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 상편 - 교과서보다 쉽고 흥미진진한 물리학 교실 재미로 읽다가 100점 맞는 색다른 물리학
천아이펑 지음, 정주은 옮김, 송미란 감수 / 미디어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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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두고 쉽고 흥미진진하다고 하면 여전히 욕만 먹을 것 같지만쉽고 흥미진진한 내용들도 많다고 생각한다아니 경험했다세상을 이루는 물질과 에너지를 다루니 물리학과 무관한 세상일이란 없다단지 그걸 수식으로 만나는 순간 세상을 원망하고 싶어질 뿐.

 

오일러Leonhard Euler 공식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재미나고 반가운 책이고추천연령은 중고등학생이니 화가 날 정도로 어려운 내용과 수학은 없다사진 자료와 친절한 해설도 가득하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별개라는 말을 이 책에서 다시 느낀다속도와 속력에 대해 나는 세상의 모든 과학 정보를 다 들려줄 수도 있지만내 설명에는 벡터스칼라방향크기 등등이 등장할 것이고 재미라곤 없을 것이다이 책에서 재밌게도 거북이가 나온다.

 

SF 속 물리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던 때도 있었는데 판데믹으로 인해 우리는 창작보다 더 놀라운 현실을 버티느라 바이러스 전문가가 되었다오랜 팬인 나조차 SF에 대한 느낌이 예전만큼의 기대와 설렘이 없다현실이 최강 디스토피아라서.

 

과학에서 새로운 발견을 알리는 가장 신나는 표현은 유레카(찾았다)!’가 아니라 그거 재미있네이다.”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Isaak Yudovich Ozimov

 

물리학을 공부한다는 건 뉴턴Isaac Newton을 무조건 만나야한다는 말이다누구라도 건너뛰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무 데도 없다이 책에서도 뉴턴 역학에 대해 충실하게 설명하고 충분한 분량을 배분하였다아마 두 번은 차분히 읽으셔야 진가를 더 확실하게 느끼실 듯!

 

케플러Johannes Kepler의 법칙과 열역학의 법칙으로 오면 우리가 속한 세계가 우주로 확장된다인간은 지구인이자 우주인이다이번 대선의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서 케플러의 법칙을 열공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고열역학 법칙을 생각하며 볼 수 있는 우주의 모습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실을 얻는 것보다 새로운 사실을 생각해내는 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윌리엄 브래그William Bragg

 

언젠가 다른 행성의 지적 생명체가 방문해서 역사를 조사하다가 인간이라는 종은 과소비와 식탐으로 멸종했는데문제를 다 알고서도 고치질 못해 결과적으로 자살한 셈이다이런 평가는 안 받았으면 한다.

 

혹은 가진 핵무기를 멍청한 이유로 다 터트려서 다른 생명체도 죽이고 지구도 망가뜨렸다 이런 일도 없었으면이래서 SF 문학 창작이 더 어려워지고 그렇기 때문에 확실한 경고를 주기 위해 제발 종족주의를 벗나난 지구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더 열심히 써주면 좋겠다.

 

생태계라는 시스템은 엄청난 복잡계라서 잘 파악하기 어렵다우리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기보다는 신비한 일이라고 상상하기를 좋아한다어렵고 힘든 일은 많지만단순 생존이나 탐욕에 휘둘리게 자신을 두지 말고 조금 다른 방식을 고민해보면 좋지 않을까인간 스스로 저지른 모든 선택의 결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더욱.

 

중고등학교 교과과정과 시험경향을 정확히 모르니 100점을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재미는 확실히 있다.

 

교육의 진정한 목적 중의 하나는 부단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인간을 두는 것이다.” 맨델 크레이튼Mandell Creigh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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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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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고 질문이 생겼다. ‘누구에게나가 맞는 말인지, ‘이란 무엇인지, ‘필요란 어떤 방식인지내게 종교와 종교인들은 행동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대상이었다소위 근대적 교육을 받으면서 교리와 성서의 내용을 재밌는 스토리 이상으로 믿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에는 엄청난 틈이 있다그리고 그 틈이 바로 차갑고 이성적인 삶과 믿음의 삶을 갈라놓는다.“

 

귀신이든 신이든 유령이든 만나본 적이 없고 몹시 만나고 싶었지만 놀라고 감동적인 기적들은 모두 사람들이 했다그렇다고 내가 무슨 지적 우월감을 즐긴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가족친지친구들은 무신론자보다 종교인들이 압도적으로 많고 모두 나보다 훌륭한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가는 분들이다.



