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트릭 미러 [할인]
지아 톨렌티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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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트릭 미러우리가 보기로 한 것과 보지 않기로 한 것들지아 톨렌티노

Trick Mirror, Reflections on Self-Delusion, Jia Tolentino


국내외 추천사 라인업이 어마어마해서,

 

강화길김금희김하나이길보라이다혜이슬아장혜영황선우 추천

*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에세이스트”_리베카 솔닛

* “밀레니얼 세대의 수전 손택”_워싱턴포스트

* “문화 비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마스터클래스”_록산 게이

 

데뷔작인 에세이가 최고의 문학작품의 위치에 오를 수도 있는가 살짝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추천을 너무 자주 받아서 오히려 망설이게 되었던 책추천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 읽어 본다.

 

트릭 미러(왜곡이 있는 거울)는 내 몸매에 단점이 없다는 환상을 제공하면서도 끊임없이 그것을 찾아내야만 하는 자기 형벌이 된다.”

 

그 문장이 나 개인에 대해 설명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어쩌면 나는 이제까지 내가 주워 먹을 빵 조각을 뿌리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내가 어디로 가는지 언제나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그저 명확하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몇 년은 걸릴지언정 가치 있는 과정이라고 믿으려 한다.

 

우리 모두 인터넷이 한때는 나비였고 연못이었고 꽃다발이었던 때를 기억하고... 다시 한번 변하여 우리는 놀라게 하고 다시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길 기다린다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인터넷은 인터넷과 교류하는 한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면서 이득을 취하는 구조다미래의 우리는 필연적으로 경박해질 것이다나의 일부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개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재난을 함께 마주 보고 해결해가는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나도 사라질 것이다아티스트이자 작가인 제니 오델Jenny Odell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법How to do nothing>에서 주의 산만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썼다. “집중하거나 소통하지 않는 사회 집단은 자기 힘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과 같다.”

 

하지만 여성이 결혼하고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아이를 낳고 기타 등등을 모두 한다 해도 여전히 그들은 결핍되어 있다고 하면서 솔닛은 다음과 같은 명문을 남긴다. “여성이 되는 데에 정답 같은 건 없다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기술은 그 질문 자체를 어떻게 거부하느냐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어떤 목적을 문학적으로 선언한 것이다얼마 후 솔닛은 여성이 오직 가정에 속박되는 결정을 하는 것도 문학적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무엇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단 하나의 줄거리만을 받았는데그 줄거리를 그대로 따른 수많은 사람들이 결국 나쁜 삶을 살게 되는데도 그러했다우리는 하나의 모범적인 플롯에서 하나의 행복한 결말이 나올 것처럼 말하지만 무수히 많은 삶의 형태가 우리 주변에서 피고 또 질 수 있다.”

 

밀레니얼 시대에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은 착취할 수 있는 모든 삶의 현장 구석구석에서 현금을 쥐어짜내어 사회 구조를 붕괴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우버와 에어비엔비 또한 비슷하게 파괴적이다아마존이 주 판매세를 무시한 곳에서 우버는 지역 교통법규를 무시했고 에어비앤비는 규제받지 않는 호텔에 대한 법을 무시했다중략이 기업들 성장의 가장 큰 돌파구가 무엇인지 못 보게 한다즉 이들이 후기 자본주의의 치열함과 스트레스를 성공적으로 자본화했다는 사실이다회사가 아니라 보호받지 못하는 개인이 경쟁하게 하여노동자와 소비자가 이 기업이 져야 할 책임과 리스크를 부담하는 패러다임을 일반화한 것이다에어비앤비는 뉴욕시의 이용자들에게 아파트를 빌리는 건 위법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우버 또한 아마존처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최대한 낮추었다가 결국 올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아무 장이나 펼쳐 필사를 해본다밀레니얼 세대의 수전 손택이라는 평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에세이스트라고 리베카 솔닛은 평했지만나는 톨렌티노의 통찰보다 솔닛을 인용한 문장의 통찰이 더 와 닿는다재미있는 변화구가 여러 개이지만 묵직한 직구는 없는 느낌아주 새로운 통찰은 없지만 경험과 연결 지어 쉼 없이 이어지는 문장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듣기 좋았다간혹 내용보다 문체로 인해 멈칫거리는 경우들이 있는데조금은 그런 점도 있다부제도 원제가 훨씬 좋다왜 이런 중요한 부제를 지워버리고 저런 평범한 부제를 정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Randomhouse의 출간 표지가 가장 마음에 든다.

