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필링스 -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 앳(at) 시리즈 1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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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 영국에서 극동아시아인으로 살아보긴 했다. 그리니치 천문대가 시간의 출발이라서인지, 영국인들 중에는 극동far far east’에서 왔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덕분에 극동, 변두리, 가장자리, 마이너로서의 위치를 처음으로 감지했다.

 

가장 친한 친구가 미국유학을 가서 미국인 반려를 만나고 미국인 변호사가 되었다. 공부하느라 바빠서, 운이 좋아 무척 다정한 새 가족들 만나서 차별과 혐오에 대한 경험을 듣지 못했다. 물론 그런 얘기를 내게 전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휴가를 맞으니 나 말고 다른 이들에게도 겨우 생각이 미친다. 돌아가신 할머니 말씀이 결국 다 맞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한다. 내가 힘들어할 때 너무 자신 생각만 하면 더 힘들다고, 남을 위한 일을 뭐든 해보라고하셨는데, 당시엔 섭섭하고 답답했다.

 

먼 곳의 그리운 친구를 생각하며, <H 마트에서 울다> 대신 #김영하북클럽 이번 달의 책이면 더 좋았겠다 싶은 <마이너 필링스>를 읽고 필사해본다. 사회과학 서적일까 못 본 척(?) 했는데 에세이다. 자전적...

 

다른 아시아인들과 함께 있으면 결속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 경계선이 흐려지고 한 무리로 뭉뚱그려져서 더 열등해지는 기분이 든다.”

 

어디 가서 나처럼 생긴 사람이 너무 많으면 늘 그것을 의식하게 되는데 (...) 여기서 너무 많으면이라는 것은 겨우 세 명쯤일 때도 그렇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잘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 자신을 잘 믿지 못한다. 그래서 목소리를 너무 크게 낸다고, 자존심이 너무 세다고, 혹은 야심이 너무 과한게 아닐까 자책한다.”

 

소수적 감정은 일상에서 겪은 인종적 체험의 앙금이 쌓이고 내가 인식하는 현실이 끊임없이 의심받거나 무시당하는 것에 자극받아 생긴 부정적이고, 불쾌하고, 따라서 보기에도 안 좋은 일련의 인종화된 감정을 가리킨다.”

 

영어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살짝만 잘못 디뎌도 내 존재가 노출되는 투명한 인계철선을 쳐두고 나를 괴롭히려고 작정한 언어였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자란다는 것은 권위 있는 사람이어야 할 부모의 굴욕을 목격한다는 것, 그리고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는 것을 뜻한다. 부모가 아이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엾은 아시아 억양. 아시아 억양은 심하게 굴욕당하는 억양이며, 놀려도 되는 최후의 억양에 속한다. 아시아 억양으로 의사를 전달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이것도 노화 탓인가.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니라서 담담히 읽겠거니 했는데, 눈이 뜨거워지더니 기어코 코를 쥐었다. 저자가 너무 솔직하고 든든하게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주어서, 내가 꼭꼭 눌러둔 마이너의 경험이 북받쳐 오르는 건가...

 

세상이, 삶이, 인간들이 이렇게 기막히게 복잡하고 어렵고 징그럽게도 서로를 힘들게 만든다는 것을 그만 읽을까 싶을 정도로 신랄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내가 애쓴 건 내 삶을 가능한 단순하게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다듬는 일이었구나... 대비가 될 만큼.

 

캐시 박 홍 저자와 <마이너 필링스>는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을 대신한 목소리일 것이다. 나보다 더 필요한 분들에게 이 책이 다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친구가... 그립다. 손편지는 못해도 이메일 안부는 물어야겠다.

 

유튜브: <Minor Feelings: An Asian American Reckoning>

 

https://www.youtube.com/watch?v=f96pIOPOS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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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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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나 미스터리 작품의 감상글은 조심스럽다작가가 고심한 설정들을 섣불리 노출시켜 망치거나 세계관을 오독해서 잘못된 인상을 줄 수도 있으니까다 알아차리지 못해서 의문은 이어지고문득 의아한 생각이 길게 이어진다물론 끝까지 읽으면 페이지들이 연결되고 합체되는 결말에 이를 수 있다.

