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이선우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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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대학고선박기관사스물다섯... 모두 낯설고 모두 빛난다근무하는 동안에는 엄밀한 의미로 퇴근할 수 없는 환경이 어떨지가 우선 궁금했다태평양을 왕래하며 LNG를 반복해서 운반하는, 6개월 이상의 항해를 하는 선박이 저자의 직장이다.

 

오히려 몸이 힘든 것 말고는 힘든 게 없어서 좋았다고등학교 3년을 지옥처럼 보낸 것이 도움이 됐다. (...) 몸이 괴로울수록 정신은 맑아졌다. (...) 몸이 힘들면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걸 직접 겪어보니 알 수 있었다.”

 

움직이는 공간에서 산다는 건 모든 것을 바닥에 부착해야 안전한 일이라는 상식을 배운다여성동료가 없고 인터넷도 잘 안 되지만 엄청 씩씩하다자신을 뱃사람이라고 부른다꿈을 향해 걸어간다는 건 이런 모습이구나싶은 느낌에 눈이 시리다.

 

인생에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큰 파도가 불어 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뚫고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내면이 단단한 사람그것이 진정한 뱃사람의 모습 아닐까.”

 

스물다섯 살이 그런 나이였나실패는 해도 좌절에 이르지 못하는 나이였던 것도 같다내면이 단단하지는 못했지만 생명력이 강해서 쉽게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던 것도 같다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동력이 심장의 근육에서 나온다면선박의 엔진 역시 그러하다.

 

선박기관사란 심장외과의가 심장을 살피듯기계 엔진을 살펴보고고치고연구하고진단하고처방한다. 40도가 넘는 엄청난 소음과 먼지가 가득한 곳에서 일하는데 청력은 괜찮은 건지무척 걱정이 된다소음에 약한 나로서는 잠시의 상상만으로도 기절할 듯한 기분이다.

 

긴 해양대 생활을 놓고 보면 꿀처럼 달콤한 시간은 아주 잠깐이다그러나 찰나라서 더 찬란했던 이 기억 덕분에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배를 탈 생각까지 할 수 있었다소중한 추억은 험난한 인생길에서 그만큼의 힘을 발휘한다.”

 

후회도 없고 여전히 설렌다고 하니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무조건 응원하고 싶다사는 일이 망망대해에 던져진 것이라고 생각하면모두가 참 막막하겠단 생각을 한다자신의 바다각자의 항해스스로의 방향타가 있다고 하니손을 뻗어 잡으면 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자식이 해적을 만나지 않을까 늘 걱정하신다는 어머님도 더불어 응원합니다.

 

힘을 내어도 여전히 흔들리고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때론 내 바다가 낯설어지고 가혹해지기도 하겠지만내 삶의 방향타를 놓지도 위임하지도 뺏기지도 말고뺏기면 얼른 도로 찾으며자신의 바닷길을 찾아 항해를 해보는 일이 늘 힘든 것만은 아닐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또래 경험치를 넘어서는 숱한 좌절을 겪으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한 가지는 주어진 환경을 탓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것이다. (...) 잘못된 부분에 대한 시정은 성공한 다음에 해야 더 잘 먹힌다유리 천장을 깨부순 선배들의 말 한마다기 더욱 뼛속 깊이 와닿는 이유다.”

 

성공한 이후에 잘못된 부분을 잊거나 부정하지 않아야 가능한 일이다그런 분들이 많을 거라고 기대한다나쁜 고리를 끊고 반복하지 않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은 수많은 용감한 이들이 아주 많아서 이 이상한 세상이 이상하게도 망하지 않는 것이라고.

 

바다를 보는 것몸을 담가 보는 것도 좋지만바다로 나가고 싶기도 하다아쉽게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는 않다육지의 길 찾기에도 나침반 정도는 필요하다끝이 미세하게 계속 떨리는고정되지 않음으로써 망가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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