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괜찮은 세상, 이 정도면 괜찮은 삶
최흥식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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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이비인후과 의사가 쓴 책을 한국인 이비인후과 교수가 번역한 과학책을 조금 읽다가, 괜찮은 세상이 궁금해서 펼친 책의 저자도 시를 습작하고 에세이를 쓰는 이비인후과 의사다. 재밌는 우연이다.

 

생존과 행복, 체력이 좋고 기운이 넘치던 시절에도 만만치 않았는데, 지금도 겨우 생존 중인데, 나이가 더 든다는 건 어떤 어려움일지 자주 생각한다. 특히 입에 담지 못할 폭력과 비극이 잦았던 여름을 지나면서 모든 게 더 엄중하다.

 

생존 가능한 미래가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겠고, 학자들의 예측은 대개 3년에서 7년이 뭐라도 해볼 마지막 기회일 거라고 한다. 예측일 뿐이니 그 기회란 것도 이미 끓고 있는 지구에 효과가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애쓰는 삶이란 무엇을 위한 것이었으며, 앞으로 노력을 더할 것인가의 여부도 몹시 흔들린다. 그런데 노력조차 그만두면 또 무슨 가치가 있는 삶일까 하는 기분. 살아있으면 삶만 보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마치지 못할 과제 같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는 풍경마다 저마다 아름답다. 만나는 이들마다 반갑고 어떤 순간들은 내가 아는 모든 정보가 다 거짓이고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한 것만 같다. 아무 것도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나만 조심하면 될 것 같은.

 

저자의 글 구분처럼, 나도 여기에 넋두리를 하고 있다. 어느새 9월이고 곧 올 해가 끝나갈 것이다. 나는 월말과 연말마다 어리둥절하며, 이미 사라져버린 시간을 다시 새어보려 할지 모른다.

 

어릴 적, 세상이 온통 반짝반짝 빛나고, 더 재밌고 좋은 일들만 생길 것이고, 어른들은 모두 현명하고 못하는 일이 없다고 느낀 그 시절, 어른들은 나처럼 절망이 써서 몸서리치면서도 아이들을 키우며 별 일 없는 듯 웃었던 것일까.

 

저자는 자본주의가 최상의 애인이자 최악의 배우자라고 하는데, 나는 동의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살아서 생긴 모든 달콤한 기억들을 가진 채 자본주의 덕분에 멸종하게 될 미래라니.


 

넋두리는 여기까지, 내겐 내 선택으로 생겨난 일상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인간이 망친 일들은 인간이 고칠 수 있다고 더 굳건히 믿어야겠다. 불평등 격차가 줄어들고, 기본 복지 인프라가 촘촘해지고, 다른 채로도 같이 사는 사회가 가능해지면, ‘이만하면살기 괜찮은 세상일 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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