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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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다 부제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 에 끌린 작품이다고백이란 일정 정도의 파격과 혼란을 야기하게 마련이니두 개의 고백이 상승효과를 가져올지 상반되고 상쇄되는 성격일지 성급하게 이야기 구성을 상상해보며 즐거웠다어쩌면 충격과 더불어 감동을 줄 하나의 진실로 수렴되는 큰 축이 될 거란 생각도 들면서고백의 발화자들이 어떤 캐릭터들일까 마치 남의 사생활이 견딜 수 없이 궁금해진 난감한 이웃처럼 조급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렇게 감각적인 글을 쓸까장소들이 포함된 장면들은 무대미술가가 설치한 것처럼 선명하고 캐릭터들은 다면적입체적 그래서 현실적이다아무런 장식이 없어서 이토록이나 완벽하게 불완전한 인물들이 다큐가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다니실수를 반복하고 충동적이고 그릇된 결정을 내리고 도저히 편들 수 없는 행동을 하고 타인에게 선명한 상처를 주는 혼란한 존재들그렇기 때문에 사는 모습이 더욱 궁금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이의 곁에 있고자 했던그 결정으로 인해 온통 상처 입고 상처 주고 오랜 부재로 남게 된 23살의 앨리스로즈의 엄마가 있다어리석거나 밉지 않다어리고 여리지만 자신의 진심에 진실로만 답했던 수많은 상처와 실패를 경험한 이들의 퀼트와 같은 인물로 느껴진다자신만의 사랑은 알아보았으나 자신만의 삶은 살지 못한 교환되지 않는 열기가 머무는 아픈 인물이다.

 

앨리스는 내심 결혼이라는 개념에(상대와 하나하나의 새로운 사람이 되는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여겼다생각해보라그런 식으로 자신을 소멸시키고 모두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니계속해서 한 사람으로 살기는 너무 힘겨웠다사려 깊고 상냥한더 나은 사람을 발견하고내 마음이 그날 밤 상대의 곁에 누워 있기만 하면 변화한다고 상상해보라두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걸어가는 느낌이면서도 상대의 인도를 받는 것을 상상해보라그렇게 쉬운 일이 있다니!”

 

앨리스는 자기 목소리에 아무런 열의가 없고그럴 가망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중략앨리스는 자신도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적어도 둘 중 한 사람은 정직해야 할 것 같았다.”

 

엄마의 부재로 인해 심리적 결핍을 깊이 경험했고자신의 존재를 평가 절하하는 과정을 거쳐결국엔 자신의 정체성도원하는 바도행동의 동기와 동력도 찾지 못한 딸로즈가 있다엄마의 부재가 좀 더 위안과 격려가 되는 상상력으로 전환되어 자신만의 모험을 떠나고 삶에 굳건하게 자리를 찾아갔다면 좋았을 테지만, 35살이 되어서도 로즈는 여전히 단서라고 생각하는 것을 좇아 부재하는 엄마를 찾아 나서야만 했다. ‘가진 적이 없어 그리워할 수도 없다는 자신의 말에 반한다는 의식도 미처 없이.

 

내가 누구인지대체 나 자신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누구나 상실이 있고 부끄러움이 있고 집착이 있지만남들은 어떻게든 극복하는 것 같았다그들은 어떻게든 해낸다포기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삶을 꾸려나간다나는 그러지 못했다중략내 손으로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내게 일어난 중대한 일은 단 하나였다나는 어머니가 곁에 있어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60년대와 80년대라는 간극은 길기도 짧기도 한 시간이다격랑과도 같은 시절을 맞이한 나이도 다르고 결과적으로 선택도 달랐지만 앨리스와 로즈가 선택하고 기피한 모든 과정들이 아주 섬세한 심리 묘사와 잘 표현된 유려한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소설적 분위기가 둘의 혈연적 관계를 확인해주는 듯 유사하다덕분에 나는 이들과 심정적 거리가 무척 가까워져 애정을 배제하고 삶을 바라볼 여지가 점점 줄어들었다.

 

자신만의 삶을 살지 못하는 모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런 정확한 문장들에 자신의 삶을 표현할 내용을 공유하는 이들은 공감할 수 없는 인물들일 것이다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이지도 못한 채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대부분 마음이 가난한 채로 살고 있는 중이다그래서 이들의 여정을 마음을 졸이며 따라 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들과 삶의 결을 달리하는 콘스턴스의 냉랭한 성격마저 어쩐지 이야기 속 인물들의 불완전함에 완벽하게 어울린다사회적으로 인지되지 못한 아픔으로 인해 겪어야하는 괴로움과 외로움과 온갖 심정과 차디찬 현실을 아무리 애써 봐도 이해와 공감이 어렵겠지만동성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부재한 60년대그는 모든 이유로 힘들었을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콘스턴스는 바로 그 상처들로 인해 소설로 거둔 성공이 제공한 새로운 환경에 그토록 쉽게 흔들렸는지 모른다상처받은 만큼 상처주기 쉬운 성격으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오만한 성격으로 길들여진 감정에 휘둘리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때론 감추고 싶었고 두려웠으므로 당시의 콘스턴스를 통과한 진심과 진실은 본인조차 낯설게 뒤틀린 형태로 발산되었는지 모른다.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나 후회를 밀어내주죠좋든 나쁘든 간에요모두 언제나 변해요그러니까 동등하지만 상이하게 풍요로운 두 길똑같이 고난을 겪을 두 길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해봐요그 생각에 익숙해지면어느 길로 가더라도 성공과 실패를 다 겪을 거라고 여기게 되면그땐 마음을 정할 수 있을 거예요.”

