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용기가 되어 - 초등학생이 궁금해하는 시민운동 이야기
레베카 준 지음, 시모 아바디아 그림, 김유경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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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쪽의 그림책에 불의를 이기고, 갈등을 극복하고, 차별에 저항하고, 권리를 확대하고, 제국주의에 맞서고, 수천 년 된 나무와 숲과 다른 생명체들의 세계를 지키고, 핵을 거부하고 평화를 지켜내고, 독재자에 맞서고, 독립을 희구한 거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초능력자도 영웅도 없이 작지만 수많은 이들이 함께 이뤄내었습니다. 작은 용기, 작은 힘, 작은 연대가 모였습니다. 무거운 세상을 움직여 변화시켰습니다. 기적과 마법은 존재하고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걷고 나무에 올라갔습니다. 함께.

 

바라는 방향으로의 한 걸음은 너무 무겁고 힘겹고 반동과 역행의 폭은 큰 것처럼 느껴지면, 마음이 푹 꺾입니다. 부당한 일은 너무 많고 실패의 확률도 높습니다. 그래도 어쩌면 빈틈조차 없이 촘촘하게 세상을 만들어 나가시는 분들이 참 많으실 겁니다.

 

덕분에 기뻤고 행복한 상상도 많이 했습니다. 새해마다 적어보는 10가지 정도의 결심 목록은 모두 그런 분들을 닮고 싶다는 고백입니다. 민망할 정도의 조급증을 갖고 사느라 여러 세대를 거쳐 이루어낸 한 걸음의 변화에 할 말을 잃습니다.


 

그럴 때면 모든 선한 말들을 다 믿고 싶어집니다. 종교는 없지만 존경하는 종교인들은 많습니다. 만난 적 없는 신은 모르겠지만 그 분들의 말과 글과 삶이 늘 의지와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오래 많이 존경하는 임보라 목사님이 떠나신 소식을 하루 늦게 듣습니다.

 

스승과 선배들은 쉬러 떠나시는데 저는 홀로 어른이 못 되어 어떻게 해야 하나 망연합니다. 너무 늦은 죽음이란 없지만, 너무 빨리 떠나신 것이 애통합니다. 애 많이 쓰셨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용기와 말씀과 글을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한백교회 이상철 목사

 

늘 언제나 한 발짝 앞서 고통의 현장에 서 있었던 그의 뒤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숨어서만 겨우 체면과 위신을 유지했는데 큰 벽이 무너졌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연대가 필요한 어디에서나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주시던 당신의 미소가 벌써 그리워집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혐오와 차별, 불평등에 저항하는 이들이 있는 곳에 늘 먼저 나와 곁이 되어 주신 덕분으로 우리 세상이 조금 더 따뜻했습니다. 이 때문에 떠난 자리가 오래 시릴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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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말들 - 일상이 즐거워지는 마법의 주문 문장 시리즈
마녀체력(이영미) 지음 / 유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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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던 활동은 언제나 걷기였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행동으로 여겼던 세월이 길었고, 걷기가 직립 보행을 하는 인간으로 사는 일에 어떤 의미인지 알아가게 된 계기는 거듭된 행운이었다. 특히 걷기로 명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날은.

 

나를 들여다보는 데에는 산책만 한 이 없다.”

 

이 책은 분명 익숙한데 구매/쓰기 기록이 없다.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잊거나 사두고 잊는 책이 한두 권은 아니지만. 혹은 작년 봄, 아직 벗지 못한 마스크에 화를 내다 잊었을 지도. 걷지 않을 핑계를 찾는 버릇을 훅 털고 입춘과 함께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한참을 걷고 돌아오는 길이 행복했다. 이제 핑계는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걷기로 했다. 일요일 밤에는 수면의 질이 한참 떨어지지만, 오늘 새벽에는 잠이 깨고 바로 이 책을 읽었다.