 

쓰다 보니 트릭에 걸려 자꾸 심사가 어그러지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톨레티노가 지적했듯이 내 자아는 내 관심사 외의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을 지도혹은 자기 기만적인 모습을 전혀 감추지 않은 타인의 혼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불편해하는 내 자아가 보이는 소심한 거부 반응일지도 모른다고로 나는 밀레니얼 여성이 아닌가보다 싶다.

 

자신의 통찰에 대해 용감하게 그것도 냉소적으로 가차 없이 거침없이 집요하게 성찰하고 그 모든 것을 서늘한 열정이 느껴지는 문장들로 써낼 수 있다는 것이 탁월함이고 가치 있는 에세이 문학일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또 모든 찬사가 잘 어울리기도 한다어쨌든 나는 못하는 일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내는 이들이 언제나 많으니 내가 찾은 이유들로 현재나 미래를 포기하거나 절망할 이유는 전혀 없다.

 

몽테뉴와 인터넷 세대의 모랄리얼리티 쇼에 대한 해부학과 같은 글이 있다는 평을 들었다다음번엔 좀 더 흐름을 함께 즐겁게 타는 기분으로 잘 읽어 보고 싶다. Until Next time, leave me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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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 미러 - 우리가 보기로 한 것과 보지 않기로 한 것들
지아 톨렌티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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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 미러우리가 보기로 한 것과 보지 않기로 한 것들지아 톨렌티노

Trick Mirror, Reflections on Self-Delusion, Jia Tolen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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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김금희김하나이길보라이다혜이슬아장혜영황선우 추천

*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에세이스트”_리베카 솔닛

* “밀레니얼 세대의 수전 손택”_워싱턴포스트

* “문화 비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마스터클래스”_록산 게이

 

데뷔작인 에세이가 최고의 문학작품의 위치에 오를 수도 있는가 살짝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추천을 너무 자주 받아서 오히려 망설이게 되었던 책추천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 읽어 본다.

 

트릭 미러(왜곡이 있는 거울)는 내 몸매에 단점이 없다는 환상을 제공하면서도 끊임없이 그것을 찾아내야만 하는 자기 형벌이 된다.”

 

그 문장이 나 개인에 대해 설명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어쩌면 나는 이제까지 내가 주워 먹을 빵 조각을 뿌리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내가 어디로 가는지 언제나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그저 명확하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몇 년은 걸릴지언정 가치 있는 과정이라고 믿으려 한다.

 

우리 모두 인터넷이 한때는 나비였고 연못이었고 꽃다발이었던 때를 기억하고... 다시 한번 변하여 우리는 놀라게 하고 다시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길 기다린다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인터넷은 인터넷과 교류하는 한 온전한 사람이 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면서 이득을 취하는 구조다미래의 우리는 필연적으로 경박해질 것이다나의 일부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개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재난을 함께 마주 보고 해결해가는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나도 사라질 것이다아티스트이자 작가인 제니 오델Jenny Odell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법How to do nothing>에서 주의 산만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썼다. “집중하거나 소통하지 않는 사회 집단은 자기 힘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과 같다.”

 

하지만 여성이 결혼하고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아이를 낳고 기타 등등을 모두 한다 해도 여전히 그들은 결핍되어 있다고 하면서 솔닛은 다음과 같은 명문을 남긴다. “여성이 되는 데에 정답 같은 건 없다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기술은 그 질문 자체를 어떻게 거부하느냐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어떤 목적을 문학적으로 선언한 것이다얼마 후 솔닛은 여성이 오직 가정에 속박되는 결정을 하는 것도 문학적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무엇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단 하나의 줄거리만을 받았는데그 줄거리를 그대로 따른 수많은 사람들이 결국 나쁜 삶을 살게 되는데도 그러했다우리는 하나의 모범적인 플롯에서 하나의 행복한 결말이 나올 것처럼 말하지만 무수히 많은 삶의 형태가 우리 주변에서 피고 또 질 수 있다.”