 

인간은 실제로 잃기 전에는 무엇을 잃을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워요후회할 줄 몰랐던 결정을 후회할 준비를 해야 하죠하지만 내 경험상 후회가 결코 영원하지는 않아요.”

 

삶이 갈라지는 날선 한 지점에 섰을 때도움을 구하거나 청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인간은 견디거나 포기하거나 해결 어떤 형태로든 할 수밖에 없다콘스턴스가 시대의 한계에 부딪혀도 가만히 있지 않고 애썼던 삶을 살았다고 한다면앨리스나 로즈 역시 애쓰며 살려 했다제 의지와 존재를 때론 배반하고 외면하는 삶과 힘겨루기를 하다 앨리스는 어디로 흔적 없이 사라진 것일까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전형적인 안부 한 조각이 없어 내내 마음이 쓰렸다.

 

살아 있으려고머리를 수면 위로 내놓으려고 애쓰는 행동에 날마다 짓눌리는 걸 느낄 수도 있다하지만 그래도 나아가고 싶다이것이 바로 당신이 만드는 당신의 이야기니까너무나 불완전하고이따금 너무나 그릇되고 불행할지라도.”

 

그렇다면 로즈가 콘스턴스의 소설 속에서 자신의 엄마 앨리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 것은 간절히 보고 싶었던 로즈의 기대가 어떻게든 찾아낸 결과일까그렇다고 믿어버린 오롯한 허구일까진실은 사실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작가는 소설에 자신을 써넣으니 원래의 생각이 아무리 바뀌어 새 형태를 띤다 해도여전히 그 속에 어느 정도의 진실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기대한 내용도 아니지만, ‘딸은 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런 메시지는 이 소설에 없다양보도 타협도 없는 상처들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긴 여정이라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 손톱자국이 남을 만큼 긴장하며 추리소설을 읽듯 작가가 섬세하게 파고든 이들의 삶을 찾아다녔다

 

내 행복보다는 타인의 행복을 훨씬 더 강렬하게 맛볼 수 있는 느낌이다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말할 수는 없을 테지만끊임없이 발전하려 노력하는 데 지쳤다내가 가진 숱한 시시한 자아 사이에서 최고의 자아를 찾으려 노력하는 것도.”

 

힘들구나누구나 이런저런 결함들을 가진 불안한 존재들로 존재하는데 우물쭈물 삶을 낭비하지 말고 최선의 삶을 찾아야한다고 하니찾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짧은 일생 찾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나 그 과정이 이렇게 처절한 분투인 것이 서럽다.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우주의 진화의 방향이 무심하게도 그러하다원자들이 생겨나고(물리학), 원소들이 끊임없이 결합/분해되고(화학), 유기화합물들이 생겨나고(생물학), 독특한 원자 결합체인 인간이란 생물종에게서 복잡한 사고가 가능한 의식이 출현하고(철학). 우주는 그렇게 최대한 복잡해지는 방식으로 팽창하고 식어가다 소멸할 것이다.

 

그러니 인간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혼란스러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우주의 시작점을 비로소 알게 된 이후가 아니라면 최선의 형태는 사로잡히는 시간이 잠시 잠깐인 경우일 것이다어머니란 한 인간의 시작점이므로 엄마의 부재로 상실한 에 대한 질문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와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이다


우리 모두는 알고 싶다내가 존재하는 이유를모체로부터 분리되어 독립한 나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로즈가 자신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로라로 행세하면서 점차 로라와 닮아가는 것은 애초에 그 인물을 창조한 개념이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기 때문이다작가는 코니를 통해 로즈만이 아니라 인간의 오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어떤 개념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해요자기 자신을 찾고 있었던 거죠.”

 

 

코니에게.

 

사랑하는 로즈.

 

초록 토끼래빗이라 불린 여인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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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화학 -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과 14가지 독약 이야기
캐스린 하쿠프 지음, 이은영 옮김 / 생각의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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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소개하는 캐스린 하쿠프의 책이번엔 저자의 전공인 화학입니다화학 개론서가 아니라 애거서 크리스티가 살인도구로 사용한 독약들과 관련된 화학이야기입니다원제 A is for Arsenic 를 보고 즉각적인 전율이 흘렀습니다연쇄살인마가 알파벳 노래처럼 부를 듯 섬뜩 끔찍한 느낌입니다.



CSI의 독극물분석팀의 일원이 된 기분을 느끼며라는 의문을 매번 품기도 전에 정신없이 막 따라 읽었습니다독약은 14살인마도 14인체 내 반응 분석실제 독살 사건 일화그리고 TMI가 아닐까 중간에 잠시 제정신이 들기도 한 독약들의 입수주입검출 방법들이 담겨 있습니다.*

 

부록독약과 화학 물질의 구조이것은 논문의 별첨 자료가 아닌가 합니다멋지십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작가는 자신이 알고 있던 화학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신나게 작품들에 활용했다고 합니다. 20세기 한 때 화학을 불성실하게 부전공한 독자로서 있는 힘을 다해 이해하(려 노력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화학자가 분석하고 정리해준 내용이라 그런지 엄청 재밌고 다 말이 되는 듯해서중간 중간 마구 달아오른 흥분과 몰입에 당황하며 나는 독약을 사용하는 살인마가 아님을 자꾸 상기해야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재밌는 추리미스터리 작가로만 알아온 저자 - '범죄의 여왕데임 애거서 메리 클래리사 크리스티Agatha Mary Clarissa Christie(1890~1976)의 현실 위엄을 제대로 실감했습니다젊은 날 제가 단편의 휴가지 설정이 어떠니 저떠니했던 그런 불경한 말 따위 못 들으셨을 거라 믿습니다.



