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의 이유
보니 추이 지음, 문희경 옮김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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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인가 했던 것은 아주 섣부른 판단이었다석기시대의 수영으로 시작하는 도입에 깜짝 놀라고 유쾌했다소위 수영이 놀이나 레저가 되기 전분명 수영은 생존을 위한 채집과 사냥 능력이었을 것이다현대에도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는 왜 수영을 할까?Why we swim” 이 책에서는 수영의 이유를 5부에 나눠서 다룬다. 생존건강공동체경쟁몰입그저 이론적인 내용을 담은 게 아니었다수영하는 이유를 직접 듣기 위해 여러 국가의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공감대를 높였고 역사적으로 흥미를 끌만한 주제로 수영에 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수영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느낌물 이야기를 한동안 읽다 보면 생각도 물에 녹은 듯 노곤하고 찰랑찰랑 부드러워진다.

 

“(수영은책 읽는 것과 같아요책에 빠져들면 바깥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잖아요.”

 

수영도 그런 면이 있지만 더 완벽하게 나와 내 호흡만 존재하는 명상의 순간과도 같은 경험은 다이빙을 했을 때이다세상으로부터 차단되는 듯혹은 보호받는 듯 묘한 경계의 세계.

 

네덜란드 아이는 필수적으로 수영 수업을 받아야 공공 수영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그 수업을 거쳐 옷과 신발을 모두 착용한 채 수영하는 능력을 인정하는 수료증을 받아야 한다나는 네덜란드의 5학년 학생들이 수영 수업에서 옷을 다 입고 물속에 들어가 있는 사진 한 장에 매료되었다. (...) 원래 우리는 항상 옷을 입고 살지 않은가? (...) 요컨대 물과 함께 사는 법을 익혀야지물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법을 배워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생존수영이라 불리며 학교에서 시행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판데믹 이후에는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물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그러면 가능성이 열린다처음에는 물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영한다. (...) 하지만 일단 살아남는 법을 익히면 물은 더 큰 무언가를 선사한다우리는 물과 함께 살고 물과 함께 번창할 수 있다.”

 

수영을 할 줄 안다는 것이 늘 물속에서 생존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니 조심해야겠지만어떤 의미인진 조금은 알 것 같다물속에 머무는 일이 편안하고 즐겁다는 것이 세계를 확장하고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에서는 현재도 인종 간 수영 실력의 격차가 크다흑인 아이가 익사하는 비율은 백인 아이가 익사하는 비율의 5배가 넘는다다른 여러 분야처럼 수영 인구가 형성되는 과정에는 돈이 중요하다미국에서는 수입이 5천 달러 미만인 가구에서 자란 자녀의 약 80퍼센트가 수영을 아예 못하거나 잘하지 못한다.”

 

수영과 인종소득격차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놀랐다한국의 상황도 궁금하다어느 나라건 수영이 의무교육의 필수과정이 되면 좋겠다출발선의 차이는 좁힐수록격차는 메워질수록 건강한 사회라 믿는다.

 

경외감믿기 힘들거나 불가해하거나 자기보다 더 큰 무언가를 목격할 때 느끼는 이 감정은 시간 개념을 환기하고 확장한다. (...) 경외감의 효과는 강렬해서 현재를 넘어선다여유롭고 조급할 것이 없다고 느끼며 더 너그러워진다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에는 awe가 있다. aweful로 먼저 만난 이와 awesome으로 만난 이는 이 단어에 대한 느낌이 아주 다를 것이다우주공간을 들여다 볼 때 느낄 것만 같은 그런 기분, awe는 본원적이고 본능적이고 대체불가해서 멋지다.

 

태아는 자궁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폐를 키워나간다몸에는 턱과 기도의 일부를 이루는이른바 아가미구멍gill slit’이 있다아가미로 호흡하는 수생 척추동물에서 진화한 흔적이다바닷물과 인체 혈장의 무기질 함량이 유사해서 백혈구는 바닷물에서도 한동안 살아서 기능할 수 있다.”

 

아가미폐와 아가미 모두 기능하면 좋았을 것을그랬다면 혹 바다로 돌아갈 인간들도 꽤 많았을지도.

 

“2002년에 콕스는 수온이 0도인 남극대륙 바다에서 1. 6킬로미터 이상 수영했다그리고 이 조건에서 수영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2007년에는 수온이 영하 2. 7도 이하인그린란드의 디스코Disko만에서 수영했다. (...) 콕스는 구드라우구르처럼 의학 연구에 기여했다덕분에 연구자들은 다발성 경화증의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통찰을 얻고(차가운 물에서 수영하면 물에 들어간 이후 장시간 근긴장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심장과 척추와 뇌 질환에 대한 치료 절차를 크게 개선했다(몸을 차갑게 하면 붓기와 외상이 감소할 수 있다).”