 

밀레니얼 시대에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은 착취할 수 있는 모든 삶의 현장 구석구석에서 현금을 쥐어짜내어 사회 구조를 붕괴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우버와 에어비엔비 또한 비슷하게 파괴적이다아마존이 주 판매세를 무시한 곳에서 우버는 지역 교통법규를 무시했고 에어비앤비는 규제받지 않는 호텔에 대한 법을 무시했다중략이 기업들 성장의 가장 큰 돌파구가 무엇인지 못 보게 한다즉 이들이 후기 자본주의의 치열함과 스트레스를 성공적으로 자본화했다는 사실이다회사가 아니라 보호받지 못하는 개인이 경쟁하게 하여노동자와 소비자가 이 기업이 져야 할 책임과 리스크를 부담하는 패러다임을 일반화한 것이다에어비앤비는 뉴욕시의 이용자들에게 아파트를 빌리는 건 위법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우버 또한 아마존처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최대한 낮추었다가 결국 올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아무 장이나 펼쳐 필사를 해본다밀레니얼 세대의 수전 손택이라는 평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에세이스트라고 리베카 솔닛은 평했지만나는 톨렌티노의 통찰보다 솔닛을 인용한 문장의 통찰이 더 와 닿는다재미있는 변화구가 여러 개이지만 묵직한 직구는 없는 느낌아주 새로운 통찰은 없지만 경험과 연결 지어 쉼 없이 이어지는 문장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듣기 좋았다간혹 내용보다 문체로 인해 멈칫거리는 경우들이 있는데조금은 그런 점도 있다부제도 원제가 훨씬 좋다왜 이런 중요한 부제를 지워버리고 저런 평범한 부제를 정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Randomhouse의 출간 표지가 가장 마음에 든다.

 

쓰다 보니 트릭에 걸려 자꾸 심사가 어그러지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톨레티노가 지적했듯이 내 자아는 내 관심사 외의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을 지도혹은 자기 기만적인 모습을 전혀 감추지 않은 타인의 혼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불편해하는 내 자아가 보이는 소심한 거부 반응일지도 모른다고로 나는 밀레니얼 여성이 아닌가보다 싶다.

 

자신의 통찰에 대해 용감하게 그것도 냉소적으로 가차 없이 거침없이 집요하게 성찰하고 그 모든 것을 서늘한 열정이 느껴지는 문장들로 써낼 수 있다는 것이 탁월함이고 가치 있는 에세이 문학일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또 모든 찬사가 잘 어울리기도 한다어쨌든 나는 못하는 일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내는 이들이 언제나 많으니 내가 찾은 이유들로 현재나 미래를 포기하거나 절망할 이유는 전혀 없다.

 

몽테뉴와 인터넷 세대의 모랄리얼리티 쇼에 대한 해부학과 같은 글이 있다는 평을 들었다다음번엔 좀 더 흐름을 함께 즐겁게 타는 기분으로 잘 읽어 보고 싶다. Until Next time, leave me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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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서점 - 고양이가 머무는 책방
김지선 외 지음 / 새벽감성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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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용을 읽기 전 저자 소개를 읽다 배가 아프게 웃었습니다저만 재밌나요그럴 지도…….




주의이 책을 읽고 나면 바로 떠나고 싶습니다.

무려 전국 16곳의 고양이가 머무는 책방들로.

저는 그랬습니다.


서점을 선택한 고양이들은 어쩌면 조용하고 큰 소리가 나지 않는 곳을 선호하는 성격 때문에 책방을 선택한 것일 수 있다고양이들은 선천적으로 책 냄새나무 냄새를 좋아한다고 하니 편안한 책 향기가 고양이들을 이끌었을 수도 있겠다책 읽는 것을 좋아해 서점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들의 소란스럽지 않은 성격을 따라 책방에 터를 잡은 뒤엔 떠나지 않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새벽감성 책방의 곰돌이 알바생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고 이번엔 고양이 알바생이 나오는 에세이를 읽었습니다무려 여행에세이지도 들고 책방 순례하고 기념이 될 책들을 사고 고양이들 몰래(?) 찍고 정말 하고 싶은 여행입니다.



이 책 속의 책방 고양이 중엔 최고령인 구름이는 2003년 생으로 할아버지 고양이다나이가 많다 보니 그만큼 피로도 쌓여 한 달에 1-2회 정도만 책방에 출근하고 있다.

 

여름이는 이제 겨우 태어난 지 2달 정도인 아기 고양이라서 책방에 출근해도 거의 잠만 자느라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데그래서 구름이처럼 아르바이트 고양이가 아니라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칭했다.

