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배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 - 아마존의 나라에서 인디고섬까지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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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마존의 나라에서 인디고섬까지

 

26개의 나라들인 것은 알파벳의 숫자 때문입니다글자에서 단어로시와 노래로이야기로이전에 존재한 모든 상상보다 더 풍성한 모습들... 재밌고 신기한데 읽을수록 왜 쓸쓸하고 허전한 기분이 들까요.

 

책 속의 나라들이 모두 이상적이서도 아닙니다가보고 싶은 나라들도 있는 반면에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곳들도 있습니다그런데 모두 다 자신만의 장소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모습들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프고 부럽고 그렇습니다.

 

A. 아마존의 나라 Le pays des Amansones


 

익숙해서 다 아는 듯하면서도 묘사하라면 할 수가 없습니다특히 이 책에서 배운 것들이 멋집니다금으로 된 매미 장식을 머리에 달고바람처럼 가볍고 감미로운 속삭임 같은 생명의 노래를 들려준다니요그들이 길을 가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모든 것들에 이름을 붙여 주면그 읊조림이 너무 아름다워 잠자던 것들이 모두 깨어난다고 합니다.가본 적 없는 지상낙원이 궁금합니다.

 

B. 쌍둥이 호수의 바일라바이칼


 

내겐 너무 낯선 무당의 존재... 연설은 멋졌다.

 

바일라바이칼족의 말씀은 바람처럼 자유롭다그 무엇도 그들을 가둘 수 없어!”

 

C. 바다의 진주 캉다아만


 

지야가 정확한 여행지도를 작성하는 일의 어려움이 절절...

 

비밀 장소에 보관되어 잇는 오백삼십사 개의 노인들의 양식을 조금씩 맛보아야 했다이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노인들의 양식 중에는 난파와 빈곤비참함의 맛만 남아 있는 것들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D. 북소리 사막


 

사막은 무섭다어린왕자를 혹 만날 수 있다 해도수렵채집농사가 인간이 식량을 구하는 방법들이라면사막에서는 온전히 살육과 약탈을 통해서만 생존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그런 한편 사막에서 사는 모든 생명이 경이롭다.

 

E. 에스메랄다산


 

건축 양식을 보면서 식량과 물자가 풍부하지 않은 사회는 내부 결속이 강하고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경계하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해본다모든 것이 풍요롭고 아름다워서 인상적인 곳이다산에 가고 싶네가서 머문 적이 오래 전이다.

 

F. 얼음 나라


 

사막에 못지않게 극한의 삶을 사는 장소이다사냥이 아주 중요하니 소개글의 대부분이 그러하다빙산 아래에 초록풀들이 있다니고래들이 풀을 먹는다니기이하고 재밌는 상상이다.


G. 거인들의 섬


 

거인들의 심장석을 캉디아의 빵 만드는데 사용하다니!

 

H. 웅갈릴족의 나라

 

I. 인디고섬 L'iles Indigo


 

인디고 블루가 좋아서아련한 쪽빛이란 번역도 무척 멋지다아무도 그 딸을 밟아 보지 못했다니다행이고 아쉽기도 하다.

 

이삭은 삼각측량을 하러 큰 섬을 샅샅이 조사하고 다녔소. (...) 급기야 그 수치를 산출하겡 이르렀소그는 대수학을 무슨 종교인양 떠받드는 사람이었소결국 그는 신성한 섬이 큰 섬 주민들의 눈에만 보인다는 주장을 펼치더군요땅으로부터 일정한 높이에서그리고 신성한 섬과 일정한 거리로 떨어져 있는 장소에 서 있을 때라야만 그 섬이 우리 눈동자에 비친다는 것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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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마법사 고래책빵 동시집 22
김남권 지음, 손정민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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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마녀의 선과 악성별 구분의 이분법이 이제 다 끝난 건가 싶은 제목이 반가웠고어떤 마법을 사용하는지 궁금해서 먼저 찾아 읽어 본다말버릇이 없는 아이네... 불편한 마음이 들다가 마지막에서 웃었다엄마와 아빠가 아이에게 이렇게 설명했나보다얼굴 딱 한번 보고... 사실이면 마법사가 분명하다.


