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만난 한민족의 뿌리
김진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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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이들은 가장 먼저 한반도 선서문화의 첫 장면과 마주한다.

바로 반구대암각화이다.

비록 모조품이지만 이것의 반구대암각화는 현장보다 더 생생한 인류의 이동경로를 암호처럼 펼쳐 놓고 있다.

문제는 이 그림판 앞에 선 사람들이 반구대암각화의 위치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위대하고 독보적인 인류의 문화유산을 마주하는 사람들은 그 신비로운 고대사의 숨은 그림판에 매료되지만 이 그림판이 어디에 있는지

울산이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구대암각화는 가치를 이해하지도 감상하지도 못한 채 그 앞을 수십 번 지나갔을 것이다울산은 현대의 도시라는 문구로만 기억했다몇 해 전 그린피스에서 연락을 받고 고래 고기 관련 이슈를 접했을 때도 자료만 읽었지울산이라는 도시와 살고 계신 분들을 구체적으로 떠올리진 못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를 견디기 위해 찾아온 온기와 격려처럼 울산에 사시는 참 좋은 분을 알게 되었다비로소 울산도 살고 계신 분들도 생명과 색채와 소리와 형태를 지닌 존재들로 느껴졌다그래서 이 책을 만나지 못하는 뵙고 싶은 분에 대해 글로 먼저 배우는 기분으로 그렇게 읽었다.

 

이 책의 가득한 목차를 보다 보니 [나의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작가께서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우리나라의 국토를 떠올릴 때도 사람들은 서울 중심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한다고그런 사고의 경직도 염려되고 본인이 대구 영남대 재직 중이기도 하고 영호남 갈등도 반드시 극복해야할 일이라 생각되어첫 번째 답사기를 땅끝마을 해남으로 정하고 영남의 대학생들과 다녀왔다고크지도 않은 나라지역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이렇게 없어서야……. 제 이야기입니다.

 

본격 내용에 들어가기도 전에 소개 글만 읽어도 지리적 텍스트로서의 문화유산역사사람들이 살아 온 흔적과의 연계를 쏙 빼먹고 뭐했나 싶어 아차싶은 지적들이 많다숙종과 반계서원거북이 머리 반구대와 정몽주의 유허비사냥과 어획의 삶을 살던 선사시대의 사람들근처의 공룡발자국들……몇 가지 사실들로 잠시 떠올려본 상상의 세계와 시간에 두근거린다.

 

지난 2004년 영국 BBC 인터넷 판이

인류 최초의 포경은 한반도에서 시작됐고그 증거는 반구대암각화라고 보도했다.

 

사냥의 과정과 고래의 생태까지

반구대암각화는 거의 고래 백과사전급으로 구성된 고대 인류문화의 타임캡슐이었다.

급이 다른 암각화를 확인한 노르웨이 학자들은 이제 더 이상 스스로 고래잡이의 원조라 주장하지 않는다.

지금은 보편화된 이야기지만 반구대암각화는 바다와 육상생물을 모두 새겨 놓은 진귀한 문화유산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유래를 알려주는 비밀지도다.

반구대암각화의 학술적 가치는 세계적인 석학들이나 인류학자들이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목차를 본 누구라도 저자가 깊은 애정을 가지고 지역사를 공들여 기록해 주고 전달해 주려는 뜻이 느껴질 것이다포스트 코로나 시절이 오고살아남았다면울산 사는 참 좋은 분과 이 책을 통해 배운 울산과 반구대암각화의 역사와 가치에 대해 신나게 얘기해보고 싶다.

 

논농사의 첫 시작이 증명된 울산은 과연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 육지부에서 태양이 가장 먼저 뜨는 곳이 울산 땅 간절곶이다.

태양이 가장 먼저 뜬다는 것은 아주 오래 전 인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태양의 기운이 모든 에너지의 출발로 여긴 북방계 인류의 한 무리는 그들이 신성시한 태양의 시작점을 쫓아 대륙의 끝으로 이동했다그 끝자락이 울산이다.

어쩌면 그 무렵 남방고래류의 이동 경로를 따라 북으로 향한 폴로네시안계 해양문화권 인류가 귀신고래를 만나 정착한 땅이 울산인지도 모른다.