 

오랜 시간 수백 번의 책을 만드신 편집자의 문장은 간결하고 통찰은 빛났다. 웃음이 픽 나는 재미와 뭉클한 공감도 선물로 받았다. 다 읽을 수 있어 기뻤지만 문득 다시 읽고 싶어질 것이다. 철인 3종 경기도 마녀체력도 못 따라하겠지만, 걷기만은 계속할 것이다.

 


! ‘걷다의 동의어들

 

- 길을 가다

- 나이를 먹다

- 경력을 쌓다

- 인생을 살다

- 일어나다

- 계속하다

- 경험하다

- 시도하다

 

미루다가 결국 산티아고를 못 갔다. 팬데믹 시절에는 이러다 평생 못 가게 되는 건가, 후회가 막심했다. 되돌아보면 중요한 핑계를 아무 것도 없었다. 예매/예약만 하면 내 한 몸 일으켜 가기만 하면 가능했던 시절이었는데도.

 

걷기는 언제나 부재하는 이들에 대한 오랜 기도이고, 유령들과의 부단한 대화이다.”

 

당분간은 갈 수 없다. 가족과 함께 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언젠가 갈 수 있는 홀가분한 시간이 되면 다른 핑계 없이 떠날 수 있게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 모든 다른 것은 다 준비가능한데 내 한 몸이 문제라면 지독하고 끔찍한 감정을 맛볼 것이다.

 

늘 동네길만 다니는 것이 언젠가 지겨워지면 주말 걷기도 시도해봐야겠다. 예전에 좋아하던 등산을 하고 싶긴 한데 사람들이 너무 많은 장소는... 걷기 얘기하다 또 불쑥 이사를 가고 싶어진다. 매일 바다 옆을 걸으며 쓰레기 주우며 살아도 좋을 텐데.


 

! 저자처럼 나도 자신 있게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걸으시라고.

 

- 바로 시작할 수 있다

-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다

- 돈이 들지 않고 오히려 차비를 절약할 수 있다

- 운동 신경, 민첩성, 순발력이 필요 없다

- 매일 걸어도 질리지 않고 평생 할 수 있다

- 걷기가 어려우면 할 수 있는 다른 운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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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야와 좋은 습관 친구들 1 : 분리배출은 귀찮아 말이야와 좋은 습관 친구들 1
이혜림 그림, 한바리 글,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홍수열 기획, 말이야와 친구들 원작 / 주니어김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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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은 정리, 청소, 분리배출, 월요일 활동을 위한 물리적 정신적 준비 등을 위한 시간이다. 반성의 시간은 늘 쓰레기봉투를 보면서 한다. 가능한 쓰레기가 될 것을 사지 않고, 남음제로식사를 하고 일회용은 전혀 구매하지 않지만 벌칙처럼 집 밖으로 내보낼 것들이 생긴다.

 

재활용률이 높다면 죄책감은 좀 옅어질 것인데 깨끗하게 애써 분리 배출한 것들도 자원재활용도는 기대보다 아주 낮다. 어쨌든 그래도 한다. 그리고 뭐든 새로 사지 않으려도 조심한다. 내가 어릴 적엔 전혀 알지 못했던 분리배출을 지금은 어린이들이 더 잘한다.

 

워낙 복잡한 발명품들이 많아서 재활용 여부를 판단하는 일도 여전히 쉽지는 않지만, 새로 배우고 모르는 것을 업데이트하고 무엇보다 사소한 실천을 계속할 힘을 관련 책들을 보며 얻는다. 귀찮지만 분리배출 가능한 것들은 하고 더 중요한 것은 포장이 적은 것을 고르거나 과대포장된 것, 일회용 플라스틱을 구매하지 않도록 애써 볼 것.

 

존경스러운 분들이 참 많다. ‘쓰레기 박사로 유명해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활동하시는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의 홍수열 소장님도 그러하시다.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이 쓰레기를 많이 만들고 과소비를 하고 심지어 아무데나 버리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어른들도 재밌고 유익한 이 책을 꼭 함께 보셨으면 좋겠다.


