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 - 어떤 상황에서든 원하는 것을 얻는 말하기 법칙
리우난 지음, 박나영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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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하는 말에는 그의 종합적인 자질이 반영되어 있다환경지식경험교양성격 등 겉으로 보이지 않는 면까지 말로 표현된다단순히 어휘량이나 지역적 특색의 억양전문 용어 사용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인품이나 인성까지 드러나 상대가 당신을 평가하는 기준을 작용한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까지도 잘 실감을 못하다가 비슷비슷한 이들이 모여 사는 환경이었으니 그랬을 듯 유학 준비로 영국 영어를 배우면서 특히나 계급에 따른 언어가 아직도 이렇게 선명하게 나눠져 있고 구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알게 되었다.

 

영국문화원 강사들은 당연히 영국인들이고 그 중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남성 강사는 식민지 시대 동인도회사 직원을 연상시키는 태도와 견해를 가진 듯했는데문제는 매 시간 발음 수강생들 발음 지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발음은 노동자 계급의 발음이니 주의하라!” 노동자계급출신이라 그렇다고 말해볼까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다음주 강사가 바뀐다는 소식을 들어 꾹 참고야 말았다.

 

어쨌든 그의 설명에 따르면 첫 단어 발음만으로 계급과 학식과 교양과 지역과 기타 등등 인간을 판단한 온갖 정보들이 들린다는 것이다그렇다고 치자따지자면 한국어라고 해도 대화를 해보면 대략 알게 되는 점들도 있다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말하고자 하는 내용보다 그딴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싶어 처음으로 문화원 강의를 택한 것이 시시하고 갑갑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 경험은 마치 예방주사를 맞은 것처럼 타석이 되었고나는 말의 내용보다 형식에 우위를 두거나 우선을 두거나 하는 집착이 흉하다는 것을 잘 배웠다고 생각되어 한참 지난 후 그의 비열한 역할에 일종의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25명 동기 중 국적이 17개라서 발음이 어떠니 하는 불필요한 가르침은 완벽하게 불필요한 일이 된 것도 유쾌했다세상에는 그저 많은 영어들이 있을 뿐이고언제나 흥미로운 것은 역시 내용이었다.

 

사회적 관계나 인간관계가 모두 말로 소통되지 않는가말을 빼고는 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말하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일상적인 말하기way of talking가 아니라 이 책에서 저자가 방점을 크게 두는 사회생활에서 말하기way of speaking 측면들은 더 그러하다.* 의미있는 주장이나 의견을 말한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긴장되고 없던 순발력도 요하는 도전적인 일이다차라리 글을 쓰는 일이 백 배 더 낫지 말하기란 오롯이 혼자실시간으로 전 존재를 드러내는 승부이기도 해서 언제나 능력 이하의 능력만 발현되는 고단한 일이다저자가 제안한 상황에 따른 어휘들이나 표현들은 일독하기에 어렵지 않고 활용도가 높은 예시들이 많다. * 영어 표현은 구분을 위해 내가 첨가한 내용.

 

일반적인 논의를 지나 내 관심이 집중된 상황은 거절의 경우이다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힘들어진다.

 

상대의 부탁을 거절할 때 가능한 우호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품격을 잃어서는 안 된다어떤 방법으로도 도와줄 수 없다면 도움을 청하는 사람의 어려움에 충분한 이해와 동정을 표해야 옳다도와주기 어려운 원인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다른 곳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면 더욱 좋다.”

 

이해를 구하면서 실망과 불쾌감을 최소화하는진심으로 돕고 싶지만 역부족이라는 완곡한 거절법.’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한 번도 제대로 구사해본 적도 없어서 어렵고 난이도가 높다부디 내 깜냥으로 감당이 안 되는 부탁을 받는 일이 없기를 더 간절히 바라본다.

