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형사변호실무 - 조문, 판례, 기재례
안갑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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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과 변호는 일상에서 멀고 드문 일 같기도 하지만, 포털의 뉴스 화면만 봐도 매일 몇 건씩의 형사법 관련 사건들을 제목으로 보게 된다. 어쩌면 이미 주먹보다는 법이 가까운 시절이 오래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관련 소송, 판결, 항소, 엄벌청원과 관련된 일에 꽤 자주 참여를 했고, 탄원서를 지검과 법원에 송부하기도 했다. 그만큼 사건 사고가 많고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들은 항상 존재한다.

 

오늘은 며칠 전에 소식을 들었지만, 다시 정리된 기사로 제공된 이 사건을 읽고 조금은 기쁘고 호흡이 편해졌다. 얼마만의 법정 정의(라고 동의할만한)를 목격하는 것인지. 7년이나 애써온 모든 분들의 노고가 존경스럽고 판결문의 시원하고 거침없는 지적에 안도가 되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62306

<‘문단 내 성폭력가해자 박진성 감옥행··· 7년 만에 일상 되찾은 피해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62292

<‘성범죄 무고의 아이콘처럼 떠받들어지던 시인과, 동조하던 이들의 침묵>

 



법조인들이 직업으로 실무로 이 책을 보는 경우의 주안점은 일반 독자인 나와 다를 것이다. 이 책은 실무 지침서로서 활용되기에 가장 좋은 책이다. 그럼에도 나는 절차를 따라가면서, 법적 구성 요건과 합법성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법에 근거하여 법대로 처리한다는 말을 훨씬 더 선명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성문화된 법이 있고 절차가 명시되어 있으니, 억울하게 법에 호소하지 못하는 이들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도 없기를 바란다.


 

더불어 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여러 외부적 요인들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보았다. 의도와 악의를 가지고 법적 판결이 나오기 전에 증거도 없이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가해하는 행위, 그 악랄한 불법 행위를 처벌한 엄중한 법이 촘촘하게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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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와인
백은주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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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이고 깊고 다양한 맛과 향의 미묘한 조화를 이룬 부르고뉴 와인처럼, 이 책은 세월 속에 깊이를 더해간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지식과 애정을 높여 줄 거라 기대한다. 국내 최초 본격이라니 새롭게 공부하고픈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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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울을 말할 용기 -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온 우울증, 그 우울과 함께한 나날에 관하여
린다 개스크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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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편 날은 우울감이 가볍지 않은 지난 주말이었다. 게으름이나 피곤이나 스트레스나 등등으로 명명할 수도 있지만, 익숙해서 반갑지 않은 이 무기력과 동반된 우울감...

 

그래봐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경건한 지옥 같은 일상이 있다. 용기가 가득한 책을 듯해서 읽기 전이지만 실물 책 자체가 위로가 되었다.

 

불안은 말 대신 행동으로 드러난다. 짜증, 분노, 침잠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본인도, 남들도 이유를 알기 어렵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개인의 역사도 불변의 존재가 아니다. 남에게 이야기하고 반복해 서술하는 과정에서 유기체처럼 변한다. 어느 시점에서건, 내가 진짜아는 건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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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유발하는 사건들은 대개 중요한 공통점이 있는데, 어떤 상실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울감, 우울, 우울증, 명명과 진단 내용은 세월에 따라 변했고, 치료도 인식도 지식도 변해왔다. 주위에 우울감으로 상담을 받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 한편 필요한 도움을 받는다는 점에서 다행이었고, 다른 한편 이렇게 힘든 이들이 많은가 해서 기분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도움의 손길을 청하고 받는다는 것은 (...) 자신의 감정을 애써 숨겨 문제를 악화시키는 게 아니라, 뭔가 개선하려고 행동하고 있다는 표시이다.”

 

원인과 증상이 다른 만큼, 상담과 복약 효과도 다르다.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상담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신 필요하다고 느낄 때 일정 기간 복약은 심리적이든 실질적이든 도움이 되었다.

 

심리치료는 (...) 치료사와 환자가 긍정적이면서 서로 존중하는 작업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효과를 볼 수 없다.”

 

작가는 도움이 필요한 환자로서 자신의 상황을 더 이상 솔직할 수 없을 만큼 이 책에서 나누고, 도움을 제공하는 전문가 - 정신과 의사 - 로서 치료 과정과 변화에 대해서도 기록해 두었다.

