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체력왕 - 땀 흘리는 여자들의 근력 연대기
강소희.이아리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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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국가주도 엘리트 스포츠계의 레전드라 불리는 박세리의 에세이를 읽고오늘은 타이틀과 메달 기록이 없는생활과 생존을 위한 중요한 근력연대이야기를 읽는다제목에 이 들어있으니 이쪽이 더 야심만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표지를 보면 판데믹 시절 금기시되는 비말 아랑곳없이 큰 소리 응원을 하고 싶은 기분이다.

 

펼쳐본 내용은 모두 속 시원한 얘기들은 아니다어째서 어딜 가나 이런 별로인 남성들이 많은가 의아할 만큼 별로인 경험담들도 있다운동을 배우고 싶으나 성적 대상화이죽거림비웃음불공평한 시선과 처우로 배워야할 장소를 고를 수 없었던 여성들의 성장과 경험담들은 여전히 비슷비슷하게 닮아 있다이럴 때 필요한 게 없으면 만들면 되지!”란 호기인가.

 

다행히 여성 사범에게 배울 수 있는 도장을 찾아 간 저자의 체험기가 생생해서 재밌다.

 

뼈와 근육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무지했던 나는 (...)”

 

원치 않는 상대로부터 생각보다 쉽게 내 몸을 분리하는 동작이 내 삶의 경험들을 작게나마 전복시키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보여지는 몸이 아닌 기능하는 몸으로 롤 모델이 되는 여성들을 훨씬 더 많이 보고 싶다그들을 따라 몸을 굴리고 내던지고 겨루고 버티면서 강해지는 여자들이 범람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되기를몸을 쓰는 기쁨을 알아버린 사람은 바라고 또 바란다.”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우는’ 여가여배 종목을 선정하는 기준은 접근성이라고 한다접근성이 쉬운 것이 아니라 힘든 운동 위주이다그동안 진행한 클래스는 주짓수농구스케이트보드축구배구스윙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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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인 나는 다른 많은 분들도 절감하시겠지만 체력과 지구력이 모든 일의 기본이고 가장 필수적이라는 것을 안다단지 운동할 때만 필요한 것들이 아니다내가 아는 한 만화가는 체성분분석에서 근육량이 많이 나와서 안심하고 연재를 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고 한다세상의 모든 노동은 집중력과 지구력을 요구하고 운동을 통해 길러진 근력과 체력으로 이를 유지 강화할 수 있다 이래놓고 산책과 계단만 오르내리는 모순덩어리 나.

 

이에 더해 저자는 운동을 하고 나서는 완급 조절이 가능해져서 좋다고 한다버겁고 갑갑할 때 생각을 멈추고 몸의 감각에 집중하고 다시 난제를 해결하는 추진력을 얻는 순환내 갑갑증도 운동으로 풀 수밖에 없는 건가플랭크와 스쿼트를 다시 진지하게 해볼까 하던 거쉬운 거만 생각나는 이 게으름.

 

마른 몸을 갖고 싶다는 욕망은 여전하다그러나 요즘 내게는 몸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기능하는 몸강한 몸을 가진 여자들을 많이 보게 된 탓이리라. (...) 나도 그렇게 크고 강한 본새를 지녀야지. (...) 내 허벅지는 이미 굵으니까 이제 근사한 근육만 입혀주면 되겠다.”

 

보고 듣고 만나고 현존한다는 것을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그러니 저체중 영양실조 상태인 여성들을 끊임없이 등장시키는 미디어를 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어떤 의미로 이미지와 영상의 세계에서 추방당하고 격리당한 기능하는 몸을 가진근수저들은 현실에서 별 탈 없이 살고 있다운동 자체가 목표라기보다 다소 불순한(?) 동기로 - ‘더 오래 놀고 싶다’ 등등 운동을 하는 것도 신나는 즐거운 목표이다.

 

몸의 기본값이 지금보다 더 다양해지기를주름만 흰머리의 수가 계절의 순환처럼 읽히기를몸에 대한 시선은 외부가 아니라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기를 바란다이 글은 나의 오랜 반성이자 앞으로의 다짐이다.”

