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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원합니다 - 어떤 개든 상관없음 ㅣ 그림책은 내 친구 65
키티 크라우더 지음, 이주희 옮김 / 논장 / 2022년 2월
평점 :
혁명의 나라 프랑스를 배경으로 ‘세 겹 왕관 학교’라는 초일류 사립 학교가 나와서 놀랐다. 그래서 더 웃기고 우스꽝스러운 효과는 확실하다. 더구나 누구나 개가 있고 개를 학교에 데려와 도그 클럽 활동을 한다.
밀리는... 왜 이 학교를 다니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사회 계층에서 비롯된 온갖 차이로 힘이 든다. 단지 밀리의 심정상 문제가 아니라, 상류층 아이들이 노골적으로 지독하게 차별하기 때문이다. 개의 표정이 인간과 똑같은 것도 압권이다. 밀리가 그렇게 느낀다는 표현일까.
그래서 밀리는 개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고 마침내 엄마의 허락을 받아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개를 데려온다. 이름은 복고 왕정 느낌의 ‘프린스’로 짓는다. 씻기고 꾸미고 애를 쓰지만 밀리도 개도 비웃음을 당한다. 세상에 인간이건 개건 ‘잡종’이라 부르다니...
한국의 아이들이 아파트를 기준으로 상대를 함부로 평가하고 폭언과 멸칭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생각하면 먼 나라 이야기도 아니다. 구매한 것과 가진 것이 평가 기준이 되는 무척 저질스럽고 무례한 문화가 있다. 그 돈을 ‘어떻게’ 벌었는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범죄 수준이라고 해도.
하여튼 그래서 밀리와 개의 사이가 망가지고 삶이 엉망이 된 채로 이야기가 끝나면... 그처럼 끔찍한 비극은 없을 것이다. 그림책의 대가가 그럴 리야! 어른들의 생각과 세계가 축소되고 집약된 아이들의 세계를 보여주며 어른들 혼내는 작품 같기도 하다.
- 밀리는 절망과 좌절과 차별에 어떻게 반응할까요
-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 다른 생명을 맡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름답고 눈부시고 놀랍고 기발하고 유쾌하다. 진지한 모든 질문들을 담고서도 그렇다. 덕분에 관계를 맺어야 하는 존재들을 자랑거리나 장식으로 여기지는 않는지 순순히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