 

어느 나라이든 전쟁을 경험한 폐허가 된 장소들은 갈아엎어지고 생경하고 생뚱한 기능성 건물들로 대체되면서 단절과 망각의 땅이 되고 만다그대로 폐허로 뒀어야 한다거나죽임과 가난이 창궐할 때에도 정밀한 문화 복원을 했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하지만 당시 때려 부순 것들은 정말은 무엇이었을까시멘트로 발라 버린 아래에 묻힌 것들은 무엇일까눈에서 멀어져 기억으로부터도 완전히 잊힌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한반도 인류의 기원이 깃든 땅이 울산나만 몰랐어.

 

시간을 거꾸로 돌려 몇 만 년 전으로 올라가보면 더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울산은 인류 이동의 증거물이 암각화로 남아 있고 

한반도 첫 석기생활도구 제조공장과 동북아 최초의 벼농사 시설이 발견된 지역이다.

 

한반도의 동남쪽에 위치한 울산은 아득한 원시시대부터 육로나 해로를 따라 들어와 정착사회를 이루어 살았던 곳으로나는 가본 적 없는 울산박물관에 가면서생면 신암리 유적장현동 황방산의 신석기 유적석검이 출토된 화봉동과 지석묘가 있는 언양면 서부리의 청동기 유적이 있다고 한다.

 

선사시대라고 쉽게 말하지만역사 이전pre-historic의 시기의 울산은 어땠을까아주 활발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그 이전에 공룡들이 놀고 살던 자리에 인간들이 들어와서 움막집 짓고고래잡이하고반구대암각화를 그렸다세계 동물학회에서는 인류와 고래의 관계를 연구할 때 그 출발로 반구대암각화를 제시한다고 한다. 학자들은 무려 기원전 6,000년경부터 인류가 고래를 잡았고 그 증거가 울산의 반구대암각화에 있다고 주장한다.



'따뜻한 남쪽풍요의 땅'을 찾아 해 뜨는 땅동쪽으로 이동하다 도착해서 머문 곳이 강과 바다가 만나는 울산이고고대인들이 산에서 바위에 고래를 새기고 해가 떨어지는 시간 샤먼의 주술에 따라 다음날 바다에서 큰 고래를 사냥할 수 있기를 주문처럼 외웠다'는 것이 반구대암각화에 남긴 이야기라 한다.



옛 울산 땅은 우시산국이었다.

()를 이두식으로 풀어 발음하면 우시산은 울뫼로 읽히고 이는 다시 울산이 된다.

우시산국의 도읍지가 지금의 검단 지역일 가능성이 높고 우시산국은 검단분지에 기반을 둔 부족국가로 보는 것이 옳다기록에도 나와 있다.

우시산국은 삼국사기 권44, 열전 거도(居道)조에 기록돼 있다.

이 기록을 보면 우시산은 삼한시대 고마족(濊貊族)이 건설한 성읍국가이다.

지금도 이 지역에서는 회야강 둔치 아리소를 기점으로 우시산국 축제를 열고 있다.

울주군 웅촌면 대대리와 검단리아래로 양산 웅상까지 세력이 뻗었던 옛 울산지역의 작은 나라 우시산은 이렇게 아직도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울산에 세계 최초의 것들이 이렇게 많다니이것도 나만 몰랐어.

 

7천 년 전에 이미 가죽배와 나무배를 만들었고세계 최초의 벼농사 유적을 가지고 있다. 1998년 울산 남구 무거동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청동기 시대의 논이 거의 원형 상태로 드러났는데이는 기원전 7세기의 것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세계 최고의 수전유적이다물론 이 밖에도 울산에 간직된 문화적역사적 가치는 무수하다.

