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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배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 - 아마존의 나라에서 인디고섬까지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1. 아마존의 나라에서 인디고섬까지
26개의 나라들인 것은 알파벳의 숫자 때문입니다. 글자에서 단어로, 시와 노래로, 이야기로, 이전에 존재한 모든 상상보다 더 풍성한 모습들... 재밌고 신기한데 읽을수록 왜 쓸쓸하고 허전한 기분이 들까요.
책 속의 나라들이 모두 이상적이서도 아닙니다. 가보고 싶은 나라들도 있는 반면에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곳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 다 자신만의 장소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모습들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프고 부럽고 그렇습니다.
A. 아마존의 나라 Le pays des Amansones
익숙해서 다 아는 듯하면서도 묘사하라면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배운 것들이 멋집니다. 금으로 된 매미 장식을 머리에 달고, 바람처럼 가볍고 감미로운 속삭임 같은 ‘생명의 노래’를 들려준다니요. 그들이 길을 가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모든 것들에 이름을 붙여 주면, 그 읊조림이 너무 아름다워 잠자던 것들이 모두 깨어난다고 합니다.가본 적 없는 ‘지상낙원’이 궁금합니다.
B. 쌍둥이 호수의 바일라바이칼
내겐 너무 낯선 무당의 존재... 연설은 멋졌다.
“바일라바이칼족의 말씀은 바람처럼 자유롭다. 그 무엇도 그들을 가둘 수 없어!”
C. 바다의 진주 캉다아만
지야가 정확한 여행지도를 작성하는 일의 어려움이 절절...
“비밀 장소에 보관되어 잇는 오백삼십사 개의 노인들의 양식을 조금씩 맛보아야 했다. 이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노인들의 양식 중에는 난파와 빈곤, 비참함의 맛만 남아 있는 것들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D. 북소리 사막
사막은 무섭다. 어린왕자를 혹 만날 수 있다 해도. 수렵, 채집, 농사가 인간이 식량을 구하는 방법들이라면, 사막에서는 온전히 살육과 약탈을 통해서만 생존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한편 사막에서 사는 모든 생명이 경이롭다.
E. 에스메랄다산
건축 양식을 보면서 식량과 물자가 풍부하지 않은 사회는 내부 결속이 강하고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경계하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해본다. 모든 것이 풍요롭고 아름다워서 인상적인 곳이다. 산에 가고 싶네. 가서 머문 적이 오래 전이다.
F. 얼음 나라
사막에 못지않게 극한의 삶을 사는 장소이다. 사냥이 아주 중요하니 소개글의 대부분이 그러하다. 빙산 아래에 초록풀들이 있다니, 고래들이 풀을 먹는다니! 기이하고 재밌는 상상이다.
G. 거인들의 섬
거인들의 심장석을 캉디아의 빵 만드는데 사용하다니!
H. 웅갈릴족의 나라
I. 인디고섬 L'iles Indigo
인디고 블루가 좋아서, 아련한 쪽빛이란 번역도 무척 멋지다. 아무도 그 딸을 밟아 보지 못했다니, 다행이고 아쉽기도 하다.
“이삭은 삼각측량을 하러 큰 섬을 샅샅이 조사하고 다녔소. (...) 급기야 그 수치를 산출하겡 이르렀소. 그는 대수학을 무슨 종교인양 떠받드는 사람이었소. 결국 그는 신성한 섬이 큰 섬 주민들의 눈에만 보인다는 주장을 펼치더군요. 땅으로부터 일정한 높이에서, 그리고 신성한 섬과 일정한 거리로 떨어져 있는 장소에 서 있을 때라야만 그 섬이 우리 눈동자에 비친다는 것이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