 

아무리 간단한 운동이라도 계획과 생각은 주로 방해가 된다 반백년 살아본 경험에서변명같지만스쿼트플랭크계단오르내리기산책은 그런 이유에서 가장 오래 남은 운동 습관이기도 하다가능한 최대한 준비과정 없이 그냥 바로 할 수 있는 운동들물론 근력을 키우기 위한기술을 겸비한 다른 신나는 운동들을 하시면 더 좋다어쨌든 운동은 그냥 하는 거다!’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하는 것일단 해보는 것의 힘은 세다.”

 

그리고 한국처럼 병리적으로 성취 지향적인 삶을 전체주의적으로 강요받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기억해야할 경험이 있다. ‘실패라는 경력실패도 경력이고 고맙게도 고스란히 경험으로 쌓인다아무 것도 안 한 것보다 백만 배는 더 여러 가지를 배운다존경하는 예술가이자 작가의 말을 만나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이것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무조건 기분 좋아지는 걸 저장해두는 거.” 이반지하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불안으로 넘어 갈 때나를 증명하는 일의 고단함이 불안과 합체되지 않도록 일시 정지 버튼 누르기.

 

다음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움직임이자 활동인 걷기산책이다세상에서 이보다 더 높은 확률로 행복해지는 일을 아직 모른다오른발왼발 내딛는 일은 책장을 한장두장 넘기는 것과도 비슷하다내 속도에 따라 장면이 달라지고 그것을 경험한 나도 달라지고.

 

좋은 이들 개들 포함 과 함께 하는 거라면 더 좋겠지만나는 훌쩍 나가는 것을 좋아하니일정을 등록하고 시간을 맞추고 기다리고 하는 일은 조금 벅차다얄팍한 성품에 깊이가 생기고 좀 더 깜냥이 커진 인간이 되면 어울려서 뭘 하는 일을 진득하니 해보고도 싶다이름조차 멋진 #슬로우하이킹클럽

 

불안과 수명장애를 가진 분들이 공감할 중요한 이야기 나눔으로 벌써 다 읽어버린 아쉬움을 달랜다이 책을 오래 즐기며 읽고 싶은 분들은 애써 굳이 나누어 주의 깊게 읽으셔야 한다.

 

누군가는 정신과 약에 의존하지 말고 의지와 운동으로 이겨내는 게 좋지 않으냐고 말한다글쎄나는 약으로 제멋대로 나대는 교감 신경을 가라앉히는 게 좋다잠을 자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오히려 잠들지 못하는 고통 대신 약의 도움을 받아 쉬이 잠드는 편이 좋다그렇게 주말의 오전이 생기고 그 시간에 운동을 하러 나가는 게 좋다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속 가오나시처럼 끝없이 먹고 또 먹는 밤끈적하고 지저분한 잠에서 때어나지 못하는 아침이 찾아와도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게 된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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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 인생은 리치하게
박세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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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성기일 때는 한국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좋아하기까지는 되지 않았다국가가 주도하는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반감도 있었고 국가주의 성공 모델로 활용되는 것도 IMF라는 금융범죄를 책임과 처벌이 끝나지 전에 두루뭉술하게 함께 극복하자는 메시지에 등장하는 것도 별로였다온갖 화학약품을 동원해야 관리되는 장소를 요구하는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에 대한 거부도 있었다.

 

TV를 잘 안 보는 걸 아는 친구가 한 프로그램을 보라고 추천해줘서 보게 된 것이 <노는 언니>였다국가대표메달리스트 여성 선수들이 나와 잘 먹고 잘 놀고 대화를 하는 프로그램인데 한참을 봐도 막 불편하지가 않았다외모에 대한 강박이 최강도인 한국에서 이 언니들은 세간의 청순가련 따위 일고의 가치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잘 쓸 줄 알고 근육의 쓰임에 정통하고 원하는 목표를 위해 땀 흘리는 멋진 언니들이 가득했다성취 여부를 따지기보다 인간으로서 사는 고단함을 가감 없이 나누는 대화도 좋았다박세리는 그 중에서도 큰 언니로서돈이 아니라 존재로 경험으로 그들과 함께였다.

 

책임은 줄지 않았지만 넉넉하게 존재하는자주 웃는자기 이야기보다 남의 이야기를 더 많이 잘 들어주는 그가 좋아졌다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보이는 일과는 또 달리 책이란 자신의 말을 정확히 전하는 일이고 기록으로 남을 일인데출간 소식에 궁금하고 반가웠다화면에서 다정하고 넉넉한 인간으로 느껴졌던 그의 문장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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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부터 웃었다먹방 콘텐츠는 싫어하지만 먹는 걸 솔직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좋다뭔가 유쾌하고 신나고 반짝거리는 생명력이 있다고 느낀다더구나 삶은 땅콩을 사준다면 아빠랑 골프 치러 가겠다는 초3의 거래는 귀엽고 고소하다삶은 땅콩과 바꾼 골프 체험세리박은 그렇게 시작했다.

