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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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고 도피처로도 삼지만 우린 독서 중독자는 아니라고, 친구와 합의했었는데, (그래서 안 읽어봄...) 매일 감사한 분이 스트레스 날려버릴 정도로 크게 웃을 수 있다고 하셨다.(두근 두근)

 

요즘 현실에서도 웃을 일이 드물고, 책 읽으면서도 웃는 경우가 적다. 물론 읽은 책들의 장르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끔 너무 안 웃었다 싶으면 웃는 표정을 지어본다. 어쩐지 얼굴 근육이 뻑뻑한 느낌.

 

넘기자마자 재밌다. 웃긴 것과는 또 다른 유쾌함이다. 독서중독자들, 활자중독자들이 으레 그렇듯 위트 있고 지적이고 엉뚱한 문장이 반갑지 않을 리 없다. 더구나 만화라서 눈동자 각도만 봐도 감정 전달이 된다.

 

역시 만화는 언제나 옳고, 책 추천 해주시는 독서중독자 친구들도 언제나 옳다. 만화 속 독서중독자들이 시간을 보내는 풍경, 대화하는 풍경, 혼자 생각하는 망상(?)과 사유 모두 익숙하다.

 

예티가 대사가 없어서 좀 서운하지만, 존재만으로 압도적이다. 그래도 언젠가 사연을 꼭 알고 싶으니, 작가님들은 빨리 빨리 후속권을 출간해 주시기 바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2권 한 권 밖에 없어서 조바심이 든다.

 

적어도 10권은 출간해 주시는 걸로 맘대로 기대하겠다. 세상에 책이 얼마나 많은가! 소재 무궁무진!

 

피식피식 웃다가, 크게 웃은 대목은... 웃고 나니 누구에게 이유를 납득시킬 수 없는 대목이어서 더 웃겼다. , 나의 유머코드는 오늘은 이 문장에서 신나게 걸려 자빠졌구나! 그러니까 <햄릿>의 교훈이... 학습 권장...ㅎㅎㅎ

 

햄릿을 읽으며 보낸 시간이 모두 헛짓 같아서 그게 또 마음에 든다. 일독했다고 책을 문해한 것도 아니고, 완독이란 말도 실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독서란 허망한 것이다. 나이가 드니 이전에 읽었던 책이 기억이 안 나 새 책처럼 읽을 수 있어 서글프다.

 

모임 사람들이 참 좋다. 누구도 거친 말과 태도로 배제하고 차별하고 혐오하지 않는다. 그저 단호하고 솔직할 뿐이다. 작품이 계속될수록 모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거라 기대한다. 이런 맘 편한 모임 현실에는 없나...

 

하루 24시간이 20시간 정도로 줄어든 느낌이다. 오프라인으로 현실에서 만나기가 만만치 않다.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 팬데믹은 끝나도 소통과 만남은 대개 온라인이다. 오고 가는 시간이라도 줄여보려고...

 

충분히 반갑고 좋은데도, 문득 쓸쓸하고 서늘하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고 서로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맞는 걸까. 서로의 데이터 정보만 랜선으로 주고받는 걸까. 정말 다 같이 식사라도 하자. 책 한 권씩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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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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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날릴 정도로 크게 웃을 수 있다는 추천에 읽어 보았는데, 그런 장면을 만났다. 활자중독자로서 활자가 좀 더 많으면 좋겠단 생각!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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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
최정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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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적인 경험에 한정해서 SNS의 순기능은 다른 사람들 어떻게 사는지를 훨씬 더 광범위하게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주 관심사인 독서목록은 물론, 얼마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지, 얼마나 많은 재능들이 있는지.

 

물리적으로 만나고 배울 수 있는 세상이 아주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나는 세상을 좀 더 다채로운 무늬들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해서 재밌고 신기하다에서 그치면 좋으련만, 인간은 어디든 위계와 순위를 만든다.

 

시간이 지난 후의 기록은 조각난 꿈의 형상을 차지한 어느 권력층의 몫이 되어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건 고급문화, 저런 건 하위(sub) 문화. 별 가치도 없는 사치품들이 명품으로 불리고 소비되는 한국사회에서는 하찮은 위계의식과 반문화적인 문화평가의 말들이 요란하다. 실은 소비문화가, 돈이 최고인 것이다.