그래서 나는 종교가 없는 것이 훨씬 더 불안한 상태라는 것을 한편으로 인정하고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실천하는 격려이자 이유가 되는 모든 종교적 믿음을 존경한다귀 담아 듣고 싶고 따라하고 싶은 말과 실천을 하시는 종교인들도 계시니내 노후는 한편으로는 과학적 발견에 여전히 즐거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실천하는 종교인으로 살고 싶기도 하다.

 

우리 마음도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움직인다우리가 수많은 소리를 놓치는 것을 듣지 못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떠들어 대고 있기 때문이다자기 자신을 향해서그렇게 수다를 떨어대는 우리 마음이 소리를 상쇄하는 소리를 꾸준히 만들어낸다그러니 다른 소리들은 그 앞에서 맥을 못 춘다.“

 

누구에게나는 모르겠다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묻지 않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내 지식의 범위를 한참 뛰어넘는 종교의 숫자였다. 9900가지의 종교들매일 새로운 종교가 두세 개씩 생겨나고 있다니!

 

저자는 9.11 이후 부시 대통령을 소환하듯 - Don't worry, go shopping - 미국인답게 쇼핑하듯 종교체험 여행을 떠난다이슬람 수피즘불교가톨릭 프란체스코회라엘교도교위카샤머니즘유대교 카빌라.

 

저자의 종교 체험기에 깊이 몰입하기 전에나는 힘들 때간절히 바란다고 할 때 신을 불렀나그것부터 생각해 보았다아니다나는 전형적인 해결책 제시형 인간이다수족냉증이 올 정도로 심신이 싸늘해지고 바쁘게 생각하고 조사하고 문의를 한다.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일만을 고민해서일까많은 것들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해결하며 살았고사람이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일들에 대한 절망을 아주 크게 느끼면서 산다.

 

종교는 우리가 세 가지 질문과 씨름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다답까지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세 가지 질문이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죽은 뒤에는 어떻게 되는가어떻게 살아야 하나다.”

 

에릭 와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있었고 단지 확인이 필요했던 것으로 느껴진다종교는 질문을 할 뿐이고 신은 방향이라 말하지만 결국 신은 조립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렇게 자신만의 신을 만들고자 했다.

 

나는 행동 철학으로서의 종교의 유용성을 엿보고 이용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가 있다동력이 약하고 의지가 휘발이 잘 되어서 종교의 도움으로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보고 싶은 것이다그래서 무거운 짐을 자꾸 내려놓으라는 말은 반갑지 않다거뜬하게 잘 지고 갈 방법이 필요하다.

 

체험기란 독자와 거리가 상당히 먼 장르가 될 수도 있다체험 당사자만의 기록이라는 느낌이 한편 강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니라 종교가 우리를 택한다는 말이 구원처럼 들린다할 일을 하며 기다리는 일은 잘 할 수 있다꼭 선택된다는 확신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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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 -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상처받은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맺는 법
후션즈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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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심리학이란 분야는 처음이다생각해보면 내가 심리학 분야를 잘 알고 있을 이유는 없다심리학 개론 수업을 들었을 뿐이고이후에 칼 융의 심리학이 흥미로워 역시 강의를 한 번 들었을 뿐이다그때의 스승도 돌아가신 지가 여러 해다.

 

어쨌든 인간사의 수많은 문제들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관계()’이고 인간은 그 안에서 성장하거나 좌절한다혹은 멈춘다부딪히는 일을 두려워하게 되면자력으로는 움직일 수 없게 되면 어쩔 도리가 없다.

 

당사자를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 잘못을 지적하려는 것은 더 아니다그냥 그런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난다는 것이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사를 굽어 살피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다른 존재는 없으니다 포기하자는 결정 전이라면 긴 숨을 들이켜고 발을 딛고 힘을 줘서 일어나봐야 한다.

 

나르시시즘과 자기연민은 참 어렵다글에 묻어 있어도 글을 읽기가 힘들어진다이러고 징징거리는 글을 잘도 쓰는 나를 뭐라 해야 할지... 그래서 심리학 책 읽는다고 하면 되겠다기본적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성인이지만 당혹스러운 일은 다반사다시간을 주면 천천히 풀어나갈 수 있는 일도 그럴 시간이 없을 때가 많다어렵다여러 모로.