 

일기나 회고담 에세이 정도일 거라 기대를 낮춰 읽기 시작했는데그런 오만함은 얼른 버려야겠다고민도 생각도 깊고 삶의 일관성도 뚜렷하고 무엇보다 ’, ‘내 삶’ ‘내 사람의 테두리에만 머물지도 않는다세상을 넓게 살고 좋게 만드는 일들에 도전하고 나는 엄두도 못 낼 에너지로 주위 사람들을 살피고 행복하게 만든다리치rich!

 

오늘의 절망은 오늘의 것으로 묻어둘 것.”

 

나는 아주 어리석은 짓들을 자주하는 인간이다예전에는 아프고 힘들어 2박 3일 휴가를 가서첫 날은 두고 온 일 걱정에 허비하고 다음 날은 돌아가서 할 일 걱정에 허비했다어리석음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다행히 그 경험을 교훈 삼아 반복은 없다고 경계는 한다골프를 통해 배웠다고 하는데 골프가 삶이었으니삶을 통해 배운 것이 터울컥했다.

 

이제 짐 안 싸도 된다!”

 

24년 선수 생활 끝에 박세리에게 처음 든 생각이다얼마나 후련할까아주 솔직하게 섭섭함보다 해방감이 들었다고 한다나는 이제 누가 나보고 시험보라는 사람 없겠다!” “이제는 매달 공항에 안 가도 된다!” 하고 마음이 둥둥 떠올랐던 장면들이 있다조금쯤은 공감한다그러니제발 이제 뭐 할 거냐고 묻지 마시길별 진지한 관심도 없으면서.

 

사람들아나 조금만 쉬자내일의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깁시다.”

 

벌써 이만큼 읽었나 싶게 고속으로 책장이 넘어간다거의 음성지원 수준의 솔직하고 간명한 문장들이다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은데여전히 세 줄씩 늘어지는 문장만강요도 주장도 없는 경험을 드러내는 솔직함이 이 책과 저자의 가장 큰 장점이라 느낀다재밌고 유쾌하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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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언니>를 일부 시청한 것 이외에 출연한 다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줄 몰랐다개농장유기견입양에 대한 진지한 내용을 담았다이 언니는 자신이 경험한 것과 변화에 늘 솔직한가 보다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듯 복잡하고 난처해 보였던 힘겨운 문제들과 깊은 고민들을 술술 잘도 쓴다부럽고 행복하다.

 

새로운 개가 구조되어 들어오면 언젠가는 죽음으로 그 자리를 내줘야 하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이 매일 새로운 피드로 올라온다. (...) 저 아이들 중에 단 한 마리라도 내가 구할 수 있다면(...).”

 

이미 아픈 아이의 보호자이면서 다시 아파서 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입양하는 용기부디 돈 많아 그런다이런 발언은 삼가 주길 바란다그래서 떡 삼 남매모찌, 찹시루가 탄생했다.

 

보호소의 강아지를 입양해줘서 고맙다는 댓글을 많이 받는다고맙다는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너무 잘 안다. (...)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럽다동물을 입양하는 게 유행처럼 번져서 버려진 아이들이 또다시 버려지는 일을 겪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혹시 나중에 같이 살고 싶은 남자가 생겼는데 강아지를 싫어한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명쾌하다내 가족이 싫다는 남자랑 같이 살아야 할까? (...) 각자 맞는 사람을 찾읍시다후후.”

 

마음이 무거워지려다 대신 너무 웃어서 목이 아프다솔직담백명쾌 그리고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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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레전드라 불리는이런 솔직한 박세리에게도 역시나 참고 견뎌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고 한다. 24년 동안그래서 성취를 바탕으로 한 행복 이외의 삶을 알았다는 것이 무척 기쁘다.

 

은퇴를 하고 방송을 시작하고 사업을 하고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해설위원을 해보니 각각의 영역에 고유한 보람과 성취감이 존재했다세상이 이렇게 재미있는 일로 가득하단 말인가.”

