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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친구 맞니 ㅣ 책 먹는 고래 26
서가숙 지음, 유희경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0월
평점 :
‘우리는 친구’가 아니라 ‘친구 맞니’라고 하는 제목이 궁금증을 키운다. 한 서식지에서 만날 가능성이 적은 바다거북, 토끼, 독수리라는 설정도 특이하다. 그래서 더 재미난 일들이 가득 펼쳐질 지도.
“친구라, 어떤 친구? 친구란 서로 도와줘야 하는데, 서로에게 어떤 일을 도와줄 수 있지? 사는 곳도, 먹이도 다른데 친구가 되면 만나서 뭘 하지?”
“우선, 친구를 해치지 않는다는 약속을 먼저 해 줘.”
약속은 약속이라 이 셋은 ‘친구답게’ 살아 보려는 노력을 해본다. 그런데 예상한 것보다 잔인한 상황이 펼쳐지고 그에 상응하는 복수도 이루어진다. 두근두근 놀랐다.
인간 사회에서는 드문, 신뢰를 저버리는 일에 대한 인과응보가 강렬한 인상과 더불어 교훈이 될 지도. 문득 제 본성을 따라 살아야하는 독수리가 성급하게 친구가 되자는 약속에 동의했다는 - 속셈이 따로 있는 듯도 했지만 - 생각을 한다.
억지로 친구가 되는 일은 시작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은 것일까. 일단 약속을 한 것에 관해서는 지켜야 한다는 걸까. 작가는 어떤 메시지에 더 공을 들였을까.
강력한 고양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인데, 세금 논의를 거하게 하는 진중한 전개가 펼쳐진다.
세금은 공평해야 한다, 천재지변의 경우에는 피해를 감안해서 면제하고 복구비를 지원해야 한다. 세금 낼 형편이 아니면 노동으로라도 메워야 한다. 한 번의 호의가 선례가 되어 모두가 세금 면제를 원하면 재정이 무너진다.
설득을 하는 고양이와 반발하는 늑대의 캐릭터들이 인간 사회의 여느 이론가들 못지않다.
얼핏 자기 생각이 있고 소신이 있어 보이던 고양이는 아주 복잡한 캐릭터이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교묘하고 치밀하게 음모를 꾸미기보다는, 민폐로 보여서 아쉽기도 했다. 너무 빨리 읽지 않고 고양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떠오르는 인간들에 대입해보면 갑갑한 마음이 한 가득이다. 어떤 이론으로 포장해도 결국엔 제 욕심 차리느라 그로 인한 공동체 전체의 부작용을 생각도 못 하고, 사후에 변명하기에 급급하니까.
동물 왕국은 인간 사회보다 처벌이 더 강력한 영구 추방령이다. 인간은 가두긴 하지만 의식주를 세금으로 모두 제공하는데. 특정 동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담은 이야기라 마냥 편하지는 않지만, 동화란 모두 인간의 삶을 해석하기 위한 텍스트로 여기면 좋을 듯하다.
“태어날 때부터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는 병아리가 있었어.”
첫 문장이 매력적이다. 그런 병아리도 있을 수 있지. 어쩌면 더 많은데 생존을 위해 협력할 뿐인지도 모르는 일이지.
“싫어. 몰려다니는 그 자체가 싫어.”
“싫어. 종일 먹느라 시간을 보내기는 싫어.”
“싫어. 종일 땅만 보며 걸어 다니는 것도 싫어.”
읽을수록 감정 이입이 되어 공감이 커진다. 병아리는 별명이 생겼다. ‘싫어’, ‘빼빼’, ‘거꾸로’. 이런 성격은 일단 가족과 집과 고향을 떠나게 된다. 혼자가 되고 싶어서 일 수도 있고, 자신이 속할 수 있는 다른 질서의 세계를 찾고 싶기도 하고.
모험과 여행을 거쳐 동료들을 만나고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며 읽다가 또 엄청 놀랐다. 이 작가분의 스토리는 내 예상을 늘 벗어나는 구나 싶다.
닭이 되어 알을 낳고 병아리들을 키우며, 예전 자신의 엄마와 똑같은 잔소리들을 하며 산다. 그리고 고향이 그리워서 찾아가 본다. 동화에 대한 선입견이 강한 편이었나 싶게 극히 현실에 있을 법해 괜히 힘이 쭈욱 빠지는 결론이다.
“알 낳기 싫다고 농장에서 뛰쳐나왔는데 자신도 결국은 엄마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