 

물속에서 몸의 통증이 사라진다는 내 경험은 이렇듯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다물론 이 정도로 차가운 물에 들어 간 적은 없고 안 그럴 수 있다면 평생전혀경험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따뜻한 물에 들어갈 때도 원기가 회복된다연구에 의하면 약 32도 물에서 1시간 동안 머리를 내밀고 있으면 심박수와 혈압이 떨어지고 몸이 이완된다같은 시간 동안 14도의 물에 들어가 있으면 신진대사율이 350퍼센트 상승하고 도파민이 250퍼센트 증가한다.”

 

선택할 수 있다면 이 편이 더 좋겠다.

 

한국에서 생존 수영이 떠들썩하게 거론된 시기는 한국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참혹한 사고와 구조실패가 발생한 이후였다여름의 바다 휴가도 물만 봐도 눈물이 나는 시간이 짧지 않았다지인들 중에는 바다가 배경인 영화를 보다 못 견디고 중간에 나왔다는 얘기도 들었다.

 

무척 좋아했던 바다를 떠올리기만 해도 탈상을 못 끝낸 심정으로 눈이 뜨거웠다그래서 이 책 속에 빠져 여러 곳의 물을 들여다보며 나는 모르는 많은 이들이 물과 보낸 이야기들을 읽는 것이 좋았다죽음의 장소로 가장 먼저 떠오른 지 오래된 물이 갖가지 삶의 모습들로 기록된 책을 만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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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을 부를 때 - 영화 「김복동」이 일깨워준 세상을 기록하다
송원근 지음 / 다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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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말이지만 해본다자연재해전쟁폭행사고살인은 겪지 않아야 하는 일들이다예방하고 피해야하는 일들이다왜냐하면 나는 완치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경험적으로도 다친 곳들은 절대 완치되지 않는다흉터가 눈에 띄는 물증이라면 통증은 나만 아는 후유증이다.

 

몸도 그렇고 정신도 마찬가지이다덮고 가리고 대체하고 잊었다 믿고 살 수는 있지만 없던 일이 되진 않는다어리석은 말이라 한 이유는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극복기를 잘 못 읽는다낫지 않은 이들이 나았다고 하는 말은 서럽고 눈물겹다나아야 할 사정이 있었을 뿐이다같은 일을 겪어도 반응은 다 다르고나만 빼고 다른 이들은 다 지혜롭게 잘 이겨내는 듯도 보인다.

 

가장 놀라운 이들은 그런 것쯤 계기로 삼아 참 멋진 존재로 대단한 삶을 사는 분들이다그렇다고 망가진 채로 괴로워하는 이들을 모욕하고자 하는 뜻은 전혀 없다몸의 상처는 어쨌든 아물겠지만 정신적 상해는 더구나 극복할 자신이 나로선 전혀 없다.

 

다쳤을 때 가장 중요한 치로 단계는 가장 가까운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이들에게 알리고가능한 전문가의 치료를 받고일상으로 복귀해서 살아 보는 일이라고 한다그런데 이런 위로를지원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사신 분들이 계신다.

 

그런데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증거 삼아 다른 이들에게 그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애쓰며 사신 분들이 계신다어떤 심정이고 생각이셨을지 나는 짐작할 도리가 없다.

 

이 상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나는 이 치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내 삶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죽기 전에는 사과 받을 수 있을까그때 나는 무엇이었는가언니는 왜 나를 가엾게 여기지 않았을까미안하다는 말로 내 상처가 나을 수 있을까세상 어디에내 속을 알아줄 사람이 있을까.”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스스로 드러내며 전 세계를 다니며 싸우는 중에제 나라 정부는 대신 돈 받았으니 끝났다하고정권이 바뀌어도 유구히 살아남은 친일 세력들은 일본 극우와의 거래를 통해 공항에서 속옷까지 뒤집히는 모욕을 당하게 하고,

 

<그 이름을 부를 때> 소리 내어 제목을 말해도 이렇게 글로 써도 눈이 뜨거워진다. 10월 1일에 처음 읽고 호들갑스럽게 울기만 했다헤아릴 길 없는 김복동 할머님의 시간을 헤아리려 하지도 않고 영화나 보고 말았다는 자책이 컸다피해자 일인도 생존자 일인도 아닌 인권운동가로 사시다 가신 분의 뜻을 헤아리지도담담하고 진중하게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쓴 송원근 피디/작가의 뜻을 제대로 살피지도 못했다.

