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큐레이션 - 에디터 관찰자 시점으로 전하는 6년의 기록
이민경 지음 / 진풍경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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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기관이 퇴화되는 것인지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것인지, 올 해는 7월 중순쯤 되어서야 여름을 여름이라는 느낌을 한 가득 느꼈다. 그건 외부의 시간과는 상당히 유리된 것이라 당혹스럽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여름이라는 단어에 그 핑계로 잠시 멈춤 기능을 달아 비로소 사용할 준비가 되었다는 수긍이기도 했다.

 

더 확보할 시간 없이 빼곡하게 살아도 하고 싶은 것들은 열에 한 두 개 정도나 맛보는 허기진 기분이 더 진해졌는데, 주말 말고는 쓸 시간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애초에 열 개나 원한 것이 탐욕스러웠던 걸로 결론지었다.

 

7월 첫 주는 전혀 기억이 안 나고 지난 주말을 가족 모임으로 채우고 나는 비로소 잠시 멈춤 상태이다. 여행에 대한 욕심 때문에 주저했던 휴가를 그냥 내용 없는 휴가로만 시작하기로 했다. 늦잠을 잤고 긴장이 풀어진 몸은 미뤘던 통증을 여기저기서 풀어내고 있다.

 

일정이 없는 시간은 늘 조금 두려워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혼자가 어색해서 커피 맛을 모를 정도로 조금 긴장했다. 부디 천천히 천천히 느껴지는 시간을 살 수 있기를. 이틀 정도는 잠만 자고 삼일 정도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다.

 

티켓을 끊고 책을 들고 공항이나 비행기 안이나 그리운 이들을 만나는 장소나 좋아하는 낯선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읽고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여전히 책 속으로 먼저 떠나는 여행만이 가능한 시절이다. 연락이 드물어진 친우들이 발작적으로 궁금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여행지에 가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 천천히 오랜 산책을 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 그래야 비로소 도착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풍경이 가장 좋다. 이 책은 한 때 자주 방문했지만 내겐 보이지 않았던 아름다운 빛과 그림자를 만나게 해 줄 것이다.

 

귀하고 아까운 책을 조심스레 구경한다. 마음이 먼저 정좌하는 단정함이다. 고요하지만 쓸쓸하지 않은 소리들이 들리는 책공간이다. 덕분에 오래전 사진들을 뒤적거리다가, 그리운 이들의 목소리를 기억해내는 호사를 누렸다. 나의 휴가 여행이 이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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