 

문화가 지식과 교양과 의지와 저항의 표현이 아니라, 자산 과시의 수단으로 사용될 때의 하찮음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향유 당사자의 취향이라곤 없는 대중소비 유행의 표출일 때의 욕망은 시시하기 그지없다.

 

만들어진 세계는 모든 이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흠모할 수 있게 하는 가능성의 세계인 것이다.”

 

어떤 문화가 주류가 된다는 건 주류인 상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서브컬처는 수많은 문화의 탄생지이자 실험실이다. 시도 단계에서 욕하고 평하는 것이 대단한 가치가 있을까. 향유자의 숫자가 문화 평가의 기준인 것도 웃긴다.

 

하긴 팔 수 있는 지 없는 지가 문화가치 평가에 더 중요해진 지는 오래다. 문화 가능성이라고 쓰고 매매 가능성이라고 해석한다. 문화적 소양이 부족한 이들이 뭐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편하면, 편향적인 비난을 쏟아 붓는다.

 

의사소통의 수단이 거의 일원화된 상황에서, 취향도 생각도 점점 비슷해지고 있을지 모르나, 새로운 사람이 태어나는 한, 새로운 문화 역시 생길 것이다. 변이를 거듭하는 자연계의 생명들처럼 문화도 변이할 것이다. 그게 어떤 권력으로도 통제할 수 없는 문화의 힘이다.

 

맹목적으로 따르기만 했던 권위적 질서의 세계에 대한 저항의 의지를 가질 때, 거대함의 명분은 시대적 사명이 된다.”

 

이렇게 글은 쓰지만, 지역문화도 세대문화도 청소년문화도 반문화도 잘 모르고 산다. 소속감도 어울림도 부족한 삶이다. 시간은 물론. 그러니 주로 언제 어디서나 준비 없이 혼자 즐길 수 있는 개인 문화만 내 삶에 남아 있다.



 

클래식 공연도 좋고 대중 영화도 좋다. 벽돌책도 좋고 만화책도 좋다. 클래식 연주도 좋고 대중가요도 좋다. 전시회 작품들도 좋고 낙서와 습작도 좋다. 등단작가의 글도 좋고 누구의 글이라도 좋다. 자기 향유, 자기 생각이라면.

 

생각난 김에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고 추천받은 만화책을 읽어야겠다. 마침 일요일이라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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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괜찮은 세상, 이 정도면 괜찮은 삶
최흥식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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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이비인후과 의사가 쓴 책을 한국인 이비인후과 교수가 번역한 과학책을 조금 읽다가, 괜찮은 세상이 궁금해서 펼친 책의 저자도 시를 습작하고 에세이를 쓰는 이비인후과 의사다. 재밌는 우연이다.

 

생존과 행복, 체력이 좋고 기운이 넘치던 시절에도 만만치 않았는데, 지금도 겨우 생존 중인데, 나이가 더 든다는 건 어떤 어려움일지 자주 생각한다. 특히 입에 담지 못할 폭력과 비극이 잦았던 여름을 지나면서 모든 게 더 엄중하다.

 

생존 가능한 미래가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겠고, 학자들의 예측은 대개 3년에서 7년이 뭐라도 해볼 마지막 기회일 거라고 한다. 예측일 뿐이니 그 기회란 것도 이미 끓고 있는 지구에 효과가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애쓰는 삶이란 무엇을 위한 것이었으며, 앞으로 노력을 더할 것인가의 여부도 몹시 흔들린다. 그런데 노력조차 그만두면 또 무슨 가치가 있는 삶일까 하는 기분. 살아있으면 삶만 보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마치지 못할 과제 같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는 풍경마다 저마다 아름답다. 만나는 이들마다 반갑고 어떤 순간들은 내가 아는 모든 정보가 다 거짓이고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한 것만 같다. 아무 것도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나만 조심하면 될 것 같은.

 

저자의 글 구분처럼, 나도 여기에 넋두리를 하고 있다. 어느새 9월이고 곧 올 해가 끝나갈 것이다. 나는 월말과 연말마다 어리둥절하며, 이미 사라져버린 시간을 다시 새어보려 할지 모른다.