 

다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데 나만 못 돌아가서 아쉽고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과거를 말끔히 떼어내고 현실에 곧게 서는 일이 간단하고 쉬웠으면 참 좋으련만견딜 수 없는 참극을 겪어도 시간이 해결하더라는그래서 신이 아닌가 한다는 박완서 작가님의 말을 믿는다그럼에도 그 시간을 견디는 일도 여전히 쉽지 않다.

 

무엇이든 대가가 없는 일은 세상에 없다고 믿는 물질주의자로서 나는 문득문득 내가 질 책임과 치러야할 대가에 대해 확인해본다그 기준이 옳고 그름이기만 하면 좋을 텐데가끔은 이해득실로 기울 때도 있다이런 분리된 사고는 상황과 문제를 살피는데 도움이 될까 방해가 될까최종적으로 중요한 것은 계산 완료된 비용을 다 지불하고서도 결과를 책임진다는 결정일 것이다.

 

내 부모는 자신의 세계와 세계관을 강압적으로 강요한 분이 아니다그 점을 늘 감사하게 여기지만 그래서 몹시 불안하셨을 거란 것도 안다일단 잘 될 거라 믿고 욕심을 내고 그렇게 살지 않은 자식의 미래를 상상하는 게 무서웠다고 하셨으니까부모의 세계를 답습하지 않아서 내게 생긴 힘도 있을 것이다혼자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던 시간은 분명 힘이 되었을 것이다.

 

관계의 심리학 책을 읽으며 혼자만 들여다보는 이상한 독서를 한다어느 한 시기에는 세상도 사람들도 대충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전혀 모르겠다 싶을 때도 없지 않다서로 다른 가치관을 인정하면서 감정을 공유하고 원활하게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에 아직도 서툴다모두와 잘 지내고 싶은 생각도 그래야할 이유도 없지만 대화가 편한 사람들로 관계가 축소되는 것도 별로다.

 

나는 무엇이 상대의 의견이고 무엇이 내 생각인지 규명된 상태로도 괜찮다분리와 경계가 소통에 늘 방해가 된다고 여지지 않는다오히려 그 반대일 경우가 더 많다간혹 어려운 상황은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동의와 공감을 바라는 상대와의 대화이다조급하게 확인을 받고 안심하고 싶은 마음이의도가욕구가 원인이다.

 

기억해야할 것은 몇 문장으로 이번에도 수렴된다모두 다 다른 존재라는 것안다고만 말고 제대로 인정하는 것스스로 책임지고 선택할 몫을 확실히 하는 것타인에게 굴복하지도 말고 굴복시키기도 말 것예의를 갖추고 의사소통할 방법을 배울 것.

 

공자는 어쩌자고 불혹(不惑)이니 지천명(知天命)이니 이순(耳順)이니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 같은 표현을 남겼을까불혹의 시간을 미혹에 휘둘리며 사는 처지라나이와 인격이 별 상관이 없다는 뼈저린 깨달음을 얻는 중이라 원망스럽기도 하다저자는 나 이외의 누군가가 내 고통을 해결해주고 내 원하는 바를 충족해주길 바라는’ 심리는 그 자체로 유아적이고 비합리적이라 한다나는 언제 어른이 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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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3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iesis 2022-02-23 23:26   좋아요 0 | URL
감사한 댓글로 배웁니다. 관계란... 참 쉬운 적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저는 제 자신과도 잘 못 지내는 편이라 더욱... 그래도 바닥을 다 뒤집어 보이는 그런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안감힘을 쓰며 산달까요...ㅎ 부디 나이가 더 들어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한파에 대규모 확산에 무탈하게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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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7

 

담당의 하야카와는 인간은 어딘가에 자기가 죽을 시기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한다. 수많은 시한부 환자들을 만난 경험이니 그럴 것이다. 거짓을 말한 이유도 없다.

 

내가 바라는 것들 중에는 부디 죽을 시기를 알고 싶다는 것도 있는데, 그건 마지막에 신나게 살아 보겠다는 욕심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게 돌아가시는 분들을 뵈어서 그렇다. 특히 할머니(아버지의 어머니)께서는 평생 자세와 표정조차 단단하게 유지하셨던 분인데 임종의 순간조차 더 이상 단정할 수가 없었다.