 

설득보다 이해가 먼저다상대를 설득하려면 그를 존중하고그의 의견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상대가 자기 견해를 말하기 시작하면 일단 들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여전히 조바심을 내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고 그래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기도 한다나는 내가 모르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모른다그런데 간혹 누구라도 설득할 수 있다고 덤비는 이들이 있다과도한 자신감의 미숙한 발로인 경우도 있지만설득이 목적이 아니라 당사자는 동의하지 않을 지도 모르나 내 시각에선 - ‘기만’ 과 사기인 경우도 있다어쨌든 그런 태도에 상대에 대한 존중이란 없다참 불쾌한 태도이다.

 

대화에 활용해 보라고 속담을 예시하는데낯선 속담들이 신기했다문득 내 속담 지식은 분명 평균 이하일 거란 자각이 든다.

 

  • 계란에서 뼈를 찾다.
  • 고자질쟁이가 먼저 죽는다.
  • 추어탕 먹고 용트림한다.
  • 받는 소는 소리치지 않는다.

 

우리는 직장이나일상 삶 속에서 계약이나협력 업무등 설득과 협상에서 곤란한 일을 겪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 일 것이다 이때 우리는 경험한 것전해들은 것지어낸 것이야기 등을 자신만의 스토리로 '진솔'하게 들려주자 그러면 상대방과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분명하고 실용적인 목적만이 아니라 인간관계 전반에서 참 중요한 일이다. ‘사연을 알게 되면 친밀감이 상승하고 관계의 성격이 변화한다그래서 우리는 일면식도 없는 이들의 사연을 듣고 공감하고 후원도 할 수 있는 것이다이럴 때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것은 진심이라는 말이 다시 믿기기도 한다그랬으면 한다부디단순하고 명료하게.

 

아마도 세상에 명언은 무수할 것이다문득 떠오른 유재석씨의 명언들이 회자되는 이유는 말만이 아니라 그의 삶을 신뢰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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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짐을 안고 있는 당신에게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민경욱 옮김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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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피로가 피로할 정도로 자주 문제가 된다호르몬 탓이야라고 자가진단을 내린다한들 도움이 크게 되지는 않는다작년부터 물건을 줄이겠다고 결심한 바대로 조금씩 실천하고는 있지만어째서인지 선택지가 여전히 많아 고민이다일상의 고민거리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들도 신경을 찔끔찔끔 피로하게 만든다.일단 더 의식적으로 생활을 단순하게 만들자!라고 일요일마다 하는 결심을 또 하고 나니물건들 빼곤 이미 활동은 지극히 단순하게 살고 있단 생각이 든다일하고 읽고 쓰고메인은 세 개 뿐!

 

최근에 쓰인 책이면 더 좋았을 텐데, 2019년 원작 출간일이라 조금 아쉬웠다지금 내가 하는 거의 대부분의 고민들은 2019년 이후의 상황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운이 좋아 온라인에서 만나게 되는 이들의 삶의 면면을 엿보다(?) 보면당사자의 심정을 절절하게 다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매일 애쓰시는 일들을 불만과 짜증 없이 해내시는 모습들이 참 부럽고 존경스럽다.

 

속고 사는 일이 싫어서 결정을 내릴 때마다 가능한 모든 정보를 찾아보는 습관이 오래 되었는데도 여전히 정보를 알아볼수록 불만과 짜증이 커진다시간과 노력이 아깝다사회적 비용도 아깝다제발 별 것도 아닌데 시스템이 적당히 잘 돌아가게 만들 수는 없는 건지 화가 치민다내용을 들여다보면 사회는 여전히 후진데 말마다 K-를 붙이는 것도 공동체 소속감을 강하게 해서 판데믹을 이겨보자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지긋지긋하다.

 

어제는 영국에 사는 친구가 화들짝 놀라서 한국에 거주하는 필리핀 친구의 하소연을 전해주었다경기도와 서울에서 외국인 의무 검사를 시행하려 했다는 것이다설마…… 이런 파쇼적이고 차별적이고 무지한 제안과 시행을 하겠다고 지자체가 공식 발표를 했다니얼마나 놀랐는지 오랜 친구를 잠시 살짝 의심할 뻔했다.