 

박세리의 세상은 재미있는 일로 가득한 곳이다다른 어른들도 이런 얘기를 많이 해주면 참 좋을 텐데그러면 아이들이 세상이란 무슨 일을 해도 고유한’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게 당연한 곳이구나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현실은 바라는 대로 바뀌기 마련이다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지 못할 이유들이란 무엇일까.

 

인생의 법칙은 때로 굉장히 단순하다나를 믿고나는 지키며 솔직하게 나아가면 된다물론 아무리 단순해도 그것을 실천하는 건 누군가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일 수 있다그래도 항상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이러는 건 다 네 걱정 때문이라고네가 제대로 살아야하기 때문이라고.’ 이런 말 대신 양육자들은 다른 말을 배웠으면 한다자신의 삶은 당사자에게만 온전한 가치가 있는 것이고그래야 하고그래서 자신이 고민해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도움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행위들은 간섭이자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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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가 받는 단골 질문 1번은 바로 징크스에 대한 것이다나도 정말 지겹도록 자주 이 질문을 받았다기대를 저버려서 죄송하지만 나는 징크스를 키우지 않는다.”

 

팬심이 크게 자라려한다징크스는 변명과 많이 닮았다전혀 상관없는 원인을 찾아 스토리를 만드는 일인데이러면 정확한 분석도 못하니 고칠 수도 개선할 수도 없게 된다나는 징크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들과는 어떤 공동 업무도 하고 싶지 않다.

 

다이어트 이야기외모 이야기가 나오니 레전드 급이라고 해도 한국 사회에서 외모 평가를 안 했을 리가 없다 싶다재밌게 읽다가 화악 짜증이... 그리고 계속 읽다 또 웃었다.

 

이 책이 나올 때쯤 내 몸무게가 어떤 숫자를 가리킬지 알 수 없으므로 다이어트 성공담을 들려드리기는 어렵겠다. (...) 그저 건강하게 오래오래 맛있는 거 많이 먹으면서 즐기며 살기 위해 건강을 조금 챙겨보자는 의미 정도랄까남들 보기에 과체중으로 보이면 어떤가. (...) 내 몸은 나의 것이니 기준도 내가 정하면 된다.”

 

맛있는 거 많이 먹으면서’ ‘건강을 조금 챙겨보자라는 구절에 한참 웃었다. ‘많이와 조금을 이 순서로 쓰다니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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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세리는 방송 콘텐츠라고 여겼는데그는 확실한 기준과 원칙과 철학을 가진 방송인이다그 내용들은 사람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직업윤리이기도 하다뭐 이렇게 가진 게 많아싶은 사람이다.

 

새로운 프레임이라고 해서 내가 그 틀에 억지로 맞추기 위해 애쓰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솔직하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다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 제일 중요한 것은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 반드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지킬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 선을 넘지 않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 애매할 때는 직접 물어보면 된다섣불리 짐작만으로 판단하고 말을 꺼냈다가는 오해만 커진다. (...) 꼭 필요한 말은 하되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한 뒤에 솔직한 (...) 결국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진정으로 솔직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소위 눈치가 없고 의사소통은 언어가 가장 편한 나는 속마음을내 기분을 알아 주세요’ 하는 사람들이 어렵다그런 초능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미안하게도 없다말로 글로 하는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안다눈치가 없는 것이 눈치를 안 보고 살아도 되었던 상황의 덕이 있는 것처럼솔직하게 얘기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그렇게 못하게 만든 시간이 있는 것이다그래도 어떻게든 같이 연습을 하자그게 가장 확실하고 쉬운 거의 유일한 방법이니까 초능력은 배울 수도 구매할 수도 없다.

 

나는 언제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고주변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우리는 서로를 기둥 삼아 때론 기대고받쳐주고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박세리가 사는 세상은 재밌을 뿐더러모두가 이런 사람들이라고 한다우리 모두가 꼭 이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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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서 궁금했던 반가운 <노는 언니이야기도 있다.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고충을 나누다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점점 더 답답해졌다. (...) 은퇴와 동시에 현실은 고단하고 그 명예조차 쉽게 잊힌 채 아픈 몸만 남은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지... (...) 명예만을 위해 몸을 갈아 넣으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 더 오랫동안 그들의 성취를 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모두가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바로 얼마 전의 올림픽 이야기까지 박세리의 삶은 늘 현재진행형이다무척 분노했던 이슈를 딱 집에 담아 주니 비 오는 날 여기저기 통증이 잠시 사라지듯 마음이 기쁘다.