 

2009년 전후로 울산 신항만 연결도로가 곳곳에 개설되기 시작하면서 땅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고래 뼈가 출토되었다 '골촉 박힌 고래 뼈매장물은 신석기인들이 사슴 뼈를 뾰족하게 가공한 골촉으로서논란이 되어 왔던 신석기시대 포경 활동에 실물 증거이다그리고 인근 성암동 패총에서 신석기인들의 생활 폐기물이 쏟아져 나와울산이 고래잡이 문화의 원형이자 남방계 인류가 한반도로 유입되었다는 것을 입증했다그리고 이 증거물들고래사냥과 어로도구수렵과 사냥법이 반구대 바위그림에 도록으로 새겨져 있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 중부지역에서 출발한 최초 인류의 무리들이 바다 쪽으로 진출해 인도양과 남태평양을 근거로 해양문화를 일으켰고그 문화의 흔적이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 등에 근거를 둔 폴로네시안 문화권인데그 중에 한 무리가 나무배나 가죽배를 타고 고래를 따라 북으로 이동해 새 터전을 삼은 곳이 울산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1990년에 발굴된 검단리 유적의 가치이디.

 

이 곳에서 100여 기에 달하는 집자리와 고인돌그리도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었는데특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마을을 감싸는 도랑 환호(環濠)가 발견되었다.

 

이 발견 이전까지는 환호 형태의 마을 유적은 일본에서만 발견된 취락구조이며이것이 바로 임나일본부를 주장하는 일본 역사가들이 한반도보다 문명이 앞선 증거로 채택했던 것이다하지만 울산 검단리에 수천 년 동안 파묻혀 있던 환호가 발견되자, 1990년대 이전까지는 일본의 고대문화가 한반도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던 일본 사학계가 비로소 검단리 환호 취락지역을 자신들의 취락구조의 뿌리로 인정하게 되었다.



무척 재미있는 책이라 읽는 즐거움도 알게 되는 즐거움도 크다. 저자의 지역에 대한 애정 역시 듬뿍 느끼면서 여러가지 부러운 심정도 든다. 지역에 이토록 집중해서 강렬하게 어필하는 책을 처음 읽은 듯하다. 앞으로 울산에 대한 책!이라면 이 한 권이 생각날 것이다. 다만 발췌만으로도 끝없이 길어질 것 같아 내용면에서나 애정면에서나 500분의 1이나 될까 싶은 내 글은 이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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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14 0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ㅎ 갑자기 반구대암각화가 보고 싶어지는 글입니다!ㅎ 따뜻한 하루되십시요!ㅎ

poiesis 2020-12-14 23: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늘 과분한 댓글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ㅎ 자고 나면 많이 추워진다니 따뜻하고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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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학시절 공통의 경험을 기록한 듯한 1996[푸르른 틈새]를 읽고 작년 [레몬]까지 열심히 따라 읽은 오랜 팬이라고 자부하는데, 2014년 계간 [자음과모음]에서 연재하신 작품이 [토우의 집]이란 걸 과문해서 몰랐습니다. 작가의 에세이도 참 좋지만, 소설 작품을 선호하는 제게는 역시나 소설 출간 소식이 마음이 살살 떨리도록 더 반갑습니다.

 

눈치가 없어서 책소개글을 읽은 것으로는 어떤 고통인지 적절하게 짐작할 자신이 없습니다. 문득 연상되는 것이…… 어제 91세 된 분이 41년 만에 김일성 잘생겼다, 란 발언으로 고초를 겪었던 지난날들을 재심 무죄 판결 받았다 기사입니다. [토우의 집]의 고통은 다른 결일 수도 있겠지만, 새삼스럽게 우리가 알게 된 것보다 더 많은 이들이 끝나지 않은 식민지와 전쟁과 단절과 적대의 세월 속에서 온갖 고초와 고통을 겪으며 살아오시고 또 돌아 가셨겠단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남보다 얇고 넓은 피부로 세상의 고통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손을 내밀고 위로를 건네는 권여선 작가가 들려 줄 따뜻한 목소리가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몹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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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중국인의 상술 - 상인종 열전
강효백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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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문해서 강효백 저자에 대해서도 저서에 대해서도 모르고 살다가올 해 봄에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제도를 바꿔라>를 무척 인상 깊게 읽고 많이 배웠다뜻밖에 나뿐만 이아니라 가족과 친구들도 내용과 논조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이 기억이 난다아직도 덜커덩 거리는 행정처 개설과 정비에 관한 보도를 접할 때면기억에서 빠져 나간 부분들이 궁금해서 한 번 더 읽어 보고도 싶다어쨌든 주제의 묵직함에도 불구하고 잘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 저자의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이 들게 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미처 기억나지 않는 이력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그야말로 최고의 중국전문가들 중 한분이신 듯하다. 26권이나 저술하시는 동안 한 권도 읽은 적이 없어 조금은 민망하다정말 운 좋게도 8권의 책 중 상인종 중국인 관련 이야기의 에센스와 업데이트한 내용들을 모아 한권으로 출간하셨다니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시절은 익숙한 것들을 멈추게 하는 대신생각해 본 적 없는 것들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구태여 찾아듣지 않아도 한동안 연일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보고가 들리고그럴 때마다 등이 터질 것만 같은 대한민국의 처지는 어떨까 걱정이 들었다. G2니 차이메리카니 하는 이야기들이 다 캐치용 언론 용어 아닌가 했는데 백신 개발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들끓게 되면서 인구와 개발 규모에 관한 냉정한 경제 분석 결과를 알게 되었다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인구수는 여전히 국력이었다대한민국의 인구 규모로는 신약 개발은 수입보다 덜 매력적인 일이며따라서 자체 개발은 경제 원리를 아예 배제하는비합리적인 투자이다.