 

이 시는 제목부터 놀라웠다내가 상상 못한 것들을 상상하는 이들은 다 놀랍다는 의미이긴 하지만밤하늘에 뜬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아이의 시력이 부럽다빛의 산란과 파동으로 무지개가 설명된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물론 그날이후로도 무지개는 반갑긴 했지만 덕분에 여러 상상의 공간이 닫힌 것만은 사실이다대신 빛을 만났으니 괜찮다.


 

어릴 적 사진에 보면 노란색이 엄청 많다노란 원피스들과 심지어 잠깐 입었던 노란 교복아직도 기억나는 노란 장화... 인지과학과 컬러테라피에서는 노란색은 잘 해야한다라는 의미라던데어른들은 아이들이 뭐든 잘 해야한다는 바람을 담아 그렇게 입혔나 보다.


 

동시 낭독한 꼬맹이도 울고 나도 울고 싶고꼬맹이는 신기하게 두 살 전에 만난 내 할머니를 기억한다. 90대 조상과 2살이 채 못 된 조손이 마주보고 앉아서 가위바위보를 하던 풍경그 옆에서 막 초등학생이 된 큰 꼬맹이가 버선을 벗어보라고 조르던 풍경.

 

그렇구나할머니는 할머니 집으로 가신 거구나...


 

이 시는 이해를 못했습니다왜 아이가 겁을 내고 고드름이 되었을까요천국 한번 갔다 와서 먹을래?가 왜 무서운 말인가요...


 

이 동시는 가사이기도 하다창작동요대회 엄청 좋아했다기억하는 노래들도 있다지금은 성인가요를 듣는 아이들이 더 많을 지도 모르고심지어 트로트 가수도 있다고 하니어쩌면 늘 그랬는데 이제야 내 눈에 띤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lmnDo-8suhw

달이 자꾸 따라와요♬ (김남권 작사/이진희 작곡) - 김가현 [2021 창작동요대회]


 

이 시는 깜빡 속았다기분 좋고 재밌게별을 받은receive 줄 알았는데 별을 받은bump’ 것이었다.


 

아이들이 이런 시를 쓰는 세상경험하지 않고 살았다면 좋았을 것을어른들을 신뢰할 수 없어서 십대들이 학교에 가는 대신 시위를 시작한 지가 벌써 오래되었다그런데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니잘 하려다 실수도 하고 결과도 안 좋을 수 있지만알고도 모른 척 하거나 부정하는 못난 모습에 대해서는 정말로 할 말이 없다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 시는 한글 초성을 못 맞춰서 물어보려고 올립니다사랑해보고싶어ㅁㅇㅎ괜찮아ㄲㅂㄴㅂ한글로만 소리 나는 가장 기분 좋은 포옹과 한글로만 피어나는 소리글의 날개... 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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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건 아닌데 그게 날 힘들게 해 - 음악치료사가 바라본 현대인의 감정과 사고, 그리고 대처 방안
한진우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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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것도 다루기 힘들지만사람을 확실하게 좌절시키는 것은 반복되는 작은 실패와 절망들이기도 합니다아직 혈당이 낮은 시간이라서 그런 지 분노가 솟을 기운도 없지만 이래서 나이 들면 저절로 성격이 온화해지는 건가 싶기도 음악 들으며 음악 치료 이야기 듣기 좋은 날입니다.

 

분노를 스스로 조절하고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 음악 감상을 제안하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 측면이 있습니다첫째는 투사(projection)이고둘째는 시간 지연(delaying time)입니다.”

 

선호하고 자주 접하는 음악은 각자 다르지만 나는 연주시간이 비교적 긴가사가 없는 음악이 좋다소리란 공기를 떨게 하여 내 청각 기관을 울리는 일이니 어떤 파동이 전해지는지가 중요하다다른 이들은 가사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고혹은 멜로디에 혹은 리듬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음악으로 매번 분노를 정화catharsis할 수는 없다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음악 치료에 대해 들어보기 전에도 음악은 늘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어리석고 유치한 감정을 거르고 치우는 역할을 확실히 해주었다.

 

생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판단이 흐려지고 사소한 일에 감정 기복이 심해지며한편으로는 자신의 에너지가 소진되어 자기 보로애착감정 인지 능력이 떨어지면서 신체를 방관하기도 합니다탈진 증후군(burnout syndrome)처럼 말이죠.”

