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건 말이야 길벗스쿨 그림책 20
크리스티안 보르스틀랍 지음, 권희정 옮김 / 길벗스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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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대한 질문입니다. 혹은...

잡다한 지식이 방해하지 않으면 명쾌하게 대답할 질문입니다.

저는...

 

이 책은 여러모로 예측을 살짝살짝 벗어나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진지하고 차분할 것 같았는데

뭔가 불협하는 그림들에 웃음이 났고

한 문장씩 등장하는 글을 따라 가다보니

어느 한 문장도 무겁지 않은 게 없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뭘까요...

A propos de la vie...

 

살아있다는 건 의학적으로 판단이 가능합니다.

살아간다는 건 어디서 정답을 알려주는 질문인가요.

 

살아있으면 하는 모든 일들을 하고 그 이상을 하는 일일까요.

생존을 위해 움츠러든 삶은 살아가는 게 아니게 되는 건가요.

 

맞서야할 때, 싸워야할 때, 그리고 도망쳐야 할 때...

 

복잡한 문제가 풀리지 않고

힘든 일이 휴식을 허락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힘내라는 말을 하지 않기로 하고 나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위로하는 어휘를 단 하나만 알고 있었다니요...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서

동글동글 보들보들한

그림들의 인상이라니...

 

아주 먼 옛날, 사람들 귀에서 하얗고 긴 선이 자라나기 전에 (...)”

 

살아간다는 건 이 구절처럼 도무지 모를 일입니다.

 

빛이 부서져 갖가지 색이 되었다는

각자가 물든 색이 다르다는 것...

그 정도만 알 듯도 합니다.

 

뭐가 변하고 뭐가 변하지 않는 것인지

변하는 게 좋은 것인지

변해야 좋은 것인지

저는 요즘 거의 모든 것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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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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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간 함께 했던 신화읽기 책모임을 마쳤다.

완독의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

독일에서 살고 있는 친구와는 아주 오랜만에 무언가를 같이 해보았다.

혼자서도 꾸준히 신화를 읽고 쓰는 친구라 도움을 받기만 했다.

 

이 책은 신화 해석에 집중한 책이 아니다.

기록 이전의 구술을 보충해서 비교하고 설명해주는

독특한 철학서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우리는 더 할 말이 많고 편했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에서는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그 시절의

사람들이삶이생각이 생생하고 기시감이 자주 들었다.

문명과 문화가 전해지는 길을 따라 여행하는 기분도 들었다.

 

“‘태초라는 말도 흥미롭습니다그리스어로는 아르케(arkhe)인데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이렇게 정의했죠. ‘그 앞에는 아무것도 없고그 뒤로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 그러니까 카오스가 생겨나기 전에는 무엇이 있었나?’라고 물을 수 없습니다.”

 

마치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냐고 물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무존재를 전제하고 정의까지 내린 것이 놀랍습니다.

 

도대체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사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는 말도 이상합니다뭐라도 있어야 상태라는 말을 쓸 수 있는데아무것도 없다면 상태라는 말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나요?”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졌지만헐크나 아수라 백작과는 달리 정면과 뒤통수에 얼굴이 있습니다뒤통수의 얼굴은 과거를정면의 얼굴은 미래를 응시하는데두 얼굴은 역사를 통찰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와 통합니다.”

 

로마 신화 고유의 신이자안과 밖을 향해 두 얼굴을 내미는 문의 신’ 야누스로마인들의 신앙과 1월의 유래전쟁과 야누스 신의 관계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1월은 무척 춥고 어두웠을 텐데도 중요하게 여긴 마음을 헤아려봅니다한 해의 첫 날매월 첫날하루를 여는 아침... 모든 시작을 새롭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이 거대한 유기체인 지구 안에서 어떤 존재로 살고 있을까요?”

 

미래는 우리의 것이 아니므로 망치고 떠나는 일은 분명 큰 잘못입니다멈추지 못한 전쟁차별혐오폭력환경 파괴기후 위기...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부끄럽고 미안합니다편한 것에 더 끌리고 자주 게을러지고 때론 거리낌 없이 낭비하고 사는 삶을 거듭 돌아봅니다.

 

그리스어로 프로는 이라는 뜻이고, ‘메테우스는 지혜로운 자생각하는 자라는 뜻이니까, ‘프로메테우스는 앞을 내다보며 생각할 줄 아는 지혜로운 자라는 뜻이 됩니다.”

 

신화 속 예지란 현대의 관찰과 통찰을 합한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신화나 문학 속 인물들은 종종 예언을 청하고 들었기 때문에 그 예언대로 삶이 끌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프로메테우스는 그런 이야기속의 현혹과는 달리아주 현명하고 지혜로운 조건을 제우스에게 제시해서자신도 살고 세상과 인간도 편안하게 합니다.

