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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제작팀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5월
평점 :
‘북토크쇼’라는 매력적인 기획에 출연자들 중에는 무척 경애하는 분들도 보였다. 재미있게 시청했음에도, 텍스트에 더 몰입하는 유형이라서 영상은 기억에서 재빨리 휘발되고 만다. 효율성을 따지면 아직 책이 더 낫다. 곧 시력이 더 약해지면 영상이 더 감사해질 날도 오겠지.
관심 가는 프로그램의 책이 출간되어 반갑고 기쁘다. 의미 있는 내용들이 기록으로 남는 것도 멋진 일이고, 변화하고 싶은 여러 가지 주제들의 실천 가이드가 되어줄 것도 같다. 이제 영상의 속도가 아니라 나의 속도로 만날 수 있어 가장 좋다.
사회학자, 인문학자, 과학자의 서재로 나뉜 목차를 보고 관심도 순으로 읽어도 재미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보인다. 읽고 싶은 책들이 죽을 때까지 줄지 않을 거란 생각에 기쁘기도 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각 분야의 학자들이, 그것도 글도 잘 쓰고 강연도 잘 하는 이들의 문장들이라 크게 웃기고 큰 충격을 준다. 진심으로 유권자들이 다 읽었으면 하는 내용도, 어른들이 의무 교육으로 읽었으면 하는 내용도, 남들 다 알고 나만 모르는 것 같은 내용도 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이탈이라 식당에서 전식(에피타이저) 먹고 중국 식당에서 본식 먹고 프랑스 식당에서 후식 먹는 것처럼 호사스럽고 화려하고 대단한 뇌를 위한 성찬과도 같다. 알아서 깊이 울리는 내용도, 몰라서 떨림을 주는 내용도 가득하다.
주눅이 들 필요도 해석하느라 머리 아플 일도 암기력을 동원해야할 일도 없다. 자신의 분야를 잘 아는 석학들이기에 천천히 편안하게 따라 읽는 것으로 충분한 전달력을 담아 쓴 글들이다. 자신은 이렇게 읽었다란 고백이나 감상문 같기도 하다.
자신을 자랑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이들이 나의 세계관은 이런데 당신의 견해는 어떠냐고 물어보는 질문을 받아 드는 느낌이다. 나의 서재가 내게 진지하게 의미 있는 세계라면 그 서재에 머물며 오래 나와 소통할 이야기들은 무엇인지 밝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진다.
책을 읽는 일이... 책을 통해 배우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면 좋겠다. 고민해야 할 모든 문제들을 우리 인간은 책에서 다루는데, 어째서 현실은...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이 움켜쥔 권력이 뿌리는 오답들에 크게 휘둘리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