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 호수 - 2023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 Dear 그림책
조원희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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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기 쉬운 제목이다언어는 사유이고 현실이 어렵다면 서사를 바꿔 살자고 외치고 싶은 지라 사계절출판사의 책이 아니라면 반감을 느꼈을 것이다.

 

내용을 보고나면 오히려 선입견에 대해 일종의 역설과 같은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건 아닌가 싶다통상적인 이미지는 못 버티고 금세 녹아 사라지고 만다.

 

그림책에 사용된 색들은 대체로 자연의(지구의earthy colour이라고 느껴진다흰 배경에 붉은 색검은 색녹색()로 표현되었다.

 

여백이 많고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페이지들도 있다움직임이 고요하고 우아하고 아름답고 명상적이다.

 

의도는 아니었지만 명상 하듯 호흡을 고르고 천천히 가만히 넘겨보았다그림책 속 아저씨와 아줌마의 음성이 없듯 내 주변에도 인간과 관련된 소음이 가라앉았다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게 요란하던 마음이 잠시 완벽하게 조용해졌다.

 


하지만 책 속의 사건들은 급박하게도 전개된다아줌마의 모든 것이 부럽다수영을 잘 하는 것도 숲의 동물들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도 근육은 아저씨가 있다는데양 팔로 둘을 한꺼번에 구하는 장면은 무척 멋지고 더 부러웠다.

 

아줌마와 아저씨의 과거(?)가 궁금한 분들은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편을 보시면 된다아줌마도 아저씨도 개미도 새도 수달도 황새도 물고기도... 모두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 두 권만으로도 흠뻑 느낄 수 있다.

 

숲 편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는데 호수 편에서는 웃음이 났다따뜻하고 기분 좋은 세계이고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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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몰랐지? 기발하고 엉뚱한 공룡 도감 - 술술 읽다 보면 오늘부터 공룡 박사!
가니 멤마 그림, 심수정 옮김, 히라야마 렌 외 감수 / 카시오페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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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공룡은 멸종된 흥미로운 생물이라고만 느꼈다지금은 유사점들이 눈에 띄어 두려워지는 중이다두 종 모두 시대의 지배종이고 몸집(혹은 총량으로서의 인구수)를 키웠다소행성 충돌이든 화산 폭발이든 이후의 기후 격변으로 멸종된 것도인류가 처한 형편과 완전히 달라 보이지 않는다.

 

만화나 영화 캐릭터장난감이자 학습교재 이외에 생물종으로서의 관심이 뒤늦게 생겼다자연사 박물관에서 뼈를 실컷 본 것 말고는 익숙하지만 아는 바가 많지도 않다좋아하는 공룡이 있고 이름도 다 외우는 어린이들이 많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의 64종이 하나같이 신기했다더 신기하고 내게 흥미로운 내용들 위주로 일독 후 기록을 남긴다뜻밖에 공룡 같지만 공룡이 아닌 생물들 구분부터 시작했다유형에 이 들어가기도 하니 한참 더 헷갈릴 듯.

 


백악기 후기에 종류도 다양해지고 가장 진화한 상태로 멸종이라... 우연이겠지만 내가 공룡도 아닌데 번성의 절정이 그렇게 짧았다는 것이 허무했다시조새라고 알려진 공룡 이름도 배우고바로 다음 장에서 더 오래된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새로운 정보도 얻는다더 이상 시조가 아니게 된 시조새...



 이 책의 공룡들 중 가장 무서웠던 데이노케이루스키가 5m이고 앞다리가 사람보다 길고 큰 이라니치명적으로 위협적이었을 것이다말 그래도 거대 낫을 휘둘러 먹이 사냥을 했을 터... 마치 도구를 몸에 달고 태어난 존재 같달까.


 

1m가 안 되는 뇌가 컸던 공룡 트루돈도 초면이다공룡 사피엔스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존재 같다아쉽게도 진화의 시간을 갖기 전에 멸종했지만덩치도 작은데 살아 남았으면 좋았을 것을인간보다 평화로운 종족이었을 수도.


 

그리고 다른 의미로 무서운 공룡... 입이 크고 이빨이 무려 500... 너무 무서워서 상상하기 싫었는데 저자가 실제로 보면 대형 잔디깎기 같은 모습이었을 거라고 해서 덕분에 웃었다그래도 정말 무섭다.