 

똑같은 경기를 하는데도 여자 선수들은 늘 몸에 딱 달라붙거나 너무 짧아서 움직임이 불편한 유니폼을 입도록 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유니폼일까?”

 

직업과 계층과 학력과 거의 모든 것에 관계없이 한국은 관음적이고 폭력적인 성별관계가 공고하다스쳐 지나간 기사 제목에 모 학교 교장이 불법촬영을 목적으로 카메라를 설치했다 구속되었다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특별한 일이 아니다. IT 강국휴대폰 보급률 1위 국가인 한국의 휴대폰은 성범죄자들의 편리한 수단이 되었다.

 

디지털 범죄에 대한 법개정을 맡은 법사위 소속 의원들 중년 남성들 중 몇몇은 정당과 관계없이 디지털 성범죄 영상들이 예술이고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라고 발언했다여성의 육체를 남성의 눈요기로 사용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그 역할을 거부하고 경기에 편한 옷을 입어 몸매를 감추는 일이 도리어 범죄가 되는 것이다노르웨이 비치핸드볼 여자 선수단에게 비키니가 아닌 반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1500 유로 벌금이 부가되었다.

 

더 기막힌 것은 이중 잣대를 제 맘대로 편한 대로 들이대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너무 짧으면 왜 여자 선수가 머리가 짧냐고 비난하고머리카락을 기르고 화장을 하면 선수가 운동은 안 하고 꾸미는 데나 신경 쓴다고 비난한다. (...) 마음이 무겁다여전히 후배들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많다.”

 

남이 자기 몸에 뭘 하건 타인은 평가할 아무런 권리가 없다대신 시선을 스스로에게 좀 돌려서 흉측하게 돌출하는 생각을 좀 다듬어 보는 건 어떤가이왕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인간답게 뇌를 써보는 일은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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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 (...) 그렇게 조금씩 삶을 배우고 성장했을 뿐이다나의 성장에 적은 없다. (...) 어렵고 힘들수록 그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칠 것이 아니라그 시간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치열하게 살되 그 치열함을 늘 의심하자지금 이 삶이 최선인지혹시 이 치열함이 나를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벌써 다 읽어서 속상하다마지막으로 전혀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박세리의 멋진 인사를 남긴다.

 

다들 너무 수고하셨다고내일은 더 나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두 손을 맞잡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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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마음 - 야생의 식물에 눈길을 보내는 산책자의 일기
고진하 지음, 고은비 그림 / 디플롯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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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살랑거리는

어린 나뭇가지들은

대지의 식탁이다.”

 

<풀잎에 바람이 스치고> 테드 휴즈



분명한 11입동이라는 데 꽃이 피었다.

설마 환각인가 싶어 사진을 찍어도 찍힌다.

잎은 시들어 푸른 색감도 없는데

꽃은 저토록 제대로라니...

 

철쭉이 분명한 꽃을 보고

진달래가 피는 봄이 연상되는

기름이 자글자글 화전이 생각나는

어색하고도 그리운 순간

 

음식을 먹기 전에 감사의 마음을 갖는

단순한 행동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밝은 빛과 연결될 수 있다.

그것을 신이라고 불러도 좋고,

빛이라고 해도 좋다.

그 순간 우리는 마음이 열리고 자비심을 갖게 된다.

아직 부족하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세상에는 모든 인간이 먹을 충분한 양식이 있다.

다만 우리가 기꺼이 나누기만 하면 된다.”



누군가의 양식이 될 것처럼 보이는 열매를 만났다.

좀 더 추워지면 좀 더 귀해질 것 같은

가을볕을 품은 낮은 흙 담벼락에

따스한 온기가 보인다.

  

네 앞에 앉아

너를 바라본다

너를 갖는다는 것이

이렇게 눈부신 것이냐

 

김용택



다정한 분의 선물로 만나게 된

다정하고 아름다운 책과

함께 하는 출사(?) 산책,

 

사진과 설명만 읽을 줄 아는

야생초에 관한 한

무지의 골짜기에 사는 독자이다.

 

여기저기를 둘러 봐도 야생초를 하나 알아볼 길이 없다.

늦가을 계절 탓이라 위안을 삼으며

’ ‘’ ‘나무’ 들을 담아 본다.