 

인간으로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여러 현실들이 복잡하게 함께 얽혀 있다. 저마다 안고 있는 경험들을 인정하고 다루지 않고서는 우울증이 낫도록 도울 수 없다.”

 

타인의 아픔과 어려움을 캐묻는 일은 전혀 할 생각이 없지만, 이렇게 나누기 위해 기록된 아픔을 만나는 일은 유사한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분명 도움이 된다.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내 상황을 타인의 표현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경우 첫 발을 대딛을 가이드를 만나기도 한다.

 

문제는 개인이 용기를 내는 것보다 사회적 인식이다. 간혹 내 경험의 한계에 갇혀 이젠 달라졌지 않나, 하고 느긋하게 생각하다 호되게 충격을 받는 경험담을 듣게 된다. 잉글랜드 북부의 상황도 녹록치 않았구나 싶고, 한국 사회의 인식은 어떤지 새삼 궁금했다.

 

애쓴 분들 덕분에, 그분들이 남긴 좋은 책들 덕분에, 나는 투병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질병의 정상성에 대해서도 질문할 수 있게 되었다. 완치나 극복에 담긴 폭력성도 인지하게 되었다.

 

이 책은 환자이자 의사로서의 경험을 독보적이고 진실되게 함께 숙고한 드문 책이다.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자신의 상태를 알고 싶거나, 이미 경험하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저자와 책을 만났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약한사람으로 보일 만한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태도가 낳는 폐해는 너무나 크다. 내 주변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들도 있다.”

 

제목처럼 린다 개스크는 먼저 용기를 내어 고백하였고, 전문가로서 사회에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상담의처럼 가이드를 아끼지 않는다. 회고록이자, 의학 에세이이자, 용기를 나누는 진술서이다.

 

EBS 위대한 수업에 우울장애 연구 영상이 있으니 찾아보셔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지불한 KBS 시청료 중 70원이 만든 기적 같은 선물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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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즈루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류리수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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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발표작 <마나즈루>2023년에 만나는 일이 잠시 현실의 시공간을 일렁이게 한다. 환상성을 지닌 문학에 대한 문해력이 낮아서 책점에 의지하듯 아무 곳이나 펴보았다. 전체 내용이 엄청 궁금해지는 매력적인 문장을 만났다.

 

남편은 이제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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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존재가 사라졌을 때, 남겨진 사람에게 얼른 극복하고 더 잘살아야지, 하는 격려는,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따라할 수는 없는 가혹한 말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비단 그 경우는 사람만이 아니어도 그랬다.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말의 뜻을 내가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 진단으로 이해받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우리 모두는 정해진 수명에 따라 누군가를 잃고 남겨지고 살아가지만, 여전히 경험하지 않은 것을 누가 공감할 수 있을까. 돌아가신 그리운 분들의 기억에 나는 여전히 문득 분해하곤 한다. 그 관계가 영원히 모두 사라졌다는 것에 화들짝 놀라면서.

 

환상문학에 추리설정까지 복잡하게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일까 했던 기우는 읽는 동안 사라졌다. 오히려 나는 모호하고, 흔들리고, 분열되고, 아픈 케이를 만나 안도하고 위로 받았다. ‘상실에 대해 남겨진 아픔에 대해 차분하게 고요하게 치료 받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예상해도 결국엔 갑작스런 큰 상실을 겪으면, 상황을 견디고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감각을 차단하고 기억을 봉인하기도 한다. 적어도 둔화시키고 깊이 묻어두는 시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꺼내어 내가 지금은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이 생겼는지 시험해본다.

 

해결이라는 단어를 그리 신뢰하지도 지향하지도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 상처를 봉합하고 둔중한 통증을 가진 흉터로 바꾸어 살아간다고 해도,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것들은 상실된 채로, 상처를 입은 채로, 그저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들도 있다.

 

심각이라든지 경박이라든지 운운하며 나눌 수 있는 게 아니죠, 살아 있다는 건.”