 

5m 가까운 몸집의 공룡 몸 안에 2m 넘는 뼈 대롱이 들어 있어 그리로 공기를 빨아들였다니... 진화의 다양성에 놀라고 재밌다분명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식으로 진화했을 텐데이 공룡은 그러니까 음악가인 셈이다공기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방식을 유전학습하는오보에처럼 낮게 울리는 소리였을 거라니... 무척 매력적이다.


 

공룡 이름 붙이는 방법도 알아 두면 이름 외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고공룡의 수명이 생각보다 길어서 또 놀랐다생각해보면 거북이도 장수동물이다.


 

나처럼 초보지식이 부족하고 기억력도 좋지 않은 독자들에게 무척 도움이 되는 공룡도감이다재밌고 흥미롭고 즐겁게 읽고 배웠다학습 자료로 활용가능한 책들이 점점 더 친절해지는 것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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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힘은 둥지 속에 있었다
이희야 지음 / 밥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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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계의 시집을 보고 난 후 펼친 에세이에 별천지가 있다이런 우연은 즐겁다책을 뒤적거리며 조용히 보내는 주말이 좋다이희야 저자가 자신의 삶을 연대기도 아니고 사건 중심도 아닌 잔잔한 이야기들로 펼쳐서 참 편안하게 읽었다.

 

눈에 띈 아름다운 것들의 사진들도 반가웠다의도한 것인지 많은 것들이 봄의 풍경들이라 며칠 전 산책에서 내가 만난 고양이민들레 홀씨클로버개구리숲의 모습이 떠올랐다산책과 독서로 채워지는 일상이 갖고 싶다누가 줄 것도 아니니 원하면 내가 마련해야겠지.

 

한편으로는 내 일상의 풍경과 여러 접점이 있는 듯도 한 글 속에는전혀 모르는 시절처럼 만나는 삶의 면면들도 많다깜짝 놀라서 저자의 연배는 어떻게 되는지 찾아보기도 했다숫자로 보자면 작은 나라적은 인구인데 각자의 삶의 풍경은 같은 것이 없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들과의 만남사랑이별이 교감이 강한 이야기로 담겨 있어그런 것들이 간절한 나는 마음이 편안해진다어릴 적 만난 소나무에게 뒤늦게 전하는 인사는 아련하고 그리웠다생각만 해도 그리운 나무들이 내게도 있다.

 

어릴 적 본가는 집성촌에 위치한 오래 된 기와집이었음에도 나는 우물에 대한 기억은 없다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가장 오래된 그 집에서의 물에 대한 기억은 펌프니까그래서 까치발을 세워 우물 속 달을 구경했다는 얘기에 부러웠다어떤 반가움일까.

 

동네에서 함께 사용하는 공동 우물을 일 년에 한 번씩 치우고 청소하는 이야기도 신기했다저자는 우물 속에는 말 못할 사연들이 많이 내려앉아 있었다라고 신비감을 더한다문장만 보고도 나는 무척 두근거렸다도르레두레박물앵두나무...

 

어릴 적에 어른들께 이야기를 조르는 아이였다면 참 좋았을 뻔했다사라진 서사들이 궁금하여 그립기만 하다. ‘소리 나는 것과 칼은 시어머니가 사 주어야 한다는 속설도 처음 들었다신혼 시절의 도마를 아직 사용하신다니 무척 단단한 나무였나 보다 그것도 부럽다.

 

떠나신 분들이 챙기고 먹인 이야기를 읽을 때면 채우지 못할 허기가 진다맛있는 것들먹고 싶은 것들이 거의 없어진 지가 여러 해인데어릴 적 받아먹던 것들을 생각하면 침이 고인다챙겨 주시던 분들이 떠나시고 나니 아무도 다시 챙겨주지 않는 것들은 더 그렇다.

 

통통통 소리와 함께 퍼지던 음식향주방으로 길게 들어오던 오후의 빛창문으로 들어오던 솔솔 가벼운 바람책을 들고 소파에서 느긋하던 나... 기억은 거듭할수록 미화되고 조작된다고 하지만 간혹 나는 왜 그런 시공간을 만들지 못하는지왜 그때처럼 모두 다 채워지는 행복감은 없는 것인지 스스로의 무능력을 애통해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 일상을 일구고 가족을 돌보전 저자가 시인들과 시의 세계에 빠져 글을 쓰기 시작한 마무리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참 행복한 삶의 풍경들이다내내 그러시길 응원한다.

 

시가 있어 나는 더없이 행복한 인생의 주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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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계 창비시선 474
김유림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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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 마음에 드는 선물처럼 표지가 아주 마음에 든다. 기분이 좋으니 몸도 편안해진다.