 

분노란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 격렬한 감정 반응이라서 오래 지속할 수가 없다그런데 휙 지나가면 깨끗해지는 것만도 아니다최초의 5분도 중요하지만 말끔해졌는지 불씨를 확인하듯 잘 지켜보는 일도 필요하다.

 

음악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심미적 경험을 제공해 주고 상황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켜 주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음악 경험 단계가 반드시 순차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감상 시 내담자가 집중하는 주의에 따라 순서와 지각그리고 머릿속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달라지곤 합니다.”

 

생각이 거칠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말은 제어하려 애쓸 수 있다그런 방법 중에 하나는 호흡이다뾰족한 말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입을 다물고 코로 호흡을 한다이렇게 쓰니 남들도 다 하는 것을 특별한 방법인 양 제안하는 듯도 하다중요한 것은 버릇을 들여정말 화가 치솟을 때도 자연스럽게 이 단계를 거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거의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는 나의 분노 표출에 대한 이야기만 했는데상대의 분노여러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휘둘리지 않게 위해서도 여러 자가 훈련이 필요하다물론 상황에 따라 대응법은 모두 달라지겠지만휘둘리지 말고파괴적인 결과를 피하고후회할 일들을 줄이면 사는 일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어질 것이 아닌가.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다그 공간에는 우리의 반응을 선택할 자유와 힘이 있다우리의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달려 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는 내가 가진 불안과 번민을 묵혀둔 짐처럼 가끔 꺼내본다내면만 들여다봐서는 설명할 원인도 해법도 없다그래서 내 바깥의 세계를 차분하게 헤아려본다불편한 것 말고는 생존에 위협도 없는데 왜 항상 불안해하는지포기해도 별 영향도 안 받는 일들로 왜 고민하는지오늘 밖에 살 수 없다고 하면서도 왜 늘 먼 미래를 상상하며 겁에 질리는지.

 

나를 객관적으로 볼 힘이 없을 때면 결국 나에 대해 잘못 인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지난 기록을 살펴보세요과거의 흔적은 지금의 나의 일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각각의 조각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기억을 소환하여 (...) 이 과정에서 우리는 놓치거나 오인했던 감정과 기억을 재경험하며 나를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재구성에 음악 자서전도 가능할까한 번도 상상을 못해봐서 신기하고 궁금하다음악이 과거의 내 기억들과 얼마나 촘촘하고 긴밀하게 엮어 있을 것인지.



음악 치료 분야를 정확히 몰랐는데자폐주의력 결핍 장애레트 증후군다운 증후군통합 운동 장애감정과 행동의 어려움이 있는 이들알코올사용장애 등등음악 치료사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음악의 정의를 소리와 침묵의 연결이라 한다면자연에서 나오는 부드럽게 매료시키는 자극(soft fascinating stimulation: 새소리물소리바람 소리 등)이 활동 음악과 가미되어 감각을 일깨우는 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음악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도 있고 부작용도 있다고 한다소리에 대한 반응에 둔감하거나 과민한 신체 상태로 인한 경우들이다그러니연구와 의학적 근거가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기억하고관심이 있다면자신의 사건과 감정이 반영된 음악 리스트자서전 -을 한번 작성해서 감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나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주는 환경을 하나 설정하고 그 안에서 충분한 교감과 안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안전 기지를 설정해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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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1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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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공을 덮은 한랭한 대기가 서서히 지나가는 시간이다겨울이 따뜻해서 계절을 잃은 새싹들이 흙을 뚫고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는 시절이라 적응을 하지 못한 손과 귀가 얼어붙었다공기가 쨍하니 이마가 서늘해서 정신은 조금 맑아지는 듯하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안전하게 추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예전엔 요란함과 소란스러움이 잦아드는 겨울이 참 좋았는데 이제는 문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생명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 작품 속 세계는 내가 사는 판데믹의 세계보다 더욱 황량하고 처참하다그래도 어떻게든 적응을 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위안과 힘을 얻는 방식도 존재한다그러나 매일 누군가에게 만족과 웃음을 주는 일이란 사실 기획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 기쁘고 즐겁고 신나는 일이 뭐가 그렇게 자주 있을까더구나 이런 세상에서.

 

바깥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텔레비전 속 액터의 희로애락을 지켜보며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따뜻하고 부유한 삶을 누리는 그들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하고온갖 극적인 상황에 휘말려 고통받는 그들의 드라마로부터 오히려 안도감을 얻기도 한다.”