 

현실은 차가웠지만김복동의 삶은 사람이 품은 온기로 따스했다그것이 영화 속에 녹아 있다차가운 현실과 연대의 따스함이 색 보정 작업을 통해 잘 구현되길 바란다고 김 감독에게 말했다. ‘현실은 차갑되사람은 따뜻하게.’ (...) 사실 뉴스타파에서는 색 보정 작업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색 보정에도 테마가 있다는 것을나는 이번 작업을 통해 깨닫는다.”

 

과거에 머문 건 오히려 과거에 집착하지 말라고 일갈을 던지던 이들이었다김복동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았다지금 피해를 입은 곳 소식을 들으면 당장의 현실에서 돕고 사셨다돌아가신 후 전 재산은 재일동포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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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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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이라는 엄청난 작품을 쓴 저자의 신작이다역사적 배경 자체로도 충격이 크고 관련된 한국의 다른 사건들이 떠올라서 겨우 읽고 기록으로 남기지도 못했다쉽지 않은 글을 쓰는 저자의 묵직한 작품이었다.


시대적공간적 배경은 내게 무척 낯선 작품이다소설은 그런 경험을 해보라고 마련된 멋진 기회이고대체로 시공간여행은 설레고 즐겁다그리고 잘 쓴 문학작품이란 늘 그렇듯 독자가 잠시만 참고 읽다보면 자신의 세계로 쑤욱 옮겨다 주는 힘을 가졌다고 믿는다.


강도약탈을 소재로 하는 케이퍼 픽션이 주는 현실감이 두렵다거절을 제대로 못하는 약한 마음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 범죄에 휘말리는 것이 슬프고 무섭기도 하다아무리 개인이 굳은 다짐을 한다 해도 살아가는 환경이 털어내지 못하는 끈끈이처럼 달라붙는 것이 무참하다.


그런데... 시작부터 조마조마하며 언젠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불안한 기대를 품으로 읽다 지쳤는지 신나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쉽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놓았다 들었다 애를 쓰며 계속 읽었지만 중단이 잦았던 탓인지 이야기들이 온전히 떠오르지 않아 속상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1VREP-5Rg8

 

[할렘 블루스Harlem Blues]를 연속 재생 시켜두고 명상을 하듯 집중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할렘가의 모습이 영화 이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장면들에서는 긴장하며 읽었지만새롭게 알게 된 사실... 미국식 블랙 코미디 잘 이해 못하는 사람이었어.


제대로 된 지식보다 조각난 지식정보가 대부분인 삶이라서 특정 분야에 대한 식견은 아주 모라자거나 전무하기도 하다그 탓에 비판만이 아니라 풍자 역시 예술적으로 갈무리해 문학을 잘 읽어 내지 못해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다조금 더 나이가 많아지면 조금 더 잘 이해할 그런 행운도 생길까.


카니가 보기에 인생은 지금껏 배웠던 방식대로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 같았다온 곳은 정해져 있지만그보다 중요한 건 어디로 갈지 결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세월이 그들을 원래의 모양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들었다. (...)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자신이 어느 정도 결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아닐지도 모른다.”

 

그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은 게 실수였다그를 만들어낸 환경이 상관없다고 믿은 게혹은 그 환경을 넘어서는 게 더 나은 건물로 이사 가거나 똑바로 말하는 걸 배우는 것만큼 여긴 게 실수였다.”

 

가장 절망적이고 슬픈 대목은 그만두고 싶다고 고민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대신 무척 당당해진 모습의 자기합리화를 마주하던 순간이었다.

 

살면서 이런저런 핑계와 변명이 공고해지고 세련되어가고합리화하는 방식 역시 절대 평생 안 쓴다는 자신도 없고해결책이 아니라 대체하는 임시방편인줄 알아도 그 순간 힘들고 지친 상태면 끝까지 반대도 못하고그런 내 자신과 현실 탓에 부정하고픈 마음이 묘한 거부 반응을 보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용감한 사람으로 내내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게으르고 비겁하고 나태한 선택을 자주 한다내 상상으로 담을 수 없었던 시절과 환경을 살았던 이들혹여 <할렘 셔플>의 리듬을 전혀 몰라서 삶의 흐름도 따라가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어 한참 음악을 들어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ZbPG5zRd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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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10-25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공도서관 구매신청해놔서 한 달쯤 기다릴 셈이었는데, 미국식 블랙 코메디 쫌 아시는 분이라면 더 느낌 오는 소설인가보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poiesis 2021-10-27 19:43   좋아요 0 | URL
저는 아는 게 없어서 조금... 문해력이...ㅠㅠ 뉴욕에 사는 지인에게 권했는데 그 지인도 60년대 할렘과 미국식 유머를 잘 알아들으려나 자신은 없다고 하네요. 생각해보니 한국의 60년대도 지금과 천차만별... 이런 거 다 문제 안 되고 잘 읽으실 수 있는 독자들도 많으실 거라 믿습니다. 혹 읽으시게 되심 무척 즐겁게 읽으시게 되길 바랍니다. ^^
 