 

다행히 서울시는 철회했다고 하고 경기도는 아직 모르겠다유학 중에 내가 외국인 한정 의무 검사’ 정책의 대상이었다면 나는 사방팔방에 알리고 UN에 해당국가를 고발했을 것이다. 2021년 한국의 일면이다이러니 차별금지법조차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온다.

 

어쨌든 외국인이라 칭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설핏 떠올리고 맘대로 모욕할 수 있겠다 생각한 모양인데그 외국인에는 상전처럼 떠받드는 다른 이들도 있었을 테고대사관이나 외교관들을 통해 수많은 불만 접수와 항의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간만에 낯이 뜨거워지는 수치심을 제대로 느꼈다.

 

그래서 누적된 피로감과 불만과 짜증과 새로운 수치심에 지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근래에 심리학이나 인지과학 책들을 몇 권 읽었는데이제는 대략 공통적인 내용은 넘어가게 되었다



생활습관 루틴화루틴이 명확할수록 에너지 낭비는 줄어드는 것이 확실하다분노 강도 기록뒤끝조차 귀찮아서 안 한다 생각했는데한번 기록해보면 기억을 뒤집어보니 오래된 분노가 등장해서 놀랐다덕분에 해묵은 감정이 시시해졌다일해야 할 마음이 생기지 않아 힘들 때뭘 하고 싶은 거지라고 묻지 말고 뭘 하고 싶지 않은 거지라고 묻는 법마음이 완전히 이탈하지 않고 집중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그리고 나는 시작해보는 시늉만 내본다가끔은 흉내 내다 가속이 붙어 일이 잘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어차피 해야 할 일해치우는 건 그나마 잘 하는 일이다.

 

제일 재미있는 내용은,

 

주말에는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어야지.’

이래서는 도무지 기분을 전환할 수 없답니다적극적으로 뭔가 하는 형태로 기분을 전환해야 마음이 한결 후련해집니다찰흙은 망가지거나 없어지는 일 없이 계속 가지고 놀 수 있으니까 가성비’ 측면에서도 매우 뛰어난 기분 전환 도구가 될 겁니다.

 

찰흙 주문할 마음이 생길 뻔일본엔 주말에 찰흙 놀이하는 이들이 꽤 되려나 상상해보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저자도 제안한 감정의 객관화 훈련을 할 수 있어 좋았다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중계하듯 지켜보고 바라볼 수도 있지만나처럼 중계 실력이 뛰어난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중계를 편안히 관람하는 방법도 있다나는 정말 별별 일에 다 책에 의존한다 싶은 기분도 들긴 하지만글이란 말보다 객관화된 수단이라 읽고 쓰고 나면 적어도 부글거리던 마음은 확실히 가라앉는다.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모든 스트레스에 내성이 약해집니다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니까 좀 더 사랑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근래에 읽은 이웃의 블로글과 연관되는 “100% 순수하고 고결하려는 집착을 버린다.”란 강박으로 작용하는 통념을 뒤집다는 이야기가 있어 반가웠다. ‘순수란 완벽하게 관리된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물질 이외에 없는데이 단어는 왜 사방팔방에 나타나고 위세를 부리고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환영받기도 하는지 모를 일이다대부분의 경우 순수를 언급하는 이들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느낀다.

 

세상에는 사기꾼같이 지독한 사람들이 있어서 사람들의 고민을 파고들어 고액의 상품을 팔려고 하거나 이상한 종교를 권유하기도 합니다이런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라도반드시 자신의 고민은 스스로 해결한다라는 기본자세를 지키세요이런 점에서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런 선한 의도로 집필하셨다니 덕분에 날을 세웠던 마음이 덩달아 착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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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레벨 업 - 제2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17
윤영주 지음, 안성호 그림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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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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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지겹게 소문이 자자했다본 사람들도 안 본 사람들도폴란드 작가가 쓴 로맨스 소설을 영어권에서 영어판 내놓으라고 닦달을 했다니무슨 일인가 싶었다코로나로 현실 연애가 힘들어져서 그런가 근거 없는 생각도 해보았다.