잘 몰라서 다 알아차리지 못한 작품의 매력을 이 책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애거서 크리스티가 특히 애용한(?) 청산가리potassium cyanide는 무려 10편의 장편과 4편의 단편에 등장했고희생자는 총 17명이라고 합니다그렇다고 모두 청산가리를 막 먹여서 죽인 건 아니고직접 주입하기도 하고술이나 후자극제(smelling salts), 담배에도 탔다고 하네요이 책에서 아주 자세하고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는 비중이 큰 독약이고 모든 내용이 흥미진진 재미있습니만한 가지청산가리 공급원을 애거서 크리스티가 매우 정확하게 작품에 묘사한 이유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청산가리로 최초 살해되는 로즈메리가 등장해서 마음이 짠한 표지도 좋고

치명적 능력을 모른 척할 수 있는 사람 없다는 듯 

봐라~! 하고 그려준 노골적인 표지도 대단합니다.

 

빛나는 청산가리Sparkling Cyanide는 오디오북으로도 제공되고 있습니다오디오북을 들으며 이 글을 쓰니 기분이...... 오묘하게 좋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412


토요일 오후 짧은 외출에서 무척 인상적인 장면을 보았습니다. 20대 초반 정도로 짐작되는 청년이 건물에 기대서서 마스크를 내리고 휴대폰 화면을 스크롤하며 연초담배를 피고 있었습니다흡연 장면을 굉장히 오랜만에 본 기분이었습니다제가 20대일 때는 실내에 담배연기 자욱한 것이 일상인 시절이었습니다.



빛나는 젊음과 건강이 아까운 마음이 스쳐갔지만이 따위 세상 공기땅 골고루 오염에 코로나 판데믹 등등 -을 물려준 기성세대로서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미래 따위 모르겠다막 살아보자한 적은 없어 억울한 면이 없지도 않지만누가 더 억울한지 정확히 따져보자면 풍요와 희망과 꿈과 기대 등등을 길게 누려본 적 없이 이런 현실을 맞은 젊은이들이 훨씬 더하겠지요그들의 미래를 우리가 모두 당겨쓴 것이 부디 아니었으면 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니코틴nicotine을 살인도구로 사용하는 작품은 3막의 비극Three Act Tagedy이 유일합니다작품 속 희생자는 세 명이었지만작금의 현실에서는 매년 수천 명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캐스린 하쿠프 저자가 정리했듯이 니코틴은 중독을 유발할 뿐이고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다른 화합물들입니다담배에 포함된 화합물들의 종류가 발표되었을 때 어떤 흡연가는 가격 대비 그렇게 많은 물질을 넣어 만들었을 리가 없다고 부정했다는 웃픈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중언부언으로 책 소개는 부족한데 분량만 긴 글입니다어차피 다 소개는 무리마음을 편히 하고 마지막으로 누군가는 혹시 재미있을 지도 모를 과 관련된 제 일화를 소개합니다.

 

오래 전 영국에서 공부하던 시절마침 초청 교수들도 함께하는 금요일이라 매주하는 스와레soirée, 작은 파티를 조금 크게 한 적이 있습니다아주 멋진 케익도 구웠습니다(제가 아니라 파티셰 (patissier)).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누군가가 케익 주위로 독성아이비poison ivy 잎 장식을 했습니다잎 모양이 예뻐 보였나요?



다들 각자의 알코올을 즐기며 환하게 웃으며 왁자하게 얘기를 나누는 중이라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누군가 잘라서 주면 잘 보지도 않고 그냥 먹었을 지도 모릅니다케익이 남는 일은 거의 없으니 그날도 분명 대부분이 먹었을 지도 모릅니다.

 

우연히 다른 음식을 보러가던 학교 직원이 케익을 발견하고 바로 서빙을 중단시켰습니다놀라긴 했지만 파티에 재미를 더하는 정도의 일로 생각하고 심각성을 몰라 누가 한 짓이냐고 호탕하게 웃으며 넘어갔는데……월요일 아침 교직원 학생 전체 회의 참가를 요청 받았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확실한 영국인들이 감정을 표정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일은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장은 말 그대로 창백한 얼굴이었습니다그렇다고 막 흥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엄청난 이슈가 될 수 있었던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차분한 충격과 분노를 담아 우아하게 얘기하시더군요.

 

식물학생물학화학생태학 등등 다 더하면 학위가 수십 개는 될 전공자들과 저명한 교수들까지 포함한 모임에서 독성 아이비조차 구분하지 못해 자발적으로 섭취한 뒤 중독 증상이 보고되었다면…… 일단 신문에 대서특필되었을 거라고기사 제목은 아마보라독성 아이비도 구분 못하는 멍청한 OOOO 대학의 학생들과 교수들을이들은 무엇을 연구하고 있나!

 

회복 불가능한 오명으로 학과와 학교의 명성이 처절하게 망가지고 연구 지원 후원 자금 다 끊기고 모두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가는 대량해고사태가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고.