 

어릴 적, 세상이 온통 반짝반짝 빛나고, 더 재밌고 좋은 일들만 생길 것이고, 어른들은 모두 현명하고 못하는 일이 없다고 느낀 그 시절, 어른들은 나처럼 절망이 써서 몸서리치면서도 아이들을 키우며 별 일 없는 듯 웃었던 것일까.

 

저자는 자본주의가 최상의 애인이자 최악의 배우자라고 하는데, 나는 동의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살아서 생긴 모든 달콤한 기억들을 가진 채 자본주의 덕분에 멸종하게 될 미래라니.


 

넋두리는 여기까지, 내겐 내 선택으로 생겨난 일상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인간이 망친 일들은 인간이 고칠 수 있다고 더 굳건히 믿어야겠다. 불평등 격차가 줄어들고, 기본 복지 인프라가 촘촘해지고, 다른 채로도 같이 사는 사회가 가능해지면, ‘이만하면살기 괜찮은 세상일 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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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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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회는 반드시 망한다. 엉망으로 살아온 자들이 원하는 것을 다 얻는 풍경은 깊은 상처를 남기고 독한 유해성을 뿜는다. 절망과 폭력과 상해와 죽음과 죽임이 폭증한다.

 

올 해도 어른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학대하고 죽였는지 통계를 보니 서늘해지는 기분에 몸이 으스스 떨린다. 이런 현실에서 아름답지만 핏빛처럼 강렬하고 분석가처럼 예리한 작품을 쓰는 분이 이꽃님 작가다.

 

이만큼 이해받아 봤을까, 하는 생각에 매번 뭉클해지고 부럽지만 몹시 아픈 위로를 건네는 청소년 문학이다. 현실의 아동학대가 더 광범위하고 참담할 텐데, 이야기 속 현실도 흉통이 느껴지듯 위태로운 분위기다.

 

나는 그 일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 잔뜩 구겨진 쓰레기가 되어 다른 애들의 마음에도 없는 걱정 따위나 들어야 하는 게 싫었거든.”

 

태어났으나 어디에도 등록되지 않은 아이들, 태어나자마나 버려지거나 죽임 당한 아이들, 학대에 시달리다 사라지고 실종되고 살해된 아이들, 살아남았으나 깊은 상처가 아물지 않는 아이들, 2, 3차 가해를 당하는 아이들. 노동력이든 성이든 착취당하고 사기 당하는 아이들. 서로가 상처 입히는 아이들.

 

매일 아주 조금씩 번져 가니까, 곰팡이가 온 집안을 점령해 옷과 가구까지 모조리 썩어 가는데도 심각한 줄 모르는 거야. 그 집에서 꺼내 입은 옷에서도 곰팡내가 진동하는데, 몰라. 늘 곰팡이랑 함께니까 모르는 거지.”

 

학대당한 반려견과 아이는 그 학대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 다 그렇게 사는 줄 알거나 - 다른 방식의 삶을 상상할 수 없어서 가해자와 분리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관계의 작동 방식은 사랑이라(고 반복 학습되)는 가스라이팅이다.


 

나이가 들면 정말 더 안전해지기도 하는 걸까,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하는 범죄들에서. 망가진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며 새롭게 망가지는 걸까. 첫사랑이라고 불리는 풍경이 이래도 되는 걸까.

 

겉으로 보이는 멍은 치료가 되지만 속으로 든 멍은 보이지도 않아서 아무 일도 없는 듯 사람을 서서히 죽여가지.”

 

성실하고 촘촘하게 구성된 이야기가 심장이 벌떡 뛰는 반전을 거쳐 숨을 흡 들이마시는 비밀이 드러나는 결론으로 내달린다. 서늘한 기분은 단지 9월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느끼고 겪는 감정과 현실과 막막함의 순도가 위태로울 정도로 높다. 상처의 범위와 깊이가 가볍지 않다. 작가는 우회 대신 솔직함을 택했다. 복선이 단순하진 않지만, 어떤 스포일링이라도 읽기 전에 다 피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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