 

19금이든 29금이든 연애세포가 사망하고 탈상까지 한 듯한 내게는 흥미 없는 이야기였는데재밌는 기록을 보고야 말았다,

 

로튼토마토지수 0%

이런 수치도 가능한가.

 

영화 평점 5.0 소설 평점 9.4

이 차이 뭡니까.

 

원작이 있는 영화를 맘 편히 신뢰하지 못하는 지병이 있는지라, 영화 안 본 편견 없는 깨끗한(?) 눈으로 떠들썩한 베스트셀러 작품을 읽어 보자 싶었다책이라면 읽히기만 해도 된다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어서 주말 오후 읽기 시작하는 순간이 즐거웠다.

 

베이비걸또 뭘 알고 있지?”

 

넌 설명을 들을 자격이 있어꼭 알아야 하는 만큼은 말해주지중략넌 모르면 모를수록 좋아.”

 

이건 제안이 아니야중략내가 원하는 걸 반드시 갖고 만다는 걸 아직도 몰라?”

 

가끔 당신은 내가 누군지 잊어버리는 것 같아중략난 원하는 게 있으면 가져야 해그날이 아니었더라도 머잖아 널 납치했을 거야.”

 

내가 명령할 때마다 자꾸 반대로 행동하려고 한다면중략네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그러니 그 점 명심하고 나에게 반항하지 마넌 벌써 이 싸움에서 졌으니까.”

 

너무 너무 웃긴다뭔가 시대착오적인 극강의 희극공연 대본을 보는 것처럼 웃긴다통증이 올 만큼 미칠 듯이 웃었다. 누가 들을까 난감하다큰일이다범죄 조직 보스가 당당히 범죄 예고를 하는데 웃기만 해선 안 될 텐데…… 이러는 내 정서와 법감정에 문득 고민과 의문도 생긴다……어쨌든 이러려고 읽은 게 아닌데, 29금 로맨스는 어디 가고 웃다가 얼굴에 29금 생길 듯.

 

비 온다는 사실이 좋아서 커피도 두 잔이나 마시며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 Jacqueline's Tears, 베르너 토마스 첼로 연주를 배경으로 듣고 있던 중이라이 모든 불화와 불협이 너무 웃긴다몰입해 보자.

 

지금껏 그 어떤 여자도 나를 이렇게 만든 적이 없었어.”

 

드디어 나왔다! 이런 톤의 문장이 나오길 기다렸다기보다 기대했던 것 같다이 정도로 대표적인 궁극의 클리셰는 오히려 유쾌하다알던 유머인데 들을 때마다 크게 웃을 수 있는.

 

새롭지도 세련되지도 않았는데 전형적인 면들이 끝없이 등장하는 게 소리 내어 웃지 않을 도리가 없이 재밌다환상 속의 여자를 만나 납치 계획을 세운 남자가 뜻밖에 365일의 시간을 준다는 설정도 뭔가 싶고통계 상 0.0001% 정도로 예의 바른 제안이 아닌가.

 

이 남자는 정말이지 모순으로 가득한 존재였다온화한 야만인이라고 해야 할까.”

 

대반전은 여주이다무례하기 짝이 없는 전남친은 해탈한 생불처럼 다 참아 주더니 소위 잘생기고 부유하고 매너 있는 갱단 보스에게는 겁도 없이 마구 대든다전남친과의 관계에서 뭔가 큰 깨달음과 내공을 얻은 것인가아님 다 지겨워서 이도 저도 싫다는데 자꾸만 사귀자고 제안받는 상황에어디 죽여 봐라 싶게미칠 듯 싫은 것인가저기, 모순으로 가득한 존재는 언니 같아요.