 

사진과 글이 맞지 않더라도

책과 글을 봐주시길...

봄꽃을 본 후 노래한 시지만

11월의 국화도 아름답긴 한 가지


강원도 원주의 시골에 칩거하며

손수 농사를 짓고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한 박경리 작가는

씨앗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문장을 남겼다.”

 

어떤 작가는 소설가란 하느님을 닮으려는 사람이라 했다.

그러나 나는 씨앗을 닮으려는 사람이다.

씨앗이 함축하고 있는 신비는 하느님의 신비이기 때문이다.”



꽃은 기억이 안 나지만

잎이라 해도 열매라 해도 씨앗이라 해도

닮은 붉은 색들

 

책을 낮게 자리 잡으려 하는 동안

땅에 가깝게 내린 시선에는

휙휙 지나가며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이들이 참 많았다.

 

모두들 가을처럼 아름답다.

  

세계 역사에서 지렁이를 주목하고 본격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종의 기원>이라는 저서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박물학자이면 진화론자인 찰스 다윈.

그는 지렁이가 오물과 썩은 낙엽을 어떻게 흙으로 바꿔놓는지,

우리 발밑에 있는 땅이 지렁이의 몸을 통해

어떻게 순환되고 있는지를 연구했다.”



과학자란 오감을 통해 관찰한 데이터를 모아 이론을 정립하는 일을 하지만,

다윈이 연구하기 전에 논문 자료를 발표한 적은 없으나

지렁이를 더 잘 알고 있는 이들도 아주 많았을 거라 믿는다.

 

평당 얼마이렇게 땅이 거래의 대상이 아닌 오랜 시절

인류는 말 그대로 땅에 목숨을 빌어 살았을 것이다.

땅에서 나는 것을 먹으며.

 

수렵 채집이란 말은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 한다.

육식 동물의 수렵 성공 확률이 1/10이라 하니 인간 역시 비슷하지 않았을까.

사냥보다 자연에서 주워온 것들이 식량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터.

 

어떤 벌판이든 지표의 흙 전체가 몇 해 단위로 지렁이 몸통을 거쳐 왔고,

앞으로도 거쳐 갈 것이라 생각하면 놀랍기만 하다. (...)

사람이 지구에 살기 훨씬 오래전부터

지렁이들이 땅을 규칙적으로 쟁기질해왔고

지금도 변함없이 땅을 갈고 있다.”

 

산책길에는 지렁이님을 못 만나고 귀가해 생각해보니

퍼머컬처permaculture를 전공한 친구의 강요로(?) 만든

커피박 콤포스트(compost 퇴비)에 살고 계신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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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방 책 먹는 고래 25
최미혜 지음, 어수현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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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제목이지요어떤 계기로 이 동화를 만드셨는지 조금 알아서 더 겁이 나지만 아프고 슬픈 이야기를 거쳐 위로도 담아 주셨을 거라 믿고 펼쳐 봅니다.

 

2년 전 초꼬맹이가 애니메이션인지 학교 친구였는지 모를 동기로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했습니다외국어란 세계의 확장이라 여기니 반가웠습니다덩달아 저도 같이 초급 동영상 강의도 듣고 회화 연습도 했지요.

 

그러다 일본과의 외교 관계가 악화되고불매 운동도 거세지고불가역적 문서와 소녀상 등으로 인한 역사적 아픔들도 부상하니아이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몹시 놀랐을 것이고 나름의 느낌과 생각을 정리한 후 일본에 놀러 가는 일도일본어를 배우는 일도 그만 두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그리고 무척 단호하게 언니들을 괴롭히고 죽인 일에 대해서는 용서를 빌어도 용서할 수 없다란 입장 표명을 하셨습니다.

 

2년이 지나 아직 그 일을 기억하는지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지만 직접 물어본 적은 없고 이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6학년 혜주는 어느 날 갑자기 삶이 복잡해집니다치매가 진행 중인 왕할머니가 집으로 오셔서 방을 함께 써야 합니다할머니는 욕도 가끔 하시지요어릴 적 귀여워해주신 기억은 없고어쨌든 낯선 이와 한 방에 있으니 모든 것이 불편합니다.

 

목수일을 못하게 된 아빠는 자신이 쓸모가 없어 버려졌다는 것이 슬프다고 속마음을 털어 놓고 부탁하시니... 지내기는 하는데왕할머니는 자신을 여동생으로 알고 오히려 방을 같이 쓰기 싫다고 하시네요.