 

무척 부러웠습니다지금 우리는 온갖 통계와 과학적 사실이 기반이 되고진지한 연구자들과 학자들이 말을 하고 글을 써도 듣지 않거나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거나부정하거나알아도 충분히 빨리 바꾸려 하지 않지요이렇게 보이는 제가 다 틀린 것이길 매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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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 살인 - 사이버 범죄 전담 형사의 리얼 범죄 추적기
박중현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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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범죄전담형사부가 개편된 지 2년째이다범죄라고 확실하게 규정하고 전담부서가 생겨서 기대가 컸다인력과 예산범죄율을 정확히 찾아본 건 아니지만, n번방 이후 사이버범죄가 가시적으로 줄거나 근절된 것은 아니다범죄는 바이러스처럼 변이가 다양하고 진화가 빠르다.

 

이 책은 형사가 실제로 범죄를 추적하고 범죄자를 검거하는 과정이 담긴 논픽션이다제목에 살인이라고 명명한 것에 동의한다피해대상과 피해범위는 당사자 한 명에서 그치지 않을 때도 있다.

 

가중 처벌징벌 처벌이 하루 빨리 도입되어죗값을 형량으로 실감할 수 있기를 오늘도 바란다. 500, 1000년의 형벌이 판결나는 미국의 사례는 매번 대한민국의 헐겁고 찢긴 비루한 사법 그물을 떠올리게 한다.

 

수사노트까지 공개한 베테랑 형사의 가감 없는 문제의식이 이 책에 담겼다사이버범죄가 사라지길 얼마나 원하는지심각성을 얼마나 진지하게 전하고 싶은지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알리고 싶어 한다.

 

목차만 봐도 피해가도 싶은 무섬증이 들고동시에 나는 물론 주변 누구나 범죄 대상이 되거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이 엄청 났다사는 일이 이렇게 운에 좌우되지 않고 체계적인 안전망 안에서 상당 부분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그렇지 않으면포식자의 다음 타킷은 당신과 당신의 자녀가 될지도 모른다.”

 

떠올리기 끔찍하니 잊고 싶고 안 듣고 싶지만그런 태도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더 낫게 바꿀 가능성도 없다그렇다고 적극적인 실행을 할 선택지도 적지만일단 알아야 하고 생각을 정리해 두어야 2차 가해라도 안 할 수 있고필요한 법을 만드는데 힘을 보탤 수도 있다.

 

온라인 세상은 오프라인보다 범죄자들에게 더 편한 세상이다아직은이익이 관련되면 이익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얼마나 교모하고 영악하고 잔인해지는지 끔찍할 정도로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실례들이 이어진다상상 이상이다어디선가 범죄자들을 찍어내고 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협박유포

직거래 사기

도박 사이트 운영

몸캠 피싱 피해

생활 밀착형 해킹 범죄 급한 일을 핑계로 휴대폰 빌려 결제

온라인 게임을 통한 인터넷 명예훼손 및 모욕 사건아이켐 거래 사기 사건결혼식 청첩장 스미싱

대출 관련 사기 보이스 피싱 조직 범죄

페이스북인스타네이버 밴드카카오스토리카카오톡 등에서의 로맨스 스캠 사건

신분증과 통장 사진 요구 후 대포통장 명의자로 연루 범죄

 

사이버범죄전담형사의 업무란 컴퓨터 관련 전문지식이 없는 내가 보기엔 극도로 전문적인 영역으로 보인다수사노트의 용어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이 수많은 지식을 배워 범죄에 활용하다니준법 생활로는 뭘 하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일까.

 

혹시 기회가 있다면 필요를 느낀다면 사이버범죄예방교육도 받고이 책을 읽어 보시는 것도 개념에 익숙해지고 수법을 파악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예방만이 최선이다.”

 

동시에 가해차처벌관련법의 효과적이고 실질적 내용 보완과 피해자분들의 일상 회복을 바란다사망한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힘들고 어렵다.

 

피해 발생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02) 735-8994 평일 09:00~18:00

여성긴급전화 1366: 24시간 국번 없이 1366, 카카오톡 ‘women1366’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24시간 국번 없이 1388, 문자·카카오톡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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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원합니다 - 어떤 개든 상관없음 그림책은 내 친구 65
키티 크라우더 지음, 이주희 옮김 / 논장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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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나라 프랑스를 배경으로 세 겹 왕관 학교라는 초일류 사립 학교가 나와서 놀랐다그래서 더 웃기고 우스꽝스러운 효과는 확실하다더구나 누구나 개가 있고 개를 학교에 데려와 도그 클럽 활동을 한다.

 

밀리는... 왜 이 학교를 다니는지 의문이지만어쨌든 사회 계층에서 비롯된 온갖 차이로 힘이 든다단지 밀리의 심정상 문제가 아니라상류층 아이들이 노골적으로 지독하게 차별하기 때문이다개의 표정이 인간과 똑같은 것도 압권이다밀리가 그렇게 느낀다는 표현일까.

 

그래서 밀리는 개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고 마침내 엄마의 허락을 받아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개를 데려온다이름은 복고 왕정 느낌의 프린스로 짓는다씻기고 꾸미고 애를 쓰지만 밀리도 개도 비웃음을 당한다세상에 인간이건 개건 잡종이라 부르다니...