 

지루하지 말라고, 재미있는 숨은그림찾기와 다른그림찾기 등등도 담아 주셨다.

 

로기, 또히, 미니의 소원인 분리배출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이유는 다르지만 내 소원이기도 하다. 분리배출 하지 않는 세상, 포장과 일회용 쓰레기가 사라지는 세상, 모든 자원은 마지막까지 재활용/새활용되는 세상, 탄소배출이 미미한 세상에 사는 것이 소원이다.

 

어른들은 살던 대로 살 확률이 높으니 정말 미안하지만 어린이들은 새로운 습관과 세계관으로 다르게 살 수 있기를, 어른들의 스승이 되어 주기를, 어른들 말을 듣지 말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미래를 만들 수 있기를 응원한다.


 

그동안 더 열심히 노력해서 내 집에 생긴 배출물품들은 꼭 열심히 분리 배출할 것을 약속한다. ‘분리배출 브로마이드는 환경부 그림 자료를 기준으로 만들었으니, 잘 보이는 곳에 두고 가족 모두가 분리배출을 위해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이번 주는 배출할 쓰레기가 없습니다.

덕분에 기분이 조금 편안합니다.

좀 더 어두워지면 보름달을 올려다봐야겠습니다.

누군가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밤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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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인간
구희 지음, 이유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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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이란 게 얼마나 무섭냐면, 양심의 가책을 덮을 만큼 강력하다.”

 

이 문장에 동의하지만 소비자와 개인을 탓하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1990년대에도 환경문제를 지적하고 연구하고 토론하고 실천하는 분들은 학계에도 시민운동가들도 계셨다. 혹자는 윤리적 장식품이라는 비난도 했고 시민 다수는 쓰레기 치우는 문제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당시엔 책임질 일이 적은 학생이라서, 책을 읽고 배운 것을 잘 실천하며 살 수 있겠단 오해가 컸다. 생계도 걱정할 필요가 없던 시절이니 사는 일의 고단함을 이해하기에는 경험도 사유도 부족했다. 2023년 환경문제는 장식품도 아니고 먹고 사는 문제와 다르지도 않다.

 

어쨌든 일회용품을 구입하거나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고, 육식도 거의 하지 않는다. 비건으로 살고 싶지만, 그건 한국에 돌아온 후 울화증 진단을 받은 후에 타협했다. 목표와 계획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은 내게도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은 고집이었다.

 

다행히 편협한 나와 달리 참 다정한 좋은 환경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평가와 비난과 조급한 윽박지름 대신 서로 격려하며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아무리 지쳐도 이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친절한 가이드들이 구원처럼 담겨 있다.


 

솔직한 심정과 생각은 절망과 좌절에 가깝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 팬데믹처럼 전 세계가 합의된 행동을 하지 않으면 가시적인 효과는 없을 지도 모른다. 운이 좋다면 인류는 아주 짧은 시간에 고온생존이 가능한 생물로 변이/진화하겠지만 그건 망상에 가깝다.

 

거의 매일 무기력하고 나보다 어린 이들에게 미안하고 뭘 막 즐기지도 않고 살았기에 분노도 치민다. 이런 감정들을 오가며 때론 휘둘리며 사는 덕분에 심신이 만성적으로 피로하다. 그러니 휴일에 꽉 잡고 의지할 책이 있으면 안심이 된다. 더구나 웹툰, 행복하다.

 

제목에 위기가 등장하는 책이고 현실은 더 위험하지만.

 

알게 된 이후로는 알기 전처럼은 살 수 없다고 고민하는 이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이 책의 주인공 구희도 그러하다. 나와 우리 모두가 겪을 시행착오와 고민과 선택 가능한 옵션들이 가득하다. 누구라도 읽을 수 있게 친절하다.


