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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 지음, 이유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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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이란 게 얼마나 무섭냐면, 양심의 가책을 덮을 만큼 강력하다.”

 

이 문장에 동의하지만 소비자와 개인을 탓하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1990년대에도 환경문제를 지적하고 연구하고 토론하고 실천하는 분들은 학계에도 시민운동가들도 계셨다. 혹자는 윤리적 장식품이라는 비난도 했고 시민 다수는 쓰레기 치우는 문제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당시엔 책임질 일이 적은 학생이라서, 책을 읽고 배운 것을 잘 실천하며 살 수 있겠단 오해가 컸다. 생계도 걱정할 필요가 없던 시절이니 사는 일의 고단함을 이해하기에는 경험도 사유도 부족했다. 2023년 환경문제는 장식품도 아니고 먹고 사는 문제와 다르지도 않다.

 

어쨌든 일회용품을 구입하거나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고, 육식도 거의 하지 않는다. 비건으로 살고 싶지만, 그건 한국에 돌아온 후 울화증 진단을 받은 후에 타협했다. 목표와 계획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은 내게도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은 고집이었다.

 

다행히 편협한 나와 달리 참 다정한 좋은 환경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평가와 비난과 조급한 윽박지름 대신 서로 격려하며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아무리 지쳐도 이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친절한 가이드들이 구원처럼 담겨 있다.


 

솔직한 심정과 생각은 절망과 좌절에 가깝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 팬데믹처럼 전 세계가 합의된 행동을 하지 않으면 가시적인 효과는 없을 지도 모른다. 운이 좋다면 인류는 아주 짧은 시간에 고온생존이 가능한 생물로 변이/진화하겠지만 그건 망상에 가깝다.

 

거의 매일 무기력하고 나보다 어린 이들에게 미안하고 뭘 막 즐기지도 않고 살았기에 분노도 치민다. 이런 감정들을 오가며 때론 휘둘리며 사는 덕분에 심신이 만성적으로 피로하다. 그러니 휴일에 꽉 잡고 의지할 책이 있으면 안심이 된다. 더구나 웹툰, 행복하다.

 

제목에 위기가 등장하는 책이고 현실은 더 위험하지만.

 

알게 된 이후로는 알기 전처럼은 살 수 없다고 고민하는 이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이 책의 주인공 구희도 그러하다. 나와 우리 모두가 겪을 시행착오와 고민과 선택 가능한 옵션들이 가득하다. 누구라도 읽을 수 있게 친절하다.


 

너무 자주 적어서 민망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대안이 없다. 아무리 미래가 흐려도 희망이 안 보여도 수치가 절망적이고 저항에 좌절하더라도, 결국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내가 정할 수 있다.

 

포기는 마지막의 마지막, 진짜 마지막에 해도 늦지 않다.

 

이제 산책을 갑니다.

오래 걷기는 항상 좋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또다시 봄에 들어섰고

오늘밤에는 올 해 첫 보름달도 볼 수 있습니다.

모두들 편안하고 즐거운 휴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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