 

아무런 피해가 없어서 그래도 대부분은 웃고 말았지만<죽이는 화학>을 읽으며 애거서 크리스티를 다시 만나고 독살 이야기를 계속 읽다 보니 기분이 묘합니다아이비 장식을 한아무도 찾아내려 하지 않았던 인물은 누구였을까요널리 알려진 독성 식물인데 어째서 그런 불필요한 장식을 정성스럽게 꼭 해야 했을까요실수가 아니라 의도가 있었을까요왜 아무도 누군가가 케익을 장식하는 장면을 보지 못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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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과 실 - 잡아라, 그 실을. 글이 다 날아가 버리기 전에
앨리스 매티슨 지음, 허진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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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이 무엇을 뜻하는지 재밌게 신나게 상상해 보시겠어요?

(답변을 댓글로 해주실 이웃 분들께 미리 심심甚深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세계 책의 날무슨 책을 읽을까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 이 책을 읽었습니다지금 제게 있는 읽지 않은 책들 중에 책읽기가 아니라 책쓰기에 관한 유일한 책입니다.

 

당신에게 단 한 권의 글쓰기 책만이 허락된다면 이 책을 선택하라

글쓰기가 시간낭비처럼 느껴질 때야말로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순간이다

연을 날리는 건 자기검열에서 벗어나는 것

외부의 억압과 자기검열이 여성들을 침묵하게 만든 것

엉뚱하고 황당한 생각이 떠오르는 나른하고 방탕한 시간과 방종한 글쓰기

다른 인물이 되어 온갖 사건을 일으키는 용기

쓸 수 없는 이야기는 없다

침묵을 강요하는 가족과 친구를 멀리하라

당신의 글을 사랑하는 동료들을 만나라

 

저자의 말투 그대로는 아니고 제가 살짝 정리한 내용이지만 어투와 자신감과 목소리의 높이가 느껴지시지요힘찬 연설을 읽는 것처럼 시종일관 열심히 들려주는 특이하고 드문 열정적인 책입니다북토크 사회보시는 것 보고 한 눈에 반한 김하나 작가님이 자꾸만 떠오르기도 했습니다사회 천재!십니다심지어 중간에 작가님 큰 목소리에 진심으로 화들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나는 작가이고내가 쓴 이야기는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그러니 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이것이 바로 소설가가 갖춰야 할 자신감이다.

 

제가 아는(?) 작가님들 중에 공개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신 분은 없지만 은밀히 솔직하게 내면으로는 다들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실지도 모른단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어쩌면 당연하고 당연한 말인지도 모릅니다그래야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그리고 작가가 자신의 글에 대해 이 정도의 자신과 애정과 확신이 있어야 독자도 읽고 싶지 않을까 합니다그러고 보면 저는 누가 별거 아닌데 준다고 하면 별로 받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별 거도 아닌 거 왜 나 주는 거지싶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해칠까 봐 소설에 유색인을 등장시키지 않는다고 말하는 백인 작가들을 본 적이 있는데그러면 사회 구성원이 모두 백인인 기분 나쁜 소설이 나온다한계를 정하면 본인의 상상력에도 좋지 않다이야기를 만들 때에는 자유롭게 누구든 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모든 이야기를 써도 괜찮지 않을까우리가 당사자일 때도 그렇지만 당사자가 아닐 때에도 말이다.”

 

저자가 도전하고 싶어하는 여러 제약들경계들한계선들에 대한 내용들이 간결하면서도 신중한 방식으로 소개됩니다가령 내가 당사자가 아니고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라도 쓰고 싶으면 일단 쓰고 그들에게 물어봐서 잘못된 것이 있는지 확인만 하면 좋겠다는 것이지요이는 일견 쉽고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글 속에서 특정 인물들을 얼마나 자주 심하게 왜곡하는지를 떠올려 보면어쩌면 많은 이들이 물어보는’ 단계를 고려조차 하지 않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 역시 부족한 자신감으로 글 쓰는 일을 시작부터 두려워하고 온갖 자기 검열에 해당하는 이유들을 그러모아 스스로를 주저 앉혔습니다다행히 13년간이나 지속된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키워나간 우정과 격려와 사랑과 연대가 저자 앨리스 매티슨을 일으켜 세워 자신의 글을 쓰고 출판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합니다아무리 사소해도 거절은 두렵고 상처가 되겠지만그 과정이 없으면 어떤 문도 열리지 않을 것이 자명합니다.

 

피드백을 받고 글을 수정하는 건 작가라는 직업의 당연한 의무이다

작품을 여러 번 수정하는 건 당신에 대해 무엇도 증명하지 않는다

 

이 책은 글쓰기 아이디어 찾는 법탈고하는 법출간하는 법 등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들만 가득한 책은 아닙니다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그러니까 책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를 위해 쓴 것이 아니라 정말로 글쓰기를 원하는 이를 위해 쓴 책입니다일기가 아니라 출간할 소재의 글을 쓰길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탈탈 털어서 꼼꼼하게 실용적으로 조언을 하고다감한 위로와 격려를 더합니다등을 천천히 슬쩍 밀어 주는 힘이 느껴집니다.