 


얼핏 범죄물인가 싶게 무서운 장면이 등장하지만 안내서가 등장하면서 안심이 된다주인공 벤은 믿기지 않는 것도 일단 믿고 시키는 대로 하는 캐릭터라 덕분에 전개가 빠르다.

 

당신은 당신이 정말로 어제의 벤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이 모든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 전의 그 벤과 말입니다어쨌건최소한 당신 안의 널빤지 하나는 그때 이후로 교체되었는걸요.”

 

우연히 상속 받은 위스키가 희귀해서 가치가 크다면경매라도 시도해볼 것 같은데... 욕심이 과한 스테판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마시기보단 판매가 더 합리적일 거란 생각은 어쩔 수가 없다.

 

스테판이 세상을 증오하는 이유를 읽으며, SNS 허세라는 주제의 글을 지난주에 읽은 것이 기억났다의식주를 자랑하는 이들을 팔로우하지 않아 모를 일이지만나만 빼곤 다른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세상에 화가 날 것도 같다그 세상이 허구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책 속의 책 혹은 두 권의 책을 번갈아연작처럼 읽은 기분이다간혹 혼란스럽기도 한데그것도 재미있다장르 문학의 장점은 결론에 이르면 혼란이 수렴된다는 점이니까정성스럽게 숨겨둔 비밀을 나만 알게 된 느낌도 나쁘지는 않다.

 

모든 책은 암호를 해독하는 암호다책이 암호인 이유는 아무도 그 책이 쓰인 방식대로 정확하게 그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모두가 조금씩 다르게 읽는다.”

 

휴가라서 심정적 여유가 생겨서 그런가... 어떤 책을 만나도 본질적인 오래된 답이 없는 질문으로 돌아간다멍하니 사유의 여정을 더듬어간다태어나서 자라면서 여러 꿈을 꾸었고바람을 가졌고상상을 즐겼고... 그 모든 내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단 하나의 삶을 살고 있고이 책처럼 단 한 작품으로 수렴되는 것이 삶이다.

 

작가처럼 우리 모두 삶의 계획을 세우고 비밀을 갖게 되고 실패를 거듭하고 무기력에 힘들어하고 의미나 가치를 상실하기도 하고생각을 더해본다. ‘위스키와 안내서와 같은 일들이 현실의 우리에게도 있었을지 모른다위스키와 책의 형태가 아니라다른 모습으로어쩌면 사람의 형태로.

 

꿈이 곁에 있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애써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게 되자그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가 문득 명료해졌다다른 모든 계획이 아니라바로 그것이 그녀의 인생이었다.”

 

아름답고 두꺼워서 마음에 든 책금방 읽혀서 좋고도 서운한 책이다처음 만난 이스라엘 작가의 작품인데소프트웨어 개발자라서인가소설도 마치 코드를 짜듯 설정이 정교하다.

 

작은 거짓말과 조작이라는 구멍들이 세상을 관통하고 있지요이것이 세상의 본질입니다가끔은 무언가가 봉합되고가끔은 찢깁니다이것이 세상입니다.”

 

이제 위스키를 맛보며 책의 여운을 더 느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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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큐레이션 - 에디터 관찰자 시점으로 전하는 6년의 기록
이민경 지음 / 진풍경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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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중

 

바라는 것 없는 마음에서 모든 것을 채울 수 있다는 믿음. 우리 생활에도 이런 빈 시간이 있어야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그래도 좋다'는 만족감으로 치환 될 수 있지 않을까.”

 

정확히 숫자를 내세울 수는 없지만, 트렌드와 유행을 따라하거나 민감하거나 혹은 은밀히 원하는 것이 부끄러워지는 나이가 있긴 하다. 물론 다 그럴 거란 생각은 안 한다.