 

책방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겠지만묘르신(할아버지할머니 고양이를 부르는 신조어구름이가 소풍 가는 것도아깽이 여름이가 묘르신이 되는 것도 책방이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새벽감성 1]을 오가는 손님들과 함께 할 것 같다.

 


고양이들은 정말 여러 곳에 몸을 넣어 보는군요저 테이프가 큰 것이겠지요처음엔 이렇게 작은 고양이가 있다니하고 엄청 놀랐습니다가만 정신을 차려보니…… 테이프가 큰 것일 수도 있겠단…… 만약 아니라면 정말 놀랄 일입니다언젠가 직접 방문해서 확인을…….

 

종이가방 속 고양이답삭 들고 막 뛰어……책방 고양이다운 면모입니다그나저나 편안한가요정말.



어쩐지 서점 여행 지도의 모델이 아니실까 하는 무게와 품위가 느껴집니다정면을 응시하는 눈빛과 단호한 앞 발안정감 있는 앉은 자세멋지십니다언젠가 꼭 만나 뵙고 싶습니다부모님댁 명랑발랄 냥이도 알바할 나이(?)가 되면 체험학습(?)을 하러 함께 방문하면 좋겠다는 불가능한 상상도 해봅니다.

 

고양이와 함께 있다 보니 고양이가 좋아졌어요.”

 

대화를 한참 나누던 중책방지기가 뜬금없이 고백을 해왔다 중략어떤 게 좋으냐고 되물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책방지기는 답을 했다.

 

전부요전부

 

……맞다어떤 것이 좋은지 물어본 우리가 이상한 거였다.

 

암 투병으로 3달 동안 외로운 시간을 버텨야만 했던 책방지기에게 반려묘 포뇨는 생명줄과 같았다고 한다항암 치료로 힘들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흐느낄 때마다 조용히 다가와 책방지기의 팔을 꼭 잡고 눈을 마주치던 고양이가 없었다면 힘든 시간 견디기 어려웠을 거라고 했다암 투병 기간 내내 포뇨는 밤낮 할 거 없이 책방지기 곁에 머물며 자신을 간호했다고 하는데그 덕에 삶의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사람은 잠깐 위로할 수 있어요. ‘아프지마힘내라고요하지만 고양이는 한결같이 내 곁을 지켜주면서 의지와 힘을 주었어요나를 살린 건 포뇨에요.”

 

사실 집사들은 누군가 고양이 키워요?’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은 하지만고양이가 우리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힘든 순간 옆에서 위로해 주고아플 때 내 옆에 있어 주는 고양이 덕분에 우리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고양이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책방을 하고 싶은 마음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 모두 눌러 담아 다음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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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스타킹 한 켤레 -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세라 오언 주잇 외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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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크 스타킹 한 켤레 A Pair of Silk Stockings(1897) 케이트 쇼팽 Kate Chopin
 
단편이라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치밀하고 숨차게 이어나가는 사건을 통한 심리가 완벽하게 이해되고 안타까워서 정말 한 호흡에 읽었다.
 
서머스 부인이 살아가는 일상의 고단함에, 건전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현실에 적응하려 애쓰느라 처박혀있던 개인이 느껴져 참 먹먹하다.
 
우연히 생긴 여윳돈으로 잠을 못 이루면서 아이들 이것저것 해주려 생각을 거듭하다, 실크 스타킹이 손에 닿는 순간, 감촉이 불러낸 내 자신의 무시되고 거세되었던 욕망과 취향이 걷잡을 수 없이, 바이러스처럼, 확산되고 연계되는 장면들. 해석과 분석과 평가 없이 묘사만으로 전개되는 생생함이 인상적이다.
 
꿈이 깨면, 되살아난 갈망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염려되고 안타깝다.
 
다 해진 낡은 돈지갑이 두둑해진 걸 보자 수년간 누리지 못했던 자존감이 솟아났다. 중략. 보기에는 하루이틀을 몽롱한 상태로 돌아다니는 듯했지만 사실은 이것저것 떠올리고 계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녀 자신은 젊은 시절을 회고하는 불건전한 일을 하는 법이 없었다. 과거에 빠져 있을 시간이라고는 일분일초도 없었다. 지금 사는 일에 온 힘을 다 쏟아야 했다. 미래가 흐릿하고 수척한 괴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면 간혹 질겁하는 일은 있었지만, 다행히 내일은 오지 않았다.
 