 

여성 작가는 어머니가 아프면 글쓰기를 그만두고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남성 작가는 어머니가 아프면 더 열심히 노력해서 뉴요커에 글을 팔아 어머니의 약값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운 좋게 만난 여러 이웃분들 중에는 멋진 글을 쓰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그래서 가끔은 블로그 포스팅이 재능의 감옥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다음 포스팅 글에 밀려나는 것이 무척 아까운 문장들도 많이 보았습니다실은 제 눈에는 거의 모든 글들이 그렇기도 합니다여기서 잠깐제가 변별력이 없을 거라 의심마시고 자신의 빛나는 문장들과 재능을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옛날 옛적 드라마에서처럼 글이 잘 안 써져서 머리칼을 막 움켜쥐었다가 종이를 팍팍 구겨서 던지는 이미 바닥에 잔해들이 가득! - 그런 사치스러운 글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방식의 글쓰기를 하는 거라면저는 이왕이면 더 많은 분들이 더 쒸잉날아오르는 글을 지금보다는 좀 더 자주 쓰셨으면 하는 조용한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든 응모도 막 해보시면 좋겠습니다마감일이 지정되어 있고작가가 심사하는 글을 써본다는 것은 분명 도움이 많이 됩니다어쩌면 자신의 글에 대한 진지하고 깊이 있는 심사평을 들을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

 

저는 글쓰기 연습을 위해 몇 번 무모한 도전을 해보았습니다글다듬기에는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혼자서는 모든 게 다 아까워도 응모할 글이라 생각하면 과감하게 핵심에 핵심만 남기고 슬쩍 늘어지는 내용들을 쳐낼 수 있기도 합니다너무나 속상한 일은 그런 후의 글 모양새가 훨씬 낫다는 점입니다.

 

저는 창작에 진지하고 솔직한 갈망과 애정을 가진 쪽은 아닙니다. 1차 창작물을 읽고 배우고 의견을 세워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쪽입니다그렇다고 진짜 비평을 쓸 지식과 필력은 없습니다서평이란 표현언제나 체할 듯 무겁습니다. ‘감상문이 어떨까요. 그래서 연습 삼아 응모한 글이 상을 받자 그만 사기꾼증후군Imposter Syndrome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좀 진정이 되고나니 제가 아무리 애써 얄팍한 수를 썼다고 해서 심사하는 이들이 홀랑 넘어가실 분들이 아니라는 제정신이 돌아온 판단이 다행히 들기도 했습니다.

 

제 경험과는 별개로 창작에 진심인 분들은 반드시 응모해 보시길 권합니다글은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끝까지 쓰자는 마음그것이 없이는 결코 태어나지 못할 생명이라 생각합니다. 뭐 다른 일들도 마무리가 다 중요하지요.

 

세계 책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주말 밤이라 마음이 슬렁슬렁 놀고 싶습니다그래봐야 책 읽으며 놀겠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집중력이 약하고 띄엄띄엄한 글이 되겠습니다그래도 마무리를 해보자면글을 쓰는 재능과 소망을 가지신더 많이 더 잘 써서 많은 독자들이 읽어 주기를 바라는 분들을 응원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썼고 저도 비슷한 마음으로 소개드립니다미래의 작가님들세계 책의 날을 맞아 자신이 원하는 책을 상상하고 만들어나가는 멋진 계기를 만나시길 응원합니다.

 

그럼 질문과 관련된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나는 강렬한 감정과 상식이라는 인식의 두 가지 모순적인 상태를 모두 놓지 않음으로써 어느 정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감정은 진짜였고 나는 그것을 더 괜찮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나에게 필요한 것은 방종과 통제즉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연과 조금씩 풀어 주다가 필요할 때는 잡아당기는 실이었다실은 연이 날아가게 놔두지만 놓쳐 버리지 않게 잡아 준다.”


The Kite and the String: How to Write with Spontaneity and Control (and Live to Tell the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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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인류 - 균은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켜왔나
박한선.구형찬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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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팬데믹 지구에서 살아왔습니다코로나19 유행으로 팬데믹이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수많은 팬데믹에서 낯선 목록이 하나 더해진 것뿐이죠.”



지금까지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 수를 모두 합치면 500억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그 중 절반 이상이 감염병으로 죽었다고 합니다그 원인에는 기원전 약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인간과 만난 1400여종의 감염균이 있었습니다.

 

제목처럼 이 책은 인류가 감염병과 싸우고 적응하고 공존하며 진화한 역사를 다룹니다그리고 그 진화는 질병과 직접 연관이 있는 면역 체계나 유전자 단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인간의 감정인지행동패턴종교적 관습사회문화적 금기성관계와 관련된 도덕적 기준 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며 시차를 두고 읽은 인류학인문학생물학의학 도서들이 이 주제 덕분에 모여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대화를 나누는 듯한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그중에는 충격적(?)으로 생소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의학적 지식들 항원항체경체인중체인 구조 등등 이 있기도 하지만 포기나 좌절하지 말고 내용을 살피고 계속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수로 나누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미생물과 인간은 수억 년에 걸쳐 공진화했고 일부는 인간의 몸속에 자리를 잡아 살고 있습니다인간의 세포 수는 37조개(학자에 따라 20조개에서 70조개로 달라지긴 합니다만), 우리 몸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은 100조 개이 정도면 인간은 공생체라 불려야 하지 않을까요.나는 나 혼자만의 존재가 아니었습니다혼자여도 혼자인 기분이 안 듭니다.

