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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 책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ㅣ 일하는 사람 11
김선영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월
평점 :
일하는 사람 시리즈를 무척 좋아한다. 이 문장을 쓸 때마다 기분이 좋다. 알 수 없는 세계를 덕분에 체험하는 귀한 기회이고 덕분에 내 작은 세계의 경계가 늘어난다. 늘어난 만큼 호흡이 편해지는 기분이다.
오늘 읽고 쓰는 두 권은 책은 모두 도서관과 사서가 배경이고 주인공이다. 나는 깊고 오랜 애정을 가졌다. 추억도 고마움도 많다. 눈을 감지 않아도 책과 도서관(들)에 머물던 ‘나(들)’과, 여러 부탁과 신청을 들어주시고 논문자료도 구해주시던 사서선생님들이 떠오른다.
어느 순간 나도 지인들도 도서관보다 카페를 자주가기 시작했다. 접근성도 분위기도 어쩌면 비슷해 보이는 목적도 다르다. 상업적인 공간에서 철저하게 혼자가 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카페라면 공적인 공간에서 전혀 모르는 이와 테이블을 나누면서도 편안한 곳이 도서관이다.
1월에 ‘작은도서관 지원예산’(전체의 0.002%)를 비상사태처럼 줄여보겠다고 중단한 기사에 놀라고 분노했다. 학교와 집 말고 어릴 적 마음 편히 갈 수 있었던 편안하고 따뜻하고 든든한 도서관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질주했다.
물론 도서관의 매일이 늘 평화롭고 이상적인 풍경인 것만은 아니다. 어려서 몰랐는지 관찰력이 부족했는지 내 기억에는 없는 신기한(?) 방문객들의 등장에 놀라고 긴장했다. 이용객들이 서로 싸우기도 한다. 단골(?)도 생긴다.
“10분이라는 말을 빼고 마감 시간을 공지한다. 6시가 넘어도 만화책에 빠져 꾸물거리는 아이들이 꼭 있는데 이용 시간이 끝났으니 나가라는 말 대신에 내일 꼭 다시 오라고 웃으며 말한다. (...) 오후 내내 책을 보는 대견한 친구들을 응원하고 환영한다는 나만의 작은 메시지다.”
새해가 되면 힘들고 슬픈 이유 중에는 하고 싶은 일들이 새해라는 이유로 표면으로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이사도 있다. 물론 진지한 조사와 계획이 없어서 구체적인 이미지도 지역도 정하지 못했지만, 도서관이 가까우면 벅차게 행복할 것은 분명하다.
망상에 가깝지만 상상은 무해하니 하고 싶은 만큼 해본다. 이사 간 집은 죽을 때까지 머물고 싶은 공간이고 작아도 마당이 있고 더 작은 텃밭이 있고 과실수가 있고 나와 살아줄 개와 고양이가 있고 퇴직한 나는 동네도서관을 매일 걸어가서 책과 유리창 너머 풍경을 번갈아 보는 일상.
그곳은 이 책에서 배운 것처럼 우아하게 앉아 있을 여유로운 시간보다 바쁜 친절한 사서선생님이 계시고, 책모임도 다양한 문화 활동도 열리고,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 기쁘게 오갈 것이다.
“도서관에서 일할 때는 정신줄을 흔드는 것들이 수시로 튀어나와 당황하지만 다른 도서관에 놀러가면 책 읽는 사람들, 서가의 책들, 주변 꽃나무까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뿐이다. 사서가 되지 않았다면 도서관을 더 사랑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