 

현실의 독자들인 우리가 영위하는 방식과 달라 보이지 않지만차이점은 스노볼에서 제작되는 드라마는 모두 연기가 아니라 실제 삶이라는 것이다리얼리티 쇼의 인기는 이미 시작된지 오래이긴 하다타인의 삶이 담긴 시공간은 왜 흥미로울까.

 

그렇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하루종일 편집 없이 그대로 지켜보는 것은 불필요하고 지루한 것이다그래서 디렉터는 (...) 자신이 판단하기에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추려서 근사한 이야기로 만든다.”

 

한국인들은 아주 오랫동안 일 년은 사계절이라 믿고 경험하며 살았다여전히 그렇긴 하지만 계절이 서로 섞여들기 시작하고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사실이다날씨는 짐작과 기대를 자주 우습게 만들었고우리는 그래도 이름이 남은 계절감을 최대한 찾아보려 한다.

 

스노볼에는 사실상 날씨라는 개념이 있을 수 없다거대한 유리 천장으로 둘러싸인 밀폐된 땅에는 (...) 그래서 스노볼은 인공적으로 날씨를 만들어낸다. (...) 그리고 이러한 날씨를 뽑는 사람이 바로 기상 캐스터다.”

 

이 정도면 살만한 안전한 환경인건가그런데 인간의 최고 약점이자 운명은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찾아 먹고입고그 외 모든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마지막 남은 발전소는 원전 핵발전소 이다생존과 관련된 장소이기도 하고혹시나 사고가 생기면사고가 없더라도 방사능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면 남은 인류도 멸종한다.

 

온기와 평화의 대가는 늘 있게 마련이지만 짐작보다 잔혹했다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시스템을 어찌되었든 유지해나가는 것이 현실이기도 해서 머리가 무거워졌다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않는다그러니 아무리 사람들이 일하다 죽어도 죽지 않을 환경을 만들기보다 보상금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스노볼이 여전히 따뜻할 수 있는 이유는 기적적인 지리 환경 덕분만이 아니라살아 있는 시체가 되어 버린 사형수들이 작동시키고 있는 미지의 발전소 덕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인간이 태어나면 생존을 위해 적응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이 때의 환경은 주어진 그대로이다그래서 적응에 성공하면 획득한 모든 삶의 방식이 당연해진다예외와 돌발이 불편해지고 뭐라고 바꾸는 일이 피곤해진다그런 노력 대신 더 따뜻하고 행복하게 살 기회를 더 많이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하게 된다.

 

사회는 그런 욕망을 원료로 작동되기 때문에 사회구성원들을 목적에 맞게 사회화시키고불행은 각자의 일로 설명한다인간이 모여사는 일은 필연적으로 사회체를 구성하는 일이라 스노볼의 세상 역시 마찬가지이다문제는 얼마나 그 비밀이 어둡고 격차가 끔찍한가이다.

 

타인에게 이용당하려 태어나거나스노볼을 유지하라는 사명을 타고난 사람의 세상은 처음부터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근데 우리가 쓸 전력을 생산하는 게 착취라니물론 지금의 삶이 천국은 아닐지라도 이보다 나은 선택은 없어.”

 

이본 미디어 그룹은 백 명이 넘는 사람의 기억과 목숨그리고 인생을 가지고 놀고 있다이들이 전부 사형수 출신이라는 사실이 이본의 잘못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지금도 이 정도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바이러스에도 추위에도 계속 일하는 이들이 많다그들이 부당하게 일하지 않도록 그런 부분이 근절될 때까지 완전한 파업을 한다면 나는 기쁠까얼마나 오래 지지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이 부러운 점은 세상이 멸망했고노출되면 모두를 죽이는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이 모두 거짓이라는 점이다손쉽게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자신들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고 조작했다는 점이다그리고 그걸 밝히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

 

평범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거야나를 향한 금기와 한계를 깨기 위해나와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의 안전과 평온을 위해원래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기꺼이 감내하고 이어 가는 것그게 세상을 바꾸는 일의 본질이야.”

 

그래서 스노볼의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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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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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를 잠시 만나고 나니 이 책을 바로 읽고 싶다는 욕구가치팅 없이 제목이 전하는 메시지를 짐작해보려 애썼다소크라테스를 긍정적인 방식으로 뒤집기란 어려우니 아마도 확신에 찬 이들의 어리석은 모습들이 잔뜩 펼쳐질 듯했다단편소설집은 매일 한 편씩 아껴 읽어야 하는데 덮지 못하고 후루룩꿀꺽 삼키듯 읽었다.