 

단기 기억 장애가 있지만 의식이 또렷해질 때면 할머니도 상황이 힘이 듭니다배변 실수를 하고 기저귀를 하고 손녀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모두 기억하니까요그리고 오래 전 친구와 고향으로 의식 여행을 떠납니다.

 

행복했던 기억도 있지만일본 순사가 이장과 함께 왔던 날은 여전히 끔찍합니다구명책으로 약혼자라 나선 이와도 가족과도 헤어져 이름 모를 일본 근처 섬에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하게 된 시작의 날이니까요.

 

아픔이 진해서 현실의 가족을 다시 잊어버립니다날 할머니라 부르는엄마라 부르는 이들을 낯설어하며어떤 엄마로 살았는지남편은 누구였는지고향의 연인은 어디에 있는지.

 

물속에 잠겨 있는데 주변에 저렇게 큰 거머리들이 떠다니다 몸에 들러붙는다니할머니의 꿈에 제 악몽은 견줄 바가 못 되는군요.

 

6학년인 혜주가 혼자 고민하다 마음을 고쳐먹는 전개가 아니라서 좋습니다할머니의 일기장을 읽고연극반 선생님의 이해와 격려를 받아 극본을 직접 쓰고 연극 공연을 합니다생존자들의 비극이나 일본군의 만행에 주목하기보다밝은 곳으로 드러내어 아팠겠다공감하고 위로하는 분위기가 좋습니다.

 

동화 속 이야기지만 빛나 보이고 뭉클하면서도 무척 슬프고 화도 나고 늘 그렇듯 복잡한 기분입니다그런 아픈 역사가 있었지만 사과를 제대로 받고 처벌도 하고 보상도 받았으니 마음이 좀 풀린다이런 얘기하며 살 수 있을까요. 

 


나쁜... 사과도 할 줄 모르는 나쁜...

.

.

.

성노예가 뭐야?”

 

작가는 이 단어를 사용하네요명칭도 중요하고 정확한 내용이 전달되는 것도 중요하지요제가 처음 접한 단어는 무려 정신대(挺身隊)’였습니다. * 조선여자근로정신대挺 빼어날 정 身 몸 신 隊 무리 대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몸을 던질 각오로 조직된 부대)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는 중학생이 되면서 구체적으로 다가왔어요국사 선생님이 들려준 위안부 이야기일본은 그들을 종군위안부라 부르며 당당했고수치심과 모멸감으로 힘든 성노예 생활을 한 어르신들은 지금도 숨죽이며 살고 있습니다.”

 

올 해 초 최고의 망언 중 하나인 존 마크 램지어의 논문과 발언 기억하시나요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였다.” 동화 속 왕할머니는 16세로 나오지만실제 평균 연령은 12~13세였다고 합니다일본 장학금이 그렇게나 좋았나 봅니다뭐라 말도 아까운 자라 말로 화낼 가치를 못 느낍니다.

 

더 기막힌 것은 대한민국 국정원이 일본 극우에게 이 일관 관련된 활동을 하는 이들의 일정을 포함한 정보를 넘겼습니다거래도 아니고 그냥 갖다 줬습니다공항에서부터 검색과 모욕을 당하도록이런 일을 겪으면 혼란스럽습니다여전히 어딘가는 누군가는 식민지인 듯해서.

 

작가는 잠이 안 올 정도로 고통스러워서 글을 썼다고 합니다타인의 삶에 깊이 공감하는 이들이 그렇듯 작가의 시선은 우리’ 민족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더 확장됩니다.

 

지금도 붉은 방은 존재합니다캄보디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추운 비닐하우스에서 얼어 죽은 방입니다. (...) 그들을 하인 취급하며 인격적으로 학대하는 사회가 붉은 방이죠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무심한 어른과 외면하는 아이가 있는 곳 또한 붉은 방이라고 생각해요장애를 가진 친구가 사회에서 차별받는 세상이야말로 붉은 방입니다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새 옷을 안 사겠다고 외쳤어요. (...) 점점 붉은 방으로 변해가는 지구를 그냥 둘 순 없어요.”