서머스 부인은 할인 행사 매대로 가지 않았다. 중략. 면 스타킹을 벗고 방금 산 실크 스타킹을 갈아 신었다. 그녀의 예리한 정신이 작동하지도 않았고, 사리를 따져보거나 그러한 행동의 동기를 만족스럽게 설명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생각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그 고되고 피곤한 작용에서 벗어나, 그녀의 행위를 지휘하며 그녀의 책임을 덜어주는 어떤 기계적인 충동에 몸을 맡겼다. 살에 닿는 실크의 촉감이 얼마나 좋은지!
 
새 스타킹과 부츠와 딱 맞는 장갑이 그녀의 태도를 기적처럼 바꿔놓았다. 그것들로 인해 그녀는 자신감이 생겼고, 잘 차려입은 사람들 무리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그 전체를, 무대와 배우와 관객을 하나의 폭넓은 감각으로 받아들였고, 한껏 흡수하며 즐겼다. 희극을 보고 웃었고 또 울었다. 중략. 연극은 끝났고, 음악도 멈췄고, 관객들이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만 같았다.
 
사실 그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이 전차가 아무데도 결코 멈추는 일 없이 그저 계속해서 한없이 자신을 태우고 가주었으면 하는 그녀의 애끓는 소망, 강렬한 갈망을 알아챌 수 있을 마술사가 아닌 다음에야 말이다.

 
간만에 단편의 묘미와 재미를 제대로 느꼈다. 나머지 단편들도 하루 하나씩만 먹을 수 있는 별식처럼 꺼내 먹을 생각이다.
 
* 그녀 자신은, 그녀의, 그녀는, 그녀의, 그녀의, 그녀는, 쉬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 꼭 필요한 번역이었을까, 빼고 읽으니 훨씬 깔끔해서 참 아쉽다.

어떤 판본으로 만나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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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토피아 - 우주를 닮은 뇌 속으로 여행을 떠나자
조은수 지음 / 뜨인돌어린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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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몇 권인가의 뇌과학인지과학인지신경학 책들을 읽었다이미 사람들은 정신과 마음 현상을 뇌 부위의 기능으로 설명하는 것을 어색해하지도 새로워하지도 않는다이 분야는 이제 자연과학의 울타리는 가뿐하게 넘어서 의사결정’, ‘자유의지’, ‘도덕과 같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질문들에도 모형을 들고 접근하고 있다.

 

전공자가 아니라 깊이는 몰라도 가만 읽다 보면 우주만큼이나 신비롭고 아는 바가 적다는 생각이 든다암흑물질Dark Matter -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때 dark란 어둡다는 뜻이 아니라 모른다는 뜻 이 우주공간의 약 95%. 뇌는 85%가 물뇌연구는 이제 겨우 100여 년우주와 뇌 중 전모가 먼저 밝혀지는 것은 무엇일까연구실험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한 쪽?

 

어린이과학책을 읽으며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 두고

 

여기 연필을 들고 입장 가능한 두뇌 놀이 공원이 있다. ‘를 여행하는 이야기인데 너무나 귀여운 책이다반가운 오즈의 마법사 허수아비가 등장한다여기서 작은 설전이 벌어졌는데오즈의 마법사가 원제가 The wonderful wizard of Oz이고 허수아비는 The Scarecrow라고 아이들은 기억하는데왜 저는 the straw man이 떠오를까요제 뇌에 무슨 일이…….



뇌 과학의 주요한 내용을 정말 유쾌하게 풀어내었다뇌를 말랑하게 해준다는 두뇌 놀이들이 가득한 이런 책을 어릴 때 만날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이 부럽다거부감 없이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고스란히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모습도 부럽다얘들아과학자를 불경죄로 막 죽이던 시절도 있었단다~

 

매일 우주적 스케일의 엄청난 꿈을 꾸지만 기억을 못한다는 슬픈 이야기가 떠오른다아이들은 자신들의 뇌가 가진 가능성들을 무한히 상상해보고 즐거워할까행복할까그들이 꾸는 꿈이 궁금하다.

 

그럼 뇌가 없어 유명한 허수아비는 어떤 뇌를 선택했을까요.


결정적 스포라서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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