 

이런 대한민국의 형편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내수만으로 투자비용을 가뿐히 초과해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 나라이다다시 말해중국은 내수만으로 전반적인 경제 운용이 가능한 나라이다.

 

중국 갑부 상위순위 2천 명의 총 재산이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육박하게 되었다. 2019년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이 129세계 TOP200 갑부 가운데 21명이 중국인이었다지금 중국 땅에는 8만 명의 억만장자(개인자산 190억 원 이상)를 비롯한 121만 명의 천만장자 군단들이 아직 나는 배고프다’ 식인지세상의 모든 돈을 싹쓸이할 작정인지 계속 돈을 쓸어 담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현 제13기 전국인민대회 대표(국회의원) 2,987명 중 기업가의 수는 900여 명에 다해당정관료(1,500여 명)와 함께 G2시대 중국을 웅비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지난날 명목상 노동자 농민 연맹국가에서 중국은 영락없는 당정 관료 기업가 연맹국가로 변신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에서도 중국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금액과 비중이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중국의 올해 상반기 대한국 직접투자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3억달러에서 184.4% 늘어난 85,600만달러를 기록했다전체 외국인 직접투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3%에서 11.2%로 껑충 뛰었다전체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국 투자액이 일제히 감소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2.4% 줄어들었다.

 

특히 중국이 그 동안 금융·부동산 중심으로 대한국 투자를 해오던 것과 달리바이오·비대면 업종에 투자를 집중투자패턴의 변화가 일어나는 조짐을 보였다지난해 상반기 대비 의약은 약 74,000%, 전기·전자는 3,800% 급증했다부동산 투자액 증가율은 95.9%였다.(한국일보 913일 기사요약)



강효백 저자는 상인종 열전이란 부제를 달았다장사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 할 만큼 상술에 뛰어난 중국인들의 모습을 근현대에서만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통해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하나의 중국하나의 대륙하나의 체계로 고공관찰을 하는 건조한 이론서도 아니고각 지방의 특성을 개별적으로 다루는데이런 구성이 생생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그렇다고 사례 나열은 아니고 역시 탄탄한 이론과 분석이 도저히 깔려 있다전반적인 역사의 테두리를 잡아 주면서도 구체적이고 지역적인 차이점들을 짚어 주는데그 중에서도 자체로 역사가 된 유서 깊은 상점들은 가독성을 높이는 흥미롭고 실제적인 사례들이다그 중 한 상점의 역사는 조선왕조 오백년…….



그러고 보면 우리 민족의 역사는 지독하게 사농공상의 신분제를 유지해 왔고식민지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단절을 감안하더라도그 때문인지 역사 속에서 역사를 자랑할 만한 기업이 없다.

 

읽는 재미가 줄지 않는 꽉 찬 저서라서저자의 박식함에 감탄하느라 술술 읽히는 부분도 많다나는 덕분에 행정학 전공인 친구가 그토록 자주 찬미하며 언급하던 사마천의 사기의 내용중 일부를 만난 순간이 기뻤다.