 

와인 한 잔을 들고 온 주인 할머니는 이탈리아어로 무어라 말하며 내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이럴 수가무슨 말을 하는지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도 뜻은 너무 잘 통했다남자란 하나같이 개자식이라 여자의 눈물이 아깝다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반전! 480쪽이 넘게 밀당만 하다 끝난다결정은 빠르고 밀당은 길게로맨스 소설이란 원래 이런 것인지본격 로맨스 소설을……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오래 안 읽어서 이게 당연한 건지새로운 건지 모르겠다어쨌든 황당해서 또 크게 웃었다이게 왜 29금인가. 혹시 영화만 그랬나성행위 장면들이 자주 나와서무성애자Asexual들을 제외하고는 발정기가 따로 없는 인간이 늘 하는 일 아닌가. 365일을 성행위 없이 밀당을 했으면 논란이 될 법하겠지만.

 

와..... 엄청 웃었다다 읽었으니 웃음도 멈추고 잠시라도 진지하고 재미없는 얘기를 덧붙이자면각자의 로맨스는 형식도 내용도 천차만별인 것이 당연하겠지만아무리 이 소설이 보고 싶은 장면들이 많은 현실과 동떨어진 해피엔딩을 향하는 순둥순둥한(?) 이야기라고 할지라도여주의 반응이 사랑인지 스톡홀름 증후군인지는 의심해 봐야 한다나는 확신한다그러니 나랑 사귀어야 한다말 안 들으면 가족도 죽이고 너도 좋지 못할 것이다이렇게 말하던 사람이니까.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29금이 맞다. 위험하다! 그래서 이렇게 많이 웃어 놓고 평점은 딱 절반만 드리겠다. 

 

오늘 오전에는 영상을 시청했고 오후엔 책을 읽었다분명 세상에서 가장 느린 미디어매체는 책인데영상이 더 지루했다내게 한정될 경험일지 모르지만읽고 쓰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덜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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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읽기의 힘 - 책 읽기로 인생을 바꾼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복 독서법
김범준 지음 / 반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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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보다 행복한 것은 없다아니다.

책 읽기보다 훨씬 더 좋은 게 있다.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이다.

보르헤스

 

3번 읽으면 이 생기는 법을 알려 주는 책일까어떤 힘일까정독하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려나 기대가 높았다. 며칠 여러 책들을 너무 슬슬 읽는다 싶어 잠시 쉬고 대신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싶었다작정하고 반복해서 독서를 한 건 아니지만 어릴 적(?) 사로잡힌 책들 중 십 수번 읽어 낱장으로 홀홀 떨어져 나간 책들 기억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내 책만 파본이 아니라면이 책은 독서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책이다. 3번이나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내용들은 만났는데, 3번 읽기의 힘에 대한 부분은 잘 못 알아보겠다우선책은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본인은 어떻게 독서하는 지에 대한 방법그리고 책을 다루는 방법이 가장 많이 배분되어 있다.


특히 책의 모퉁이를 접고밑줄을 치고뜯어내고책장을 정리하고’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책장 정리뿐이다나는 책이 완성된 예술품이라 인지하는 버릇이 굳어져서 접거나 밑줄을 치거나 뜯어내거나 할 수는 도저히 없을 것이다문제집이나 퍼즐용 도안들이나 실용서들은 가능!

 

나의 성공에 독서가 기여하는 정도를 묻는가?

절대적이다.

왜 책을 읽느냐고?

책을 읽는 동안에는 청춘이니까.

빌 게이츠

 

성공보다 청춘이 부럽다진심이다.

 

남의 책을 읽는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것에 의해 쉽게 자기를 개선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

 

현명하십니다선생님.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메시지들이나 관련 격언들은 인상 깊게 읽었다그저 내가 기대한 힘이 생기는 실용적인 비법같은 것은 없었고 어쩌면 저자가 3번 읽기의 대상으로 삼는 책의 장르가 살짝 다를 지도 모른단 생각도 든다인문학 책이나 소설 읽기가 아닌듯...... ?