 

종류도 수위도 다양하지만때로는 물리적 폭력과 범죄에 못지않은대상을 정하기가 임의적이고 다수가 익명으로 가담할 수 있고폭력의 수위도 최강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제재도 처벌도 어렵고 도주가 쉽다는 점에서 극악한 범죄도 될 수 있는 선입견이 등장한다.

 

편견과 편애가 없는 사람은 없다자신에게 편견과 편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가능한 주의하는 사람과 의식하지 못하고 공평무사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그리고 나는 편견과 편애는 자신의 삶과 취향과 관계에 한정해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인에 대해서 제가 판단하고 떠들어댈 권리란 누구에게도 위임된 적이 없다그럴 때 인간이 가진 선입견은 잔혹하고 무자비한 폭력의 도구가 된다어른들이 사는 모습은 형편없이 휘둘리는 난장이고그런 어른들에게 배워 단순화시킨 아이들의 선입견은 잔인하다.

 

인생은 아주 어려워어른도 정답은 모르고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조차 최고난도를 자랑해게임처럼 쉬움’ 모드는 없지그런데 남을 무시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난이도가 올라가는 거야언제 그 사실이 들통날지 모르거든왜 스스로 어려움’ 모드를 선택하는 걸까?”

 

이 책은 그런 어른들의 선입견을 드러내어 은근히 비유적으로 지적해주는 것이 아니라그냥 솔직하게 이런저런 것들 다 어른들의 선입견이고 답답하지 그지없다고 들려주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추위가 닥친 밤에도 얼굴이 뜨끈하다.

 

딱 한 번 먹어본 적 있는 치즈가 떠올랐다냄새가 지독해서 상한 줄 알고 금방 뱉었다하지만 그 후에 엄마가 그건 고급 치즈야” 하고 가르쳐주자 별안간 그게 독특한 맛으로 느껴졌다알맹이는 변하지 않았는데도정보 때문에 맛이 달라졌다.”

 

하아... 우리 모두 할 말 많은 담임교사의 선입견 가득한 발언들은 한 편으로는 화가 치밀지만아이들이 그 덕분에 생각하고 판단하고 부정하는 사고 훈련을 한다는 점에서 제 역할이 있기도 하다이후 아이들이 교사의 생각을 바꿔보려 하는데... 말리고 싶었다.

 

운동회에 마라톤경기를 하는 학교가 있다니부러웠다전생의 일 같긴 하지만 오래달리기마라톤을 무척 좋아했다아무데도 못가는 트레드밀 위에서도 15분 지나면 내려오기 싫어진다뽑기로 정하는 방식은 공평의 외양을 한 폭력이다왕따를 가시화하는 방식의당사자들은 스스로가 슬로하지 않은지를 증명하기 위해 너무 애써야 하니까.

 

납득과 동의를 거듭하며 읽다가 <거꾸로 워싱턴>에서는 생각이 무척 복잡해졌다통계상으로는 입양 가족보다 소위 친부모 가족’ 내에서의 폭력이 아주 빈번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작년 통계상으로는 98%가 친부모 폭력이었다.

 

그런데는 이야기 속에서처럼 새아버지가 생기고 난 후 아이의 결석 소식을 듣는 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먼저 하게 될까내 편견은 어떤 장면을 가장 빨리 떠올릴까저항의 노력에도 끄떡없이 건재한 선입견이 있다.

 

그 외에도 외모만으로 재빨리 판단하는 일도 있고도무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뭐라 의견을 표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도 있다자신의 범죄에 대한 형을 마치고 난 이와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사법과 형벌체계에 대한 동의와 수긍이 부족해서 그 점이 판단의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계속 고민해봐야겠다.

 

반성을 거듭한다선입견이 강한 인간으로 사는 모양새만이라면 괜찮은데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가한 언어폭력은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명확한 의도가 없는 것들이라는 걸 상대가 부디 알아차리고 깊은 상처를 입지 않았기만을 바란다.

 

초등학생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이지만연령 불문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읽으면 가장 좋을 선입견에 관한 리트머스 종이와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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