 

부자가 되는 길은 농업이 공업보다 못하고 공업은 상업보다 못하다.

자수를 놓아 문장을 희롱하는 일은 시장바닥에 앉아 돈을 버는 일보다 못하다.

비록 말업이라고들 하지만 부자가 되는 지름길은 뭐니 뭐니 해도 상업이 최고다.

 

화식열전(재산을 모은 사람들중에서.



저자는 마지막 장에 대한민국 국민이 중국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판매 전략은 어떤 식으로 수립하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비록 사업가가 아닌 독자이지만 끝까지 챙겨 읽었다이 책은 가장 단순하게 요약하자만 중국인과 중국 경제역사와 인물들대표기업들에 대해 소개하고 분석한 비즈니스 가이드북이라 볼 수도 있다하지만 평생을 관련 연구를 하고실제 근무를 하고그 모든 경험들을 바탕으로 오랜 세월 저술한 저자의 연륜이 느껴지는 재미있고 의미 있고 흥미로운 내용들 넓고 깊고 정확하고 실무적인 이 한 가득이다해박한 지식이 한 가득 펼쳐지는 먼 나라 이웃나라의 글판이라고나 할까읽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성실히 읽어보자 했는데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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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현 아이들 이야기 2 - 동심 담은 전래 동화 마로현 아이들 이야기 2
맛있는 글빵 지음, 조연화 그림 / 밥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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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현은 어디.

 

어째 살면 살수록 모르는 건 더 많아지는 저주에 걸렸나 싶다.

마로현은 말의 길이라는 뜻의 한자로 광양의 옛 이름이다.

고려시대의 유물이 많고 산성들의 역사 역시 고려시대로 거슬러 간다.

그런데...... 광양이라는 지명을 찾아도 아는 바가 별로 없다.

광양제철소백운산섬진강중흥사윤동수 유고 보존 가옥

정보 검색으로는 [마로현 아이들 이야기 1, 2]를 만들고 등장한 분들이 살아가는 색도 소리도 느낄 수 없다.

 

우연이긴 하지만이 책을 포함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깊은 애착을 이루고 사시는 분들이 만드는 책을 연속으로 읽게 되었다.

물리적 고향을 정하지 못해 사회적 고아와 같은 기분으로

여전히 언제쯤 땅에 발이 닿나 싶은 불안함을 안고 사는 나는,

이런 분들의 일상이 반짝반짝 보물찾기처럼 느껴진다.

매일이 누군가의 혹은 모두의 풍부한 이야깃거리들로 채워지는

신에 대해 가족에 대해 이웃에 대해 친구에 대해 지역에 대해

가늠할 필요가 없는 공감이 가득하다.

 

1권의 속닥속닥 일상 이야기도 귀엽고 넘 재밌어서 -

아이들의 돌발은 세상에서 제일 웃긴 대본인 듯,

살살 웃으며 읽다 보니 한 권이 금방 끝난다.

 


2권은 좀 더 흥미진진해서 제 취향오랜만에 창작동화의 마력에서 빠져나와

엽기가 아닌 전래동화를 향수를 느끼며 읽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와 지역에 밀착된 이야기들이라

익히 알고 있는 스토리가 반복되지 않는 점도 좋다.

 


천편일률 위인전은 어린 시절로 그만!

다섯 살에 뒷산에 올라 호랑이를 맨 손으로 잡은 민족의 영웅…….

제가 일곱 살이었는데 하마터면 책에 흥미를 몽땅 잃을 뻔 했습니다.



마음 담은 엄마 동화라고 표지에 적혀 있는데마음만 담으신 건 아니다.

육아를 하며 육아 일기를 쓰고 이것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닌 듯,

그 일기를 동화로 재탄생 시키고그 동화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만들고,

동아리 활동을 하시는 것처럼 본인들을 편안하게 소개하시는데…… 히로인 팀이라 생각한다

아이들 이야기라는데 나는 엄마들 이야기를 자꾸만 찾고 상상한다.

 

2권으로 이루어진 책을 읽으면서 기획에서 완성까지의 온갖 과정들을 상상해보았다.

이 책 이전에 설계하고 유지해온 이분들의 삶도 그려보았다.

바쁘게만 말고 이렇듯 꽉 차게삶을 한 가득 사시는 분들이 부럽다.