 

그건 고급스러운 취향에 대한 욕망이라기보다, 지나온 길이 멀수록 살아온 존재로서의 가 좀 더 분명해지고, ‘나의것을 가진 구체적이고 독자적인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휩쓸리지 않고도 태연하고, 선명하지 않은 다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취향은 세계관이기도 하다. 지식도 지성도 감각도 감상능력도 필요하고, 그 과정은 시행착오 외에는 없을지 모른다.

 

한 분야에서 일하며 소모되지 않고 쌓아올린 저자의 시선과 글은 그런 느낌을 준다. 부럽고 부럽지만, 책에 담아서 내게 도착해준 것이 그저 감사하다.

 

이 책에는 트렌드 대신 공간 마다 다른 향취가 느껴지는 맑은 공기 같은 취향이 정갈하다. 찬사와 동경이 아닌 바라봄과 존중과 예의가 있다. 깊이가 느껴진다.

 

나만의 취향이 있다는 건 참 우아한 일이다.

 



 

사실 도쿄에 산다는 것은 일상적으로 만나는 지진에 늘 마음 편히 잘 수 없다는 뜻이고, 때론 한낮의 쥐 죽은 듯 조용한 지하철 안에서 일본인들의 외로움과 자발적 소외, 서슬 퍼런 개인주의 현장을 목도하고는 덩달아 도시에 밴 무기력한 슬픔에 침잠하는 것이기도 했다.”

 

휴가 첫 날을 이 책과 함께 하기로 한 선택에 스스로 감동하는 중이다. 어쩌다 무척 운이 좋은 날이 없지는 않다는 위로...

 

책을 펼쳐 읽고 보다... 둥실 떠오르는 오랜 기억과 사람들이 선명해지면, 잠시 책을 놓고 남은 기록들을 뒤져본다.

 

발굴하듯 무언가 찾아내기도 하고, 그저 뒤적거리는 동안에 기억 속에서 먼저 찾아낸 풍경들이 선명해서 왈칵 그리워지기도 한다.

 

영국에서 만난 일본인 동기, 내가 일어를 배우는 속도보다 더 빨리 한국어를 배워서, 먼저 말을 걸고 노래도 불러주던 다정한 친구, 직접 구운 빵을 선물해주던 눈물이 많던 다른 친구, 전공이 같아 늘 대화가 즐겁던... 도쿄로 돌아가서 다니던 대기업 사표 쓰고 농사짓기로 한 또 다른 친구, 동일본지진 당시 돌 지난 딸을 키우던 오랜 친구... 손편지로 초대장을 써서 초대해주시던, 친절하고 다정했던 친구들의 부모님들, 맛있는 것들을 자꾸만 먹여 주시던 동네 분들... 아주 운이 좋아서 내가 경험한 시간들은 온통 다정함과 사랑과 친절과 그리움이다.

 

과거의 폭력을 덜어내지 못하고 현대에 새롭게 더하는 양국의 관계가 늘 서글프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권력도 이득도 계산하지 않는 사람들로서는 속상한 일이다.

 

언론이란 늘 불행에 관심이 크고 과장에 능력이 출중하지만, 들려오는 소식들에 태연하기란 참 힘이 든다. 부디 모두가 조금씩 덜 힘든 세상으로 변해가길... 책 속의 풍경들이 곱고 정성스러워서 망연하게 간절하게 이런저런 바람을 멀리 보내본다. 무력함에 지지 말기...

 

[술이 술술 당길 때] 소제목에 홀려서 술 찾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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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큐레이션 - 에디터 관찰자 시점으로 전하는 6년의 기록
이민경 지음 / 진풍경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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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기관이 퇴화되는 것인지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것인지, 올 해는 7월 중순쯤 되어서야 여름을 여름이라는 느낌을 한 가득 느꼈다. 그건 외부의 시간과는 상당히 유리된 것이라 당혹스럽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여름이라는 단어에 그 핑계로 잠시 멈춤 기능을 달아 비로소 사용할 준비가 되었다는 수긍이기도 했다.