마지막 한 사람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왕수펀 지음, 서머라이즈 샤샤오즈 그림, 양성희 옮김 / 우리학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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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문학의 배경들은 이제 미래를 상정하지 않는다근미래초근미래가 흔하고 작품 속 기술들이나 장면이 이미 현실에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산업기술은 그렇게 숨 가쁘게 변하고 있으니 이 소설의 시대 설정 2055년도 남 일 같지가 않다.

 

공기는 점점 나빠지고 물 사용량 제한 조치도 내려진다가장 부유한 52명이 전 세계 자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테러는 1년 내내 일어난다핵전쟁이 일어나 한 나라가 지옥으로 변하는 보도의 TV 중계가 나온다.

 

장르 문학 자체의 설정은 흥미롭고 재미있다왕수펀 작가의 작품들은 처음인데 아이들이 두 권을 주말에 모두 읽은 것만 봐도 그렇다몇 년 전만 해도 지구공동체나 우주공동체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익히길 바랐는데이젠 뭐 하나 마음 편한 일이 없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행위는 대부분 세상을 망쳤다전쟁과 자연훼손을 거듭할 뿐세상을 아름답게 지키는 일에는 소홀했다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무시무시한 경고를 받고 있다. (...) 이 끔직한 현실을 계속 외면한다면 지구 종말은 예상보다 더 일찍 다가올 수 있다.

 

SF는 경고와 경종의 문학이다알고도 못하는 일이 무수하지만 문제의 시작과 끝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것도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아이들이 이야기 속에서라도 선택과 판단의 시작과 끝을 보며 생각해볼 기회를 갖길 바란다문제를 일으키는 건 어른들이긴 하지만.

 

말랑해서 아름답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SF이다읽다가 대만작가라는 생각을 못할 만큼 편안한 글에 역자를 찾아보기도 했다재미도 있고 혹시 관심이 있다면 친절하게 인용된 과학 용어들의 설명을 찾으면 정확한 의미를 배워 볼 수도 있다. (맨 뒤)


인상적인 미래사회의 모습들이 다양하지만 매일 소모되는 감정과 시간이 아깝고 버거운 어른으로서는 그런 감정과 시간 소모 없는 안온한 삶의 풍경이 두 번 생각하고 싶지 않게 부러웠다.


그러나... 보기에 모두가 행복한 완벽한 세상유토피아는 강력한 중앙 통제의 디스토피아였다는 폭로가 이어진다그나저나 최초의 창조자라고 해서 이미 진행 중인 세상을 혼자 결정하고 파괴해도 되는 건가.

 

열 개가 훨씬 넘는 똑같은 유리관에 똑같은 모습으로 누워 있는 것들은분명히 였다.” 나는 도대체 누구일까?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를 보고는 그 학기가 끝난 뒤에 전공을 바꿨다친구들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 A 교수는 이 영화에서 특히 인간이 인조인간을 죽인다는 점이 몹시 안타까웠다이 안타까움이 인생의 목표까지 바꿔 버릴 수 있었던 이유는 (...)”

 

2055스모그전쟁 테러 공포로 가득한 지구소설 쓰는 샨사친구 신야, ‘마지막 한 사람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필통을 가지고 전학 온 멍췬

 

우주 식민지 프로젝트는 일단 과학자들을 이주시켜 화성 환경을 개선하고에너지 자원을 개발해 온전한 생존 환경을 만든 뒤에 사람들을 이주시킬 계획이었다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에너지였다.”

 

2259화성낙원, M3, 국가행사로 은하 신에게 인신 공양하는 첨단과학의 시대.

 

지구인의 운명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가 모여 결정되는 거야종말이 오지 않는 쪽에 투표했어야 하는데아무래도 무효표가 많았나 보다이제 어쩔 수 없는 것 같구나. (...)”

