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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 - 어떤 상황에서든 원하는 것을 얻는 말하기 법칙
리우난 지음, 박나영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3월
평점 :
“그 사람이 하는 말에는 그의 종합적인 자질이 반영되어 있다. 환경, 지식, 경험, 교양, 성격 등 겉으로 보이지 않는 면까지 말로 표현된다. 단순히 어휘량이나 지역적 특색의 억양, 전문 용어 사용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인품이나 인성까지 드러나 상대가 당신을 평가하는 기준을 작용한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까지도 잘 실감을 못하다가 - 비슷비슷한 이들이 모여 사는 환경이었으니 그랬을 듯 - 유학 준비로 영국 영어를 배우면서 특히나 계급에 따른 언어가 아직도 이렇게 선명하게 나눠져 있고 구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알게 되었다.
영국문화원 강사들은 당연히 영국인들이고 그 중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남성 강사는 식민지 시대 동인도회사 직원을 연상시키는 태도와 견해를 가진 듯했는데, 문제는 매 시간 발음 수강생들 발음 지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발음은 노동자 계급의 발음이니 주의하라!” 노동자계급출신이라 그렇다고 말해볼까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다음주 강사가 바뀐다는 소식을 들어 꾹 참고야 말았다.
어쨌든 그의 설명에 따르면 첫 단어 발음만으로 계급과 학식과 교양과 지역과 기타 등등 인간을 판단한 온갖 정보들이 들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치자. 따지자면 한국어라고 해도 대화를 해보면 대략 알게 되는 점들도 있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보다 그딴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싶어 처음으로 문화원 강의를 택한 것이 시시하고 갑갑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 경험은 마치 예방주사를 맞은 것처럼 타석이 되었고, 나는 말의 내용보다 형식에 우위를 두거나 우선을 두거나 하는 집착이 흉하다는 것을 잘 배웠다고 생각되어 한참 지난 후 그의 비열한 역할에 일종의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25명 동기 중 국적이 17개라서 발음이 어떠니 하는 불필요한 가르침은 완벽하게 불필요한 일이 된 것도 유쾌했다. 세상에는 그저 많은 영어들이 있을 뿐이고, 언제나 흥미로운 것은 역시 ‘내용’이었다.
“사회적 관계나 인간관계가 모두 말로 소통되지 않는가. 말을 빼고는 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말하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 일상적인 말하기way of talking가 아니라 이 책에서 저자가 방점을 크게 두는 사회생활에서 말하기way of speaking 측면들은 더 그러하다.* 의미있는 주장이나 의견을 말한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긴장되고 없던 순발력도 요하는 도전적인 일이다. 차라리 글을 쓰는 일이 백 배 더 낫지 말하기란 오롯이 혼자, 실시간으로 전 존재를 드러내는 승부이기도 해서 언제나 능력 이하의 능력만 발현되는 고단한 일이다. 저자가 제안한 상황에 따른 어휘들이나 표현들은 일독하기에 어렵지 않고 활용도가 높은 예시들이 많다. * 영어 표현은 구분을 위해 내가 첨가한 내용.
일반적인 논의를 지나 내 관심이 집중된 상황은 ‘거절’의 경우이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힘들어진다.
“상대의 부탁을 거절할 때 가능한 우호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품격을 잃어서는 안 된다. 어떤 방법으로도 도와줄 수 없다면 도움을 청하는 사람의 어려움에 충분한 이해와 동정을 표해야 옳다. 도와주기 어려운 원인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다른 곳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면 더욱 좋다.”
이해를 구하면서 실망과 불쾌감을 최소화하는, 진심으로 돕고 싶지만 역부족이라는 ‘완곡한 거절법.’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한 번도 제대로 구사해본 적도 없어서 어렵고 난이도가 높다. 부디 내 깜냥으로 감당이 안 되는 부탁을 받는 일이 없기를 더 간절히 바라본다.
“설득보다 이해가 먼저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그를 존중하고, 그의 의견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상대가 자기 견해를 말하기 시작하면 일단 들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여전히 조바심을 내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고 그래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기도 한다. 나는 내가 모르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모른다. 그런데 간혹 누구라도 설득할 수 있다고 덤비는 이들이 있다. 과도한 자신감의 미숙한 발로인 경우도 있지만, 설득이 목적이 아니라 - 당사자는 동의하지 않을 지도 모르나 내 시각에선 - ‘기만’ 과 ‘사기’인 경우도 있다. 어쨌든 그런 태도에 상대에 대한 존중이란 없다. 참 불쾌한 태도이다.
대화에 활용해 보라고 속담을 예시하는데, 낯선 속담들이 신기했다. 문득 내 속담 지식은 분명 평균 이하일 거란 자각이 든다.
- 계란에서 뼈를 찾다.
- 고자질쟁이가 먼저 죽는다.
- 추어탕 먹고 용트림한다.
- 받는 소는 소리치지 않는다.
“우리는 직장이나, 일상 삶 속에서 계약이나, 협력 업무, 등 설득과 협상에서 곤란한 일을 겪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 일 것이다 이때 우리는 경험한 것, 전해들은 것, 지어낸 것, 이야기 등을 ‘자신만의 스토리’로 '진솔'하게 들려주자 그러면 상대방과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분명하고 실용적인 목적만이 아니라 인간관계 전반에서 참 중요한 일이다. ‘사연’을 알게 되면 친밀감이 상승하고 관계의 성격이 변화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면식도 없는 이들의 사연을 듣고 공감하고 후원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것은 진심이라는 말이 다시 믿기기도 한다. 그랬으면 한다. 부디. 단순하고 명료하게.
아마도 세상에 명언은 무수할 것이다. 문득 떠오른 유재석씨의 명언들이 회자되는 이유는 말만이 아니라 그의 삶을 신뢰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