 

그럼에도 따라오는 유령이 케이의 분열된 일부였고, 따라왔던 이유가 케이가 자신을 되찾고 싶었던 이유였다면, 기억을 찾고 과거를 받아들이면서 사라진 결과가 다행이라 여긴다. 케이가 흘러가는 대로 살 수밖에 없어 그렇게 살다가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가야할 방향도 모르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나는 이제 장자의 호접몽도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 실재하는 삶을 산 것 같은데, 간혹 그 삶이 모두 현실이었는지, 현실이라는 것이 실재하는 것인지, 인간의 생명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짧은 꿈인지, 삶과 죽음은 아주 얇은 경계라도 있었던 적이 있는지 모든 것이 모호해지곤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존재하게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나 눈으로 직접 보았던 모든 것도, 훨씬 전부터 잊고 있었던 것들도 모두 마음속에는 생생하게 존재한다. 그뿐인가. 눈으로 본 적이 없는 것, 결코 상상조차 한 적 없는 것까지도 거기에는 존재한다.”

 

그래서 태어난 존재들이 살아가는 삶이 공기 중에 그리는 어떤 무늬나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존재는 떠난 후 빛과 향이가 아름답기도 하다. 존재와 삶이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모호한 환상성이야말로 정확한 기록법이 아닐까. 이 작품을 만나 다행이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마나즈루가 좌표도 있고 행정상으로도 실재하는 장소라서 놀랐다. 언젠가 조금 두려워하고 많이 궁금해 하며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케이가 만난 바닷바람과 그 안개가 거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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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 경제교실 - 세계사로 읽는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
태지원 지음 / 동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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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불문,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고 하는 공부가 개별 이론과 시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경험을 했다. 반갑고 궁금한 책이라서, 우리 집 십대들에게 넘기기 전에 먼저 읽고 싶었다.




 

어릴 적엔 이해가 없어서, 경제 경연이 왜 대학 학과여야 하는지 의아했다. 그러다 윤리학이 한정된 물자는 어떻게 잘 나누어 사용하는가에 대한 고민인 경제학에서 출발했다는 강의를 들었다.

 

그렇게 시선과 이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영양분을 합성할 수 없는 인류에게 먹고 사는 문제는 생존 자체다. 여러 명분이 있었지만, 전쟁의 이유는 결국 에너지 - 식량, 토지, 자산, 인력 포함 -를 확보하는 싸움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중요성을 인지했다고 해서 깊이 있게 공부하지는 못했다. 현실에서 전공 이외의 방법으로 공부할 기회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 책은 역사적인 흐름을 살피는 방식이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니 비전공자나 기초지식이 적은 이들에게도 가독성이 좋다.


 

어쩐지 딱딱하고 진지하기만 할 것 같은 경제학에 대한 선입견도 바꾸기에 좋다. 돈에 대한 욕망이 거세고 사회적으로 부추기면서도 한편으로는 폄하하는 아이러니한 환경에서 투기가 아닌 경제에 대해 정확하기 배우기에도 좋다.


 

기억이 개인의 역사라면, 기록은 인류의 역사이고 기억이다. 역사적인 관점은 출발과 흐름과 지향을 명확하게 보여주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계기가 되어 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거시적이거나 이론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현실적인 접점이 있어야 자신의 일로 인식하고 흥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물가나 생활경제, 다른 분야와의 합동 연구할 만한 분야, 국내 경제와 세계 경제의 작동 방식과 투자와 주식, 자본주의 시스템과 구조의 특성에 대해서도 상당히 쉽게 배울 좋은 가이드이다.


 

공부와 사유를 계속해가는 누구나 사회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사회문제에 자신만의 질문을 갖고 찾게 될 것이다. 그런 훈련은 하루아침에 충분해지지 않는다. 어른들에게는 물론, 청소년들 역시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공부하기에 유익한 책이다. 가이드라인과 조언서 모두가 유용하다.


 

과거에 우리가 이룬 것들 중 모두 대체되지 않은 방식들도 있고, 근본적으로 거듭 바뀐 삶의 양식도 있다. 분명한 것은 사회는 경제 상황에 따라 구조와 양식이 변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일독 후 나는 우리의 현재는 경제사의 관점에서 어느 시기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장점들: 짧은 분량의 챕터, 사진 자료, 경제 키워드의 친절한 설명, 흥미롭고 인상적인 사건들 배치, 쉬운 경제 이론들, 찬반 입장의 적절한 비교, 토론하기 챕터, 최신의 이슈들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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