 

내게 추억하는 것만으로 일종의 힘이 되는, 3번 이상 읽은 최초의 책은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이다분량이 상당하고  1962년 정기수 교수 완역본을 부모님께 물려받아 10대에 처음 진지하게 - 정말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으로 - 읽기 시작해서 20대까지 무척 여러 번 읽었다이후에 이번 생에는 불어 원작으로는 못 읽겠구나 깨닫고 서러웠지만 진지하게 배울 엄두는 나지 않았다어쨌든 인문학 도서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3번 읽자는 메시지는 아니다.

 

그럼에도대부분의 책은 30페이지만 읽어도 된다고 하는 내용에선 잠시 눈이 번쩍 뜨였으며퇴근하고 무조건 3분 이내에 책을 집어 든다는 부분에선 이상한 경쟁심도 느꼈다한 시간마다 카페를 옮기며 한 권의 책을 읽는 건 못 따라 할 듯하지만한 권 읽을 시간으로 충분하다 싶어 무척 영리한 방법 같기도 했다.

 

“<총균쇠>를 독파했고

<죄와 벌>을 읽었으며

<논어>를 정독하고도 

우리의 모습이 그 모양그 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책을 잘못 읽은 겁니다.”

 

잘 못 읽었네...... 그 모양 그 꼴!에 나 쳐다보나 조금 놀랐다.

 

책을 잘 읽었느냐잘못 읽었느냐의 기준은 몇 권의 책을 읽었느냐를 갖고 판단한 문제가 아니라오늘과 내일그리고 그 다음의 시간에도 책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바로 이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내가 경험한 영국식 교육법과 평가 기준을 떠올리게 했다. 아시는 이들도 많겠지만 괴테는 문학 작가일 뿐만 아니라 빛의 이론을 발표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Light and Colour (Goethe's Theory of light)를 주제로 학기말 논문을 써야했는데틈만 나면 영국을 떠나고 싶은 나로서는 괴테가 근무한 하이델베르크로 가서 3주 머물면서 쓰리라 계획하고 진짜로 실행하였다겨울의 독일은 좋기도 하고 춥기도 하다




어쨌든 매일 괴테를 떠올리며 무척 진지하게 2주를 바쳐 쓴 글을 담당 교수가 깊이가 없다고 평했다그 충격이란학기말 논문치고는 과분하게 충실한 글이라고 따지고 싶었지만차분히 이유를 물어보니 이것을 배운 후 당신의 무엇이 변했는지가 없어서라고 그런 배움과 글은 얄팍한 것이라고영국의 경험주의 전통을 영원히 혐오하게 될 듯한 광기어린 순간이 지나갔다그렇다고 낙제를 한 것은 아닙니다.^^ 


이후 철저히 경험만 있는 에세이를 써보마어디 한번 평가해봐라하고 3일 동안 쓴 글을아름답게 쓴 멋진 글이라고 최고점을 주는 바람에 당혹스럽게 학회에 실리고 대학 본부에서 감사도 받고...... 동일 교수 동일 학생인데 학점 평가 차이가 커서 그걸 또 조사하겠다고 우르르...... British!

 

삼천포도 모자라 유럽까지 또 갔다어쨌든 저자는 올바른 책읽기라면 성장 혹은 변화를 유도할 힘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무척 바람직한 일이지만 여전히 책을 찢고 분해할 수는 없다.


나를 팽개쳐두고 타인을 위해 산다는 건 거짓입니다중략

책을 통해 만나야 할 사람책을 통해 더 나아져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을 되돌아보기를 바랍니다

과연 무엇을 반복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중요한 점은 자신이 선택한 책이 자기 삶과 연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가치흥미 등과 책이 긴밀히 연관되어야 합니다.”

 

독서란 책과 함께 하는 모든 생활을 포함합니다.”

 

자신의 인생이 바뀔 때까지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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