 

작가의 첫 SF이란 티가 전혀 안 나게 촘촘하고 유려하다뭘 적어도 스포일러이다대신 세상에서 가장 짧은 SF소설 프레드릭 브라운 <노크>를 소개한다.

 

지구에 남은 마지막 한 사람이 홀로 방에 앉아 있었다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두 세계가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혹은 잠식하는지 여러 힌트들을 찾아가며 큰 그림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즐기며 읽으면 무척 재미있는 작품이다자꾸만 끼어드는 현실을 잘 무시하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 듯 즐기시길 바란다.


나는나는 누구야왜 난 꺼지지 않았어?”

.

.

.

넌 마지막 한 사람이야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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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살아남는 브랜드 마케팅의 힘
조세현 지음 / 밥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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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대한 기대는 줄고 불안은 늘어나니 창업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남의 일일 때는 응원도 가능하나 가족의 일이 되면 복잡한 생각이 많아지고 반대가 격렬해진다고생 끝 성공보다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고남은 평생을 책임져 줄 테니 생각을 접어라 할 능력이 안 되면 시행 전 조사와 공부라도 해야 한다 그런 일에는 지식도 재능도 없는 나는 덩달아 관련 도서를 읽고 있는 중이다.

 

지난 달 읽은 책은 1인 창업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과 브랜딩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내용이었다자신의 이름이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자들이고 도전 분야가 장인의 경지를 요구하는 영역이었다.

 

마케팅은 외주를 줘도 가능하지만 브랜딩은 창업 주체자의 철학의도의지 등 고유한 것들이 있어야 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스스로를 거듭 설득하는 일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브랜딩과 마케팅을 확실히 구분해서 이해한다고 정리해두었다그런데... 현실은 꼭 그렇지는 않다브랜딩이라는 책을 봐도 내용은 마케팅인 경우도 있고이 책처럼 브랜드마케팅이라고 함께 묶어 설명하는 방식도 있다.

 

애초에 전공을 한 적도 실전으로 배운 바도 없으니 그냥 착하게 읽으며 이해하려 애써본다 누누이 말하지만 수학과학이 휠썬 더 쉬운 분야입니다.

 

경영이론서가 아니라 실전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일단 잘 읽히고 재밌기까지 하다남의 아이디어 도용하는 대목에서는 심정적 동요도 일어난다그런데...

 

샤넬테슬라벤츠구글나이키에르메스프라다코카콜라구찌스타벅스... 이런 기업들 브랜딩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로서 기대한 현실과 괴리가 극단적으로 커서 어리둥절하다.

 

결과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는 일도 혹시 어쩌면 가능할지 모르나 그렇게까지 큰 꿈을 가지고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듯도물론 이건 언제나 작은 꿈과 기대만 하는 내 버릇이다.

 

브랜드의 역할이 5개로 정리되어 있는데읽어보니 브랜드마케팅이라 불리는 이유가 확실해진다어쨌든 브랜딩을 하는 이유 역시 판매가 목적이니 마케팅 기획과 전략이 안 들어갈 이유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그럼에도 여전히 다 이해하긴 어렵긴 하다.

 

구매 욕구 유발 가치 제공

자기만족 제공 사회적 가치의 대리적 표현

기능적 만족

소비에 대한 확신

새로운 가치 생성의 보증서

 

브랜드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네이밍이다. (...) 이렇게 생성된 브랜드 네이밍은 소비자들에게 의도된 경험을 요구하기도 한다.”

 

성공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반드시 필요해.

그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사람은 결국 브랜드 마케터일 수밖에 없고.”



오늘도 참지 못하고 도서 구매를 클릭한 내가 책이라는 상품을 선택한 구매한 이유를 되짚어본다.

 

구매 욕구 유발 가치 제공 신뢰하는 지인/친구/회원 등의 소개

자기만족 제공 사회적 가치의 대리적 표현 독서 자체나 책 자체가 가진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정

기능적 만족 아무리 생각해도 손쉬운 위로구원학습의 대상은 책이 최고

소비에 대한 확신 책을 만들 때 좀 더 생태적 고려가 있으면 더 좋지만 여타의 소비에 비해 비교적 확신을 가지고 하는 선택

새로운 가치 생성의 보증서 모르는 건 줄지 않고 책이란 가치 생성과 전달이 목적이니 아닌 책도 있음 웬만해서는 완전히 실망하는 경우가 없고뭔가 배우게 됨.

 

소비자로서 구매 분석은 할 만한데창업/생산자로서의 브랜딩은 여전히 막막하다.

 

주의제가 창업 계획 중인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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