 

인류를 괴롭히는 1400여 종의 병원체 대부분은 인류 스스로 불러들인 녀석들입니다의도한 것은 아니지만인류의 진화사는 곧 감염병의 진화사입니다인류 스스로 끊임없이 감염병을 만들고만들어낸 감염병을 두려워하고그 원인을 애꿎은 곳에 전가하면서 증오와 혐오공포에 시달렸습니다그러면서 효과가 미심쩍은 규율과 규칙교리와 의례를 만들어그걸 지키지 않는 사람을 배제하고 추방하고 죽였습니다이러한 증오는 집단 수준에서 거대하게 증폭됩니다.”

 

인도에서는 소의 오줌이나 똥을 몸에 발랐다.

이란에서는 공업용 알코올을 마시고 700명이 넘게 사망했다.

한국에서는 마늘과 김치에 대한 보도들이 급증하고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신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외에도 언뜻 요오드말라리아약예방 목걸이물마시기 등이 떠오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회적 갈등과 심리적 고통을 보면서역설적으로 우리 조상의 삶우리 조상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원시의 인류가 역병에 접했을 때 보이던 행동입니다바로 지금 우리가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는 우리 안의 원시인입니다.”

 

<총 균 쇠>를 읽으신 분들은 아시는 내용이겠지요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농업혁명이라는 것이 인류에게 가지는 의미를 전복한 충격적인 주장이 이 책에서도 인용됩니다. “그동안 우리를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끈 결정적 단계로 믿었던 농업의 도입이 사실은 여러 면에서 도무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재앙적 선택이었다.” [인류역사상 최악의 실수] 실수들 중 하나도 아니고 최악의 실수라고 합니다.

 

집 주변에 가축과 곡물을 키우기 시작했고음식쓰레기도 쌓였습니다분변과 오물이 넘쳐났습니다자연스럽게 쥐와 모기파리가 찾아왔습니다물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도 더부살이를 시작했죠.”

 

그래서 현재까지 추정하는 최초의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은 아마도 기원전 8000년경이라고 합니다이 시기는 신석기 시대가 시작되었던 시기입니다.



감염병이 크게 유행하는 상황이라면 오염강박이 심해집니다오염강박을 자극하는 단서와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입니다감염병의 위험과 현황을 보도하는 각종 매체에서 온통 더러운 이야기가 쏟아집니다오염강박 환자에게는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중략도시를 활보하는 원시인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과거 조상이 살던 원시시대의 방식을 여전히 고수합니다감염병 상황에서 타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쉽게 일어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사회에서 격리시켰다.

세종대왕 때 나병으로 불린 병이 제주도에서 크게 유행하자 환자들을 격리시켰다.

치료약이 개발된 뒤에도 한국에서는 한센병 격리를 계속했다.

- 1978년에는 에 따라 한국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격리강제 정관수술강제 임신중단수술이 진행되었다.

- 2020년 판데믹 이후 대한민국의 방역은 혐오와 격리와는 완전히 결별한 방식이었나요?

 

감염병과 맞서 싸우며 인류가 체득한 진화적 산물로서의 혐오와 배제는 현대에 와서 오작동을 할 때가 많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합니다실제 감염이나 오염된즉 위험 대상에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비슷하다고 판단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는 대상에게도 작동하는 오염강박 오염을 피하려는 강박적인 사고 사례들이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전 세계 곳곳에서 일상의 아무 때나 혐오에 기인한 테러를 당하는 이들이 있지요그 입장을 상상해보면 얼마나 두려울지 안타깝고 아픕니다.

 

마치 신체의 과민 반응처럼 느껴지는 이 사회현상은 두려움과 불안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심리의 발동처럼 느껴져 모두에게 안타깝기도 하고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변명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행동기제의 유형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나또한 일정 정도의 강박이 전혀 없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어서 심란하기도 합니다부디 오래 제 정신을 유지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

 

(피르호)는 이른바 공중보건을 창시한 사람입니다공공보건제도를 만들고 식품위생법상하수도 개선 등 거대한 사회 개혁에 나섰습니다중략피르호 본인도 위대한 병리학자였습니다독일 국민의 건강은 좁은 의미의 의학이 아니라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의학을 통해서 보장될 수 있었습니다.”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정치는 대규모의 의학에 불과하다.

사회과학으로서의 의학은 이론적 해결책을,

정치와 인류학은 실제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루돌프 피르호 Rudolf Virchow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28&aid=0000140116


"의학의 역사를 통틀어 한 사람이 이렇게도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경우는 극히 드물다. 1821년 프러시아에서 태어난 루돌프 피르호(Rudolf Ludwig Karl Virchow)는 1902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세포병리학의 창시자사회개혁가정치가인류학자사회의학의 원조 등 다양한 타이틀을 얻으며 명성을 날렸고이 모든 분야를 의학에 통합시키고자 노력한 이론가이며 행동가였다."