 

11월 10차별금지법/평등법은 어떤 대접을 혹은 취급을 받게 될까 생각을 그칠 수가 없습니다과도한 심정적 집착인가요. 2007, 2010, 2012년 모두 입법 무위되었으니 그럴 만도 한가요반평생을 이미 살아버려 더 초조한 성격이 되나 봅니다모두들 안온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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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친구 맞니 책 먹는 고래 26
서가숙 지음, 유희경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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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친구가 아니라 친구 맞니라고 하는 제목이 궁금증을 키운다한 서식지에서 만날 가능성이 적은 바다거북토끼독수리라는 설정도 특이하다그래서 더 재미난 일들이 가득 펼쳐질 지도.

 

친구라어떤 친구친구란 서로 도와줘야 하는데서로에게 어떤 일을 도와줄 수 있지사는 곳도먹이도 다른데 친구가 되면 만나서 뭘 하지?”

 

우선친구를 해치지 않는다는 약속을 먼저 해 줘.”

 

 약속은 약속이라 이 셋은 친구답게’ 살아 보려는 노력을 해본다그런데 예상한 것보다 잔인한 상황이 펼쳐지고 그에 상응하는 복수도 이루어진다두근두근 놀랐다.

 

인간 사회에서는 드문신뢰를 저버리는 일에 대한 인과응보가 강렬한 인상과 더불어 교훈이 될 지도문득 제 본성을 따라 살아야하는 독수리가 성급하게 친구가 되자는 약속에 동의했다는 속셈이 따로 있는 듯도 했지만 생각을 한다.

 

억지로 친구가 되는 일은 시작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은 것일까일단 약속을 한 것에 관해서는 지켜야 한다는 걸까작가는 어떤 메시지에 더 공을 들였을까.



강력한 고양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인데세금 논의를 거하게 하는 진중한 전개가 펼쳐진다.

 

세금은 공평해야 한다천재지변의 경우에는 피해를 감안해서 면제하고 복구비를 지원해야 한다세금 낼 형편이 아니면 노동으로라도 메워야 한다한 번의 호의가 선례가 되어 모두가 세금 면제를 원하면 재정이 무너진다.

 

설득을 하는 고양이와 반발하는 늑대의 캐릭터들이 인간 사회의 여느 이론가들 못지않다.

 

얼핏 자기 생각이 있고 소신이 있어 보이던 고양이는 아주 복잡한 캐릭터이다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교묘하고 치밀하게 음모를 꾸미기보다는민폐로 보여서 아쉽기도 했다너무 빨리 읽지 않고 고양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떠오르는 인간들에 대입해보면 갑갑한 마음이 한 가득이다어떤 이론으로 포장해도 결국엔 제 욕심 차리느라 그로 인한 공동체 전체의 부작용을 생각도 못 하고사후에 변명하기에 급급하니까.

 

동물 왕국은 인간 사회보다 처벌이 더 강력한 영구 추방령이다인간은 가두긴 하지만 의식주를 세금으로 모두 제공하는데특정 동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담은 이야기라 마냥 편하지는 않지만동화란 모두 인간의 삶을 해석하기 위한 텍스트로 여기면 좋을 듯하다.



태어날 때부터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는 병아리가 있었어.”

 

첫 문장이 매력적이다그런 병아리도 있을 수 있지어쩌면 더 많은데 생존을 위해 협력할 뿐인지도 모르는 일이지.

 

싫어몰려다니는 그 자체가 싫어.”

싫어종일 먹느라 시간을 보내기는 싫어.”

싫어종일 땅만 보며 걸어 다니는 것도 싫어.”

 

읽을수록 감정 이입이 되어 공감이 커진다병아리는 별명이 생겼다. ‘싫어’, ‘빼빼’, ‘거꾸로’. 이런 성격은 일단 가족과 집과 고향을 떠나게 된다혼자가 되고 싶어서 일 수도 있고자신이 속할 수 있는 다른 질서의 세계를 찾고 싶기도 하고.

 

모험과 여행을 거쳐 동료들을 만나고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며 읽다가 또 엄청 놀랐다이 작가분의 스토리는 내 예상을 늘 벗어나는 구나 싶다.

 

닭이 되어 알을 낳고 병아리들을 키우며예전 자신의 엄마와 똑같은 잔소리들을 하며 산다그리고 고향이 그리워서 찾아가 본다동화에 대한 선입견이 강한 편이었나 싶게 극히 현실에 있을 법해 괜히 힘이 쭈욱 빠지는 결론이다.

 

알 낳기 싫다고 농장에서 뛰쳐나왔는데 자신도 결국은 엄마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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