 

고가의 집을 안팎으로 반들반들 관리하며 사셨고, 언제 방문해도 머리칼 하나 흘러나온 모습을 뵌 적이 없다. 노후에도 자식과 합가하길 끝내 거부하시고 혼자 정정하게 지내시다, 임종 전날 유품 정리, 청소, 목욕을 모두 혼자 하시고 새벽에 아들에게 전화를 거셨다. 이제 갈 때가 되었으니 빨리 오라고. 옛 분들은 부모 임종 못한 자식은 불효가 크다고 여겨서 가장 마지막까지 그 걱정이 있으셨던가 싶다.

 

잠도 덜 깬 채로 달려가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방에 뛰어 들어가 보니 반듯하게 이부자리에 누워계셨다고 한다. “도착했으니 되었다하고 다른 말씀 없이 손을 잡은 채로 숨을 거두셨다. 어머니는 이 차분하게 거짓말 같은 상황을 믿을 수 없어 평생 처음 시어머니를 안고 흔들었다고 했다. 일어나시라고. 따뜻한 체온의 부드러운 몸인데 눈앞에서 방금 생명이 사라진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상례를 치르면서 떠나신 얘기를 하니 친지들과 동네 분들이 크게 놀라지도 않으셨다. 그런 일이 예로부터 없지는 않다고. 자신이 알려 준 날짜에 돌아가신 어르신들이 간혹 계신다고.

 

가능하면 나도 큰 폐를 끼치지 않고 당신처럼 그렇게 단정하게 떠나고 싶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놓았는데도 이것저것 걱정이 많다. 그래서 이번 편의 여러 사람들이 마지막을 감지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보내는지 모든 문장이 시험지처럼 읽혔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벚꽃 보실 수 있겠어요? 힘내실 수 있겠어요?”

…….”

그의 눈에 당혹감이 떠오르더니, 이윽고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못 보는구먼.” (...)

데구루루, 하야카와는 진실이 소리를 내며 환자의 품속으로 굴러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요. 고맙습니다.”

 

하야카와는 앞으로도 수많은 환자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받을 것이다. 시한부 진단을 받은 이들이 가장 먼저 궁금해 할 것은 단 하나 밖에 없을 테니까. 환자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의사의 질문을 접하고 확인하고 받아들이는 의식인 셈이다.

 

나는 확실히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감사할 바가 크고, 그렇기 때문에 불안 역시 크다. 건강을 해치는 것들을 고집하지도 않지만, 병도 죽음도 계획과 노력으로 예측 가능한 결과인 것만은 아니니까.

 

가족도, 간병인도, 간호사도 해줄 수 없는 게 있어요. (...) 그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남은 시간을 성의를 가지고 생각해주는 의사를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에 따라 환자의 상황이 크게 달라져요. 본인 뜻에 반하는 연명 치료를 하지 않는 것, 임종 직전에 의식을 어느 정도 유지하도록 할 것인지도 최종적으로는 의사의 판단이 영향을 끼쳐요.”

 

이 사람이라면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겠다, 이 가족이라면 환자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겠다. 그렇게 판단했다면 가능한 한 환자의 의식이 맑게 유지되게끔 해요. 하지만 (...) 가족과 사이가 나쁜 사람, 통증 때문에 패닉에 빠지고 괴로워 몸부림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의식 수준을 떨어뜨리도록 컨트롤해야 해요. 환자와 의사간에 신뢰 관계가 없으면 못 할 일이죠.”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의사의 권한, 재량권, 결정권이 일본이 더 클 것 같단 생각을 한다. 판데믹에 샅샅이 드러나고 기록된 한국의 의료현실이 개선만을 위한 방향으로 변화되길, 변화에 필요한 것을 마련하는 이들이 지치지 않길 다시 바라게 된다. 인프라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의료 환경을 만들 수는 없을 테지만.

 

환자의 인생관을 이해하고 그 사람에게 적합한 마지막 시간을 만들어주는 의사가 몇 명이나 있을까. 선고를 받는 측은 그 순간 가장 가혹한 말을 전해 듣는다. (...) 우리가 맞이하는 마지막 시간은 어떤 생각을 가진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임종과 관련된 일들을 의료 관계자에게 통째로 맡겨버리는 것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일까. 의사도 인간이다.”

 

옷을 살 때는 입어본다. 머리를 자를 때는 마음이 잘 통하는 미용사에게 맡긴다. 그런데 우리는 의사가 어떤 생사관을 가진 사람인지도 모른 채 자신의 운명을 맡긴다.”