 

이 신문 연재를 읽을 때만 해도 판데믹 상황에서 다시 소급될 거란 상상은 못했습니다질병이 아니라 사회구조 전체를 조망해서 필요한 체제를 현실화시킨 엄청난 인류사적 업적에 대해 뒤늦게나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 번 반복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감염병의 역사입니다중략또한 감염과 관련된 강력한 불안과 두려움공포강박의 심리적 반응그리고 혐오와 배제차별의 사회적 반응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다 같이 힘내자고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승리극복근절이란 용어들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 어느 것도 적어도 현재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어쩌면 그런 표현들은 오히려 사실을 가리고 진실을 받아 들여야하는 우리에게 유예 기간만 늘리는 적합하지 않은 표현들일 지도 모릅니다바이러스로부터 모두가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두려워하며 다 포기하기에도 이릅니다두려웠던 신종 플루가 독감으로 관리되는 것처럼예방과 치료를 병행하며 공존할 길이 마련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왜 못하냐고 소란스럽게 구는 일유한한 자원과 인력을 낭비하는 일에 모든 힘을 다 쓰지 말고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많은 일들에도 적절하게 사회적개인적 자원과 에너지를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또 다른 실천일 수 있지 않을까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과 판데믹 이전에도 중요한 문제들이었던 수많은 의제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어쩌면 더 악화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잠시 생각해보니 여러 개가 떠오르네요사회 공통의 것들도각자에게 중요도가 다른 개별적인 것들도.

 

작년 말과 새해 초에 내가 생각하는 시급하고 중요한 목록들을 한번쯤은 정리해서 써 두고 싶었습니다벌써 목록들 순위가 바뀌기도 하고 지워지기도 새로 생기기도 합니다사는 것이란 그런 변화이기도 하지요지금여기 밖에 가진 게 없는 유한한 삶을 살고 있으니 솔직한 나의 우선순위를 알고 기억하고 그에 따라 살아보려 애쓰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마음먹은 대로 다 살지는 못하지만 가끔 별다르게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생각도 합니다.

 

인간들은 늘 똑같은 것이다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힘이고 순진함이기도 하다중략의사 리유는입 다물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무리에 속하지 않기 위하여페스트에 희생된 그 사람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기 위하여아니 적어도 그들에게 가해진 불의와 폭력에 대해 추억만이라도 남겨 놓기 위하여그리고 재앙의 소용돌이 속에서 배운 것만이라도즉 인간에게는 경멸해야 할 것보다는 찬양해야 할 것이 더 많다는 사실만이라도 말해두기 위하여지금 여기서 끝맺으려고 하는 이야기를 글로 쓸 결심을 했다.” (<페스트알베르 까뮈마지막 내용.)

 

감염병이 아니라하더라도 자신의 정확한 수명을 아는 이는 별로(?) 없을 테지요그러니 중요한 일하고 싶은 일좋아하는 일후회와 아쉬움으로 남기고 싶지 않은 일부터 하면서 살고 싶지 않으신가요저는 인류가 좀 더 자신에게 집중하면 타인을 향한 과장되고 격앙되고 부당한 관심과 혐오와 차별과 폭력도 조금은 줄지 않을까 그런 희망적인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잠시 착한 마음이 든 것은 이 어려운 이야기를 두 저자께서 무척이나 다정한 어조로 들려주셨기 때문입니다읽고 나니 어쩔 수 없이(?) 내게도 그 다정함이 묻었나봅니다정확한 정보 전달 이상으로 애쓰시며 농담과 비유와 반전까지 열심히(?) 담아서 재밌게 읽으라고 만들어 주신 책이란 느낌이 듭니다.

 

오직 제가 야기한 혼란한 틈에서 냉큼 제 이익을 취하려는 계산에만 뜻이 있어정보가 가짜이건 악의가 있건 개의치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럽고 두려워할 것은 안중에도 없이 떠들어대는 비열한 범죄 수준의 가짜 혹은 유해한 뉴스보도들 말고친절한 이 두 저자가 들려주는 자상한 설명을 대신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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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진스키 - 인간을 넘어선 무용 현대 예술의 거장
리처드 버클 지음, 이희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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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니진스키에게 점프할 때 당신처럼 공중에 머무르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처음에는 니진스키가 그 질문을 못 알아들었지만 곧 매우 친절하게 아닙니다아닙니다어렵지 않습니다당신도 그냥 높이 뛰고서 그 위에서 잠깐만 멈추면 됩니다라고 했다.

 

구태여 확인하진 않았지만 3,000쪽이 넘었던 <레 미제라블>을 제외하고 드문 분량의 책 - 1,128 쪽 - 을 간만에 만났다아침에 50쪽 씩 20일 혹은 하루에 100쪽씩 열흘로 대략의 계획을 잡아 읽어 나갔다다 읽었다아~ 한번은 외쳐보고 싶었습니다. 어렵고 힘든 건 아니었지만 하지만...

 

발레 예술을 다루니 당연히 음악에 대한 지식이 포함되어 있고 예술가의 전기와 당시 역사에 대한 이야기 역시 풍부하게 담겨 있다전문지식을 반드시 갖춰야만 읽을 수 있는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마냥 술술 읽히지도 않았다읽다 보면 여기저기 찾아보고 싶은 내용들이 나오고이름과 지명과 사건들이 흐려지기도 했다발레도 음악도 역사도 전공으로 삼지 않은 독자라 어떤 감상이 남을지 스스로도 궁금하였다.