 

더 확보할 시간 없이 빼곡하게 살아도 하고 싶은 것들은 열에 한 두 개 정도나 맛보는 허기진 기분이 더 진해졌는데, 주말 말고는 쓸 시간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애초에 열 개나 원한 것이 탐욕스러웠던 걸로 결론지었다.

 

7월 첫 주는 전혀 기억이 안 나고 지난 주말을 가족 모임으로 채우고 나는 비로소 잠시 멈춤 상태이다. 여행에 대한 욕심 때문에 주저했던 휴가를 그냥 내용 없는 휴가로만 시작하기로 했다. 늦잠을 잤고 긴장이 풀어진 몸은 미뤘던 통증을 여기저기서 풀어내고 있다.

 

일정이 없는 시간은 늘 조금 두려워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혼자가 어색해서 커피 맛을 모를 정도로 조금 긴장했다. 부디 천천히 천천히 느껴지는 시간을 살 수 있기를. 이틀 정도는 잠만 자고 삼일 정도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다.

 

티켓을 끊고 책을 들고 공항이나 비행기 안이나 그리운 이들을 만나는 장소나 좋아하는 낯선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읽고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여전히 책 속으로 먼저 떠나는 여행만이 가능한 시절이다. 연락이 드물어진 친우들이 발작적으로 궁금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여행지에 가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 천천히 오랜 산책을 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 그래야 비로소 도착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풍경이 가장 좋다. 이 책은 한 때 자주 방문했지만 내겐 보이지 않았던 아름다운 빛과 그림자를 만나게 해 줄 것이다.

 

귀하고 아까운 책을 조심스레 구경한다. 마음이 먼저 정좌하는 단정함이다. 고요하지만 쓸쓸하지 않은 소리들이 들리는 책공간이다. 덕분에 오래전 사진들을 뒤적거리다가, 그리운 이들의 목소리를 기억해내는 호사를 누렸다. 나의 휴가 여행이 이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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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보통날의 그림책 1
마리야 이바시키나 지음,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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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마지막 날


 

누가 시키지도 않았으니 구속될 이유는 없다. 자발적으로 3일 프로젝트로 삼고서는 마지막 날 슬퍼서 기운이 쭉 빠지는 이상한 짓...

 

다른 무엇도 아닌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여러 나라의 말로 만나서일까. 아니면 거부해도 어쩔 수 없이 힘이 쭉 빠져 나가는 주말 밤이라서일까.

 

표지 그림에 함께 적힌... 마음에 붙은 이름들이 무엇일지 무척 궁금했지만 한 장 한 장씩만 넘기며 기다렸다. 마침내... 눈물이 핑돈다. 흘리지는 말아야지...

 



다른 나라들, 다른 언어들, 다른 마음들, 다른 이름들... 이 많다. 그래도 기록은 여기에서 마친다.

 

감정이 가장 오랜 진화를 거친 인간의 생존 능력과 판단의 근거인 줄 근래에 알았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변화라서... 너무 오래 전의 시원이라서 현재 인간은 감정을 분석할 수가 없다. 알 수도 없다.

 

오염되지 않고 사회화되지 않은 감정들만이 존재하는 건 아닐 것이다. 구분을 지금 할 수는 없지만, 새삼스럽게 감정에 집중한다거나, 그 감정이 제 모습대로 사는 걸 본다거나, 즐긴다거나, 살뜰하게 이름을 붙여 준 적은 없다.

 

감정은 육체다. 그러니 나는 내 몸을 내내 무시하고 학대하며 살아 온 것이다. 짜증이 나면 혈당이 낮아졌나... 이런 정도로 보살피면서...

 

참 좋다...는 말만 말고... 제대로 찬란한 순간들에, 반짝이던 감정들에 이름을 붙여 줄 수 있었다면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그대로일까.

 

이 책이 무섭도록 소중해졌다.

I feel that way,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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