늘품성이 없어 으....를 못하는 지라 앞으로도 부러울 삶이다.

영웅적인 주인공들이 시리즈물로 오래 활동하듯이,

앞으로도 더 멋진 이야기들로 소식 계속 들려주시길 고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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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랫소리, 바람 한 줌, 하얀 들꽃 - 오롯이 강릉, 시로 계절을 쓰다
안예진 지음 / 밥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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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귀촌 지침이나 일상 에피소드의 흔적이 없는,

책을 펼치면 준비~할 필요 없이 강릉의 햇빛과 바람이 얼굴에 화악 느껴지는 책이다.

안예진 시인은 일상의 장면들을 뽑아 종이에 올리면 그대로 시가 되는가 보다.

시처럼 사시는 분이신건지삶이 시인건지같은 말인가???



강릉에 가고 싶다손닿지 않는 부위의 간지러움처럼 읽는 내내 강릉이 마음에 감돈다.

 

내 기벽 중의 하나는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다.

어느 날 새벽 출발~해서 동터오는 동쪽을 노려보며 눈물을 흘리며 운전을 해서

아침에 강릉에 도착해서 호사스럽게 바다를 보며 바람 맞으며 커피를 마시고,

강릉은 아침 커피다몸과 마음이 다르르 떨릴 정도의 쾌락이다.

국도를 따라 쭉 운전해서 포항에서 점심을 먹는다.

해가 중앙으로 떠오르는 딱 그 시간이니 남쪽으로 달리는 내내

홍채 기능이 시원찮은 내 눈은 내내 눈부시고 아프고 눈물이 줄줄 난다.

통영에서 저녁 먹고 밤을 달려 굳이 담양까지 가서 자는 차를 혹사시키는 미친 여행.

읽는 이들 지루할까 더 미친 다음날 일정은 생략합니다.

기적처럼 기꺼이 동행 하던해가 지면 운전을 맡아 주던 O O 친구들도 늘 있었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보겠단 결의를 그야말로 팽하니 내팽개치고 연료를 가득가득 보충해가며 달리는 배덕하고 부정한 짓,

일 년에 한번 밖에간혹 두 번도…… 안 하는 것을 변명으로 삼아 본다.

올 해는 20일 남았는데…… 이런 여행을 포기한 첫 해가 될 듯하다.



이렇게 안 간다 정리하니……

(내게는)국내 최고의 강릉 커피는 물론이거니와 별로 좋아하지 않은 순두부도 아쉽다.

안예진 시인은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바리스타이기도 하다.

맞습니다강릉 아침은 커피와 함께여야합니다.



2020 봄도 기억이 안 나고, 2021 봄도 기대하지 않으려 한다.

남은 시간 방역 인생을 살겠구나솔직히 그런 우울한 예감이 든다.

곧 배스킨라빈스 메뉴에 필적하는 다양한 향기품은 마스크가 생산되지 않을까 싶다.

혼자 생각에 특허 내면 대박 날 것 같지만…… 의미 없다.

누군가 기운 있으신 분 아이디어 가져다 쓰셔요…….

 

이렇게 심통낸 마음으로 보아도 참 예쁜 시집이다

표지의 색마저 마음을 살살 달랜다.

시와 글사진캘리그래피일러스트를 모두 손수 하신 공력인가 한다대단하신 분.



대학 친구가 졸업 직후 갑자기말도 없이 뜻밖에 공무원이 되었다고 강릉에서 살게 되었다고 소식을 전했다

같이 놀란 다른 친구들과 집들이 핑계로 찾아가보니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며

매일 바다 보고 출퇴근하고 날 좋은 주말엔 설악산으로 산책간다고 했다.

 

그런 일상이 얼마나 좋은지 모를 나이라 제대로 부러워하지 못했는데

살다 보니 문득문득 그 친구는 그 나이에도 뭔가 알았던 거야!’ 부러운 마음이 들곤 했다

2017년에 내려갔다는, 2020년인데 벌서 강릉을 온전히 품고 사시는 저자 역시 샘이 날 만큼 부럽다.

 

새로 배운 말: 윤슬 -  햇빛이나 달빛이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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