 

이름은 낯설지 않았던 니진스키와 더불어 과문해서 생애도 업적도 중요성도 몰랐던 댜길레프Серге́й Па́влович Дя́гилев, Sergei Pavlovich Dyagilev를 새로 만났다그 두 인물이 만나고 함께 펼쳐내는 이야기들을 통해 니진스키가 보조가 아닌 발레리노로서 독립적인 실력과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을 몰입해서 읽고,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탁월한 비상과 표현력을 펼친 공연들의 면면들을 접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후에도 우리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부족한 요소가 한 가지 있었다우리는 투쟁하는 능력과 힘들고 어려운 일을 헤쳐 나가는 정신이 부족했다댜길레프는 소위 의지력이라고 부르는 이 점에 대해 누구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녔으며 그러기에 우리는 댜길레프가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 사람을 이끌고 조종하는데 강력한 능력을 지닌 이 남자는 창조적인 예술가들을 그의 전제적인 지휘봉 아래에 두고 예술가들을 순종적인 공연자들로 만들어 자신들의 예술적 이상을 실현하도록 했다.

 

<Sheherazade. Nijinsky. 1910>

https://www.youtube.com/watch?v=8tmh7wwf2s8&list=PL4617EC62160E073C&index=6

 

러시아발레와 음악과 시대적 상황에 대해 큰 그림으로 이해하면서 러시아 예술이 어떻게 융합해 나가는지 현장 기록을 관람한 기분을 느꼈다짙고 깊고 화려하고 메시지가 뚜렷한 무척 황홀한 예술의 성장을 지켜 본 소중한 경험처럼 느껴져서 무척 애착이 생기기도 했다.

 

다행히(?) 1월에 을유문화사의 <스트라빈스키Stravinsky> - 400쪽 밖에 안 되는 작은 책 -을 감동과 열의를 표하며 열심히 읽었기 때문에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이 등장하니 일종의 안심(?)이 되면서 반가웠다. 5분간의 영상을 두 번째 보면서 저토록 격렬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예술가의 감성이 아유와 소란을 받은 것이결국 안무가(choreographer)로 그 재능을 더 오래 더 널리 쓰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아팠다.

 

https://www.youtube.com/watch?v=4coES_ei4PU

https://blog.naver.com/opazizi/221849028009

제가 아는 우주 최고의 <스트라빈스키> <니진스키> 관련 포스팅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힘내어 완독하시길 힘껏 응원합니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로슈카Петрушка, Petrouchka>와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의 <목신의 오후L'après-midi d'un faune, Afternoon of a Faun>* 공연들도 찾아보면서 삐에르로 분장한 니진스키의 춤보다 발레극 연출이 위화감이 전혀 없이 현대적이라 너무나 놀랐다무려 1913년 공연이다이 때 이미 고전 발레의 형식을 파괴했다고 평가되는 안무를 니진스키 본인이 기획했으나 선정성 논란으로 예술적 빛이 흐려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EvVKWapctX4(38:01)

 

목신의 오후프랑스 시인 말라르메Stéphane Mallarmé의 장편시를 바탕으로 니진스키가 안무한 발레니진스키 자신의 작풍을 확립하고 20세기 오케스트라 작품의 방향을 결정했다.

 

번역서에 대해 두려움과 흡사한 불안을 내재한 독자로서 처음에는 언제 읽기에 불협화음이 들릴까 안절부절못했지만참 다행스럽게도 그런 염려를 잊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영국의 발레 비평가이자 저자인 리처드 버클의 바슬라프 니진스키Vatslav Nizhinskii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과 박학다식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지식에 감탄과 감사를 표한다.

 

“10년은 자라고, 10년은 공부하고, 10년은 춤추고, 30년 동안 빛을 잃어갔다.”란 한 문장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에 스며들었다.

 

유명한 무용수였지만 가족을 버린 아버지정신 질환을 앓던 형생존을 위해 온갖 굴욕을 감당해야했던 어머니를 가진 니진스키가 아홉 살에 황실 발레 학교로 들어가는 장면은 이후의 어둠에 의해 더 빛나는 삶의 시작이라 아플 정도로 눈이 부셨다그리고 그는 작품에서도 인생에서도 높이 날아올랐다.



예술에 대한 끝을 모르는 사랑과 연구와 재능으로 낯설고 우아하고 기적처럼 환상적인 한 분야의 예술 영역 자체를 확장시킬 수 있었던톨스토이를 사랑했던 천재특별한 존재의 힘과 매력은 치명적이었고 세상의 갈채와 환호는 드높았다.



빛나는 비상의 시기는 어찌나 순식간인지 1919년 니진스키는 자신이 가지고 속한 육체와 예술의 영역에 대한 불안으로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앞으로의 기나긴어둡고 쓸쓸하고 서글픈 그의 추락을 어떻게 지켜봐야 하는지 남은 분량이 두려웠다.



현대 발레가 태동하던 시기의 유럽의 예술의 풍경을 저자가 아니라면 이렇게 풍부하고 방대하게맘 편히 신뢰하며 상상하며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저자가 담아 낸 그 풍경 속에서 20세기 발레의 새 지평을 열고 사그라진자그마하고 섬세한 비운의 천재 예술가무용가춤꾼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늘어갈수록 안타까운 기분에 여러 질문들이 머릿속에 헝클어진다저자가 밝히지 않은 합당한 이유들이 있으리라 마음을 달래본다영국의 학자는 확신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법(?)이다.



스크라빈스키차이콥프스키에 이어 올 해 세 번째 만나는 러시아 예술가이다마지막으로 독서의 여흥으로 덧붙이자면마린스키 발레단Mariinsky Ballet Company의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을 보는 놀라움과 재미도 대단하다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장 콕토Jean Cocteau, 생상스Camille Saint Saens, 라벨Maurice Joseph Ravel,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 로댕Rene-François-Auguste Rodin. 내가 아는 이들인가 싶었는데 그들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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