 

너무 자주 적어서 민망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대안이 없다. 아무리 미래가 흐려도 희망이 안 보여도 수치가 절망적이고 저항에 좌절하더라도, 결국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내가 정할 수 있다.

 

포기는 마지막의 마지막, 진짜 마지막에 해도 늦지 않다.

 

이제 산책을 갑니다.

오래 걷기는 항상 좋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또다시 봄에 들어섰고

오늘밤에는 올 해 첫 보름달도 볼 수 있습니다.

모두들 편안하고 즐거운 휴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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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 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일하는 사람 11
김선영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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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 시리즈를 무척 좋아한다. 이 문장을 쓸 때마다 기분이 좋다. 알 수 없는 세계를 덕분에 체험하는 귀한 기회이고 덕분에 내 작은 세계의 경계가 늘어난다. 늘어난 만큼 호흡이 편해지는 기분이다.

 

오늘 읽고 쓰는 두 권은 책은 모두 도서관과 사서가 배경이고 주인공이다. 나는 깊고 오랜 애정을 가졌다. 추억도 고마움도 많다. 눈을 감지 않아도 책과 도서관()에 머물던 ()’, 여러 부탁과 신청을 들어주시고 논문자료도 구해주시던 사서선생님들이 떠오른다.


 

어느 순간 나도 지인들도 도서관보다 카페를 자주가기 시작했다. 접근성도 분위기도 어쩌면 비슷해 보이는 목적도 다르다. 상업적인 공간에서 철저하게 혼자가 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카페라면 공적인 공간에서 전혀 모르는 이와 테이블을 나누면서도 편안한 곳이 도서관이다.


 

1월에 작은도서관 지원예산’(전체의 0.002%)를 비상사태처럼 줄여보겠다고 중단한 기사에 놀라고 분노했다. 학교와 집 말고 어릴 적 마음 편히 갈 수 있었던 편안하고 따뜻하고 든든한 도서관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질주했다.

 

물론 도서관의 매일이 늘 평화롭고 이상적인 풍경인 것만은 아니다. 어려서 몰랐는지 관찰력이 부족했는지 내 기억에는 없는 신기한(?) 방문객들의 등장에 놀라고 긴장했다. 이용객들이 서로 싸우기도 한다. 단골(?)도 생긴다.


 

“10분이라는 말을 빼고 마감 시간을 공지한다. 6시가 넘어도 만화책에 빠져 꾸물거리는 아이들이 꼭 있는데 이용 시간이 끝났으니 나가라는 말 대신에 내일 꼭 다시 오라고 웃으며 말한다. (...) 오후 내내 책을 보는 대견한 친구들을 응원하고 환영한다는 나만의 작은 메시지다.”

 

새해가 되면 힘들고 슬픈 이유 중에는 하고 싶은 일들이 새해라는 이유로 표면으로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이사도 있다. 물론 진지한 조사와 계획이 없어서 구체적인 이미지도 지역도 정하지 못했지만, 도서관이 가까우면 벅차게 행복할 것은 분명하다.

 

망상에 가깝지만 상상은 무해하니 하고 싶은 만큼 해본다. 이사 간 집은 죽을 때까지 머물고 싶은 공간이고 작아도 마당이 있고 더 작은 텃밭이 있고 과실수가 있고 나와 살아줄 개와 고양이가 있고 퇴직한 나는 동네도서관을 매일 걸어가서 책과 유리창 너머 풍경을 번갈아 보는 일상.

 

그곳은 이 책에서 배운 것처럼 우아하게 앉아 있을 여유로운 시간보다 바쁜 친절한 사서선생님이 계시고, 책모임도 다양한 문화 활동도 열리고,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 기쁘게 오갈 것이다.

 

도서관에서 일할 때는 정신줄을 흔드는 것들이 수시로 튀어나와 당황하지만 다른 도서관에 놀러가면 책 읽는 사람들, 서가의 책들, 주변 꽃나무까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뿐이다. 사서가 되지 않았다면 도서관을 더 사랑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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