 

한국의 아이들이 아파트를 기준으로 상대를 함부로 평가하고 폭언과 멸칭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생각하면 먼 나라 이야기도 아니다구매한 것과 가진 것이 평가 기준이 되는 무척 저질스럽고 무례한 문화가 있다그 돈을 어떻게’ 벌었는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범죄 수준이라고 해도.

 

하여튼 그래서 밀리와 개의 사이가 망가지고 삶이 엉망이 된 채로 이야기가 끝나면... 그처럼 끔찍한 비극은 없을 것이다그림책의 대가가 그럴 리야어른들의 생각과 세계가 축소되고 집약된 아이들의 세계를 보여주며 어른들 혼내는 작품 같기도 하다.

 

- 밀리는 절망과 좌절과 차별에 어떻게 반응할까요

-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 다른 생명을 맡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름답고 눈부시고 놀랍고 기발하고 유쾌하다진지한 모든 질문들을 담고서도 그렇다덕분에 관계를 맺어야 하는 존재들을 자랑거리나 장식으로 여기지는 않는지 순순히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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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이선우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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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대학고선박기관사스물다섯... 모두 낯설고 모두 빛난다근무하는 동안에는 엄밀한 의미로 퇴근할 수 없는 환경이 어떨지가 우선 궁금했다태평양을 왕래하며 LNG를 반복해서 운반하는, 6개월 이상의 항해를 하는 선박이 저자의 직장이다.

 

오히려 몸이 힘든 것 말고는 힘든 게 없어서 좋았다고등학교 3년을 지옥처럼 보낸 것이 도움이 됐다. (...) 몸이 괴로울수록 정신은 맑아졌다. (...) 몸이 힘들면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걸 직접 겪어보니 알 수 있었다.”

 

움직이는 공간에서 산다는 건 모든 것을 바닥에 부착해야 안전한 일이라는 상식을 배운다여성동료가 없고 인터넷도 잘 안 되지만 엄청 씩씩하다자신을 뱃사람이라고 부른다꿈을 향해 걸어간다는 건 이런 모습이구나싶은 느낌에 눈이 시리다.

 

인생에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큰 파도가 불어 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뚫고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내면이 단단한 사람그것이 진정한 뱃사람의 모습 아닐까.”

 

스물다섯 살이 그런 나이였나실패는 해도 좌절에 이르지 못하는 나이였던 것도 같다내면이 단단하지는 못했지만 생명력이 강해서 쉽게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던 것도 같다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동력이 심장의 근육에서 나온다면선박의 엔진 역시 그러하다.

 

선박기관사란 심장외과의가 심장을 살피듯기계 엔진을 살펴보고고치고연구하고진단하고처방한다. 40도가 넘는 엄청난 소음과 먼지가 가득한 곳에서 일하는데 청력은 괜찮은 건지무척 걱정이 된다소음에 약한 나로서는 잠시의 상상만으로도 기절할 듯한 기분이다.

 

긴 해양대 생활을 놓고 보면 꿀처럼 달콤한 시간은 아주 잠깐이다그러나 찰나라서 더 찬란했던 이 기억 덕분에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배를 탈 생각까지 할 수 있었다소중한 추억은 험난한 인생길에서 그만큼의 힘을 발휘한다.”

 

후회도 없고 여전히 설렌다고 하니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무조건 응원하고 싶다사는 일이 망망대해에 던져진 것이라고 생각하면모두가 참 막막하겠단 생각을 한다자신의 바다각자의 항해스스로의 방향타가 있다고 하니손을 뻗어 잡으면 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자식이 해적을 만나지 않을까 늘 걱정하신다는 어머님도 더불어 응원합니다.

 

힘을 내어도 여전히 흔들리고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때론 내 바다가 낯설어지고 가혹해지기도 하겠지만내 삶의 방향타를 놓지도 위임하지도 뺏기지도 말고뺏기면 얼른 도로 찾으며자신의 바닷길을 찾아 항해를 해보는 일이 늘 힘든 것만은 아닐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또래 경험치를 넘어서는 숱한 좌절을 겪으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한 가지는 주어진 환경을 탓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것이다. (...) 잘못된 부분에 대한 시정은 성공한 다음에 해야 더 잘 먹힌다유리 천장을 깨부순 선배들의 말 한마다기 더욱 뼛속 깊이 와닿는 이유다.”

 

성공한 이후에 잘못된 부분을 잊거나 부정하지 않아야 가능한 일이다그런 분들이 많을 거라고 기대한다나쁜 고리를 끊고 반복하지 않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은 수많은 용감한 이들이 아주 많아서 이 이상한 세상이 이상하게도 망하지 않는 것이라고.

 

바다를 보는 것몸을 담가 보는 것도 좋지만바다로 나가고 싶기도 하다아쉽게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는 않다육지의 길 찾기에도 나침반 정도는 필요하다끝이 미세하게 계속 떨리는고정되지 않음으로써 망가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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