 

남은 감정도 잔상들도 적지 않다. 고민은 더 복잡해질 수도 깊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한국에도 재택의료가 시작된다고? 하며 놀랄 지도 모를 일이다. 번다한 일상과 정신으로 생의 끝과 죽음을 잘 준비하며 살지 못한다. 그래서 바라는 마음이 자꾸... 게으른 기도처럼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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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 당신이 커피에 관해 알고 싶었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개정증보판
마크 펜더그라스트 지음, 정미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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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좋아하는... 실은 중독인 사람들은 모두 읽고 싶을 책이다오전에만 커피를 마시는 나는 주말 오전에만 읽을 수 있었다주중에는 수도승처럼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모카포트를 올리고 주말에는 의지로 루틴을 헝클어보는 패턴의 일상을 산다.


커피의 발상지광풍이 일어난 시절홈쇼핑 광고처럼 들리는 과장 광고 등등관련된 재밌는 이야기가 가득하다모두 흥미롭고 재미있고 커피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느껴진다현재까지 이어진 계급과 식민지에 관한 이야기는 무거운 마음을 더욱 짓누르기도 한다.

 

운이 좋아 북반구에 태어나서 나는 커피 소비자로 살지만아프리카나 중남미의 식민 지배를 받던 어느 국가에서 태어났다면 대농장에서 땀을 피와 섞어 흘리면 노예처럼 일하며 살았을 것이다커피콩에는 식민지독재내전자연재해투기 등등 국제정세가 다 담겨 있다.

 

그나마 공정 무역과 생산자의 노동환경 개선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며 일부 생산자들의 삶도 바뀌는 중이라지만산림 파괴와 수질 오염 등의 문제도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이 책을 통해 버드 프렌들리’ 커피에 대해서도 홍보가 많이 되면 좋겠다.

 

입맛이야말로 누가 뭐라 할 수도 없고 설득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특히 ‘커피라고 단일 재료처럼 부르지만 그 맛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커피에 대한 의견도 설명은 못지않게 많다나는 산도가 높고 향이 풍부하며 깔끔한 풍미의 맛을 좋아한다.

 

책을 읽다보니 그런 커피를 주로 고지대 중앙아메리카에서 전통적으로 키웠고여러 가지 나무를 이용해 그늘 재배로 길러서 습식법으로 콩을 수확했다고 한다다만인증 받은 유기농 커피조차 수질 오염을 유발한다니... 그동안 수질오염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미식가도 아니고 탐미주의자도 아니고 극한의 쾌락을 추구하지도 않지만전쟁 시 군인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지참한 생두를 갈아 마신 커피 한 잔의 맛과 가치는 어떨지 몹시 궁금했다전쟁 시에 여러 기술이 폭발적으로 개발되는데 인스턴트 커피 역시 제1차 세계대전 동안 탄생했다.

 

“1930년대에 닥친 세계 대공항으로 인해 그 뒤로 수년간 커피는 물론 거의 모든 것의 가격이 하락하고 대량 실업에 시달리는 시대가 이어졌다하지만 이 검은 음료를 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50

 

미국 시민들은 커피 가격이 오르기만 하면 왜 그렇게 어김없이 흥분했을까그런 소동 뒤에는 라틴아메리카인과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외국인 혐오가 깔린 불신이 숨겨져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577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이먹거리를 재배하는 이들이나 그 먹거리가 유래되는 생태 환경과 다시 소통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625

  

내게 커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즐거움만큼 죄책감도 느끼는 대상이다특히 며칠 전엔 전 세계 물이 카페인과 약품에 오염되었다는 분석 결과를 보았다. 고민이 많은 와중에 이 책을 읽는다는 핑계로 주말에도 기꺼이 굴복하는 은밀한 즐거움을 누렸다.

 

무척 계산적인 성격이라 쾌락보다 고통이 커지면 잘 포기한다그런데... 커피에 대해서도 그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할 수 있을까봐 두렵고 하지 못할까봐 불안하다차를 마시는 친구들의 근황이 부쩍 궁금해진다. 그동안의 추억을 뒤적여 보고 올 해 안에는 꼭 결정해야지... 




커피 한잔. 7유로

커피 한잔 부탁합니다.” 4.25유로

안녕하세요커피 한 잔 부탁합니다.” 1.4유로

 

출처경향비즈 곽원철 칼럼화제가 된 프랑스 카페의 가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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