정말 싫고 힘든 어제 주말 외출에서 상대가 권한 음식을 먹고 속이 지금까지 불편해서 더 그런가보다.

향긋하고 아삭하고 부드럽고 시원하고 달고 쓰고 맵고 흙맛도 햇볕 맛도 나는 채소와 과일만 먹으며 내내 살고 싶다.

예전엔 장자도 거짓말쟁이, 허풍쟁이, 엉터리 같았다.

살다보니 장자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고 내가 느끼는 존재, 삶, 세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주에서 최고로 중요한 것처럼 느꼈던 나라는 의식과 존재는 찰나도 못 되는 우연의 결합체였다.

최초의 생성물이 형태만 바꾸며 어느 공간에서 부유하는 일이 우리 모두의 실체이다.

내가 나비가 아닐 이유도 없었고, 삶이 꿈이 아닐 이유도 없어졌다.

아무리 정신을 차려 봐도 타인도 현실도 자신조차 속속들이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어 낯설기는 여전하다. 이해하려는 노력은 고되고 만성 피로만을 키운다.

기대한 상상들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시절에는 좀 더 세상을 가깝게 느끼기도 하지만 79억 명의 상상이 다투며 서로 현실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변화는 숨 가쁘기만 하다. 지속할 의미도 힘도 방법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십 년간 산 세상의 모습이 바로 보기도 어려울 만큼 괴이해서 곁눈질로 볼 때마다 어지럼증과 구토를 느끼는 건 특별한 낯설음이다.

김유림 시인의 <별세계>는 그래서 별로 별세계가 아닌 세계로 편안하게 구경했다.

관여하고 싶지 않은 별세계가 되었으니 저는 이만 총총... 이라고 말하지 못한 답답함이 반복과 변주의 시어를 거치며 심각할 것 없는 놀이처럼 해소되었다.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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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제작팀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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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북토크쇼라는 매력적인 기획에 출연자들 중에는 무척 경애하는 분들도 보였다재미있게 시청했음에도텍스트에 더 몰입하는 유형이라서 영상은 기억에서 재빨리 휘발되고 만다효율성을 따지면 아직 책이 더 낫다곧 시력이 더 약해지면 영상이 더 감사해질 날도 오겠지.

 

관심 가는 프로그램의 책이 출간되어 반갑고 기쁘다의미 있는 내용들이 기록으로 남는 것도 멋진 일이고변화하고 싶은 여러 가지 주제들의 실천 가이드가 되어줄 것도 같다이제 영상의 속도가 아니라 나의 속도로 만날 수 있어 가장 좋다.

 

사회학자인문학자과학자의 서재로 나뉜 목차를 보고 관심도 순으로 읽어도 재미있을 것이 분명하다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보인다읽고 싶은 책들이 죽을 때까지 줄지 않을 거란 생각에 기쁘기도 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각 분야의 학자들이그것도 글도 잘 쓰고 강연도 잘 하는 이들의 문장들이라 크게 웃기고 큰 충격을 준다진심으로 유권자들이 다 읽었으면 하는 내용도어른들이 의무 교육으로 읽었으면 하는 내용도남들 다 알고 나만 모르는 것 같은 내용도 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이탈이라 식당에서 전식(에피타이저먹고 중국 식당에서 본식 먹고 프랑스 식당에서 후식 먹는 것처럼 호사스럽고 화려하고 대단한 뇌를 위한 성찬과도 같다알아서 깊이 울리는 내용도몰라서 떨림을 주는 내용도 가득하다.




 

주눅이 들 필요도 해석하느라 머리 아플 일도 암기력을 동원해야할 일도 없다자신의 분야를 잘 아는 석학들이기에 천천히 편안하게 따라 읽는 것으로 충분한 전달력을 담아 쓴 글들이다자신은 이렇게 읽었다란 고백이나 감상문 같기도 하다.

 

자신을 자랑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이들이 나의 세계관은 이런데 당신의 견해는 어떠냐고 물어보는 질문을 받아 드는 느낌이다나의 서재가 내게 진지하게 의미 있는 세계라면 그 서재에 머물며 오래 나와 소통할 이야기들은 무엇인지 밝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진다.

 

책을 읽는 일이... 책을 통해 배우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면 좋겠다고민해야 할 모든 문제들을 우리 인간은 책에서 다루는데어째서 현실은...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이 움켜쥔 권력이 뿌리는 오답들에 크게 휘둘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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