고 관련 이야기도 함께 들려줍니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이들이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건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어쨌든 수학으로만 표현되고 설명되는 - 그래서 인간으로서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 양자역학이 기술에 사용됩니다.
참 신기한 일이지요. 중력의 근원을 아무도 모르지만 원리를 알아내서 필요할 때 물체의 운동을 계산하고, 아무도 이해 못하는 이론으로 제품을 만들고. 관련 내용이 꽤 재미있습니다. 기준이 제 전공 텍스트라서 그에 비해 재미있다는 말은 별 의미가 없을까요?
예전엔 참 못마땅(?)했던 양자역학 공식 발견과 이론의 증명도 시험과 관계없는 입장이 되니 마음 편히 즐기며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거센 공격 - 비난에 가까운 -을 받고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공식을 점검하던 닐스 보어Niels Henrik David Bohr에 대해서도 이제는 애틋한 기분이 듭니다.
제 친구는 첫 장부터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1장이 끝나도 이해를 못하겠다, 라고 했지만, 분명 아는 공식들도 꽤 만날 수 있습니다. 수학 역사서처럼 즐겁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비트코인 투자하신 분들은 이 기회에 페르마의 정리와의 연관성을 알게 되면 재밌지 않으실까요?
그리고 도박을 하시려는 분들은 어째서 그만두셔야 하는지도 아주 정확하게 분명하게 잘 설명되어있습니다. 유익하고 유용한 내용입니다. 읽다 보니 수학공식들 중 아주 실용적인 공식들을 담은 책이네요.
제가 가장 경애하는 - 이해한다고는 안했습니다. - 공식을 소개합니다.
“오일러 공식은 마치 한 줄의 아주 완벽하고 간결한 시와 같다.
수학자들은 그의 공식을 ‘신이 창조한 공식,
우리는 그것을 보고만 있을 뿐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평할 정도다. (...)
수학의 왕자 가우스조차 ‘오일러를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은
평생 일류 수학자가 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아주 오래 전 졸업논문에서 가장 중요했던 공식을 소개하며 마칩니다. 혹시 아직 읽고 계신다면 깊이 감사드립니다.
"과연 생명체는 엔트로피 증가를 견딜 수 있을까? (...)
<생명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